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학폭위]③ “학폭위 결정, 법원서 뒤집혀”…소송·심부름센터 동원

입력 2022.09.15 (21:49) 수정 2022.09.1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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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폭위 심층 취재, 이어갑니다.

학폭위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일선 학교에서 각 지역 교육지원청으로 업무를 이관했지만, 불신은 여전합니다.

학폭위의 심의 결과를 믿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소송이나 행정심판을 제기하거나 심부름센터까지 동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학폭위 심의 결과가 법원에서 완전히 뒤집힌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심층기획팀, 이대완 기자입니다.

[리포트]

창원의 한 고등학교, 지난해 10월, 이 학교 2학년 A 군은 점심시간 동급생 B 군과의 사소한 시비 끝에 3차례 걸쳐 맞았습니다.

눈과 눈 주변을 다쳐 전치 3주를 진단받았습니다.

다친 A 군과 A군 어머니는 B 군에게 합당한 처분을 내려달라며 학폭위 개최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석 달 뒤 열린 학폭위 심의에서는 예견치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학폭위가 B 군은 물론, 다친 A 군까지 가해 학생으로 구분했습니다.

해당 학교 조사 결과, A 군이 맞는 과정에서 B 군의 무릎을 한 차례 발로 차, A 군 역시 쌍방 폭행 가해 당사자라고 본 겁니다.

학폭위 심의 과정에서 A 군 측은 목격자 진술서를 제출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학폭위원들은 두 학생 모두 '교내 봉사' 처분을 내렸습니다.

A 군 어머니는 고심 끝에 학폭위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학폭위가 사실 관계를 잘못 파악했다며 학폭위 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A 군이 B 군을 때렸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폭행이 있었더라도 정황상 소극적 방어, 정당방위였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B 군 측이 화해를 위해 노력했다는 판단도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A 군이 학폭 가해자라는 굴레를 벗는 데 여덟 달이 걸렸습니다.

[A 학생 어머니/음성변조 : "피해자 입장에서 도움을 요청한 거 아닙니까, (그런데) 학폭위한테 도움을 요청해서 도움을 받은 게 아니라 오히려 한 대 더 맞은 2차 가해를 당한 느낌이 솔직히 들었습니다. 엄청 충격을 많이 받았죠."]

국가인권위원회가 2년 전, 학생과 학부모 등 8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42.5%가 학교가 학교폭력 해결 능력이 없다, 응답자의 76.8%는 학폭위가 학교 폭력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이대완입니다.

촬영기자:이하우·지승환·김대현/그래픽:박재희·김신아·박부민·백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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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신의 학폭위]③ “학폭위 결정, 법원서 뒤집혀”…소송·심부름센터 동원
    • 입력 2022-09-15 21:48:59
    • 수정2022-09-15 22:11:14
    뉴스9(창원)
[앵커]

학폭위 심층 취재, 이어갑니다.

학폭위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일선 학교에서 각 지역 교육지원청으로 업무를 이관했지만, 불신은 여전합니다.

학폭위의 심의 결과를 믿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소송이나 행정심판을 제기하거나 심부름센터까지 동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학폭위 심의 결과가 법원에서 완전히 뒤집힌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심층기획팀, 이대완 기자입니다.

[리포트]

창원의 한 고등학교, 지난해 10월, 이 학교 2학년 A 군은 점심시간 동급생 B 군과의 사소한 시비 끝에 3차례 걸쳐 맞았습니다.

눈과 눈 주변을 다쳐 전치 3주를 진단받았습니다.

다친 A 군과 A군 어머니는 B 군에게 합당한 처분을 내려달라며 학폭위 개최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석 달 뒤 열린 학폭위 심의에서는 예견치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학폭위가 B 군은 물론, 다친 A 군까지 가해 학생으로 구분했습니다.

해당 학교 조사 결과, A 군이 맞는 과정에서 B 군의 무릎을 한 차례 발로 차, A 군 역시 쌍방 폭행 가해 당사자라고 본 겁니다.

학폭위 심의 과정에서 A 군 측은 목격자 진술서를 제출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학폭위원들은 두 학생 모두 '교내 봉사' 처분을 내렸습니다.

A 군 어머니는 고심 끝에 학폭위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학폭위가 사실 관계를 잘못 파악했다며 학폭위 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A 군이 B 군을 때렸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폭행이 있었더라도 정황상 소극적 방어, 정당방위였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B 군 측이 화해를 위해 노력했다는 판단도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A 군이 학폭 가해자라는 굴레를 벗는 데 여덟 달이 걸렸습니다.

[A 학생 어머니/음성변조 : "피해자 입장에서 도움을 요청한 거 아닙니까, (그런데) 학폭위한테 도움을 요청해서 도움을 받은 게 아니라 오히려 한 대 더 맞은 2차 가해를 당한 느낌이 솔직히 들었습니다. 엄청 충격을 많이 받았죠."]

국가인권위원회가 2년 전, 학생과 학부모 등 8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42.5%가 학교가 학교폭력 해결 능력이 없다, 응답자의 76.8%는 학폭위가 학교 폭력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이대완입니다.

촬영기자:이하우·지승환·김대현/그래픽:박재희·김신아·박부민·백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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