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소음 수십 년 참았는데…쪼개기식 매입에 주민 분통

입력 2022.09.13 (17:16) 수정 2022.09.13 (17:3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고령의 주민들이 수십 년간 전투기 소음과 전쟁을 치르듯 살고 있는 마을이 있습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이 있는 충남 서산의 한 마을 이야기인데요.

소음도 모자라 비행장 안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가 필요한 만큼씩만 마을의 땅을 잘라 매입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 솔 기자입니다.

[리포트]

고요한 하늘에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날아갑니다.

1분도 안 돼 또 다른 전투기가 뒤따릅니다.

[장미순/주민 : "훈련할 때는 아침부터 저녁 밤중까지 창문이 다 흔들려요. 말도 못하게 참았죠. 그 고통이…."]

야간훈련이라도 있는 날에는 밤낮없이 전투기가 뜨고 내립니다.

수십 년간 지속된 소음과 진동에 건물 곳곳엔 금이 가 있습니다.

[이도은/주민 : "비행기가 지붕 위로 날아가니까 계속 창이 흔들리더라고요. 흔들리면서 서서히 금이 갔단 말이에요."]

공군 비행장에 인접한 이 마을은 국방부가 지정한 최상위 소음대책 지역입니다.

한때 90가구가 살았지만 지금은 24가구만 남았습니다.

살고 있는 주민 대부분도 고령층입니다.

그런데 최근 비행장 안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가 부지를 확장한다며 6가구에만 토지 매입 공문을 보냈습니다.

주민들에게 통보된 이번 4차 매입 예정 지역은 지금 제가 서 있는 이곳을 기준으로 왼쪽은 포함되고 오른쪽은 미포함됐습니다.

1996년 비행장이 들어선 뒤 연구소는 필요할 때마다 마을을 쪼개기식으로 매입해 담장을 쌓고 철조망을 세웠습니다.

지금까지 연구소에 편입된 면적은 마을 3분의 1이 넘는 29만㎡.

이번 4차 매입이 진행되면 마을이 기역 모양으로 남게 됩니다.

[이무영/마을 이장 : "4차 공사를 한다고 하면 분진이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그럼 피해는 결과적으로 남은 주민들이 피해를 본단 말이에요."]

마을 전체를 사업지구에 포함해달라는 주민 요청에 연구소 측은 예산 문제 등으로 한꺼번에 매입하기는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한솔입니다.

촬영기자:유민철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비행기 소음 수십 년 참았는데…쪼개기식 매입에 주민 분통
    • 입력 2022-09-13 17:16:49
    • 수정2022-09-13 17:30:50
    뉴스 5
[앵커]

고령의 주민들이 수십 년간 전투기 소음과 전쟁을 치르듯 살고 있는 마을이 있습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이 있는 충남 서산의 한 마을 이야기인데요.

소음도 모자라 비행장 안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가 필요한 만큼씩만 마을의 땅을 잘라 매입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 솔 기자입니다.

[리포트]

고요한 하늘에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날아갑니다.

1분도 안 돼 또 다른 전투기가 뒤따릅니다.

[장미순/주민 : "훈련할 때는 아침부터 저녁 밤중까지 창문이 다 흔들려요. 말도 못하게 참았죠. 그 고통이…."]

야간훈련이라도 있는 날에는 밤낮없이 전투기가 뜨고 내립니다.

수십 년간 지속된 소음과 진동에 건물 곳곳엔 금이 가 있습니다.

[이도은/주민 : "비행기가 지붕 위로 날아가니까 계속 창이 흔들리더라고요. 흔들리면서 서서히 금이 갔단 말이에요."]

공군 비행장에 인접한 이 마을은 국방부가 지정한 최상위 소음대책 지역입니다.

한때 90가구가 살았지만 지금은 24가구만 남았습니다.

살고 있는 주민 대부분도 고령층입니다.

그런데 최근 비행장 안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가 부지를 확장한다며 6가구에만 토지 매입 공문을 보냈습니다.

주민들에게 통보된 이번 4차 매입 예정 지역은 지금 제가 서 있는 이곳을 기준으로 왼쪽은 포함되고 오른쪽은 미포함됐습니다.

1996년 비행장이 들어선 뒤 연구소는 필요할 때마다 마을을 쪼개기식으로 매입해 담장을 쌓고 철조망을 세웠습니다.

지금까지 연구소에 편입된 면적은 마을 3분의 1이 넘는 29만㎡.

이번 4차 매입이 진행되면 마을이 기역 모양으로 남게 됩니다.

[이무영/마을 이장 : "4차 공사를 한다고 하면 분진이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그럼 피해는 결과적으로 남은 주민들이 피해를 본단 말이에요."]

마을 전체를 사업지구에 포함해달라는 주민 요청에 연구소 측은 예산 문제 등으로 한꺼번에 매입하기는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한솔입니다.

촬영기자:유민철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