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유럽 국가 1/3은 여성 지도자…‘철의 여인’ 시대 올까

입력 2022.09.14 (10:51) 수정 2022.09.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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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달 초 영국에서 40대 젊은 여성 정치인 리즈 트러스가 신임 총리 자리에 올랐죠.

총선을 앞둔 이탈리아에서도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요.

유럽 정계에 부는 여풍과 그 이면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트러스가 총리가 되면서 영국 내각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고요?

[기자]

네. 현지시각 6일 리즈 트러스가 영국 신임 총리에 취임했는데요.

영국에서 3번째 여성 총리이자, 여성으로서는 최연소입니다.

총리 본인의 이력뿐 아니라 취임 직후 발표된 내각 구성도 이목을 끌었는데요.

주요 보직인 외무와 내무부, 재무부 장관 자리에서 백인 남성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외무부와 재무장관은 흑인 남성이, 내무장관은 소수민족 출신의 여성인 수엘라 브레이버먼 전 법무장관이 차지했습니다.

영국의 한 싱크탱크는 "이제 정치에서 다양성은 기본이 되었다"며, "변화의 속도가 놀랍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치와 권력에서 오랜 기간 소외됐던 여성과 소수민족의 활약이 돋보이는데요.

이탈리아에서도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고요?

[기자]

네. 이탈리아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의 대표 조르자 멜로니가 그 주인공인데요.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오는 25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이탈리아형제들' 중심의 우파 연합이 의회 과반을 차지하고, 멜로니가 총리에 오를 것으로 분석됩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마지막 조사에서 우파 연합 지지율은 46%를 넘겼는데요.

중도 좌파 연합보다 20%가량 크게 앞선 수치입니다.

[조르자 멜로니/'이탈리아형제들' 당 대표 : "저는 역사상 이탈리아 정부를 이끄는 첫 번째 여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에게 정말 큰 영광이 될 것입니다."]

멜로니는 유럽연합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등 극우적 성향 탓에 '파시스트'로 의심받기도 하지만, 20대에 의원 배지를 달고 31살엔 사상 최연소 장관이 되는 등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인물로 평가됩니다.

[앵커]

영국과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여성 지도자들이 늘고 있죠?

[기자]

네. 최근 유럽에서 여성 총리나 대통령을 둔 국가가 많아지면서, 영국의 전설적인 여성 총리, 마거릿 대처의 별명인 '철의 여인' 시대가 오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바티칸시국을 제외한 유럽 47개국 가운데 여성 총리나 대통령을 둔 나라는 16개국에 달합니다.

유럽 국가 3곳 중 1곳은 여성 지도자가 이끌고 있는 셈이죠.

프랑스에서는 지난 5월 30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여성 총리인 엘리자베트 보른이 총리에 취임했습니다.

앞서 3월에는 헝가리에서 40대 여성 정치인 노바크 커털린이 대통령에 선출됐죠.

헝가리는 의원내각제라 대통령은 상징적인 자리이긴 하지만, 커털린은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썼습니다.

2019년 취임 당시 34살로 전 세계 최연소 총리였던 핀란드 산나 마린도 유럽의 대표적인 여성 지도자입니다.

[앵커]

많은 여성이 단순히 정계 진출을 넘어서 국가수반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건 사회 구조나 문화적으로 성차별이 많이 해소됐기 때문일까요?

[기자]

물론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다른 곳에 비해선 상황이 좋지만, 유럽에서 성차별이 아예 없어졌다고 단언하기는 아직은 섣부른 것 같습니다.

최근 핀란드를 발칵 뒤집은 마린 총리의 '파티 논란'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데요.

마린이 지난달 한 파티에 참석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SNS를 통해 번지면서, 핀란드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핀란드 내에서도 여론이 둘로 나뉘었습니다.

[핀란드 헬싱키 주민/54살 : "총리는 일을 망쳤습니다. 저는 보수적인 편입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총리로서 적절하게 행동하기를 기대합니다."]

[핀란드 헬싱키 주민/47살 : "젊은 여성 정치인이라서 이런 문제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만약 남성 정치인이었다면 그랬을지 의문입니다."]

"국가 지도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란 지적과 "여성 정치인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의견이 맞서는 겁니다.

마린 총리가 "해당 시간에 임시로 직무를 수행할 부총리가 지정돼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AFP 통신은 핀란드 한 공립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해, "성별과 관계없이 논란이 됐을 사안이지만, 젊은 여성이기 때문에 더 떠들썩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마린 총리가 이전에도 너무 비싼 아침을 먹는다고 지적받는 등 정책이 아닌 사소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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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4 10:51:48
    • 수정2022-09-14 11:02:46
    지구촌뉴스
[앵커]

이달 초 영국에서 40대 젊은 여성 정치인 리즈 트러스가 신임 총리 자리에 올랐죠.

총선을 앞둔 이탈리아에서도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요.

유럽 정계에 부는 여풍과 그 이면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트러스가 총리가 되면서 영국 내각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고요?

[기자]

네. 현지시각 6일 리즈 트러스가 영국 신임 총리에 취임했는데요.

영국에서 3번째 여성 총리이자, 여성으로서는 최연소입니다.

총리 본인의 이력뿐 아니라 취임 직후 발표된 내각 구성도 이목을 끌었는데요.

주요 보직인 외무와 내무부, 재무부 장관 자리에서 백인 남성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외무부와 재무장관은 흑인 남성이, 내무장관은 소수민족 출신의 여성인 수엘라 브레이버먼 전 법무장관이 차지했습니다.

영국의 한 싱크탱크는 "이제 정치에서 다양성은 기본이 되었다"며, "변화의 속도가 놀랍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치와 권력에서 오랜 기간 소외됐던 여성과 소수민족의 활약이 돋보이는데요.

이탈리아에서도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고요?

[기자]

네. 이탈리아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의 대표 조르자 멜로니가 그 주인공인데요.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오는 25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이탈리아형제들' 중심의 우파 연합이 의회 과반을 차지하고, 멜로니가 총리에 오를 것으로 분석됩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마지막 조사에서 우파 연합 지지율은 46%를 넘겼는데요.

중도 좌파 연합보다 20%가량 크게 앞선 수치입니다.

[조르자 멜로니/'이탈리아형제들' 당 대표 : "저는 역사상 이탈리아 정부를 이끄는 첫 번째 여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에게 정말 큰 영광이 될 것입니다."]

멜로니는 유럽연합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등 극우적 성향 탓에 '파시스트'로 의심받기도 하지만, 20대에 의원 배지를 달고 31살엔 사상 최연소 장관이 되는 등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인물로 평가됩니다.

[앵커]

영국과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여성 지도자들이 늘고 있죠?

[기자]

네. 최근 유럽에서 여성 총리나 대통령을 둔 국가가 많아지면서, 영국의 전설적인 여성 총리, 마거릿 대처의 별명인 '철의 여인' 시대가 오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바티칸시국을 제외한 유럽 47개국 가운데 여성 총리나 대통령을 둔 나라는 16개국에 달합니다.

유럽 국가 3곳 중 1곳은 여성 지도자가 이끌고 있는 셈이죠.

프랑스에서는 지난 5월 30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여성 총리인 엘리자베트 보른이 총리에 취임했습니다.

앞서 3월에는 헝가리에서 40대 여성 정치인 노바크 커털린이 대통령에 선출됐죠.

헝가리는 의원내각제라 대통령은 상징적인 자리이긴 하지만, 커털린은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썼습니다.

2019년 취임 당시 34살로 전 세계 최연소 총리였던 핀란드 산나 마린도 유럽의 대표적인 여성 지도자입니다.

[앵커]

많은 여성이 단순히 정계 진출을 넘어서 국가수반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건 사회 구조나 문화적으로 성차별이 많이 해소됐기 때문일까요?

[기자]

물론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다른 곳에 비해선 상황이 좋지만, 유럽에서 성차별이 아예 없어졌다고 단언하기는 아직은 섣부른 것 같습니다.

최근 핀란드를 발칵 뒤집은 마린 총리의 '파티 논란'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데요.

마린이 지난달 한 파티에 참석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SNS를 통해 번지면서, 핀란드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핀란드 내에서도 여론이 둘로 나뉘었습니다.

[핀란드 헬싱키 주민/54살 : "총리는 일을 망쳤습니다. 저는 보수적인 편입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총리로서 적절하게 행동하기를 기대합니다."]

[핀란드 헬싱키 주민/47살 : "젊은 여성 정치인이라서 이런 문제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만약 남성 정치인이었다면 그랬을지 의문입니다."]

"국가 지도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란 지적과 "여성 정치인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의견이 맞서는 겁니다.

마린 총리가 "해당 시간에 임시로 직무를 수행할 부총리가 지정돼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AFP 통신은 핀란드 한 공립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해, "성별과 관계없이 논란이 됐을 사안이지만, 젊은 여성이기 때문에 더 떠들썩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마린 총리가 이전에도 너무 비싼 아침을 먹는다고 지적받는 등 정책이 아닌 사소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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