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한국만 ‘튀르키예’라고 부른다고?

입력 2022.09.11 (10:00) 수정 2022.09.1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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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지난 6월 터키가 "튀르키예"로 국명을 변경한 뒤 언론은 물론 국민들도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 언론들은 최근까지도 터키를 "튀르키예"로 부르지 않습니다. 영어권 언론들은 여전히 '터키'로 칭하고 , 다른 국가들은 애초에 영어식 '터키'가 아닌 자국 발음대로 표기했기 때문에 바꿀 이유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국제기구에선 '튀르키예'를 사용합니다. 왜 유독 우리나라만 "튀르키예"로 발빠르게 바꾸게 되었을까요? 아래는 한국외국어대 터키-아제르바이젠학과 오종진 교수가 보내온 의견 중 일부입니다.허가를 구했음을 밝혀둡니다.


최근 터키가 국명을 터키(Turkey)에서 튀르키예(Türkiye, 터키인의 땅이라는 뜻)로 바꾸고, UN 또한 터키의 요청을 승인했습니다. 현 터키 정부는 영문명 Turkey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측면, ‘칠면조’ ‘비겁자,’ ‘겁쟁이’라는 의미가 터키 국명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터키어 국명을 Türkiye(튀르키예)로 변경했고, 유엔은 물론 각국 외교부에도 이렇게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혈맹인 터키의 움직임에 발 빠르게 화답했습니다. 국립국어원은 6월 17일 터키 국호를 “튀르키예”로 변경하여 표기하기로 확정했고, 같은 달 24일 외교부 역시 각 정부 부처에 변경된 국명 사용을 권고했습니다.

터키는 오랜 세월 쌓아온 Turkey(터키)라는 명칭을 새롭게 Türkiye로 ‘리브랜딩’ 하려 하는 중입니다.

많은 현지 전문가들은 터키가 이번에 국호를 바꾸게 된 데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깔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현재 터키 내에서도 Türkiye로 국명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습니다.

2003년 총리에 오른뒤 20년 장기집권 중인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3선 연임을 노리고 있는 그는 튀르키예 국명 변경을 추진했다. (사진/연합뉴스)2003년 총리에 오른뒤 20년 장기집권 중인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3선 연임을 노리고 있는 그는 튀르키예 국명 변경을 추진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터키 현지에서는 영문명 Turkey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 측면 때문에, 영문명을 Republic of Türkiye로 바꾸는 것에 대한 찬성 의견이 전반적으로 더 많다고는 합니다.

그렇지만 여러 현지 전문가들은 영어 이외의 언어에서는 부정적인 의미가 없는데도 국명을 Türkiye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고,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찬반양론이 있는 국명 변경 문제가 터키 내에서도 충분한 논의와 세밀한 검토 없이 진행된 것이지요.

터키는 현재 다양한 지역에서 각 나라의 언어와 국가 특성을 반영하여 다양한 외국어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들 중 Türkiye(튀르키예)로 국명이 바뀐 곳은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자국의 언어에서는 터키가 우려하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뜻이 없으며, 나아가 기존의 표현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와 연속성, 그리고 역사성 맥락 측면에서도 기존의 표현을 계속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현재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에서(러시아, 독일어, 스페인어, 불어,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 등) 튀르키예로 바꾼 사례는 없습니다.

실례로, 각국은 기존의 명칭을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어(Турция, 투르치아)
독일어 (Türkei, 튀르카이)
프랑스어(Turquie, 튀르키)
스페인어 (Turquía,투르키야)
일본어(トルコ,)토루코
태국어(ตุรกี,뚜라끼)
중국어(土耳其,)투얼치

한국어 '터키' 역시 터키가 우려하는 부정적인 의미나 이미지가 없으며, 오히려 한국인 사이에서 지난 60년 동안 꾸준하게 인지도와 이미지를 심은 단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다시 말해, 터키라는 표현을 통해 칠면조나 겁쟁이를 생각하는 한국인은 없을 겁니다.튀르키예로의 변경은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많은 혼란과 기존과의 단절만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나토(NATO)와 유엔(UN) 등 국제기구에서는 ‘튀르키예’를 사용한다. (사진/나토 홈페이지 캡처)나토(NATO)와 유엔(UN) 등 국제기구에서는 ‘튀르키예’를 사용한다. (사진/나토 홈페이지 캡처)

또한 '터키사람'과 '터키 언어'를 가리키는 경우, 여전히 터키인(Turkish)와 터키어(Turkish)가 표준어로 사용되고 있어,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한국외국어대 오종진 터키-아제르바이잔학과 교수가 ‘튀르키예’ 국명 변경 후 각국의 움직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BS2TV 지구촌뉴스,2022년 9월 6일)한국외국어대 오종진 터키-아제르바이잔학과 교수가 ‘튀르키예’ 국명 변경 후 각국의 움직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BS2TV 지구촌뉴스,2022년 9월 6일)

한국어로는 터키, 또는 튀르키예-터키 를 혼합 사용하면 혼란을 방지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Spain의 경우도 스페인과 에스파냐라는 표현을 모두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국립국어원은 Thailand 역시 태국과 타이를 모두 인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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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한국만 ‘튀르키예’라고 부른다고?
    • 입력 2022-09-11 10:00:18
    • 수정2022-09-11 15:24:09
    세계는 지금
지난 6월 터키가 "튀르키예"로 국명을 변경한 뒤 언론은 물론 국민들도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 언론들은 최근까지도 터키를 "튀르키예"로 부르지 않습니다. 영어권 언론들은 여전히 '터키'로 칭하고 , 다른 국가들은 애초에 영어식 '터키'가 아닌 자국 발음대로 표기했기 때문에 바꿀 이유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국제기구에선 '튀르키예'를 사용합니다. 왜 유독 우리나라만 "튀르키예"로 발빠르게 바꾸게 되었을까요? 아래는 한국외국어대 터키-아제르바이젠학과 오종진 교수가 보내온 의견 중 일부입니다.허가를 구했음을 밝혀둡니다.<br />

최근 터키가 국명을 터키(Turkey)에서 튀르키예(Türkiye, 터키인의 땅이라는 뜻)로 바꾸고, UN 또한 터키의 요청을 승인했습니다. 현 터키 정부는 영문명 Turkey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측면, ‘칠면조’ ‘비겁자,’ ‘겁쟁이’라는 의미가 터키 국명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터키어 국명을 Türkiye(튀르키예)로 변경했고, 유엔은 물론 각국 외교부에도 이렇게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혈맹인 터키의 움직임에 발 빠르게 화답했습니다. 국립국어원은 6월 17일 터키 국호를 “튀르키예”로 변경하여 표기하기로 확정했고, 같은 달 24일 외교부 역시 각 정부 부처에 변경된 국명 사용을 권고했습니다.

터키는 오랜 세월 쌓아온 Turkey(터키)라는 명칭을 새롭게 Türkiye로 ‘리브랜딩’ 하려 하는 중입니다.

많은 현지 전문가들은 터키가 이번에 국호를 바꾸게 된 데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깔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현재 터키 내에서도 Türkiye로 국명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습니다.

2003년 총리에 오른뒤 20년 장기집권 중인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3선 연임을 노리고 있는 그는 튀르키예 국명 변경을 추진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터키 현지에서는 영문명 Turkey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 측면 때문에, 영문명을 Republic of Türkiye로 바꾸는 것에 대한 찬성 의견이 전반적으로 더 많다고는 합니다.

그렇지만 여러 현지 전문가들은 영어 이외의 언어에서는 부정적인 의미가 없는데도 국명을 Türkiye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고,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찬반양론이 있는 국명 변경 문제가 터키 내에서도 충분한 논의와 세밀한 검토 없이 진행된 것이지요.

터키는 현재 다양한 지역에서 각 나라의 언어와 국가 특성을 반영하여 다양한 외국어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들 중 Türkiye(튀르키예)로 국명이 바뀐 곳은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자국의 언어에서는 터키가 우려하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뜻이 없으며, 나아가 기존의 표현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와 연속성, 그리고 역사성 맥락 측면에서도 기존의 표현을 계속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현재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에서(러시아, 독일어, 스페인어, 불어,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 등) 튀르키예로 바꾼 사례는 없습니다.

실례로, 각국은 기존의 명칭을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어(Турция, 투르치아)
독일어 (Türkei, 튀르카이)
프랑스어(Turquie, 튀르키)
스페인어 (Turquía,투르키야)
일본어(トルコ,)토루코
태국어(ตุรกี,뚜라끼)
중국어(土耳其,)투얼치

한국어 '터키' 역시 터키가 우려하는 부정적인 의미나 이미지가 없으며, 오히려 한국인 사이에서 지난 60년 동안 꾸준하게 인지도와 이미지를 심은 단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다시 말해, 터키라는 표현을 통해 칠면조나 겁쟁이를 생각하는 한국인은 없을 겁니다.튀르키예로의 변경은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많은 혼란과 기존과의 단절만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나토(NATO)와 유엔(UN) 등 국제기구에서는 ‘튀르키예’를 사용한다. (사진/나토 홈페이지 캡처)
또한 '터키사람'과 '터키 언어'를 가리키는 경우, 여전히 터키인(Turkish)와 터키어(Turkish)가 표준어로 사용되고 있어,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한국외국어대 오종진 터키-아제르바이잔학과 교수가 ‘튀르키예’ 국명 변경 후 각국의 움직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BS2TV 지구촌뉴스,2022년 9월 6일)
한국어로는 터키, 또는 튀르키예-터키 를 혼합 사용하면 혼란을 방지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Spain의 경우도 스페인과 에스파냐라는 표현을 모두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국립국어원은 Thailand 역시 태국과 타이를 모두 인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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