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지길 향초 사고 한정식 먹고”…인사동이 다시 뜬다

입력 2022.09.13 (07:00) 수정 2022.09.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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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어느 평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복합문화공간 ‘안녕인사동’에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초가을 어느 평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복합문화공간 ‘안녕인사동’에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 청년·외국인 관광객 발길 끄는 '인사동의 부활'

"외국인 친구가 '한국 굿즈를 사고 싶은데 인사동이 잘돼 있다고 들었다'며 '쌈지길로 가자'고 해서 왔어요. 방금 향초 하나 샀는데, 친구도 되게 마음에 들어하네요. 예전보다 인사동 분위기가 나아진 거 같아요.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잖아요." (관광객 A씨, 외국인 친구 동반)

"코로나 규제 완화된 봄부터 관광객이 늘었다고 봐야죠. 한 50% 정도 더? 외국에 이민 간 교민들이 그동안 한국을 자주 못 왔잖아요. 그러니까 '오랜만에 고국에 왔으면 인사동을 한번 들러야 한다'는 마음으로 찾아오는 거 같아요. 한국의 고유한 정취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공예품 상인 B씨)

초가을 어느 평일 오후, 부슬비 내린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골목에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모여듭니다. 전통 공예 장신구를 고르고, 꿀타래 등 간식을 먹으며, 사진도 찍고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한정식집과 전통찻집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인사동 대로의 한 꿀타래 간식 가게.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인사동 대로의 한 꿀타래 간식 가게.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인사동의 명소 ‘쌈지길’. 아기자기한 액세서리와 가벼운 먹거리를 파는 이색 문화 공간으로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인사동의 명소 ‘쌈지길’. 아기자기한 액세서리와 가벼운 먹거리를 파는 이색 문화 공간으로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젊은이들이 주로 향하는 곳은 인사동의 상징 '쌈지길', 아기자기한 액세서리와 가벼운 먹거리를 파는 이색 문화 공간입니다. 공연장과 음식점 등이 들어선 복합쇼핑몰 '안녕인사동'을 찾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코로나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서울의 대표 관광 명소 인사동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상인들도 체감할 정도로 방문객 수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특히 미술 축제와 각종 공연 등으로 거리 분위기가 젊어지면서 청년층·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습니다.

■ 거리 두기 해제→청와대 개방→'종로 문화 관광 코스' 활성화

앞서 한 공예품 상인의 말처럼, 인사동 거리에 사람이 다시 북적이기 시작한 때는 올 봄입니다. 거리 두기 해제로 입국과 영업 시간이 자유로워졌고, 청와대 개방 효과로 '광화문-북촌-인사동'으로 이어지는 종로구 내 '전통 문화 관광 코스'가 활성화됐습니다. 최근 여름 휴가철에도 그 여세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4월에 거리 두기 풀리자마자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청와대 개방하면서 5~6월에 진짜 많아졌어요. 매출도 피크였죠. 외국인들은 휴가철인 7~8월에 주로 왔고요. 선물용 모자·스카프, 핸드메이드 염색 옷을 많이 찾더라고요. 올 가을에도 날씨 좋아지면 내국인 관광객이 많아질 것으로 봅니다." - (의류점 주인 C씨)

"8월부터 확실히 '피부로 느낄 정도로' 외국인들이 많이 왔어요. 저희는 전통 '탈'을 제작해서 파는 곳인데, 수집하는 외국 마니아들이 있거든요. 그분들이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못 오다가 최근 들어 많이 오게 됐죠. 매출도 코로나 사태 이전의 7~80%까지 회복되고 있습니다." - (전통 탈 상인 D씨)

인사동 대로에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다. 인사동을 구경하러 온 한 국제 커플은 “코로나가 심했던 첫 해(2020년)보다 나아진 거 같다. 활기를 찾은 것 같다”고 했다.인사동 대로에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다. 인사동을 구경하러 온 한 국제 커플은 “코로나가 심했던 첫 해(2020년)보다 나아진 거 같다. 활기를 찾은 것 같다”고 했다.

현지 상인 외에도 일반 관광객, 예술가들 또한 근래 들어 인사동 내 유동인구가 많아진 것을 실감하고 있었습니다. 인사동을 구경하러 온 한 국제 커플은 "코로나가 심했던 첫 해(2020년)보다 나아진 거 같다. 활기를 찾은 것 같다"고 했고, 한 여성 관광객은 "평일에 이 정도 사람이 모일 정도면 상황이 크게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인사동의 한 갤러리 전시회에 참가한 화가 박미서씨는 "오전 시간에도 서양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 전시회를 관람했다"며 "코로나가 터진 이후 지난 3년 동안은 간혹 전시회를 열어도 관람객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사동 대로에 관광객이 즐비하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사동 방문 후기, 인사동 관광 계획 글이 다수 발견된다. “오랜만에 와봤는데 밤거리도 근사해졌다” “작년 가을 이후 1년 만에 다시 찾았는데 예전처럼 거리에 사람이 많아 보였다” 등이다.인사동 대로에 관광객이 즐비하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사동 방문 후기, 인사동 관광 계획 글이 다수 발견된다. “오랜만에 와봤는데 밤거리도 근사해졌다” “작년 가을 이후 1년 만에 다시 찾았는데 예전처럼 거리에 사람이 많아 보였다” 등이다.

인사동 ‘쌈지길’을 오가는 외국인 관광객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7월 한국관광통계’에 의하면,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6만 3,986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8만 3,005명) 대비 218% 증가했다.인사동 ‘쌈지길’을 오가는 외국인 관광객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7월 한국관광통계’에 의하면,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6만 3,986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8만 3,005명) 대비 218% 증가했다.

■ "코로나 확산기 대비 관광객 2~3배 늘어"…외국인 '데이트 코스'로 추천도

실제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사동 방문 후기, 인사동 관광 계획 글이 다수 발견됩니다. "오랜만에 와봤는데 밤거리도 근사해졌다" "작년 가을 이후 1년 만에 다시 찾았는데 예전처럼 거리에 사람이 많아 보였다" 등입니다. 이밖에 기념품 가게 리뷰, 칼국수 맛집 소개 글, 외국인 데이트 코스 추천 글도 올라왔습니다.

양태섭 / 인사전통문화보존회 사무국장

"2020~2021년에 비해 유동 관광객이 2~3배 늘었어요. 저희도 다양한 행사와 홍보 활동으로 모객에 나서고 있는데, 이 정도면 활성화 전조 단계라고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여행사들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특히 동남아 관광객들이 한국 관광지 중에서 인사동을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K-팝 등 한류의 영향 때문인 것 같아요. 한국이라는 나라를 더 깊게 알고 싶으니까, 한국의 전통 문화를 접하기 위해 인사동에 오는 거죠."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7월 한국관광통계'에 의하면,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6만 3,986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8만 3,005명) 대비 218% 증가했습니다. 1년 사이 3배 이상 '폭증'한 셈입니다. 미국에서 온 관광객이 5만 3,942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1만 8,867명), 필리핀(1만 8,146명), 중국(1만 7,907명)이 뒤를 이었습니다.

2022 인사동 엔틱&아트페어 개막식에 내빈들이 참석해 있는 모습.2022 인사동 엔틱&아트페어 개막식에 내빈들이 참석해 있는 모습.

2022 인사동 엔틱&아트페어 개막식 사물놀이 공연.2022 인사동 엔틱&아트페어 개막식 사물놀이 공연.

■ 고미술과 NFT의 만남…인사동이 젊어진다

인사동이 활기를 되찾는 요인에는 '신구(新舊) 문화의 조화'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 문화 가게들이 즐비한 인사동 대로 일각에는 쌈지길, 안녕인사동 같은 현대적 쇼핑 센터가 이색적인 매력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대형 단지에서 펼쳐지는 각종 공연과 퍼포먼스는 한옥 위주의 인사동 거리에 참신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또한, 관할 단체 차원에서 인사동의 전통미를 세련되게 전파하기 위해 다양한 축제와 행사를 기획·유치하고 있는 것도 효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사동 하면 떠오르는 고미술 분야와 현대적 감각의 예술을 접목시킨 아트페어 같은 행사가 청년 세대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진행되는 '2022 인사동 엔틱&아트페어'가 대표적입니다.

안녕인사동 센트럴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행사는 지난 5일까지 '엔틱(국악, 고미술, 나전·표구·지필묵)' 전시를 성황리에 마치고, 오는 18일까지 NFT(대체 불가능 토큰)&아트페어 청년 작가 초대전을 진행합니다. 25일까지는 차·공예 박람회, 시 낭송회, 작가 강연 등이 이어집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한국 예술이 복합적인 '오감(五感) 만족'으로 관광객들을 매료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지난 5월 1일 오후 연등 행렬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길을 지나 조계사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지난 5월 1일 오후 연등 행렬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길을 지나 조계사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코로나 여파, 고물가 시대…'규제 혁파'로 인사동 띄워야

물론 현재로선 관광객이 늘어난다고 해서, 인사동 경기가 코로나 사태 이전만큼 되살아난다고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인사동에서 도자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단체 관광, 비즈니스 목적으로 온 외국인이 늘었지만 아직까지 소비 증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털어놨습니다.

따라서 열띤 관광이 실소비로 이어지고, 복합 문화 공간과 질 좋은 제품을 파는 상점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나려면 시간이 더 지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시기적으로도 '코로나 터널'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최근 '고물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경기 불황의 우려가 다시금 새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지요.

결국, 외적 조건에 휘청이지 않으려면, 인사동만의 '참신하고 독보적인 문화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 관광객들을 계속 유치하는 노력이 수반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국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주는 '정책적 지원'도 중요합니다.

인사동에서 오랜 기간 지필묵 가게를 운영해온 상인은 "지나친 규제가 쓸데없이 많다. 가령 대로변 가게 1층에는 식당이 들어올 수 없고, 가게들은 외국처럼 LED TV나 전광판 같은 시청각 화면을 활용해 상품을 광고할 수도 없다"며 "(규제 당국이) '인사동이라서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인사동이기 때문에 된다'는 마인드로 전환해야 한다. 인사동이 살아나려면 다각도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번 호황을 계기로 인사동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서울을 넘어 한국의 대표적 전통 명소라는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취재 지원: 최민주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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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쌈지길 향초 사고 한정식 먹고”…인사동이 다시 뜬다
    • 입력 2022-09-13 07:00:12
    • 수정2022-09-13 07:01:58
    취재K
초가을 어느 평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복합문화공간 ‘안녕인사동’에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 청년·외국인 관광객 발길 끄는 '인사동의 부활'

"외국인 친구가 '한국 굿즈를 사고 싶은데 인사동이 잘돼 있다고 들었다'며 '쌈지길로 가자'고 해서 왔어요. 방금 향초 하나 샀는데, 친구도 되게 마음에 들어하네요. 예전보다 인사동 분위기가 나아진 거 같아요.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잖아요." (관광객 A씨, 외국인 친구 동반)

"코로나 규제 완화된 봄부터 관광객이 늘었다고 봐야죠. 한 50% 정도 더? 외국에 이민 간 교민들이 그동안 한국을 자주 못 왔잖아요. 그러니까 '오랜만에 고국에 왔으면 인사동을 한번 들러야 한다'는 마음으로 찾아오는 거 같아요. 한국의 고유한 정취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공예품 상인 B씨)

초가을 어느 평일 오후, 부슬비 내린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골목에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모여듭니다. 전통 공예 장신구를 고르고, 꿀타래 등 간식을 먹으며, 사진도 찍고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한정식집과 전통찻집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인사동 대로의 한 꿀타래 간식 가게.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인사동의 명소 ‘쌈지길’. 아기자기한 액세서리와 가벼운 먹거리를 파는 이색 문화 공간으로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젊은이들이 주로 향하는 곳은 인사동의 상징 '쌈지길', 아기자기한 액세서리와 가벼운 먹거리를 파는 이색 문화 공간입니다. 공연장과 음식점 등이 들어선 복합쇼핑몰 '안녕인사동'을 찾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코로나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서울의 대표 관광 명소 인사동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상인들도 체감할 정도로 방문객 수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특히 미술 축제와 각종 공연 등으로 거리 분위기가 젊어지면서 청년층·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습니다.

■ 거리 두기 해제→청와대 개방→'종로 문화 관광 코스' 활성화

앞서 한 공예품 상인의 말처럼, 인사동 거리에 사람이 다시 북적이기 시작한 때는 올 봄입니다. 거리 두기 해제로 입국과 영업 시간이 자유로워졌고, 청와대 개방 효과로 '광화문-북촌-인사동'으로 이어지는 종로구 내 '전통 문화 관광 코스'가 활성화됐습니다. 최근 여름 휴가철에도 그 여세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4월에 거리 두기 풀리자마자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청와대 개방하면서 5~6월에 진짜 많아졌어요. 매출도 피크였죠. 외국인들은 휴가철인 7~8월에 주로 왔고요. 선물용 모자·스카프, 핸드메이드 염색 옷을 많이 찾더라고요. 올 가을에도 날씨 좋아지면 내국인 관광객이 많아질 것으로 봅니다." - (의류점 주인 C씨)

"8월부터 확실히 '피부로 느낄 정도로' 외국인들이 많이 왔어요. 저희는 전통 '탈'을 제작해서 파는 곳인데, 수집하는 외국 마니아들이 있거든요. 그분들이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못 오다가 최근 들어 많이 오게 됐죠. 매출도 코로나 사태 이전의 7~80%까지 회복되고 있습니다." - (전통 탈 상인 D씨)

인사동 대로에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다. 인사동을 구경하러 온 한 국제 커플은 “코로나가 심했던 첫 해(2020년)보다 나아진 거 같다. 활기를 찾은 것 같다”고 했다.
현지 상인 외에도 일반 관광객, 예술가들 또한 근래 들어 인사동 내 유동인구가 많아진 것을 실감하고 있었습니다. 인사동을 구경하러 온 한 국제 커플은 "코로나가 심했던 첫 해(2020년)보다 나아진 거 같다. 활기를 찾은 것 같다"고 했고, 한 여성 관광객은 "평일에 이 정도 사람이 모일 정도면 상황이 크게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인사동의 한 갤러리 전시회에 참가한 화가 박미서씨는 "오전 시간에도 서양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 전시회를 관람했다"며 "코로나가 터진 이후 지난 3년 동안은 간혹 전시회를 열어도 관람객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사동 대로에 관광객이 즐비하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사동 방문 후기, 인사동 관광 계획 글이 다수 발견된다. “오랜만에 와봤는데 밤거리도 근사해졌다” “작년 가을 이후 1년 만에 다시 찾았는데 예전처럼 거리에 사람이 많아 보였다” 등이다.
인사동 ‘쌈지길’을 오가는 외국인 관광객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7월 한국관광통계’에 의하면,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6만 3,986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8만 3,005명) 대비 218% 증가했다.
■ "코로나 확산기 대비 관광객 2~3배 늘어"…외국인 '데이트 코스'로 추천도

실제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사동 방문 후기, 인사동 관광 계획 글이 다수 발견됩니다. "오랜만에 와봤는데 밤거리도 근사해졌다" "작년 가을 이후 1년 만에 다시 찾았는데 예전처럼 거리에 사람이 많아 보였다" 등입니다. 이밖에 기념품 가게 리뷰, 칼국수 맛집 소개 글, 외국인 데이트 코스 추천 글도 올라왔습니다.

양태섭 / 인사전통문화보존회 사무국장

"2020~2021년에 비해 유동 관광객이 2~3배 늘었어요. 저희도 다양한 행사와 홍보 활동으로 모객에 나서고 있는데, 이 정도면 활성화 전조 단계라고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여행사들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특히 동남아 관광객들이 한국 관광지 중에서 인사동을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K-팝 등 한류의 영향 때문인 것 같아요. 한국이라는 나라를 더 깊게 알고 싶으니까, 한국의 전통 문화를 접하기 위해 인사동에 오는 거죠."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7월 한국관광통계'에 의하면,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6만 3,986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8만 3,005명) 대비 218% 증가했습니다. 1년 사이 3배 이상 '폭증'한 셈입니다. 미국에서 온 관광객이 5만 3,942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1만 8,867명), 필리핀(1만 8,146명), 중국(1만 7,907명)이 뒤를 이었습니다.

2022 인사동 엔틱&아트페어 개막식에 내빈들이 참석해 있는 모습.
2022 인사동 엔틱&아트페어 개막식 사물놀이 공연.
■ 고미술과 NFT의 만남…인사동이 젊어진다

인사동이 활기를 되찾는 요인에는 '신구(新舊) 문화의 조화'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 문화 가게들이 즐비한 인사동 대로 일각에는 쌈지길, 안녕인사동 같은 현대적 쇼핑 센터가 이색적인 매력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대형 단지에서 펼쳐지는 각종 공연과 퍼포먼스는 한옥 위주의 인사동 거리에 참신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또한, 관할 단체 차원에서 인사동의 전통미를 세련되게 전파하기 위해 다양한 축제와 행사를 기획·유치하고 있는 것도 효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사동 하면 떠오르는 고미술 분야와 현대적 감각의 예술을 접목시킨 아트페어 같은 행사가 청년 세대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진행되는 '2022 인사동 엔틱&아트페어'가 대표적입니다.

안녕인사동 센트럴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행사는 지난 5일까지 '엔틱(국악, 고미술, 나전·표구·지필묵)' 전시를 성황리에 마치고, 오는 18일까지 NFT(대체 불가능 토큰)&아트페어 청년 작가 초대전을 진행합니다. 25일까지는 차·공예 박람회, 시 낭송회, 작가 강연 등이 이어집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한국 예술이 복합적인 '오감(五感) 만족'으로 관광객들을 매료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지난 5월 1일 오후 연등 행렬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길을 지나 조계사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코로나 여파, 고물가 시대…'규제 혁파'로 인사동 띄워야

물론 현재로선 관광객이 늘어난다고 해서, 인사동 경기가 코로나 사태 이전만큼 되살아난다고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인사동에서 도자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단체 관광, 비즈니스 목적으로 온 외국인이 늘었지만 아직까지 소비 증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털어놨습니다.

따라서 열띤 관광이 실소비로 이어지고, 복합 문화 공간과 질 좋은 제품을 파는 상점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나려면 시간이 더 지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시기적으로도 '코로나 터널'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최근 '고물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경기 불황의 우려가 다시금 새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지요.

결국, 외적 조건에 휘청이지 않으려면, 인사동만의 '참신하고 독보적인 문화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 관광객들을 계속 유치하는 노력이 수반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국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주는 '정책적 지원'도 중요합니다.

인사동에서 오랜 기간 지필묵 가게를 운영해온 상인은 "지나친 규제가 쓸데없이 많다. 가령 대로변 가게 1층에는 식당이 들어올 수 없고, 가게들은 외국처럼 LED TV나 전광판 같은 시청각 화면을 활용해 상품을 광고할 수도 없다"며 "(규제 당국이) '인사동이라서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인사동이기 때문에 된다'는 마인드로 전환해야 한다. 인사동이 살아나려면 다각도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번 호황을 계기로 인사동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서울을 넘어 한국의 대표적 전통 명소라는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취재 지원: 최민주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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