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다중 복합골절 상태”…“관계 개선에 시간 걸려”

입력 2022.09.15 (17:56) 수정 2022.09.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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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제주포럼에서 ‘한일 관계 전환: 역사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15일 제주포럼에서 ‘한일 관계 전환: 역사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전범 기업의 자산 매각(현금화) 조치가 임박한 가운데 한일 정상이 만나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역사 문제로 촉발된 양국 갈등은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현재도 풀릴 기미가 없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외교 전문가들이 오늘(15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에 참석해 한일 관계 개선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한일관계 진단: "다중 복합골절 상태"

토론회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외교·안보 분야를 자문한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한국 측 전문가로는 신각수 전 주일대사와 강제동원 민관협의회에 참여한 심규선 동아일보 전 편집국장이 참석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장을 역임한 가네하라 노부카쓰 도시샤대학 교수, 현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인 니시노 준야 게이오기주쿠대학 교수가 토론자로 나왔습니다.

신각수 전 대사는 '잃어버린 한일관계 10년'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던 2012년부터 한일 관계는 줄곧 내리막 길을 걸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신 전 대사는 현재의 한일 관계는 '다중 복합골절'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신 전 대사는 한일 간 경제적 격차 해소와 정전 세대에서 전후 세대로 교체, 문화적 차이 등이 그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신 전 대사는 "한일관계를 가장 옥죄고 있는 것이 강제동원 문제"라며, "현금화 문제가 동결하는 형태로 정리된다면 강제동원 문제로 파생된 일본의 통상규제와 한국의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문제도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도 강제동원 문제 협조해야"

가네하라 노부카쓰 교수는 한일이 전략적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가네하라 교수는 한국 국력이 성장해 "군사산업에서 본다면 일본은 한국에 완패했다"며, "한국이 일본, 미국과 협력한다면 한일 양자 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양국 국민 간에는 나쁜 감정이 별로 없다면서 문화와 역사적 교류의 필요성에도 방점을 찍었습니다.

한일 간 협력을 위해서 넘어야할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민관협의회에 참여했던 심규선 전 편집국장은 제3자 변제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습니다.

심 전 국장은 피해자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대신 배상금을 지급할 순 없을 거라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자금을 받았던 16개 기업, 대표적으로 포스코 등이 한일 관계 미래 발전을 위해 갹출해서 대위변제하는 방안이 채택되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배상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일본 기업과 정부의 사과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심 전 국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냉정하게 나오고 있는 일본도,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도 협조해야 하는 문제라고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더 냉랭…"지도자 언행 중요"

니시노 준야 교수는 최근 한일 국민 인식 격차를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습니다. 지난 1일 동아시아연구원이 발표한 여론조사로 '한일 관계 개선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은 81%가, 일본인은 53%만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니시노 교수는 "일본 측이 나름 노력했는데 한국이 평가해주지 않아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일본 국내 여론 또한 나빠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와 다시 손잡아도 5년 뒤 다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있다"고 일본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양국 전문가들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선 공통적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통해 상호 간 신뢰를 구축하고, 문화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니시노 교수는 새로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지도자의 자세와 언행이 중요하고, 한국의 유연한 대일 정책,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신각수 전 대사는 양자 관계에서 벗어나 지역과 글로벌 관계에 중점을 두고, 청년세대 시각을 가미한 한일관계 관리도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왼쪽부터 박철희 서울대 교수, 니시노 준야 게이오기주쿠대학 교수, 신각수 전 주일대사, 심규선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왼쪽부터 박철희 서울대 교수, 니시노 준야 게이오기주쿠대학 교수, 신각수 전 주일대사, 심규선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日 전문가 "내년에야 깊이 있는 정상회담 가능할 듯"

한일관계를 푸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니시노 교수는 다음 주 유엔총회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한 뒤, 11월 발리 G20 정상회의에서 좀 더 내실 있는 협의를 하고, 내년 기시다 총리 고향인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될 G7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초청돼 본격적인 정상회담을 한다면 한일 관계가 회복세에 들어설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신 전 대사는 "일본 측 우려는 한일 정상회담 뒤 한국에서 현금화(전범기업 자산 매각) 조치를 하면 일본 내각이 버틸 수 없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피했던 것 같다"며 "현금화 동결 조치 뒤 2단계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현금화 동결 방안으로는 제3자 채무 변제(전범 기업이 피해자에게 줘야 할 배상금을 제3자가 대신 지급)를 동원하고, 이후 국회 입법을 통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법으로서 일관되게 국내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측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개선을 위해 전향적 자세로 노력하고 있단 점을 일본 정부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인내심을 갖고 새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해 양국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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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제주포럼에서 ‘한일 관계 전환: 역사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전범 기업의 자산 매각(현금화) 조치가 임박한 가운데 한일 정상이 만나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역사 문제로 촉발된 양국 갈등은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현재도 풀릴 기미가 없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외교 전문가들이 오늘(15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에 참석해 한일 관계 개선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한일관계 진단: "다중 복합골절 상태"

토론회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외교·안보 분야를 자문한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한국 측 전문가로는 신각수 전 주일대사와 강제동원 민관협의회에 참여한 심규선 동아일보 전 편집국장이 참석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장을 역임한 가네하라 노부카쓰 도시샤대학 교수, 현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인 니시노 준야 게이오기주쿠대학 교수가 토론자로 나왔습니다.

신각수 전 대사는 '잃어버린 한일관계 10년'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던 2012년부터 한일 관계는 줄곧 내리막 길을 걸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신 전 대사는 현재의 한일 관계는 '다중 복합골절'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신 전 대사는 한일 간 경제적 격차 해소와 정전 세대에서 전후 세대로 교체, 문화적 차이 등이 그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신 전 대사는 "한일관계를 가장 옥죄고 있는 것이 강제동원 문제"라며, "현금화 문제가 동결하는 형태로 정리된다면 강제동원 문제로 파생된 일본의 통상규제와 한국의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문제도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도 강제동원 문제 협조해야"

가네하라 노부카쓰 교수는 한일이 전략적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가네하라 교수는 한국 국력이 성장해 "군사산업에서 본다면 일본은 한국에 완패했다"며, "한국이 일본, 미국과 협력한다면 한일 양자 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양국 국민 간에는 나쁜 감정이 별로 없다면서 문화와 역사적 교류의 필요성에도 방점을 찍었습니다.

한일 간 협력을 위해서 넘어야할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민관협의회에 참여했던 심규선 전 편집국장은 제3자 변제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습니다.

심 전 국장은 피해자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대신 배상금을 지급할 순 없을 거라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자금을 받았던 16개 기업, 대표적으로 포스코 등이 한일 관계 미래 발전을 위해 갹출해서 대위변제하는 방안이 채택되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배상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일본 기업과 정부의 사과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심 전 국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냉정하게 나오고 있는 일본도,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도 협조해야 하는 문제라고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더 냉랭…"지도자 언행 중요"

니시노 준야 교수는 최근 한일 국민 인식 격차를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습니다. 지난 1일 동아시아연구원이 발표한 여론조사로 '한일 관계 개선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은 81%가, 일본인은 53%만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니시노 교수는 "일본 측이 나름 노력했는데 한국이 평가해주지 않아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일본 국내 여론 또한 나빠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와 다시 손잡아도 5년 뒤 다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있다"고 일본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양국 전문가들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선 공통적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통해 상호 간 신뢰를 구축하고, 문화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니시노 교수는 새로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지도자의 자세와 언행이 중요하고, 한국의 유연한 대일 정책,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신각수 전 대사는 양자 관계에서 벗어나 지역과 글로벌 관계에 중점을 두고, 청년세대 시각을 가미한 한일관계 관리도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왼쪽부터 박철희 서울대 교수, 니시노 준야 게이오기주쿠대학 교수, 신각수 전 주일대사, 심규선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日 전문가 "내년에야 깊이 있는 정상회담 가능할 듯"

한일관계를 푸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니시노 교수는 다음 주 유엔총회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한 뒤, 11월 발리 G20 정상회의에서 좀 더 내실 있는 협의를 하고, 내년 기시다 총리 고향인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될 G7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초청돼 본격적인 정상회담을 한다면 한일 관계가 회복세에 들어설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신 전 대사는 "일본 측 우려는 한일 정상회담 뒤 한국에서 현금화(전범기업 자산 매각) 조치를 하면 일본 내각이 버틸 수 없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피했던 것 같다"며 "현금화 동결 조치 뒤 2단계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현금화 동결 방안으로는 제3자 채무 변제(전범 기업이 피해자에게 줘야 할 배상금을 제3자가 대신 지급)를 동원하고, 이후 국회 입법을 통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법으로서 일관되게 국내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측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개선을 위해 전향적 자세로 노력하고 있단 점을 일본 정부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인내심을 갖고 새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해 양국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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