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경항모 사업…운명은?

입력 2022.09.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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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국방예산을 57조 원 넘게 편성하면서 경항모 관련 사업비나 연구 용역비 등을 한푼도 배정하지 않음으로써 경항모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그동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산만 갉아먹는 효율성 없는 사업이라는 주장과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해상 안보를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대비하는 전략자산이 될 것이란 주장이 맞서왔지만 제대로 된 분석과 공론화 작업없이 획일적으로 진행됐다는 비판도 여전합니다.

■ 수직 이착륙기 탑재를 전제로 한 경항공모함

항공모함은 말 그대로 전투기를 실어서 띄울 수 있는 함정을 말합니다. 대한민국 해군이 구상하는 경항공모함(이하 '경항모')의 만재배수량(Full Load Displacement)은 대략 4만 톤 전후로 보입니다. 항공모함이기는 하지만 미 해군 주력 '니미츠급' 항공모함들의 만재 배수량이 대략 11만 톤 전후인 것을 감안할 때 '항모'로 부르기에는 체급이 작다는 뜻에서 '경항모'로 부르고 있습니다.

해군은 배 자체의 무게, 즉 경하중량(Light Weight)이 3만 톤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승조원과 각종 화물 및 연료까지 포함한 무게를 재화중량(Dead Weight)이라고 하는데, 경하중량과 재화중량의 총합 개념인 만재 배수량은 대략 4만 톤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아직 연구 단계인 만큼 만약 추진이 확정된다면 개발 과정에서 수치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경항공모함 주요 제원 및 특성. 탑재할 함재기로 수직이착륙기를 언급하고 있고 공군이 운용한다고 기술돼 있다. (출처: 대한민국 해군 홈페이지)경항공모함 주요 제원 및 특성. 탑재할 함재기로 수직이착륙기를 언급하고 있고 공군이 운용한다고 기술돼 있다. (출처: 대한민국 해군 홈페이지)

하지만 아무리 경항모라 해도 만재 배수량이 4만 톤 전후라면 항공모함이 4만여 톤의 물을 밀어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인 만큼 결코 작은 규모라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경항모에 탑재할 전투기는 기존 항모들의 탑재기 수용 능력보다 적은 16~20대 정도로 추정되는데 니미츠급 항공모함이 함재기를 최대 90대까지 탑재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많은 숫자는 아닙니다. 해군이 자체 추산한 경항모의 길이는 265m, 폭은 약 43m입니다. 미국 니미츠급 항모의 길이는 대략 300m, 너비는 70~80m 정도입니다.

미국 해군의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USS 해리 트루먼 호의  갑판 위 모습미국 해군의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USS 해리 트루먼 호의 갑판 위 모습

항공모함이 바다에 떠 있는 활주로 역할을 하는 만큼, 경항모를 바다에 띄우게 된다면 대한민국 해군이 전투기를 띄울 수 있는 해상기지를 보유하게 되는 셈입니다. 그만큼 작전 반경도 넓어질 수 있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해군 전술작전 교리의 발전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군으로서는 그야말로 '연안해군'에서 벗어나 이른바 '대양해군'으로 나가는 길을 열게 되는 것이죠.

■ 내년도 국방예산에 경항모 관련 예산 '0원'

지난해에는 "대한민국도 오는 2033년에는 우리 손으로 만든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도 있었죠. 경항모 사업추진을 관장하던 해군 소장이 3성 장군인 중장으로 진급하면서 앞으로 경항모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고요.

그런데 올해 정부가 바뀌고 내년도 국방 예산이 편성되는 과정에서 경항모 사업 관련 예산은 자취를 감추게 됐습니다. 관련 예산이 한 푼도 없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그 사업은 이제 접었다'는 얘기로 들릴 법합니다. 방위사업청은 사업이 종료된 것이 아니며 관련 연구는 계속된다고 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인도 해군이 처음으로 자체 건조한  항공모함 INS 비그란트.  지난 2일 취역했다.  배수량은 4만7천 톤에 길이 262m, 폭 62m로 승조원 1,600명을 태우고 전투기와 헬기 등 항공기 20~30대를 실을 수 있다. 대한민국 해군이 추진하는 경항모의 규모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인도는  그동안 옛 소련시절 전투기 탑재 순양함을  항모로 개조해  작전에 투입해 왔는데 자체 역량으로 항모를 건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 해군은 부품 75%를  인도 내에서 조달했다고 발표했다.인도 해군이 처음으로 자체 건조한 항공모함 INS 비그란트. 지난 2일 취역했다. 배수량은 4만7천 톤에 길이 262m, 폭 62m로 승조원 1,600명을 태우고 전투기와 헬기 등 항공기 20~30대를 실을 수 있다. 대한민국 해군이 추진하는 경항모의 규모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인도는 그동안 옛 소련시절 전투기 탑재 순양함을 항모로 개조해 작전에 투입해 왔는데 자체 역량으로 항모를 건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 해군은 부품 75%를 인도 내에서 조달했다고 발표했다.

사업을 추진해 오던 해군 측은 일절 말이 없습니다. 정부가 경항모 사업 중단을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명백한 신호를 준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해군에선 누구라도 나서서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전력 강화사업은 국가의 장기 비전과 전략에 따라 움직이게 돼 있고, 정부가 출범 초기에 방향성을 정한 것처럼 보인다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겠죠. 해군은 홈페이지에 <경항모 Q &A> 코너까지 운영하면서 대국민 홍보에 앞장서 왔지만, 앞으로도 계속 관련 홍보를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입니다.

■ '경항모 찬성' 논리의 핵심은?

빠듯한 국가 살림살이에서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군 전력 강화사업은 늘 논란의 대상이 돼 왔습니다. 그럼에도 경항모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의 핵심은 크게 4가지 정도로 정리될 수 있는 듯 보입니다.

첫째, 미·중 패권 다툼으로 해양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시기에 핵심 국가이익을 지킬 수 있는 전략 자산이 될 것이다. 둘째, 대양 한가운데 전개할 사실상의 영토로 국민적 자부심과 강한 국방력의 상징이 될 것이다. 셋째, 전 세계로 뻗어 나간 우리 국민들과 기업들이 유사시 신속하게 진입 또는 철수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다. 넷째, 해군뿐 아니라 공군과의 합동작전능력을 강화하고 운용 과정에서 획기적인 국방기술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경항모 보유에 찬성하는 논리들이 있습니다만 크게 이 정도 정리가 가능할 듯합니다.

중국이 현재 2척의 항모를 보유 중이고 곧 3번째 항모를 건조할 예정인 데다, 일본도 이즈모급 함정을 개조해 경항모 보유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주변국의 해군 전력 강화 경쟁도 경항모 보유 찬성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역내 갈등관계인 인도도 지난 2일 자체적으로 건조한 배수량 4만 7천 톤급의 항공모함 '비크란트'를 취역시켰습니다. 인도로서는 구 소련 시절 전투기 탑재 순양함을 개조해 만든 항공모함에 이어 자체 기술로 항모를 갖게 된 셈이죠. 인도 해군은 오는 2030년까지 6만 5천 톤급 항공모함을 건조하는 계획도 추진 중입니다.

인도 태평양에서 주변국들의 항모 보유 강화 움직임도 국내 경항모 추진론자들의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선 물류수송로 확보 논리가 더 힘을 얻고 있는 듯 보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4%이고, 수출입 물동량의 대부분이 바닷길을 이용하고 있다는 현실이 이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죠.

지난해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동인도양에서 진행된 다국적 해상 연합훈련(MPX)에는 미국과 영국, 호주, 일본 해군이 참가했다. 미국에서는 항모전단이, 일본에서는 이즈모급이 참가하는 등 각국에서 대형 해군 함정을 동원했다. (사진 : 미 해군 )지난해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동인도양에서 진행된 다국적 해상 연합훈련(MPX)에는 미국과 영국, 호주, 일본 해군이 참가했다. 미국에서는 항모전단이, 일본에서는 이즈모급이 참가하는 등 각국에서 대형 해군 함정을 동원했다. (사진 : 미 해군 )

■ '경항모 반대' 논리의 핵심은?

반면, 경항모 도입 반대의 논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첫째 조 단위의 돈이 투입되는 막대한 경항모 건조비용은 물론이고, 이를 운용 유지하는 데도 엄청난 예산이 투입돼 결과적으로 해군의 다른 전력 개발 및 유지가 힘들게 된다. 둘째, 현재의 안보환경을 고려할 때 북핵 대응과 한반도 유사시 대응도 만만치 않은데 굳이 현실화되지 않은 미래 안보 환경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경항모까지 도입할 이유가 없다. 셋째, 현재의 해군 전력으로도 우리나라 연안 방어에는 큰 문제가 없는 만큼 국익수호를 위해서는 이지스함 운용과 잠수함 전력 등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다. 넷째,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경항모를 건조하고 적지 않은 호위 전단을 동원해 항모전단을 꾸리고 작전 반경을 인도 태평양으로 확대하게 되면 우리 국익수호보다 미·중 패권 다툼에 휩쓸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 밖에도 기존 이지스 체계와의 연동성, 수직 이착륙기를 도입할 경우 당장은 미국의 F-35B형을 도입해야 하는데, 기존에 공군이 운용 중인 F-35A와의 연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한국형 전투기인 KF-21의 업그레이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등 그야말로 여러 가지 반대 논리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볼때 경항모 사업이 추진이 된다 해도 많은 문제 제기가 뒤따를 것이고 추진 불가로 결정된다고 해도 1990년대 말부터 추진돼온 해군의 숙원사업이 좌절되는 만큼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국가의 장기전략과 국익 차원에서 결정될 일이지만, 문제는 이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여전히 충분치 않다는 점입니다. '해·공군 전력을 동시에 투사할 수 있는 엄청난 전략자산이니 도입해야 한다' 또는 '비용 대비 효과가 없고 유사시 호위 전단 없이는 방어에도 취약한 '해상 목표물'이 될 것이다' 등의 갑론을박은 이제 지양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항공우주 사업이 우주 개척은 물론 국내 과학발전과 산업 생태계의 진화까지를 고려해 추진돼온 것처럼 경항모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후유증을 남기지 않으려면 국제환경을 고려한 전략적 사고는 물론 효율적 국방예산 집행, 국민적 공감대 등을 전제로 추진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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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란의 경항모 사업…운명은?
    • 입력 2022-09-12 08:01:54
    취재K

정부가 내년도 국방예산을 57조 원 넘게 편성하면서 경항모 관련 사업비나 연구 용역비 등을 한푼도 배정하지 않음으로써 경항모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그동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산만 갉아먹는 효율성 없는 사업이라는 주장과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해상 안보를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대비하는 전략자산이 될 것이란 주장이 맞서왔지만 제대로 된 분석과 공론화 작업없이 획일적으로 진행됐다는 비판도 여전합니다.

■ 수직 이착륙기 탑재를 전제로 한 경항공모함

항공모함은 말 그대로 전투기를 실어서 띄울 수 있는 함정을 말합니다. 대한민국 해군이 구상하는 경항공모함(이하 '경항모')의 만재배수량(Full Load Displacement)은 대략 4만 톤 전후로 보입니다. 항공모함이기는 하지만 미 해군 주력 '니미츠급' 항공모함들의 만재 배수량이 대략 11만 톤 전후인 것을 감안할 때 '항모'로 부르기에는 체급이 작다는 뜻에서 '경항모'로 부르고 있습니다.

해군은 배 자체의 무게, 즉 경하중량(Light Weight)이 3만 톤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승조원과 각종 화물 및 연료까지 포함한 무게를 재화중량(Dead Weight)이라고 하는데, 경하중량과 재화중량의 총합 개념인 만재 배수량은 대략 4만 톤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아직 연구 단계인 만큼 만약 추진이 확정된다면 개발 과정에서 수치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경항공모함 주요 제원 및 특성. 탑재할 함재기로 수직이착륙기를 언급하고 있고 공군이 운용한다고 기술돼 있다. (출처: 대한민국 해군 홈페이지)
하지만 아무리 경항모라 해도 만재 배수량이 4만 톤 전후라면 항공모함이 4만여 톤의 물을 밀어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인 만큼 결코 작은 규모라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경항모에 탑재할 전투기는 기존 항모들의 탑재기 수용 능력보다 적은 16~20대 정도로 추정되는데 니미츠급 항공모함이 함재기를 최대 90대까지 탑재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많은 숫자는 아닙니다. 해군이 자체 추산한 경항모의 길이는 265m, 폭은 약 43m입니다. 미국 니미츠급 항모의 길이는 대략 300m, 너비는 70~80m 정도입니다.

미국 해군의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USS 해리 트루먼 호의  갑판 위 모습
항공모함이 바다에 떠 있는 활주로 역할을 하는 만큼, 경항모를 바다에 띄우게 된다면 대한민국 해군이 전투기를 띄울 수 있는 해상기지를 보유하게 되는 셈입니다. 그만큼 작전 반경도 넓어질 수 있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해군 전술작전 교리의 발전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군으로서는 그야말로 '연안해군'에서 벗어나 이른바 '대양해군'으로 나가는 길을 열게 되는 것이죠.

■ 내년도 국방예산에 경항모 관련 예산 '0원'

지난해에는 "대한민국도 오는 2033년에는 우리 손으로 만든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도 있었죠. 경항모 사업추진을 관장하던 해군 소장이 3성 장군인 중장으로 진급하면서 앞으로 경항모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고요.

그런데 올해 정부가 바뀌고 내년도 국방 예산이 편성되는 과정에서 경항모 사업 관련 예산은 자취를 감추게 됐습니다. 관련 예산이 한 푼도 없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그 사업은 이제 접었다'는 얘기로 들릴 법합니다. 방위사업청은 사업이 종료된 것이 아니며 관련 연구는 계속된다고 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인도 해군이 처음으로 자체 건조한  항공모함 INS 비그란트.  지난 2일 취역했다.  배수량은 4만7천 톤에 길이 262m, 폭 62m로 승조원 1,600명을 태우고 전투기와 헬기 등 항공기 20~30대를 실을 수 있다. 대한민국 해군이 추진하는 경항모의 규모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인도는  그동안 옛 소련시절 전투기 탑재 순양함을  항모로 개조해  작전에 투입해 왔는데 자체 역량으로 항모를 건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 해군은 부품 75%를  인도 내에서 조달했다고 발표했다.
사업을 추진해 오던 해군 측은 일절 말이 없습니다. 정부가 경항모 사업 중단을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명백한 신호를 준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해군에선 누구라도 나서서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전력 강화사업은 국가의 장기 비전과 전략에 따라 움직이게 돼 있고, 정부가 출범 초기에 방향성을 정한 것처럼 보인다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겠죠. 해군은 홈페이지에 <경항모 Q &A> 코너까지 운영하면서 대국민 홍보에 앞장서 왔지만, 앞으로도 계속 관련 홍보를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입니다.

■ '경항모 찬성' 논리의 핵심은?

빠듯한 국가 살림살이에서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군 전력 강화사업은 늘 논란의 대상이 돼 왔습니다. 그럼에도 경항모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의 핵심은 크게 4가지 정도로 정리될 수 있는 듯 보입니다.

첫째, 미·중 패권 다툼으로 해양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시기에 핵심 국가이익을 지킬 수 있는 전략 자산이 될 것이다. 둘째, 대양 한가운데 전개할 사실상의 영토로 국민적 자부심과 강한 국방력의 상징이 될 것이다. 셋째, 전 세계로 뻗어 나간 우리 국민들과 기업들이 유사시 신속하게 진입 또는 철수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다. 넷째, 해군뿐 아니라 공군과의 합동작전능력을 강화하고 운용 과정에서 획기적인 국방기술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경항모 보유에 찬성하는 논리들이 있습니다만 크게 이 정도 정리가 가능할 듯합니다.

중국이 현재 2척의 항모를 보유 중이고 곧 3번째 항모를 건조할 예정인 데다, 일본도 이즈모급 함정을 개조해 경항모 보유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주변국의 해군 전력 강화 경쟁도 경항모 보유 찬성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역내 갈등관계인 인도도 지난 2일 자체적으로 건조한 배수량 4만 7천 톤급의 항공모함 '비크란트'를 취역시켰습니다. 인도로서는 구 소련 시절 전투기 탑재 순양함을 개조해 만든 항공모함에 이어 자체 기술로 항모를 갖게 된 셈이죠. 인도 해군은 오는 2030년까지 6만 5천 톤급 항공모함을 건조하는 계획도 추진 중입니다.

인도 태평양에서 주변국들의 항모 보유 강화 움직임도 국내 경항모 추진론자들의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선 물류수송로 확보 논리가 더 힘을 얻고 있는 듯 보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4%이고, 수출입 물동량의 대부분이 바닷길을 이용하고 있다는 현실이 이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죠.

지난해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동인도양에서 진행된 다국적 해상 연합훈련(MPX)에는 미국과 영국, 호주, 일본 해군이 참가했다. 미국에서는 항모전단이, 일본에서는 이즈모급이 참가하는 등 각국에서 대형 해군 함정을 동원했다. (사진 : 미 해군 )
■ '경항모 반대' 논리의 핵심은?

반면, 경항모 도입 반대의 논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첫째 조 단위의 돈이 투입되는 막대한 경항모 건조비용은 물론이고, 이를 운용 유지하는 데도 엄청난 예산이 투입돼 결과적으로 해군의 다른 전력 개발 및 유지가 힘들게 된다. 둘째, 현재의 안보환경을 고려할 때 북핵 대응과 한반도 유사시 대응도 만만치 않은데 굳이 현실화되지 않은 미래 안보 환경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경항모까지 도입할 이유가 없다. 셋째, 현재의 해군 전력으로도 우리나라 연안 방어에는 큰 문제가 없는 만큼 국익수호를 위해서는 이지스함 운용과 잠수함 전력 등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다. 넷째,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경항모를 건조하고 적지 않은 호위 전단을 동원해 항모전단을 꾸리고 작전 반경을 인도 태평양으로 확대하게 되면 우리 국익수호보다 미·중 패권 다툼에 휩쓸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 밖에도 기존 이지스 체계와의 연동성, 수직 이착륙기를 도입할 경우 당장은 미국의 F-35B형을 도입해야 하는데, 기존에 공군이 운용 중인 F-35A와의 연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한국형 전투기인 KF-21의 업그레이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등 그야말로 여러 가지 반대 논리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볼때 경항모 사업이 추진이 된다 해도 많은 문제 제기가 뒤따를 것이고 추진 불가로 결정된다고 해도 1990년대 말부터 추진돼온 해군의 숙원사업이 좌절되는 만큼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국가의 장기전략과 국익 차원에서 결정될 일이지만, 문제는 이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여전히 충분치 않다는 점입니다. '해·공군 전력을 동시에 투사할 수 있는 엄청난 전략자산이니 도입해야 한다' 또는 '비용 대비 효과가 없고 유사시 호위 전단 없이는 방어에도 취약한 '해상 목표물'이 될 것이다' 등의 갑론을박은 이제 지양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항공우주 사업이 우주 개척은 물론 국내 과학발전과 산업 생태계의 진화까지를 고려해 추진돼온 것처럼 경항모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후유증을 남기지 않으려면 국제환경을 고려한 전략적 사고는 물론 효율적 국방예산 집행, 국민적 공감대 등을 전제로 추진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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