“백두대간 소나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입력 2022.09.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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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촬영된 설악산국립공원 장수대 인근 소나무 숲입니다. 암석 사이에 자라난 금강송 20여 그루가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물들었습니다. 잎이 붉게 타들어 가면서 말라 죽고 있는 겁니다.

비단 이곳뿐이 아닙니다. 설악산 국립공원 한계리 일대에서도 소나무 집단 고사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사시사철 푸른 잎을 볼 수 있는 소나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 소나무 '집단 고사', 원인을 찾아라!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혹시 이 나무들이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건 아닌지 검경(현미경으로 세균을 관찰하는 것)을 의뢰했는데, 감염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녹색연합은 이를 근거로 '기후 스트레스'를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겨울철 가뭄과 봄철 더위, 여름 폭염 등이 겹치면서 소나무의 서식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는 겁니다.

소나무는 일정한 기온과 습도가 유지되고, 수분을 계속 공급받을 수 있어야 잘 자랍니다.

하지만 2010년을 전후로 겨울철 기온이 꾸준히 오르고, 예년보다 눈도 적게 내리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은 유례없는 겨울철 가뭄이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이상기후는 소나무 집단 고사를 가속화 하고 있다는 게 녹색연합의 설명입니다.

태백산 국립공원 봉화지구 (사진제공 : 녹색연합)태백산 국립공원 봉화지구 (사진제공 : 녹색연합)

■ "백두대간 생태축 곳곳 소나무 고사…대책 마련해야"

문제는 집단 고사 현상이 설악산을 포함한 한반도의 생태축인 '백두대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경북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를 시작으로 인근 봉화군과 강원도 삼척으로 번졌습니다. 2년 전부터는 백두대간으로 확산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설악산과 오대산, 태백산 등에서도 집단 고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현장 조사를 진행한 녹색연합에 따르면 오대산 국립공원은 평창 진부 권역에서, 태백산 국립공원은 봉화 지구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녹색연합은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와 강원도 태백시 금천동 일대에서 금강소나무의 떼죽음이 확인됐다"면서 "국립공원의 보전 관리 차원에서 정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경북 봉화군 산림자원유전자보호구역 (사진제공 : 녹색연합)경북 봉화군 산림자원유전자보호구역 (사진제공 : 녹색연합)

녹색연합이 가장 우려하는 지역은 울진군 금강송면에 있는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금강소나무가 주요 식생으로 구성돼 있는데, 수십 곳에서 소나무 고사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은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기후위기로 특정 종이 죽어가는 건 금강소나무가 첫 사례"라면서 "집단 고사 지점을 확인해 공간 정보화하는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 암울한 기후 미래…한반도엔 '소나무'가 없다

앞서 녹색연합은 생물 종 분류상 같은 소나무과에 속하는 '구상나무'가 빠른 속도로 고사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역시 기후변화로 겨울 기온이 상승하고 적설량이 부족해 나타나는 수분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전 세계 전문가들도 비슷한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2월 실무그룹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자연에 야기한 영향은 이전까지 인식됐던 것보다 훨씬 크다"면서 "일부 종은 기후변화로 인해 완전히 멸종했고, 생태계가 광범위하게 악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은 서로 다른 위험과 상호 작용해 점점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소나무와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 현상을 더는 내버려 두면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암울한 미래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나무'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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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대간 소나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 입력 2022-09-11 07:00:22
    취재K

지난달 촬영된 설악산국립공원 장수대 인근 소나무 숲입니다. 암석 사이에 자라난 금강송 20여 그루가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물들었습니다. 잎이 붉게 타들어 가면서 말라 죽고 있는 겁니다.

비단 이곳뿐이 아닙니다. 설악산 국립공원 한계리 일대에서도 소나무 집단 고사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사시사철 푸른 잎을 볼 수 있는 소나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 소나무 '집단 고사', 원인을 찾아라!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혹시 이 나무들이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건 아닌지 검경(현미경으로 세균을 관찰하는 것)을 의뢰했는데, 감염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녹색연합은 이를 근거로 '기후 스트레스'를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겨울철 가뭄과 봄철 더위, 여름 폭염 등이 겹치면서 소나무의 서식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는 겁니다.

소나무는 일정한 기온과 습도가 유지되고, 수분을 계속 공급받을 수 있어야 잘 자랍니다.

하지만 2010년을 전후로 겨울철 기온이 꾸준히 오르고, 예년보다 눈도 적게 내리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은 유례없는 겨울철 가뭄이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이상기후는 소나무 집단 고사를 가속화 하고 있다는 게 녹색연합의 설명입니다.

태백산 국립공원 봉화지구 (사진제공 : 녹색연합)
■ "백두대간 생태축 곳곳 소나무 고사…대책 마련해야"

문제는 집단 고사 현상이 설악산을 포함한 한반도의 생태축인 '백두대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경북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를 시작으로 인근 봉화군과 강원도 삼척으로 번졌습니다. 2년 전부터는 백두대간으로 확산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설악산과 오대산, 태백산 등에서도 집단 고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현장 조사를 진행한 녹색연합에 따르면 오대산 국립공원은 평창 진부 권역에서, 태백산 국립공원은 봉화 지구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녹색연합은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와 강원도 태백시 금천동 일대에서 금강소나무의 떼죽음이 확인됐다"면서 "국립공원의 보전 관리 차원에서 정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경북 봉화군 산림자원유전자보호구역 (사진제공 : 녹색연합)
녹색연합이 가장 우려하는 지역은 울진군 금강송면에 있는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금강소나무가 주요 식생으로 구성돼 있는데, 수십 곳에서 소나무 고사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은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기후위기로 특정 종이 죽어가는 건 금강소나무가 첫 사례"라면서 "집단 고사 지점을 확인해 공간 정보화하는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 암울한 기후 미래…한반도엔 '소나무'가 없다

앞서 녹색연합은 생물 종 분류상 같은 소나무과에 속하는 '구상나무'가 빠른 속도로 고사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역시 기후변화로 겨울 기온이 상승하고 적설량이 부족해 나타나는 수분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전 세계 전문가들도 비슷한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2월 실무그룹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자연에 야기한 영향은 이전까지 인식됐던 것보다 훨씬 크다"면서 "일부 종은 기후변화로 인해 완전히 멸종했고, 생태계가 광범위하게 악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은 서로 다른 위험과 상호 작용해 점점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소나무와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 현상을 더는 내버려 두면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암울한 미래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나무'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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