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RE100’ 선언…재생에너지 조달은 어떻게?

입력 2022.09.15 (17:11) 수정 2022.09.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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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오늘(15일) 공식 선언했습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RE100'에도 가입했습니다. RE100은 '재생에너지 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민간 주도의 세계적 운동입니다.

현재 애플과 구글, BMW, 이케아 등 340개 이상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SK, LG에너지솔루션 등 대기업들이 속속 RE100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 RE100 위원회출처 : 한국 RE100 위원회

■미국·유럽 등에선 이미 RE100…한국에선 '주춤'

삼성전자도 그동안 RE100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지난 2월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인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은 탄소배출 감축을 촉구하는 내용의 주주 서한을 보냈고, 국내외 기후·환경단체들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달라는 공개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2년 전부터 미국과 중국, 유럽 지역의 모든 사업장에서 RE100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유독 국내에서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국내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 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0%)에 턱없이 못 미칩니다. 규모가 작은 만큼 재생에너지 단가도 비싸기 때문에 국내에서 RE100을 달성하려면 해외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합니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 총량은 43TWh로, RE100을 선언한 국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재생에너지 총량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획기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RE100 수요 커지는데, 재생에너지 조달은 어떻게?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RE100 가입을 선언하자, 기후환경단체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한편으로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오늘 논평에서 "삼성의 야심 찬 계획을 환영하고 다른 기업의 RE100 동참을 기대한다"면서도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정부의 기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비판했습니다.

지난달 전력수급 기본계획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가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을 공개하면서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은 대폭 늘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그만큼 줄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NDC) 상향안에서는 2030년 원전 비중을 23.9%로 설정했었는데, 지난달 나온 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 '32.8%'로 대폭 올렸습니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주민 수용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이유로 NDC 상향안 30.2%에서 21.5%까지 깎았습니다.

이에 대해 기후솔루션은 "더 많은 기업이 RE100에 가담해 재생에너지 수요가 커질 전망이 짙게 나온 상황에서,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얼마나 적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기후솔루션은 RE100에 동참한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녹색 프리미엄'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색 프리미엄은 기업이 기존과 같은 방식의 전기(화력, 원자력 등)를 구매하면서 녹색 전환에 쓰일 웃돈을 얹어 주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RE100 가입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RE100의 취지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자는 건데, 이를 회피하는 수단이라는 겁니다.

이 밖에도 지분투자, PPA(전력구매계약), 제3자 PPA,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와 같은 다양한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제도가 도입돼 있지만 실적은 저조합니다.

기후솔루션은 "보다 합리적인 방식은 에너지 수요자가 재생에너지 공급자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 역시 여러 규제와 제약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문제는 결국 우리의 낙후된 전력산업 구조에 있다"면서 "화석연료를 우대하는 기존 전력시장 환경을에서, 재생에너지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환경운동연합도 논평을 통해 "글로벌 화석연료 공급망 위기에 따라 유럽, 미국이 앞다퉈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하고 대대적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는 내팽개쳐 둔 채 원전에만 '올인'하겠다는 현행 정책 기조를 고수한다면 경제와 기후 위기는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산업계 수요 충족할 수 있는 대책 마련해야"

정부가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기후에너지정책 싱크탱크 사단법인 넥스트 측은 "삼성전자에서 사용하는 막대한 전력을 재생에너지 100%로 조달할 수 있으려면, 정부는 전력망 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는 "앞으로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도 "삼성전자는 과감한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과 제도가 수립되도록 정부·국회·언론을 대상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면서 "국내에 도입된 재생에너지 조달제도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와 신규 계약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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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5 17:11:31
    • 수정2022-09-15 17:30:34
    취재K

삼성전자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오늘(15일) 공식 선언했습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RE100'에도 가입했습니다. RE100은 '재생에너지 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민간 주도의 세계적 운동입니다.

현재 애플과 구글, BMW, 이케아 등 340개 이상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SK, LG에너지솔루션 등 대기업들이 속속 RE100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 RE100 위원회
■미국·유럽 등에선 이미 RE100…한국에선 '주춤'

삼성전자도 그동안 RE100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지난 2월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인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은 탄소배출 감축을 촉구하는 내용의 주주 서한을 보냈고, 국내외 기후·환경단체들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달라는 공개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2년 전부터 미국과 중국, 유럽 지역의 모든 사업장에서 RE100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유독 국내에서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국내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 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0%)에 턱없이 못 미칩니다. 규모가 작은 만큼 재생에너지 단가도 비싸기 때문에 국내에서 RE100을 달성하려면 해외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합니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 총량은 43TWh로, RE100을 선언한 국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재생에너지 총량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획기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RE100 수요 커지는데, 재생에너지 조달은 어떻게?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RE100 가입을 선언하자, 기후환경단체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한편으로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오늘 논평에서 "삼성의 야심 찬 계획을 환영하고 다른 기업의 RE100 동참을 기대한다"면서도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정부의 기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비판했습니다.

지난달 전력수급 기본계획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가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을 공개하면서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은 대폭 늘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그만큼 줄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NDC) 상향안에서는 2030년 원전 비중을 23.9%로 설정했었는데, 지난달 나온 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 '32.8%'로 대폭 올렸습니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주민 수용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이유로 NDC 상향안 30.2%에서 21.5%까지 깎았습니다.

이에 대해 기후솔루션은 "더 많은 기업이 RE100에 가담해 재생에너지 수요가 커질 전망이 짙게 나온 상황에서,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얼마나 적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기후솔루션은 RE100에 동참한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녹색 프리미엄'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색 프리미엄은 기업이 기존과 같은 방식의 전기(화력, 원자력 등)를 구매하면서 녹색 전환에 쓰일 웃돈을 얹어 주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RE100 가입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RE100의 취지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자는 건데, 이를 회피하는 수단이라는 겁니다.

이 밖에도 지분투자, PPA(전력구매계약), 제3자 PPA,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와 같은 다양한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제도가 도입돼 있지만 실적은 저조합니다.

기후솔루션은 "보다 합리적인 방식은 에너지 수요자가 재생에너지 공급자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 역시 여러 규제와 제약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문제는 결국 우리의 낙후된 전력산업 구조에 있다"면서 "화석연료를 우대하는 기존 전력시장 환경을에서, 재생에너지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환경운동연합도 논평을 통해 "글로벌 화석연료 공급망 위기에 따라 유럽, 미국이 앞다퉈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하고 대대적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는 내팽개쳐 둔 채 원전에만 '올인'하겠다는 현행 정책 기조를 고수한다면 경제와 기후 위기는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산업계 수요 충족할 수 있는 대책 마련해야"

정부가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기후에너지정책 싱크탱크 사단법인 넥스트 측은 "삼성전자에서 사용하는 막대한 전력을 재생에너지 100%로 조달할 수 있으려면, 정부는 전력망 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는 "앞으로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도 "삼성전자는 과감한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과 제도가 수립되도록 정부·국회·언론을 대상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면서 "국내에 도입된 재생에너지 조달제도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와 신규 계약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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