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론스타ISDS]③ 정부의 딜레마…이를 어쩌나?

입력 2022.09.13 (17:04) 수정 2022.09.2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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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계속된 론스타-한국 정부 간 ISDS(국제투자분쟁)에서 중재판정부는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론스타의 손해를 인정하고, 한국 금융당국이 가격 협상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판정했습니다.

지금부터 주목해서 들여다 보아야 할 부분도 이 부분입니다. 이자까지 포함해 3천억 원 가까이 되는 돈을 론스타에 배상하게 된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규명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 ICC, “금융당국, 협상 개입” VS 정부- 하나금융, “개입 안 해”

2020년 6월 KBS는 론스타-하나금융 간 ICC 중재판정문을 단독 입수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KBS는 ICC 판정부가 “금융당국이 론스타와 하나금융 사이의 가격 협상에 개입했다”고 판단했고, 이는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중재에서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연관 기사] 시사기획창 ‘론스타 17년, 원죄와 면죄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8007


이에 대해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은 KBS 취재팀에게 “금융당국이 어떻게 가격 협상에 개입할 수 있느냐.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줄곧 개입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김승유 하나금융 전 회장도 금융당국 개입을 부인했습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된 론스타의 상황을 이용해 가격을 깎았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론스타와 협상에서) 얼마면 되겠느냐? 뭐 이런 얘기를 한 거죠. 그런데 이게 주당 12,000이 넘으면 안 되겠다. 이거는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나 이런 데도 설득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데 제가 그때 핑계댄 게 정치만 한 게 아니라 시민단체, 정치, 언론, 모든 사회적인 압력을 계속 얘기를 했어요. 근데 론스타는 그건 다 폐기하고 정부와 정치인들만 문제제기 한 거에요. 그래야 ISDS가 되잖아요."
-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정부 역시 금융당국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부인했습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합동으로 자료를 내 이를 반박했습니다.


정부는 “ ICC 판정문에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내용이 포함된 건 사실”이라며 KBS 보도를 인정하면서도, “금융당국이 인수 가격을 인하를 요구한 사실이 없으며 ICC 판정은 ICSID 판정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ICSID, ”금융당국, 가격 인하 달성 때까지 승인심사 보류”

하지만 ICSID 판정부는 금융당국의 승인 지연을 인정하고, “승인 지연의 목적이 정치인과 대중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론스타가 가격 인하를 수용한 것은 금융위의 부적절한 가격 개입 때문”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ICSID 협약은 대한민국을 포함해 2021년 1월 현재 163개국이 서명하고 154개국이 비준한 국제협약입니다. ICSID 협약 제54조 제1항은 협정에 서명한 국가들이 중재판정을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승인하고, 해당 국가 법원의 최종 판결과 같이 취급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 판정에 따른 금전상 의무도 집행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국제법 원칙의 적용을 받습니다.

■ 정부의 딜레마…이를 어쩌나?

정부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습니다. ICSID 판정을 수용하면 론스타에 배상을 집행하는 것은 물론, 위법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진실과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합니다. 중재판정부의 ‘위법’ 판정은 국내 법원이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과 같은 효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나 감사원, 국회 등이 구체적인 위법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제출해야 합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판정문의 내용이 중요한 건 이 때문입니다. ICC 판정문에 언급된 당시 상황으로 보면 금융당국 책임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며, 하나금융에서는 김승유 회장과 김병호 부회장 등입니다.

반대로 진실과 책임 규명 의무에서 벗어나려면 정부가 이 판정을 끝까지 부인해야 하고 방법은 취소신청을 하는 것뿐입니다.

■ 법무부 ‘구상권’ 언급…책임 밝히려면 진실 규명 필요

법무부는 지난 8월 31일 판정 결과를 설명하면서 ‘구상권’을 언급했습니다. 중재판정부의 판정을 인정할 경우 3천억 원 가까이 되는 배상에 대해 그 책임자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법무부는 그러면서 승인 지연, 그리고 매각 금액 인하와 관련한 부분이 손해배상의 근거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중재판정부가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부분입니다.

취재 최문호 기자 bird@kbs.co.kr 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촬영 김성현 기자 neptune@kbs.co.kr 허용석 기자 godup@kbs.co.kr
자료조사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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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론스타ISDS]③ 정부의 딜레마…이를 어쩌나?
    • 입력 2022-09-13 17:04:29
    • 수정2022-09-20 19:47:26
    탐사K

10년간 계속된 론스타-한국 정부 간 ISDS(국제투자분쟁)에서 중재판정부는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론스타의 손해를 인정하고, 한국 금융당국이 가격 협상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판정했습니다.

지금부터 주목해서 들여다 보아야 할 부분도 이 부분입니다. 이자까지 포함해 3천억 원 가까이 되는 돈을 론스타에 배상하게 된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규명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 ICC, “금융당국, 협상 개입” VS 정부- 하나금융, “개입 안 해”

2020년 6월 KBS는 론스타-하나금융 간 ICC 중재판정문을 단독 입수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KBS는 ICC 판정부가 “금융당국이 론스타와 하나금융 사이의 가격 협상에 개입했다”고 판단했고, 이는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중재에서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연관 기사] 시사기획창 ‘론스타 17년, 원죄와 면죄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8007


이에 대해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은 KBS 취재팀에게 “금융당국이 어떻게 가격 협상에 개입할 수 있느냐.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줄곧 개입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김승유 하나금융 전 회장도 금융당국 개입을 부인했습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된 론스타의 상황을 이용해 가격을 깎았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론스타와 협상에서) 얼마면 되겠느냐? 뭐 이런 얘기를 한 거죠. 그런데 이게 주당 12,000이 넘으면 안 되겠다. 이거는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나 이런 데도 설득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데 제가 그때 핑계댄 게 정치만 한 게 아니라 시민단체, 정치, 언론, 모든 사회적인 압력을 계속 얘기를 했어요. 근데 론스타는 그건 다 폐기하고 정부와 정치인들만 문제제기 한 거에요. 그래야 ISDS가 되잖아요."
-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정부 역시 금융당국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부인했습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합동으로 자료를 내 이를 반박했습니다.


정부는 “ ICC 판정문에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내용이 포함된 건 사실”이라며 KBS 보도를 인정하면서도, “금융당국이 인수 가격을 인하를 요구한 사실이 없으며 ICC 판정은 ICSID 판정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ICSID, ”금융당국, 가격 인하 달성 때까지 승인심사 보류”

하지만 ICSID 판정부는 금융당국의 승인 지연을 인정하고, “승인 지연의 목적이 정치인과 대중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론스타가 가격 인하를 수용한 것은 금융위의 부적절한 가격 개입 때문”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ICSID 협약은 대한민국을 포함해 2021년 1월 현재 163개국이 서명하고 154개국이 비준한 국제협약입니다. ICSID 협약 제54조 제1항은 협정에 서명한 국가들이 중재판정을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승인하고, 해당 국가 법원의 최종 판결과 같이 취급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 판정에 따른 금전상 의무도 집행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국제법 원칙의 적용을 받습니다.

■ 정부의 딜레마…이를 어쩌나?

정부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습니다. ICSID 판정을 수용하면 론스타에 배상을 집행하는 것은 물론, 위법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진실과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합니다. 중재판정부의 ‘위법’ 판정은 국내 법원이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과 같은 효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나 감사원, 국회 등이 구체적인 위법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제출해야 합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판정문의 내용이 중요한 건 이 때문입니다. ICC 판정문에 언급된 당시 상황으로 보면 금융당국 책임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며, 하나금융에서는 김승유 회장과 김병호 부회장 등입니다.

반대로 진실과 책임 규명 의무에서 벗어나려면 정부가 이 판정을 끝까지 부인해야 하고 방법은 취소신청을 하는 것뿐입니다.

■ 법무부 ‘구상권’ 언급…책임 밝히려면 진실 규명 필요

법무부는 지난 8월 31일 판정 결과를 설명하면서 ‘구상권’을 언급했습니다. 중재판정부의 판정을 인정할 경우 3천억 원 가까이 되는 배상에 대해 그 책임자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법무부는 그러면서 승인 지연, 그리고 매각 금액 인하와 관련한 부분이 손해배상의 근거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중재판정부가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부분입니다.

취재 최문호 기자 bird@kbs.co.kr 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촬영 김성현 기자 neptune@kbs.co.kr 허용석 기자 godup@kbs.co.kr
자료조사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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