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전투기 소음 수십 년…주민 분통
입력 2022.09.13 (19:40)
수정 2022.09.1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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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보도국 한솔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서산에 공군 비행장이 들어선 게 1996년이니까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는데요.
비행장이 있는 기지1리 주민들, 그동안 뉴스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됐지만 여전히 소음에 고통받고 계시네요.
[기자]
네, 서산시 해미면 기지1리는 현재 24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앞선 기사에서 보셨듯이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인데요.
이 기지1리는 공군비행장, 그리고 비행장 안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 울타리에 인접해있습니다.
주민들은 1996년 비행장이 들어선 이후 귀를 찢는 듯한 전투기 소음과 진동을 고스란히 감내하며 살아왔습니다.
이것만도 고통스럽지만 또 다른 걱정은 마을이 점점 쪼개지고 있다는 겁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부지 확장을 위해 기지1리를 조금씩 매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이번이 4번째 매입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연구소는 2003년부터 필요할 때마다 마을을 조금씩 사들여서 담장을 쌓고 철조망을 세웠는데요.
한 때 90가구가 살았던 기지1리는 잇따른 부지 편입으로 이제는 24가구만 남은 '초소형 마을'로 전락했습니다.
이번 4차 매입까지 예정대로 진행되면 마을이 기역 모양으로 남게 돼 마을 기능을 하기 어렵게 되는데요.
마을 주민들은 남은 사람들은 도저히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앵커]
현재 남은 24가구 중에 국방과학연구소가 매입을 통보한 게 6가구라고 했죠.
이 여섯 가구를 고른 기준이 뭔가요?
[기자]
예산입니다.
연구소 측은 사업 규모에 맞춰 필요한 부지를 정하고 예산이 허락한 만큼만 기지1리를 추가 매입하기로 한 건데요.
이 과정에서 앞선 매입과 마찬가지로 남은 주민들이 겪을 불편과 생활 환경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52년째 기지1리에 살고 있는 유장춘 할머니는 "연구소가 동네를 찢어놨다"고 표현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매입 이후 보안을 이유로 부지 경계에 4m 높이의 흙담을 쌓고 철조망을 새웁니다.
남은 주민들은 이 철조망을 바라보며 살게 되는 건데요.
담을 쌓는 과정에서 공사 차량이 오가며 생기는 분진도 심각하다고 합니다.
매입 통보를 받은 주민들도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를 이어 기지1리에 살아온 주민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한만호/87세/기지 1리 주민 : "50~60년 같이 한 부락에서 이렇게 한 동네서 살던 사람들을 그저 뭐했다고. 지금 보상받아서 좋다고 나갈 사람 별로 없어요. 여기. 사실."]
[앵커]
여러모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사업지구를 확대할 수는 없는 겁니까?
[기자]
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산시도 차라리 마을 전체를 사업지구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는 지난달 말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 사업지구 확대를 공식적으로 건의했는데요.
하지만 연구소가 매입하려는 부지가 사유지이다 보니 시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습니다.
연구소 측은 예산상 어쩔 수 없다는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는데요.
한정된 예산과 사업 목적에 따라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연구소가 행정편의를 앞세워 부지 매입을 추진하면서 남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주민들이 피해 보상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속적으로 전투기 소음에 노출된 주민들은 난청과 이명 등 청력이 손상됐다며 피해 보상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취재에 앞서 서산시 관계자는 "비행장 인근 지역 이장님들은 다 목소리가 커서 공무원들도 소리를 지르듯이 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는데요.
실제 기지1리에 가보니 주민들 가운데 청력이 상해 목소리가 크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미 2020년 11월 '군소음보상법'이 시행되면서 군소음 피해를 받고 있는 주민들이 일정 정도 보상금을 받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보상금도 소음 규모에 따라 한 달 3만 원에서 6만 원에 불과합니다.
주민들은 보다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필요하다며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주민들이 매일 겪고 있는 소음 피해에 비해 많은 액수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기자]
네, 서산시만 해도 군이 피해를 인정한 주민이 이번에 취재한 기지1리를 포함 4개 면, 2개 동에서 만7백9명에 달합니다.
이 소음 피해만도 큰 고통인데 기지1리는 여기에 더해 마을경관이 훼손되고 공동체가 무너지는 피해까지 겪고 있는 셈입니다.
고령의 주민들이 오랜 시간 겪어온,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내용 취재한 보도국 한솔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서산에 공군 비행장이 들어선 게 1996년이니까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는데요.
비행장이 있는 기지1리 주민들, 그동안 뉴스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됐지만 여전히 소음에 고통받고 계시네요.
[기자]
네, 서산시 해미면 기지1리는 현재 24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앞선 기사에서 보셨듯이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인데요.
이 기지1리는 공군비행장, 그리고 비행장 안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 울타리에 인접해있습니다.
주민들은 1996년 비행장이 들어선 이후 귀를 찢는 듯한 전투기 소음과 진동을 고스란히 감내하며 살아왔습니다.
이것만도 고통스럽지만 또 다른 걱정은 마을이 점점 쪼개지고 있다는 겁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부지 확장을 위해 기지1리를 조금씩 매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이번이 4번째 매입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연구소는 2003년부터 필요할 때마다 마을을 조금씩 사들여서 담장을 쌓고 철조망을 세웠는데요.
한 때 90가구가 살았던 기지1리는 잇따른 부지 편입으로 이제는 24가구만 남은 '초소형 마을'로 전락했습니다.
이번 4차 매입까지 예정대로 진행되면 마을이 기역 모양으로 남게 돼 마을 기능을 하기 어렵게 되는데요.
마을 주민들은 남은 사람들은 도저히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앵커]
현재 남은 24가구 중에 국방과학연구소가 매입을 통보한 게 6가구라고 했죠.
이 여섯 가구를 고른 기준이 뭔가요?
[기자]
예산입니다.
연구소 측은 사업 규모에 맞춰 필요한 부지를 정하고 예산이 허락한 만큼만 기지1리를 추가 매입하기로 한 건데요.
이 과정에서 앞선 매입과 마찬가지로 남은 주민들이 겪을 불편과 생활 환경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52년째 기지1리에 살고 있는 유장춘 할머니는 "연구소가 동네를 찢어놨다"고 표현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매입 이후 보안을 이유로 부지 경계에 4m 높이의 흙담을 쌓고 철조망을 새웁니다.
남은 주민들은 이 철조망을 바라보며 살게 되는 건데요.
담을 쌓는 과정에서 공사 차량이 오가며 생기는 분진도 심각하다고 합니다.
매입 통보를 받은 주민들도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를 이어 기지1리에 살아온 주민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한만호/87세/기지 1리 주민 : "50~60년 같이 한 부락에서 이렇게 한 동네서 살던 사람들을 그저 뭐했다고. 지금 보상받아서 좋다고 나갈 사람 별로 없어요. 여기. 사실."]
[앵커]
여러모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사업지구를 확대할 수는 없는 겁니까?
[기자]
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산시도 차라리 마을 전체를 사업지구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는 지난달 말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 사업지구 확대를 공식적으로 건의했는데요.
하지만 연구소가 매입하려는 부지가 사유지이다 보니 시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습니다.
연구소 측은 예산상 어쩔 수 없다는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는데요.
한정된 예산과 사업 목적에 따라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연구소가 행정편의를 앞세워 부지 매입을 추진하면서 남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주민들이 피해 보상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속적으로 전투기 소음에 노출된 주민들은 난청과 이명 등 청력이 손상됐다며 피해 보상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취재에 앞서 서산시 관계자는 "비행장 인근 지역 이장님들은 다 목소리가 커서 공무원들도 소리를 지르듯이 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는데요.
실제 기지1리에 가보니 주민들 가운데 청력이 상해 목소리가 크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미 2020년 11월 '군소음보상법'이 시행되면서 군소음 피해를 받고 있는 주민들이 일정 정도 보상금을 받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보상금도 소음 규모에 따라 한 달 3만 원에서 6만 원에 불과합니다.
주민들은 보다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필요하다며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주민들이 매일 겪고 있는 소음 피해에 비해 많은 액수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기자]
네, 서산시만 해도 군이 피해를 인정한 주민이 이번에 취재한 기지1리를 포함 4개 면, 2개 동에서 만7백9명에 달합니다.
이 소음 피해만도 큰 고통인데 기지1리는 여기에 더해 마을경관이 훼손되고 공동체가 무너지는 피해까지 겪고 있는 셈입니다.
고령의 주민들이 오랜 시간 겪어온,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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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22-09-13 20: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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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 취재한 보도국 한솔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서산에 공군 비행장이 들어선 게 1996년이니까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는데요.
비행장이 있는 기지1리 주민들, 그동안 뉴스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됐지만 여전히 소음에 고통받고 계시네요.
[기자]
네, 서산시 해미면 기지1리는 현재 24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앞선 기사에서 보셨듯이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인데요.
이 기지1리는 공군비행장, 그리고 비행장 안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 울타리에 인접해있습니다.
주민들은 1996년 비행장이 들어선 이후 귀를 찢는 듯한 전투기 소음과 진동을 고스란히 감내하며 살아왔습니다.
이것만도 고통스럽지만 또 다른 걱정은 마을이 점점 쪼개지고 있다는 겁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부지 확장을 위해 기지1리를 조금씩 매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이번이 4번째 매입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연구소는 2003년부터 필요할 때마다 마을을 조금씩 사들여서 담장을 쌓고 철조망을 세웠는데요.
한 때 90가구가 살았던 기지1리는 잇따른 부지 편입으로 이제는 24가구만 남은 '초소형 마을'로 전락했습니다.
이번 4차 매입까지 예정대로 진행되면 마을이 기역 모양으로 남게 돼 마을 기능을 하기 어렵게 되는데요.
마을 주민들은 남은 사람들은 도저히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앵커]
현재 남은 24가구 중에 국방과학연구소가 매입을 통보한 게 6가구라고 했죠.
이 여섯 가구를 고른 기준이 뭔가요?
[기자]
예산입니다.
연구소 측은 사업 규모에 맞춰 필요한 부지를 정하고 예산이 허락한 만큼만 기지1리를 추가 매입하기로 한 건데요.
이 과정에서 앞선 매입과 마찬가지로 남은 주민들이 겪을 불편과 생활 환경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52년째 기지1리에 살고 있는 유장춘 할머니는 "연구소가 동네를 찢어놨다"고 표현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매입 이후 보안을 이유로 부지 경계에 4m 높이의 흙담을 쌓고 철조망을 새웁니다.
남은 주민들은 이 철조망을 바라보며 살게 되는 건데요.
담을 쌓는 과정에서 공사 차량이 오가며 생기는 분진도 심각하다고 합니다.
매입 통보를 받은 주민들도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를 이어 기지1리에 살아온 주민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한만호/87세/기지 1리 주민 : "50~60년 같이 한 부락에서 이렇게 한 동네서 살던 사람들을 그저 뭐했다고. 지금 보상받아서 좋다고 나갈 사람 별로 없어요. 여기. 사실."]
[앵커]
여러모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사업지구를 확대할 수는 없는 겁니까?
[기자]
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산시도 차라리 마을 전체를 사업지구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는 지난달 말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 사업지구 확대를 공식적으로 건의했는데요.
하지만 연구소가 매입하려는 부지가 사유지이다 보니 시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습니다.
연구소 측은 예산상 어쩔 수 없다는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는데요.
한정된 예산과 사업 목적에 따라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연구소가 행정편의를 앞세워 부지 매입을 추진하면서 남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주민들이 피해 보상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속적으로 전투기 소음에 노출된 주민들은 난청과 이명 등 청력이 손상됐다며 피해 보상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취재에 앞서 서산시 관계자는 "비행장 인근 지역 이장님들은 다 목소리가 커서 공무원들도 소리를 지르듯이 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는데요.
실제 기지1리에 가보니 주민들 가운데 청력이 상해 목소리가 크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미 2020년 11월 '군소음보상법'이 시행되면서 군소음 피해를 받고 있는 주민들이 일정 정도 보상금을 받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보상금도 소음 규모에 따라 한 달 3만 원에서 6만 원에 불과합니다.
주민들은 보다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필요하다며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주민들이 매일 겪고 있는 소음 피해에 비해 많은 액수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기자]
네, 서산시만 해도 군이 피해를 인정한 주민이 이번에 취재한 기지1리를 포함 4개 면, 2개 동에서 만7백9명에 달합니다.
이 소음 피해만도 큰 고통인데 기지1리는 여기에 더해 마을경관이 훼손되고 공동체가 무너지는 피해까지 겪고 있는 셈입니다.
고령의 주민들이 오랜 시간 겪어온,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내용 취재한 보도국 한솔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서산에 공군 비행장이 들어선 게 1996년이니까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는데요.
비행장이 있는 기지1리 주민들, 그동안 뉴스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됐지만 여전히 소음에 고통받고 계시네요.
[기자]
네, 서산시 해미면 기지1리는 현재 24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앞선 기사에서 보셨듯이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인데요.
이 기지1리는 공군비행장, 그리고 비행장 안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 울타리에 인접해있습니다.
주민들은 1996년 비행장이 들어선 이후 귀를 찢는 듯한 전투기 소음과 진동을 고스란히 감내하며 살아왔습니다.
이것만도 고통스럽지만 또 다른 걱정은 마을이 점점 쪼개지고 있다는 겁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부지 확장을 위해 기지1리를 조금씩 매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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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4번째 매입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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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연구소는 2003년부터 필요할 때마다 마을을 조금씩 사들여서 담장을 쌓고 철조망을 세웠는데요.
한 때 90가구가 살았던 기지1리는 잇따른 부지 편입으로 이제는 24가구만 남은 '초소형 마을'로 전락했습니다.
이번 4차 매입까지 예정대로 진행되면 마을이 기역 모양으로 남게 돼 마을 기능을 하기 어렵게 되는데요.
마을 주민들은 남은 사람들은 도저히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앵커]
현재 남은 24가구 중에 국방과학연구소가 매입을 통보한 게 6가구라고 했죠.
이 여섯 가구를 고른 기준이 뭔가요?
[기자]
예산입니다.
연구소 측은 사업 규모에 맞춰 필요한 부지를 정하고 예산이 허락한 만큼만 기지1리를 추가 매입하기로 한 건데요.
이 과정에서 앞선 매입과 마찬가지로 남은 주민들이 겪을 불편과 생활 환경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52년째 기지1리에 살고 있는 유장춘 할머니는 "연구소가 동네를 찢어놨다"고 표현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매입 이후 보안을 이유로 부지 경계에 4m 높이의 흙담을 쌓고 철조망을 새웁니다.
남은 주민들은 이 철조망을 바라보며 살게 되는 건데요.
담을 쌓는 과정에서 공사 차량이 오가며 생기는 분진도 심각하다고 합니다.
매입 통보를 받은 주민들도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를 이어 기지1리에 살아온 주민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한만호/87세/기지 1리 주민 : "50~60년 같이 한 부락에서 이렇게 한 동네서 살던 사람들을 그저 뭐했다고. 지금 보상받아서 좋다고 나갈 사람 별로 없어요. 여기. 사실."]
[앵커]
여러모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사업지구를 확대할 수는 없는 겁니까?
[기자]
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산시도 차라리 마을 전체를 사업지구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는 지난달 말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 사업지구 확대를 공식적으로 건의했는데요.
하지만 연구소가 매입하려는 부지가 사유지이다 보니 시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습니다.
연구소 측은 예산상 어쩔 수 없다는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는데요.
한정된 예산과 사업 목적에 따라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연구소가 행정편의를 앞세워 부지 매입을 추진하면서 남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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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피해 보상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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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속적으로 전투기 소음에 노출된 주민들은 난청과 이명 등 청력이 손상됐다며 피해 보상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취재에 앞서 서산시 관계자는 "비행장 인근 지역 이장님들은 다 목소리가 커서 공무원들도 소리를 지르듯이 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는데요.
실제 기지1리에 가보니 주민들 가운데 청력이 상해 목소리가 크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미 2020년 11월 '군소음보상법'이 시행되면서 군소음 피해를 받고 있는 주민들이 일정 정도 보상금을 받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보상금도 소음 규모에 따라 한 달 3만 원에서 6만 원에 불과합니다.
주민들은 보다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필요하다며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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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매일 겪고 있는 소음 피해에 비해 많은 액수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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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음 피해만도 큰 고통인데 기지1리는 여기에 더해 마을경관이 훼손되고 공동체가 무너지는 피해까지 겪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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