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5일)부터 '국민과자' 들이 일제히 가격이 오릅니다. 편의점 기준으로 새우깡은 6.7% 올라 한 봉지(90g)에 1,500원, 초코파이는 12.4% 올라 한 상자(12개)에 5,400원입니다. '감자칩 부동의 1위' 포카칩도 200원, '사랑과 우정의 상징' 양파링은 100원 오릅니다.
'정으로 버틴다'던 오리온도 고물가 파고를 넘지 못했습니다. 초코파이 가격이 오른 건 2013년 이후 9년 만입니다. 농심은 새우깡을 비롯해 스낵류 가격을 올해만 두 번 올렸습니다. 농심은 "4월 이후 국제 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이 상승해 원가 부담이 심화됐다"라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 "과자 크기 왜 줄어든 것 같지?"
과자 가격 인상이 논란이 될 때마다 함께 언급되는 게 '슈링크플레이션'입니다. '줄어들다'라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 물가 상승'을 나타내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해 만든 단어입니다. 쉽게 말해 과자 용량, 크기를 예전보다 줄인다는 얘깁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제품 가격이 올라간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숨겨진 인플레이션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잊을만 하면 제기되는 '질소 과자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2014년 9월 국산 봉지과자 160여개를 테이프로 이어 붙여 만든 뗏목으로 한강을 건넌 대학생들.
■ "예전보다 밍밍한 맛…가루 아끼나?"
비슷하게 '가루 논란'도 있습니다. 구독자 수 180만 명의 유튜버 '침착맨'(웹툰 작가 이말년)은 지난해 올린 <농심 브랜드관 둘러보기>란 영상에서 "일부 농심 과자들(자갈치·포스틱)이 최근 들어 맛이 밍밍하다, 가루를 아끼는 것 같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상이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자, 농심 측에선 영상에 "곧 연락드리겠다, 법무팀인지 광고팀인지 모르겠지만…"이란 농담 섞인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유튜브 방송에서 농심 과자들을 평가하는 침착맨. [커뮤니티 캡처]
■ 농심 "가루 안 줄여…시대에 따라 배합 조정"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과자의 '가루'는 조미 분말인 시즈닝을 의미합니다. 농심은 '가루 줄이기' 지적에 대해 " 해당 제품들은 오랜 기간 고객의 사랑을 받은 장수 과자(자갈치 1983년, 포스틱 1989년 출시)"라면서 " 시대에 따른 맛 트렌드 변화, 나트륨 저감 등을 위해 연구 개발로 시즈닝의 배합방식을 조정하는 경우는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때도 '가루'의 함량을 줄이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제품의 용량이나 시즈닝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 저항감이 큽니다. 소비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패키징을 바꾸기도 해 '꼼수'란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용량 변화 전후를 사진으로 찍어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소비자 단체들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과업계에선 제품 크기·용량은 예전처럼 유지하고, 부담을 감수하면서 가격 인상 결정을 내리곤 합니다.
올해 가격을 인상한 롯데제과의 빼빼로와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 롯데·해태는 진작에 인상…남은 건 크라운
롯데제과는 지난 4월부터 빼빼로 가격을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리는 등 과자와 초콜릿·빙과류 가격을 올렸습니다. 해태제과도 같은 달부터 허니버터칩 등 대표 과자 제품의 가격들을 평균 12.9% 인상했습니다.
이제 제과업계의 눈길은 크라운제과로 쏠립니다. '죠리퐁' '산도' 등 대표 제품들이 마지막으로 가격을 올린 게 2019년 7월이라서, 연내에 가격을 조정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밀 단가·환율 압박…줄인상 우려
과자 가격은 밀 수입 단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를 보면 지난달 밀가루 1㎏당 수입가격은 1,304원으로, 1년 전보다 29.5% 올랐습니다. 또 다른 주요 원료인 팜유도 인도네시아가 수출을 잠시 중단하는 등 공급망 불안으로 가격이 60~70% 오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7일 한 대형마트의 과자 코너. [촬영기자 최진영]
긍정적인 건 흑해 지역 수출이 재개되면서 밀 수급이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주요 곡물의 수입단가가 4분기부터 내려갈 것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근접하면서, 과자 등 가공 식품 가격은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식품회사들은 원료를 선구매하기 때문에, 현재 환율은 3개월~6개월 정도 후 가공식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면서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면 내년 상반기까지 가공식품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보긴 어렵고, 오히려 한 번 정도 더 인상이 있거나 없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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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과자 가격 줄인상…‘가루 아낀다’ 정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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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9-15 06:00:10
오늘(15일)부터 '국민과자' 들이 일제히 가격이 오릅니다. 편의점 기준으로 새우깡은 6.7% 올라 한 봉지(90g)에 1,500원, 초코파이는 12.4% 올라 한 상자(12개)에 5,400원입니다. '감자칩 부동의 1위' 포카칩도 200원, '사랑과 우정의 상징' 양파링은 100원 오릅니다.
'정으로 버틴다'던 오리온도 고물가 파고를 넘지 못했습니다. 초코파이 가격이 오른 건 2013년 이후 9년 만입니다. 농심은 새우깡을 비롯해 스낵류 가격을 올해만 두 번 올렸습니다. 농심은 "4월 이후 국제 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이 상승해 원가 부담이 심화됐다"라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 "과자 크기 왜 줄어든 것 같지?"
과자 가격 인상이 논란이 될 때마다 함께 언급되는 게 '슈링크플레이션'입니다. '줄어들다'라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 물가 상승'을 나타내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해 만든 단어입니다. 쉽게 말해 과자 용량, 크기를 예전보다 줄인다는 얘깁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제품 가격이 올라간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숨겨진 인플레이션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잊을만 하면 제기되는 '질소 과자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 "예전보다 밍밍한 맛…가루 아끼나?"
비슷하게 '가루 논란'도 있습니다. 구독자 수 180만 명의 유튜버 '침착맨'(웹툰 작가 이말년)은 지난해 올린 <농심 브랜드관 둘러보기>란 영상에서 "일부 농심 과자들(자갈치·포스틱)이 최근 들어 맛이 밍밍하다, 가루를 아끼는 것 같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상이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자, 농심 측에선 영상에 "곧 연락드리겠다, 법무팀인지 광고팀인지 모르겠지만…"이란 농담 섞인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 농심 "가루 안 줄여…시대에 따라 배합 조정"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과자의 '가루'는 조미 분말인 시즈닝을 의미합니다. 농심은 '가루 줄이기' 지적에 대해 " 해당 제품들은 오랜 기간 고객의 사랑을 받은 장수 과자(자갈치 1983년, 포스틱 1989년 출시)"라면서 " 시대에 따른 맛 트렌드 변화, 나트륨 저감 등을 위해 연구 개발로 시즈닝의 배합방식을 조정하는 경우는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때도 '가루'의 함량을 줄이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제품의 용량이나 시즈닝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 저항감이 큽니다. 소비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패키징을 바꾸기도 해 '꼼수'란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용량 변화 전후를 사진으로 찍어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소비자 단체들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과업계에선 제품 크기·용량은 예전처럼 유지하고, 부담을 감수하면서 가격 인상 결정을 내리곤 합니다.
■ 롯데·해태는 진작에 인상…남은 건 크라운
롯데제과는 지난 4월부터 빼빼로 가격을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리는 등 과자와 초콜릿·빙과류 가격을 올렸습니다. 해태제과도 같은 달부터 허니버터칩 등 대표 과자 제품의 가격들을 평균 12.9% 인상했습니다.
이제 제과업계의 눈길은 크라운제과로 쏠립니다. '죠리퐁' '산도' 등 대표 제품들이 마지막으로 가격을 올린 게 2019년 7월이라서, 연내에 가격을 조정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밀 단가·환율 압박…줄인상 우려
과자 가격은 밀 수입 단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를 보면 지난달 밀가루 1㎏당 수입가격은 1,304원으로, 1년 전보다 29.5% 올랐습니다. 또 다른 주요 원료인 팜유도 인도네시아가 수출을 잠시 중단하는 등 공급망 불안으로 가격이 60~70% 오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긍정적인 건 흑해 지역 수출이 재개되면서 밀 수급이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주요 곡물의 수입단가가 4분기부터 내려갈 것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근접하면서, 과자 등 가공 식품 가격은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식품회사들은 원료를 선구매하기 때문에, 현재 환율은 3개월~6개월 정도 후 가공식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면서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면 내년 상반기까지 가공식품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보긴 어렵고, 오히려 한 번 정도 더 인상이 있거나 없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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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진 기자 analog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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