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학폭위]③ “학폭위 결정, 법원서 뒤집혀”…소송·심부름센터 동원

입력 2022.09.15 (19:41) 수정 2022.09.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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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폭위 심층 취재, 이어갑니다.

학폭위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일선 학교에서 각 지역 교육지원청으로 업무를 이관했지만, 불신은 여전합니다.

학폭위의 심의 결과를 믿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소송이나 행정심판을 제기하거나 심부름센터까지 동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학폭위 심의 결과가 법원에서 완전히 뒤집힌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심층기획팀, 이대완 기자입니다.

[리포트]

창원의 한 고등학교, 지난해 10월, 이 학교 2학년 A 군은 점심시간 동급생 B 군과의 사소한 시비 끝에 3차례 걸쳐 맞았습니다.

눈과 눈 주변을 다쳐 전치 3주를 진단받았습니다

다친 A 군과 A군 어머니는 B 군에게 합당한 처분을 내려달라며 학폭위 개최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석 달 뒤 열린 학폭위 심의에서는 예견치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학폭위가 B 군은 물론, 다친 A 군까지 가해 학생으로 구분했습니다.

해당 학교 조사 결과, A 군이 맞는 과정에서 B 군의 무릎을 한 차례 발로 차, A 군 역시 쌍방 폭행 가해 당사자라고 본 겁니다.

학폭위 심의 과정에서 A 군 측은 목격자 진술서를 제출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학폭위원들은 두 학생 모두 '교내 봉사' 처분을 내렸습니다.

A 군 어머니는 고심 끝에 학폭위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학폭위가 사실 관계를 잘못 파악했다며 학폭위 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A 군이 B 군을 때렸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폭행이 있었더라도 정황상 소극적 방어, 정당방위였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B 군 측이 화해를 위해 노력했다는 판단도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A 군이 학폭 가해자라는 굴레를 벗는 데 여덟 달이 걸렸습니다.

[A 학생 어머니/음성변조 : "피해자 입장에서 도움을 요청한 거 아닙니까, (그런데) 학폭위한테 도움을 요청해서 도움을 받은 게 아니라 오히려 한 대 더 맞은 2차 가해를 당한 느낌이 솔직히 들었습니다. 엄청 충격을 많이 받았죠."]

국가인권위원회가 2년 전, 학생과 학부모 등 8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42.5%가 학교가 학교폭력 해결 능력이 없다, 응답자의 76.8%는 학폭위가 학교 폭력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이대완입니다.

[앵커]

함께 취재한 심층기획팀 윤경재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윤 기자, 조금 전 사건을 보면, 피해 학생 학부모가 법원에 소송하지 않았으면 꼼짝없이 가해자로 몰린 뻔했네요,

학폭위 결정에 불복하는 사례가 많습니까.

[기자]

네, 이 그래픽은 각 지역 교육지원청의 학폭위 처분에 불복해 광역 시도, 즉 상급 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요청한 건수입니다.

2017년 5백여 건에서 지난해 천여 건으로,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여기에는 리포트 사례와 같이 법원에 소송을 한 수치는 빠져있는데요,

많은 학부모들이 행정심판이나 소송으로 비용을 들여 변호사의 조력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 광고까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군요.

[기자]

네, 학폭위 대처법을 검색하면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광고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학폭 사건이 늘다 보니, 전문 변호사까지 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전문 변호사 수임비는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로 적은 돈이 아니어서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죠.

보험업계에서는 학교폭력에 대비한 변호사 선임비나 치료비를 내주는 상품까지 출시하고 있을 정돕니다.

[앵커]

심지어 심부름센터까지 동원한다고요.

[기자]

네,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심부름센터를 찾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저희가 직접 문의를 해봤습니다.

영상으로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학교 폭력 심부름센터'를 검색해봤습니다.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심부름센터의 광고가 많았는데요.

덩치 큰 어른이 가해 학생을 찾아가 존재감을 과시하며 폭력 행위를 반복하지 못하도록 겁을 주는 이른바 '삼촌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서울에 있는 업체인데 창원 등 전국권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홍보합니다.

[○○○흥신소 관계자/음성변조 : "보복을 해드리는 거 일도 아니에요, 그냥 일반적인 보복이 아니고 진짜 어린이들이 겁을 엄청 먹을 수 있게 해주고요, (가해 측) 애들이 기고 날고 해봤자 내가 이 일을 한두 번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또 다른 심부름센터는 학교 폭력의 증거를 수집하는 '증거 확보 패키지'를 내세웁니다.

학교 폭력이 일어나는 순간을 촬영하기 위해 잠복 업무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등하굣길을 동행하거나 눈에 띄지 않게 피해자를 보호해주는 등 방식에 따라 금액은 천차만별입니다

[○○○심부름센터 대표/음성변조 : "학교 가는 것도 따라가고 나올 때도 함께 따라 나오고, 가해자 아이들과 마주치면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한다거나... 5일에 300만 원, 3일에는 200만 원, 하루 단가는 70만 원 정도를 받아요."]

[앵커]

이런 방식은 올바르지 못한 해결방법인 거죠.

[기자]

네, 학생을 협박한 혐의와 함께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섣부른 판단으로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이런 방법까지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학폭위에 대한 불신에서 초래되는 것 같은데요.

[기자]

학폭위의 구조적 문제는 내일 이어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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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신의 학폭위]③ “학폭위 결정, 법원서 뒤집혀”…소송·심부름센터 동원
    • 입력 2022-09-15 19:41:42
    • 수정2022-09-15 20:21:16
    뉴스7(창원)
[앵커]

학폭위 심층 취재, 이어갑니다.

학폭위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일선 학교에서 각 지역 교육지원청으로 업무를 이관했지만, 불신은 여전합니다.

학폭위의 심의 결과를 믿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소송이나 행정심판을 제기하거나 심부름센터까지 동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학폭위 심의 결과가 법원에서 완전히 뒤집힌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심층기획팀, 이대완 기자입니다.

[리포트]

창원의 한 고등학교, 지난해 10월, 이 학교 2학년 A 군은 점심시간 동급생 B 군과의 사소한 시비 끝에 3차례 걸쳐 맞았습니다.

눈과 눈 주변을 다쳐 전치 3주를 진단받았습니다

다친 A 군과 A군 어머니는 B 군에게 합당한 처분을 내려달라며 학폭위 개최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석 달 뒤 열린 학폭위 심의에서는 예견치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학폭위가 B 군은 물론, 다친 A 군까지 가해 학생으로 구분했습니다.

해당 학교 조사 결과, A 군이 맞는 과정에서 B 군의 무릎을 한 차례 발로 차, A 군 역시 쌍방 폭행 가해 당사자라고 본 겁니다.

학폭위 심의 과정에서 A 군 측은 목격자 진술서를 제출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학폭위원들은 두 학생 모두 '교내 봉사' 처분을 내렸습니다.

A 군 어머니는 고심 끝에 학폭위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학폭위가 사실 관계를 잘못 파악했다며 학폭위 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A 군이 B 군을 때렸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폭행이 있었더라도 정황상 소극적 방어, 정당방위였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B 군 측이 화해를 위해 노력했다는 판단도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A 군이 학폭 가해자라는 굴레를 벗는 데 여덟 달이 걸렸습니다.

[A 학생 어머니/음성변조 : "피해자 입장에서 도움을 요청한 거 아닙니까, (그런데) 학폭위한테 도움을 요청해서 도움을 받은 게 아니라 오히려 한 대 더 맞은 2차 가해를 당한 느낌이 솔직히 들었습니다. 엄청 충격을 많이 받았죠."]

국가인권위원회가 2년 전, 학생과 학부모 등 8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42.5%가 학교가 학교폭력 해결 능력이 없다, 응답자의 76.8%는 학폭위가 학교 폭력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이대완입니다.

[앵커]

함께 취재한 심층기획팀 윤경재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윤 기자, 조금 전 사건을 보면, 피해 학생 학부모가 법원에 소송하지 않았으면 꼼짝없이 가해자로 몰린 뻔했네요,

학폭위 결정에 불복하는 사례가 많습니까.

[기자]

네, 이 그래픽은 각 지역 교육지원청의 학폭위 처분에 불복해 광역 시도, 즉 상급 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요청한 건수입니다.

2017년 5백여 건에서 지난해 천여 건으로,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여기에는 리포트 사례와 같이 법원에 소송을 한 수치는 빠져있는데요,

많은 학부모들이 행정심판이나 소송으로 비용을 들여 변호사의 조력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 광고까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군요.

[기자]

네, 학폭위 대처법을 검색하면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광고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학폭 사건이 늘다 보니, 전문 변호사까지 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전문 변호사 수임비는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로 적은 돈이 아니어서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죠.

보험업계에서는 학교폭력에 대비한 변호사 선임비나 치료비를 내주는 상품까지 출시하고 있을 정돕니다.

[앵커]

심지어 심부름센터까지 동원한다고요.

[기자]

네,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심부름센터를 찾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저희가 직접 문의를 해봤습니다.

영상으로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학교 폭력 심부름센터'를 검색해봤습니다.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심부름센터의 광고가 많았는데요.

덩치 큰 어른이 가해 학생을 찾아가 존재감을 과시하며 폭력 행위를 반복하지 못하도록 겁을 주는 이른바 '삼촌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서울에 있는 업체인데 창원 등 전국권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홍보합니다.

[○○○흥신소 관계자/음성변조 : "보복을 해드리는 거 일도 아니에요, 그냥 일반적인 보복이 아니고 진짜 어린이들이 겁을 엄청 먹을 수 있게 해주고요, (가해 측) 애들이 기고 날고 해봤자 내가 이 일을 한두 번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또 다른 심부름센터는 학교 폭력의 증거를 수집하는 '증거 확보 패키지'를 내세웁니다.

학교 폭력이 일어나는 순간을 촬영하기 위해 잠복 업무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등하굣길을 동행하거나 눈에 띄지 않게 피해자를 보호해주는 등 방식에 따라 금액은 천차만별입니다

[○○○심부름센터 대표/음성변조 : "학교 가는 것도 따라가고 나올 때도 함께 따라 나오고, 가해자 아이들과 마주치면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한다거나... 5일에 300만 원, 3일에는 200만 원, 하루 단가는 70만 원 정도를 받아요."]

[앵커]

이런 방식은 올바르지 못한 해결방법인 거죠.

[기자]

네, 학생을 협박한 혐의와 함께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섣부른 판단으로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이런 방법까지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학폭위에 대한 불신에서 초래되는 것 같은데요.

[기자]

학폭위의 구조적 문제는 내일 이어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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