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용산은 언제까지 침묵할까?

입력 2022.09.1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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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입장 없습니다. 지금 제 문제나 이런 걸 갖고 신경 쓸 상황은 아닌 것 같고요."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출근길 문답에서 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님에 대해서, 지난 정부에서 2년 동안 할 만큼 했는데 뭐가 또 나온다고 하자는 건지"라며 "특검을 하려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부분은 그 정도로 이야기하고…"라고 했습니다.

이 두 번의 짧은 대답이, 제1야당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까지 언급하며 드라이브를 거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용산 대통령실 반응의 사실상 전부입니다.

■ 특검 카드는 '이재명 방탄'을 위한 쇼?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에 시동을 걸 때부터 여러 차례 대통령실의 입장을 물었지만, 반응은 같았습니다.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흔히 하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는 말도 없었습니다. '김건희 특검'은 입에 담아서 안 되는, 용산의 '금기어'라도 된 듯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나서는 순간 논쟁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간다. 민주당이 원하는 게 그건데, 알면서 왜 당하겠나"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 카드를 꺼낸 목적이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실의 시각은 이렇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민주당도 알지만 밀어붙인다.'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은 특별검사를 여야 합의가 아닌 야당이 추천하게 돼 있는데, 이건 애초에 협상을 염두에 둔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특히 법사위원장이 여당 소속인데 이렇게 한 건 특검법안 통과보다는 정치적 공세 목적이라고 대통령실은 판단합니다.

▲'국정감사 직전, 이재명 대표 수사에 맞춰 법안 발의'
국회가 정부를 감사하는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불립니다. 이 '야당의 시간' 전 특검법을 발의한 건,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공세를 국감 내내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라고 대통령실은 보고 있습니다.

또 민주당 이재명 대표 수사에 맞춰 법안을 발의한 건, 이 대표 수사를 저지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방탄용'이라고 대통령실은 해석합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재명 방탄을 위한 정치쇼"라고 한마디로 표현했습니다.


■ "야당 전략에 말리지 않겠다"

대통령실이 '김건희 특검법'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피하는 이유, 여기 있습니다. 민주당이 협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특검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맞대응해서 '김건희 특검'을 정국의 중심에 서게 할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른바 '내부 총질 문자' 사건 이후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민생·경제 행보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2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국정지지율도 30% 안팎으로 다소 회복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이 정국의 중심에 서는 건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지난 대선 기간에도 경험했듯이, 김 여사 관련 문제는 대중의 큰 관심을 몰고 다니고, 이 문제가 정국의 중심에 서는 순간 모든 민생·경제 행보가 묻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 문제로 이 대표와 대통령실의 '일대일' 여론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도, 대통령실로서는 마뜩지 않은 일입니다.

■ 계속 '침묵'할 수 있을까?

용산 대통령실의 이 같은 침묵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김건희 여사 관련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지 않는다면 '용산의 침묵'은 계속될 거라는 게 대통령실 안팎의 관측입니다.

민주당의 공세에는 국민의힘이 맞대응하고, 대통령실은 이와 거리를 두며 민생만 강조할 가능성이, 현재는 높습니다. 민주당이 '대통령실 관련 의혹 진상규명단'을 꾸린 것도, '용산의 침묵'을 깰 수 있는 새로운 '한방'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이 '특검' 주장을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침묵하는 건 나름의 정무적 판단입니다. 다만, 이를 '정치 공세'로 규정하더라도 그 바탕에 나름의 동력이 있다는 건 대통령실이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최근의 여러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가량은 '김건희 특검'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같은 여론의 요구까지 '공세'로 규정해서는 안 됩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전후해 '쇄신' 의지를 내보이며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감찰관 추천을 위한 국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실도 적극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특검 주장은 정치 공세로 보인다면, 그렇지만 국민 눈높이를 신경 쓴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국민들이 그 뜻을 이해할지 돌아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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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희 특검법’…용산은 언제까지 침묵할까?
    • 입력 2022-09-15 15:48:05
    취재K

"별 입장 없습니다. 지금 제 문제나 이런 걸 갖고 신경 쓸 상황은 아닌 것 같고요."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출근길 문답에서 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님에 대해서, 지난 정부에서 2년 동안 할 만큼 했는데 뭐가 또 나온다고 하자는 건지"라며 "특검을 하려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부분은 그 정도로 이야기하고…"라고 했습니다.

이 두 번의 짧은 대답이, 제1야당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까지 언급하며 드라이브를 거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용산 대통령실 반응의 사실상 전부입니다.

■ 특검 카드는 '이재명 방탄'을 위한 쇼?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에 시동을 걸 때부터 여러 차례 대통령실의 입장을 물었지만, 반응은 같았습니다.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흔히 하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는 말도 없었습니다. '김건희 특검'은 입에 담아서 안 되는, 용산의 '금기어'라도 된 듯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나서는 순간 논쟁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간다. 민주당이 원하는 게 그건데, 알면서 왜 당하겠나"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 카드를 꺼낸 목적이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실의 시각은 이렇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민주당도 알지만 밀어붙인다.'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은 특별검사를 여야 합의가 아닌 야당이 추천하게 돼 있는데, 이건 애초에 협상을 염두에 둔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특히 법사위원장이 여당 소속인데 이렇게 한 건 특검법안 통과보다는 정치적 공세 목적이라고 대통령실은 판단합니다.

▲'국정감사 직전, 이재명 대표 수사에 맞춰 법안 발의'
국회가 정부를 감사하는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불립니다. 이 '야당의 시간' 전 특검법을 발의한 건,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공세를 국감 내내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라고 대통령실은 보고 있습니다.

또 민주당 이재명 대표 수사에 맞춰 법안을 발의한 건, 이 대표 수사를 저지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방탄용'이라고 대통령실은 해석합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재명 방탄을 위한 정치쇼"라고 한마디로 표현했습니다.


■ "야당 전략에 말리지 않겠다"

대통령실이 '김건희 특검법'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피하는 이유, 여기 있습니다. 민주당이 협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특검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맞대응해서 '김건희 특검'을 정국의 중심에 서게 할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른바 '내부 총질 문자' 사건 이후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민생·경제 행보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2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국정지지율도 30% 안팎으로 다소 회복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이 정국의 중심에 서는 건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지난 대선 기간에도 경험했듯이, 김 여사 관련 문제는 대중의 큰 관심을 몰고 다니고, 이 문제가 정국의 중심에 서는 순간 모든 민생·경제 행보가 묻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 문제로 이 대표와 대통령실의 '일대일' 여론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도, 대통령실로서는 마뜩지 않은 일입니다.

■ 계속 '침묵'할 수 있을까?

용산 대통령실의 이 같은 침묵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김건희 여사 관련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지 않는다면 '용산의 침묵'은 계속될 거라는 게 대통령실 안팎의 관측입니다.

민주당의 공세에는 국민의힘이 맞대응하고, 대통령실은 이와 거리를 두며 민생만 강조할 가능성이, 현재는 높습니다. 민주당이 '대통령실 관련 의혹 진상규명단'을 꾸린 것도, '용산의 침묵'을 깰 수 있는 새로운 '한방'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이 '특검' 주장을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침묵하는 건 나름의 정무적 판단입니다. 다만, 이를 '정치 공세'로 규정하더라도 그 바탕에 나름의 동력이 있다는 건 대통령실이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최근의 여러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가량은 '김건희 특검'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같은 여론의 요구까지 '공세'로 규정해서는 안 됩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전후해 '쇄신' 의지를 내보이며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감찰관 추천을 위한 국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실도 적극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특검 주장은 정치 공세로 보인다면, 그렇지만 국민 눈높이를 신경 쓴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국민들이 그 뜻을 이해할지 돌아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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