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 도시 ‘울산’…“언어는 권리”

입력 2022.09.13 (19:35) 수정 2022.09.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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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어상용도시' 사업 논란과 함께 부산시의 외국어 남용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전국에서 공공언어를 가장 바르게 쓰는 지역이 어디인가 봤더니, 바로 인근, 울산이었습니다.

부산과 어떻게 다른지 이이슬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울산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평소 많이 쓰는 단어를 바꿔 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외국어로 짜깁기돼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을 쉬운 우리말로 고치는 겁니다.

이 학교는 정규 교과 과정과 별도로 확장형 수업으로 우리말 순화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혜은/중학교 3학년 : "외래어나 한자어를 일상생활에서 많이 쓴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제대로 바르게 고쳐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울산시교육청은 지난해 제정된 국어 조례를 바탕으로 공공언어 순화 정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공문서 정비 작업.

국립국어원의 자문을 바탕으로 무분별하게 쓰이는 외국어 정책 용어를 바꿔쓰고 있습니다.

다음 달에는 공문서 180편을 다듬어 모든 학교에 배포할 예정입니다.

'언어가 곧 권리'라는 정책적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하광호/울산시교육청 장학사 : "(문서를 만든) 주체자의 의미와 시민이 받아들이는 의미가 달라지면 의사 전달이 안 돼서 민원인에게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에 그걸 예방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유일하게 '한글' 전담 조직이 있는 울산 중구.

지난해부터 직원들의 국어 교육을 의무화한 데 이어 부서에서 생산하는 공문서의 오류도 찾아내 개선하고 있습니다.

언어를 순화했더니 행정의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이동찬/울산 중구 문화관광과장 : "최근에 도롯가에 '싱크홀'이 많이 생기잖습니까. 그게 나이 드신 분들은 그 용어를 쉽게 전달 못 받는데 '땅꺼짐'으로 바꾼다든지 '랜드마크'를 '상징물'로 쓴다든지..."]

그 결과, 울산은 전국 광역도시 공공언어 실태 조사에서 해마다 우수 기관으로 꼽힙니다.

외국어 오남용 비율이 20% 이하로, 전국에서 오남용이 가장 심각한 부산과 확연하게 다릅니다.

두 도시가 추진하는 비슷한 정책 자료에 쓰인 단어를 보면 그 차이는 더 두드러집니다.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공성을 띠어야 한다는 공공언어의 기능은 같지만, 실제 사용 행태와 정책의 추진 방향은 지자체의 철학과 의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촬영기자:정운호·김용삼/그래픽:김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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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언어 도시 ‘울산’…“언어는 권리”
    • 입력 2022-09-13 19:35:08
    • 수정2022-09-13 20:13:41
    뉴스7(부산)
[앵커]

'영어상용도시' 사업 논란과 함께 부산시의 외국어 남용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전국에서 공공언어를 가장 바르게 쓰는 지역이 어디인가 봤더니, 바로 인근, 울산이었습니다.

부산과 어떻게 다른지 이이슬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울산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평소 많이 쓰는 단어를 바꿔 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외국어로 짜깁기돼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을 쉬운 우리말로 고치는 겁니다.

이 학교는 정규 교과 과정과 별도로 확장형 수업으로 우리말 순화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혜은/중학교 3학년 : "외래어나 한자어를 일상생활에서 많이 쓴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제대로 바르게 고쳐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울산시교육청은 지난해 제정된 국어 조례를 바탕으로 공공언어 순화 정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공문서 정비 작업.

국립국어원의 자문을 바탕으로 무분별하게 쓰이는 외국어 정책 용어를 바꿔쓰고 있습니다.

다음 달에는 공문서 180편을 다듬어 모든 학교에 배포할 예정입니다.

'언어가 곧 권리'라는 정책적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하광호/울산시교육청 장학사 : "(문서를 만든) 주체자의 의미와 시민이 받아들이는 의미가 달라지면 의사 전달이 안 돼서 민원인에게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에 그걸 예방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유일하게 '한글' 전담 조직이 있는 울산 중구.

지난해부터 직원들의 국어 교육을 의무화한 데 이어 부서에서 생산하는 공문서의 오류도 찾아내 개선하고 있습니다.

언어를 순화했더니 행정의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이동찬/울산 중구 문화관광과장 : "최근에 도롯가에 '싱크홀'이 많이 생기잖습니까. 그게 나이 드신 분들은 그 용어를 쉽게 전달 못 받는데 '땅꺼짐'으로 바꾼다든지 '랜드마크'를 '상징물'로 쓴다든지..."]

그 결과, 울산은 전국 광역도시 공공언어 실태 조사에서 해마다 우수 기관으로 꼽힙니다.

외국어 오남용 비율이 20% 이하로, 전국에서 오남용이 가장 심각한 부산과 확연하게 다릅니다.

두 도시가 추진하는 비슷한 정책 자료에 쓰인 단어를 보면 그 차이는 더 두드러집니다.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공성을 띠어야 한다는 공공언어의 기능은 같지만, 실제 사용 행태와 정책의 추진 방향은 지자체의 철학과 의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촬영기자:정운호·김용삼/그래픽:김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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