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물가상승률 80%’…미국 금리 인상에 못 버틴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

입력 2022.09.15 (10:51) 수정 2022.09.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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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의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당분간 우리도 고물가를 피할 수 없을 거란 전망에 환율과 증시가 요동치고 있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위기 관리가 중요하죠.

<지구촌 돋보기>에선 물가 관리에 '실패'한 나라들을 집중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홍석우 기자 나왔습니다.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 만한 나라들, 어디 어디입니까?

[기자]

네, 그 전에 먼저 우리네 장바구니 물가부터 볼게요.

요즘은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도 못 부쳐 먹고요.

흔히 라면에 김치 먹는다고 하는데 요즘은 만 원으로는 배추 한 통도 못 삽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배 가까이가 올라 배추 한 통이 만 천 원 정도 합니다.

당장 15일부터는 라면값도 오릅니다.

이제는 만 원으론 외식조차 힘듭니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5.7% 올랐습니다.

자, 이제 타산지석 될 만한 국가들 보실까요?

튀르키예, 예전의 터키는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이 80%가 넘었고, 아르헨티나는 71%를 기록했습니다.

채무불이행,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앵커]

그럼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도 국가 부도 위기 상황인가요?

[기자]

네, 두 나라 모두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에선 국가 부도 위험이 높게 나타나고 있고,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 IMF의 도움을 받기로 한 상황입니다.

전 세계 물가 위기의 공통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가 꼽히는데요.

먼저 코로나 이후 경기 활성화를 위해 시중에 막대한 돈이 풀렸다는 점, 그리고 올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기름, 원자재, 식량 가격이 모두 올랐습니다.

여기에 물가 잡겠다며 금리를 올리는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났죠.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자본이 빠져나가며 경제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특히 튀르키예 리라화,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는 20% 넘게 빠지며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많이 내렸습니다.

[앵커]

코로나, 전쟁, 여기에 '킹 달러'...그런데 유독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가 상황이 심각하네요.

[기자]

네, 잘못된 '경제 정책' 때문입니다.

먼저 OECD 회원국인 튀르키예를 보면요.

지금 금리를 올려서 물가를 잡겠다는 미국을 필두로 유럽 등 전 세계가 도미노 금리 인상에 들어갔잖아요.

그런데 튀르키예는 기존 19%에서 13%로 단계적으로 금리를 '내렸습니다'.

물가상승률이 80%를 넘은 지난달에도 금리를 또 내렸거든요.

이유는 자동차와 가전 등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이 물가보다 더 중요하다는 건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런 생각에 반대한 중앙은행 총재를 해고해버렸습니다.

일각에선 지난달 물가상승률 80%는 축소 발표고 실제로는 세 자리 숫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그래도 지도자인데 나라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지 않을까요?

[기자]

올 2분기 튀르키예 GDP를 보면요, 지난해 동기 대비 7.6% 증가했습니다.

전분기보다도 소폭 늘었는데요.

중국이 0.7% 성장에 그쳤으니, 이 정도면 튀르키예 경제, 좋아 보이죠.

하지만 속 빈 강정입니다.

물가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국민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내수가 GDP 성장률을 끌어올린 건데요.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고, 튀르키예의 주요 수출 시장인 유럽 경제도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아르헨티나는요?

여기도 금리 정책 실패 때문에 고물가가 나타나고 있는 겁니까?

[기자]

아르헨티나는 원래도 돈을 찍어내서 복지를 받치는 경향이 매우 심한 나라였는데요.

이런 경향이 코로나 사태로 더 심해져서 지금은 거의 수습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는 물가 상승률 속에 최근 두 달 사이에만 경제 수장이 3번이나 교체가 됐습니다.

그리고 물가를 잡겠다면서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9.5%포인트나 올렸고요.

현재 금리는 거의 연 70%에 이르고 있습니다.

급기야 아르헨티나 정부는 무상 보조금을 삭감해 재정 적자를 줄이기로 했는데요.

주던 거 안 주니 국민들 반발이 거세겠죠, 항의 시위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 : "정부가 국민과 상의 없이 155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인구의 40%가 절대 빈곤층입니다.

정부가 생필품 가격 상한제, 노동자 해고 금지, 부유층에 세금 더 거두기 등 단기적인 처방에 주력하고 있지만, 오랜 포퓰리즘 때문에 바닥나버린 국고엔 빚만 더 쌓여가고 있습니다.

2020년에 이어 10번째 국가 부도 사태를 겪을 위험도 있습니다.

[앵커]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지 갑갑한데요.

홍석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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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5 10:51:31
    • 수정2022-09-15 1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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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의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당분간 우리도 고물가를 피할 수 없을 거란 전망에 환율과 증시가 요동치고 있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위기 관리가 중요하죠.

<지구촌 돋보기>에선 물가 관리에 '실패'한 나라들을 집중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홍석우 기자 나왔습니다.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 만한 나라들, 어디 어디입니까?

[기자]

네, 그 전에 먼저 우리네 장바구니 물가부터 볼게요.

요즘은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도 못 부쳐 먹고요.

흔히 라면에 김치 먹는다고 하는데 요즘은 만 원으로는 배추 한 통도 못 삽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배 가까이가 올라 배추 한 통이 만 천 원 정도 합니다.

당장 15일부터는 라면값도 오릅니다.

이제는 만 원으론 외식조차 힘듭니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5.7% 올랐습니다.

자, 이제 타산지석 될 만한 국가들 보실까요?

튀르키예, 예전의 터키는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이 80%가 넘었고, 아르헨티나는 71%를 기록했습니다.

채무불이행,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앵커]

그럼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도 국가 부도 위기 상황인가요?

[기자]

네, 두 나라 모두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에선 국가 부도 위험이 높게 나타나고 있고,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 IMF의 도움을 받기로 한 상황입니다.

전 세계 물가 위기의 공통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가 꼽히는데요.

먼저 코로나 이후 경기 활성화를 위해 시중에 막대한 돈이 풀렸다는 점, 그리고 올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기름, 원자재, 식량 가격이 모두 올랐습니다.

여기에 물가 잡겠다며 금리를 올리는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났죠.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자본이 빠져나가며 경제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특히 튀르키예 리라화,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는 20% 넘게 빠지며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많이 내렸습니다.

[앵커]

코로나, 전쟁, 여기에 '킹 달러'...그런데 유독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가 상황이 심각하네요.

[기자]

네, 잘못된 '경제 정책' 때문입니다.

먼저 OECD 회원국인 튀르키예를 보면요.

지금 금리를 올려서 물가를 잡겠다는 미국을 필두로 유럽 등 전 세계가 도미노 금리 인상에 들어갔잖아요.

그런데 튀르키예는 기존 19%에서 13%로 단계적으로 금리를 '내렸습니다'.

물가상승률이 80%를 넘은 지난달에도 금리를 또 내렸거든요.

이유는 자동차와 가전 등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이 물가보다 더 중요하다는 건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런 생각에 반대한 중앙은행 총재를 해고해버렸습니다.

일각에선 지난달 물가상승률 80%는 축소 발표고 실제로는 세 자리 숫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그래도 지도자인데 나라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지 않을까요?

[기자]

올 2분기 튀르키예 GDP를 보면요, 지난해 동기 대비 7.6% 증가했습니다.

전분기보다도 소폭 늘었는데요.

중국이 0.7% 성장에 그쳤으니, 이 정도면 튀르키예 경제, 좋아 보이죠.

하지만 속 빈 강정입니다.

물가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국민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내수가 GDP 성장률을 끌어올린 건데요.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고, 튀르키예의 주요 수출 시장인 유럽 경제도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아르헨티나는요?

여기도 금리 정책 실패 때문에 고물가가 나타나고 있는 겁니까?

[기자]

아르헨티나는 원래도 돈을 찍어내서 복지를 받치는 경향이 매우 심한 나라였는데요.

이런 경향이 코로나 사태로 더 심해져서 지금은 거의 수습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는 물가 상승률 속에 최근 두 달 사이에만 경제 수장이 3번이나 교체가 됐습니다.

그리고 물가를 잡겠다면서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9.5%포인트나 올렸고요.

현재 금리는 거의 연 70%에 이르고 있습니다.

급기야 아르헨티나 정부는 무상 보조금을 삭감해 재정 적자를 줄이기로 했는데요.

주던 거 안 주니 국민들 반발이 거세겠죠, 항의 시위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 : "정부가 국민과 상의 없이 155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인구의 40%가 절대 빈곤층입니다.

정부가 생필품 가격 상한제, 노동자 해고 금지, 부유층에 세금 더 거두기 등 단기적인 처방에 주력하고 있지만, 오랜 포퓰리즘 때문에 바닥나버린 국고엔 빚만 더 쌓여가고 있습니다.

2020년에 이어 10번째 국가 부도 사태를 겪을 위험도 있습니다.

[앵커]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지 갑갑한데요.

홍석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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