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딸 학교배정 ‘위장전입·세대분가’ 의혹…“교우관계 탓”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딸의 중학교 배정 시기에 맞춰 장인의 아파트로 주소를 옮긴 뒤 '세대분가'를 하는 방식으로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 등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05년 7월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의 아파트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후 조 후보자 딸은 2006년 3월 외할아버지 이 모 씨의 집으로 혼자 전입신고를 합니다. 조 후보자 아파트와 처가 아파트의 거리는 도보로 15분 거리인 945m(직선거리 331m)로, 당시 조 후보자 딸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습니다.

이후 조 후보자의 배우자도 같은 해 11월 15일, 아버지 이 씨의 집으로 전입신고를 했습니다.

여기에 이틀 뒤인 11월 17일에는 조 후보자도 이 씨의 집으로 전입신고를 합니다. 조 후보자는 같은 날 '세대분가'(세대분리)를 통해 세대주가 되고, 배우자와 딸을 세대원으로 편입시켰습니다.

하나의 주소지에 외할아버지 이 씨가 세대주인 세대와, 조 후보자가 세대주인 세대가 복수로 존재하게 된 겁니다.

조 후보자의 가족은 약 한 달 뒤인 12월 20일 다시 원래 살던 집이었던 평촌동으로 전입신고를 했습니다.
당시 경기도교육청 지침을 보면 2006년 11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가 중학교 배정원서 접수 기간으로, 조 후보자 가족이 호계동으로 주소를 옮겼던 기간과 정확히 맞물립니다.

기존 주소지인 평촌동에선 평촌중학교가 배정되지만, 외할아버지 집인 호계동에선 범계중학교를 배정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외할아버지가 세대주인 아파트에 초등학교 6학년인 조 후보자의 딸이 세대원으로 거주하고, 부모는 다른 집에 거주하고 있다면 '위장전입'이라는 의심을 살 수 있습니다. 위장전입이 의심되면 교육청에서 예고 없이 가정 방문해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합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조 후보자가 배우자와 함께 장인의 집으로 주소를 옮기고, 서류상 조 후보자가 세대주인 것으로 보이기 위해 동일 주소지 내 편법으로 세대분가를 했다는 의혹이 이는 대목입니다.

■ 조규홍 "딸, 교우 관계 어려워 거주지 옮겨"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되자 조 후보자는 어제(15일) 밤 늦게 해명자료를 내놨습니다.

조 후보자는 먼저 중학교 전입을 위해 딸이 거주지를 옮겼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보건복지부 인사청문준비단은 "후보자 자녀는 초등학교 시절 주변 학생들과 교우 관계로 인해 학교 생활이 매우 어려웠다"며 "후보자는 맞벌이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오랜 고민 끝에 자녀가 다른 학교에 입학하여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어린 시절 실제 돌봐주신 외할머니가 계신 도로 건너편의 외할아버지 집에 거주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딸이 인근 중학교가 아니라 다른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외할아버지 집으로 이사를 했다는 해명입니다. 위장전입이 아니라, 외할아버지 집에 실제로 거주를 했다는 겁니다.

입시에 유리한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주소지를 옮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자녀가 이사를 하지 않았다면 입학할 가능성이 높았던 중학교와 실제 입학한 중학교는 모두 평판이 좋은 학교였다"고 해명했습니다.

■ 가족 모두 전입? 세대분리 왜?…의문 여전

그래도 의문은 남습니다.

딸이 혼자 외할아버지 집으로 이사를 했다면 왜 조 후보자와 배우자까지 장인의 집으로 주소지를 옮기고, 동일 주소지 내 '세대분가'까지 했는지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중학교 배정이 끝나자마자 외가에서 나와 원래 살던 주소지에 다시 전입신고를 한 것 역시 "딸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외할머니 돌봄이 필요했다"는 후보자 해명과 배치되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 측은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정호영, 김승희 후보자에 이어 고르고 고른 인물이 위장전입 의혹이 있는 후보"라며 "이를 검증하고도 임명을 강행한 것인지, 아니면 검증 능력이 되지 않은 것인지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의 잣대와 무능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