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교육은 다비드를 찾는 과정…도시보다 부족하지 않아” 시골 학교 청년교사가 말하는 교육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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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예준 (전남 죽곡초등학교 교사)
'별보기, 텃밭 가꾸기' 교직원 적어 책임질 일 많지만, 주체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교육관에 맞아 시골 선택
아이들에게 기회를 더 허용해주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소통하는 장점
교육은 단순히 성적을 올리는 것 아닌 '저마다의 대리석 속에서 저마다의 다비드를 찾는 과정'
시골 학교 교육이 도시보다 부족하다고 생각 안 해…농촌 학교로 유학 프로그램 안정적으로 확대되길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이경호 KBS 기자
https://youtu.be/OLRMAts7as8
◎범기영 금요일 코너죠?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사만사. 오늘 주인공은 작은 시골 학교로 간 도시 남자네요. 젊은 선생님, 이경호 해설위원이 만나고 왔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경호 안녕하세요?
◎범기영 이분을 만난 특별한 이유, 어떤 걸로 봐야 될까요?
▼이경호 아무래도 농촌의 쇠락 이유 중의 가장 큰 게 청년들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거겠죠? 청년들이 떠나니까 아이들도 없고 아이들이 없다 보니 학교가 폐교가 되고, 이런 계속 악순환되는 문제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볼 수 있을지, 실제로 농촌의 선생님이 되기로 하고 농촌으로 간 도시 선생님을 통해서 한번 고민해봤으면 해서 만나봤습니다.
◎범기영 다녀오신 곳이 그런데 전남 곡성군이네요. 그 영화 곡성, 그곳인데. 인구 감소 지역으로 선정이 됐다고요?
▼이경호 곡성이 전라남도 22개 시군이 있는데요. 구례랑 곡성, 거의 꼴찌에서 1, 2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구가 한 2만 7,000명 정도인데,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농촌 소멸 지역 중의 하나입니다.
곡성군은 10개 면으로 이루어졌는데요. 인구가 적다 보니 초등학교가 8개밖에 안 됩니다. 면에 하나도 안 되는 셈인데요. 송예준 선생님이 근무하는 죽곡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0명 정도 되는 아주 작은 시골 학교입니다. <녹취> 송예준 / 죽곡초등학교 교사 지금 반마다 조금 편차가 있어서 저 같은 경우에 12명이고 그리고 5학년 같은 경우는 1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평균으로 나눠보면 한 5명 정도. 여섯 학급 기준으로 5명 정도라고 보시면 되는데, 저희 반처럼 좀 많은 반도 있고 적은 반도 있고... 송 선생님 같은 경우는 인천이 고향인데요. 인천에서 태어나 자랐고 또 대학은 부산에서 나오신 분입니다. 곡성은 물론 전라남도는 단지 외가 쪽 고향이라는 인연밖에 없다고 합니다. <녹취> 송예준 / 죽곡초등학교 교사 내가 조금 더 아이들한테, 나로서 온전히 아이들한테 좀 집중할 수 있는 곳에서 나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니까, 그렇다면 시골로 가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그때가 20대 중반이었는데 크게 생각을 하지 않고 저희 친가가 충청남도고 외가가 전라남도입니다. 외가 쪽으로 가자는 생각으로 전라남도에 지원을 했고 발령받아 보니까 곡성이었습니다. <녹취> 이경호 / KBS 해설위원 곡성은 그러면 그전에는 한 번도 안 와보셨던 곳이거나 살지 않았던 곳이겠네요? <녹취> 송예준 / 죽곡초등학교 교사 네, 저는 사실 처음 발령받고 발령지에 곡성이라고 쓰여 있는데, 제가 그걸 보고 제일 먼저 한 말이 ‘곡성이 어디야?’라는 말이었거든요. 아무래도 저희 학교 같은 경우에 전교생이 서른 명 정도 되거든요. 그리고 그러다 보니까 교직원도 적고. 그런데 교직원이 적어서 제가 맡아야 되는 일도 많고 책임져야 될 부분도 많아요. 꽤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되게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잖아요, 학교에서 제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고. 그런 시스템의 한 부분이 아닌 시스템의 주요 부분으로서 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나한테 더 잘 맞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범기영 그러니까 보통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지고 처리해야 될 잡무가 많아지면 싫어하는데, 이 선생님은 좋아하시네요, 주체적이라고.
▼이경호 아무래도 이제 선생님도 학생이 적다 보니까 선생님 한 분이 할 수 있는 거, 이것저것 다양한 교육을 이제 본인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고요. 또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적다 보니까 아이들 하나하나의 개성을 살려서 교육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고, 그런 장점이 굉장히 많다고 하십니다. 한번 어떤 장점이 있는지 또 다른 것도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송예준 / 죽곡초등학교 교사 아무래도 교사랑 조금 더 소통을 많이 할 수 있어요. 아이들한테 있어서 교사는 조금 더 허용해 주고, 기회를 제공해 주고, 그렇게 소통을 하는 과정 속에서 시행착오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존재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우리는 모두 시행착오를 통해서 성장한다고 생각을 하고 시행착오를 통해서 그런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 교육관에 이 시골 환경이 더 맞다고 생각이 듭니다. 저희 학교 앞에 보시면 텃밭 보이시죠? 텃밭도 있고. 저희 다음 주, 이번 주였나 다음 주 금요일 같은 경우에는 ‘별 헤는 밤’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실제로 아이들이 야영을 하면서 별을 관측하는 거거든요? 저는 살면서 제가 고등학교도 이과 나오고 과학 공부를 굉장히 오래 했는데, 그 북두칠성이라고 아시죠?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저희는 앞에 나가서, 밤에 나가면 바로 보이거든요? |
◎범기영 북두칠성도 본 적이 없는 도시 남자가 저기에서 살고 있는데, 초등학교 학생들한테는 참 행운일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젊은 분들이 지내기에는 시골 환경이 어떨까 싶긴 하네요.
▼이경호 아무래도 놀러 가는 게 아니라 계속 거기에서 생활을 해야 되니까요.
◎범기영 그렇죠.
▼이경호 대도시에서만 살다가, 대도시에서 학교 나온 도시 남자가 첫 발령지 곡성을 밟고서 처음 갔을 때 그 경험담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합니다. 그 경험담 한번 들어보시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녹취> 송예준 / 죽곡초등학교 교사 그때 제가 8월 25일이었던 것 같아요. 2014년 8월 25일 그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비가 엄청나게 많이 내렸거든요. 그래서 부산 이런 데 잠기고, 저도 가는데 바지랑 다 젖고, 여기 (학교로) 인사 오는데. 그런 날에 딱 와서 사실 정말 많이 놀랐어요. 제가 외가가 전라남도라고 해도 그 주변을 가본 적도 없고. 그리고 또 정말 본격적인 시골은, 시골 마을은 많이 겪어본 적이 없었던 데다, 그런데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고 버스도 한 시간에 한 대씩 있더라고요. |
▼이경호 8년 전 이야기인데요. 여전히 지금도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씩, 저녁 일찍 끊기고요. 또 영화 한 번 보려고 곡성 읍내까지 차로 20km 정도 운전해서 가야 한다고 합니다. 불편하긴 여전하지만 그래도 만족하고 생활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시골 학교로써 느끼는 그런 보람, 즐거움이 더 크다, 이건데요.
▼이경호 아무래도 그런 불편이 있지만 그런 불편을 갖다가 압도할 만한 장점들이 본인에게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범기영 그게 뭔지 궁금하네요.
▼이경호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송예준 / 죽곡초등학교 교사 지금 6학년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제가 1학년 때부터 봐왔거든요? 그래서 저 아이들도 저를 보는데 되게 어색함이 없고요. 저도 아이들 복도에서 마주치면 되게 반갑게 아이들이랑 장난치고 놀기도 하고. 예전에 미켈란젤로가 그런 말을 했대요, 다비드상을 (조각)하면서. 대리석 속에 있는 천사를 발견해서 그 천사가 날아갈 수 있도록 자기는 조각을 했다고 하는데, 교육이라는 게 단순히 성적을 올린다는 것보다는 저마다의 대리석 속에서 저마다의 다비드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는 조각이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다른 사람이 파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천사가 돼서 날아가야 되는데, 주변의 어른으로서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옆에서 도와주고 알려주고 기다려주는 것, 그게 좋은 교육이 아닐까, 저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우리 학교, 우리 지역, 이런 시골 학교가 교육적인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아요. |
◎범기영 죽곡에는 미켈란젤로가 있네요. 저런 선생님들이 많으면 참 좋을 텐데. 농촌 유학 프로그램들 있잖아요?
▼이경호 지금 도시에 있는 아이들이 농촌에 가서 한 학기 혹은 1~2년, 이렇게 유학 가는 프로그램인데요. 지난해에 서울시교육청이랑 전남교육청이랑 협약을 맺었습니다. 지금 현재 시범 실시 중입니다. 올해는 전북으로 확대가 됐고요. 희망 학생 선발해서 대상자 선발되면 일정 부분의 지원금도 주는 제도인데 지금은 굉장히 적습니다.
◎범기영 그런데 막상 사실 아이들 보내고 싶어도 학부모님들 사교육, 이거 교육 어떻게 하지? 이 걱정 제일 많으실 것 같은데.
▼이경호 아무래도 학업 성적 떨어지는 거 아니냐, 시골 학교 보내면. 이런 걱정이 서로 텐데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선생님 얘기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송예준 / 죽곡초등학교 교사 아이들이 혼자 내려올 수 없기 때문에 부모님이 함께 내려와야 되고 부모님이 함께 내려온다는 것은 생계적 여유가 있지 않은 이상은 그런 대책이 없이는 내려온다는 게 정말 힘든 일이더라고요. 뭐 생계를 어떻게 마련한다고 치더라도 생활 터전을 또 마련해야 되잖아요. 그런 부분을 잘 갖춰놓고 ‘우리가 이렇게 잘 제공해 줄 테니까 한번 와서 해보세요.’라고 한다면 조금 더 확대돼도 괜찮지만 그게 저희 학교도 시행착오를 해봤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대책을 마련하고 좀 숙고한 후에 정책을 좀 확대한다면 좋은 정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범기영 도시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좋을 것 같긴 한데 여전히 학업은 걱정은 되시겠어요, 학부모님들은.
▼이경호 당연히 걱정되는데, 시골 학교만의 또 장점이 있으니까요. 그런 장점들을 살린다면 충분히 시골 학교 한 번 보내볼 만하지 않냐,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범기영 사실 도시 학교들, 한 반에 20명 넘고 대부분 이렇거든요. 그런데 한 학교 전체가 30명쯤 되면 정말 밀접하게 서로 이해하면서 교육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번 고려해 보시죠. 이경호 해설위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사건건, 이번 주 저희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월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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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교육은 다비드를 찾는 과정…도시보다 부족하지 않아” 시골 학교 청년교사가 말하는 교육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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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9-16 16:44:35
- 수정2022-09-17 13:20:18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이경호 KBS 기자
https://youtu.be/OLRMAts7as8
◎범기영 금요일 코너죠?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사만사. 오늘 주인공은 작은 시골 학교로 간 도시 남자네요. 젊은 선생님, 이경호 해설위원이 만나고 왔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경호 안녕하세요?
◎범기영 이분을 만난 특별한 이유, 어떤 걸로 봐야 될까요?
▼이경호 아무래도 농촌의 쇠락 이유 중의 가장 큰 게 청년들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거겠죠? 청년들이 떠나니까 아이들도 없고 아이들이 없다 보니 학교가 폐교가 되고, 이런 계속 악순환되는 문제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볼 수 있을지, 실제로 농촌의 선생님이 되기로 하고 농촌으로 간 도시 선생님을 통해서 한번 고민해봤으면 해서 만나봤습니다.
◎범기영 다녀오신 곳이 그런데 전남 곡성군이네요. 그 영화 곡성, 그곳인데. 인구 감소 지역으로 선정이 됐다고요?
▼이경호 곡성이 전라남도 22개 시군이 있는데요. 구례랑 곡성, 거의 꼴찌에서 1, 2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구가 한 2만 7,000명 정도인데,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농촌 소멸 지역 중의 하나입니다.
곡성군은 10개 면으로 이루어졌는데요. 인구가 적다 보니 초등학교가 8개밖에 안 됩니다. 면에 하나도 안 되는 셈인데요. 송예준 선생님이 근무하는 죽곡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0명 정도 되는 아주 작은 시골 학교입니다. <녹취> 송예준 / 죽곡초등학교 교사 지금 반마다 조금 편차가 있어서 저 같은 경우에 12명이고 그리고 5학년 같은 경우는 1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평균으로 나눠보면 한 5명 정도. 여섯 학급 기준으로 5명 정도라고 보시면 되는데, 저희 반처럼 좀 많은 반도 있고 적은 반도 있고... 송 선생님 같은 경우는 인천이 고향인데요. 인천에서 태어나 자랐고 또 대학은 부산에서 나오신 분입니다. 곡성은 물론 전라남도는 단지 외가 쪽 고향이라는 인연밖에 없다고 합니다. <녹취> 송예준 / 죽곡초등학교 교사 내가 조금 더 아이들한테, 나로서 온전히 아이들한테 좀 집중할 수 있는 곳에서 나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니까, 그렇다면 시골로 가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그때가 20대 중반이었는데 크게 생각을 하지 않고 저희 친가가 충청남도고 외가가 전라남도입니다. 외가 쪽으로 가자는 생각으로 전라남도에 지원을 했고 발령받아 보니까 곡성이었습니다. <녹취> 이경호 / KBS 해설위원 곡성은 그러면 그전에는 한 번도 안 와보셨던 곳이거나 살지 않았던 곳이겠네요? <녹취> 송예준 / 죽곡초등학교 교사 네, 저는 사실 처음 발령받고 발령지에 곡성이라고 쓰여 있는데, 제가 그걸 보고 제일 먼저 한 말이 ‘곡성이 어디야?’라는 말이었거든요. 아무래도 저희 학교 같은 경우에 전교생이 서른 명 정도 되거든요. 그리고 그러다 보니까 교직원도 적고. 그런데 교직원이 적어서 제가 맡아야 되는 일도 많고 책임져야 될 부분도 많아요. 꽤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되게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잖아요, 학교에서 제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고. 그런 시스템의 한 부분이 아닌 시스템의 주요 부분으로서 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나한테 더 잘 맞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범기영 그러니까 보통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지고 처리해야 될 잡무가 많아지면 싫어하는데, 이 선생님은 좋아하시네요, 주체적이라고.
▼이경호 아무래도 이제 선생님도 학생이 적다 보니까 선생님 한 분이 할 수 있는 거, 이것저것 다양한 교육을 이제 본인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고요. 또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적다 보니까 아이들 하나하나의 개성을 살려서 교육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고, 그런 장점이 굉장히 많다고 하십니다. 한번 어떤 장점이 있는지 또 다른 것도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송예준 / 죽곡초등학교 교사 아무래도 교사랑 조금 더 소통을 많이 할 수 있어요. 아이들한테 있어서 교사는 조금 더 허용해 주고, 기회를 제공해 주고, 그렇게 소통을 하는 과정 속에서 시행착오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존재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우리는 모두 시행착오를 통해서 성장한다고 생각을 하고 시행착오를 통해서 그런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 교육관에 이 시골 환경이 더 맞다고 생각이 듭니다. 저희 학교 앞에 보시면 텃밭 보이시죠? 텃밭도 있고. 저희 다음 주, 이번 주였나 다음 주 금요일 같은 경우에는 ‘별 헤는 밤’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실제로 아이들이 야영을 하면서 별을 관측하는 거거든요? 저는 살면서 제가 고등학교도 이과 나오고 과학 공부를 굉장히 오래 했는데, 그 북두칠성이라고 아시죠?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저희는 앞에 나가서, 밤에 나가면 바로 보이거든요? |
◎범기영 북두칠성도 본 적이 없는 도시 남자가 저기에서 살고 있는데, 초등학교 학생들한테는 참 행운일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젊은 분들이 지내기에는 시골 환경이 어떨까 싶긴 하네요.
▼이경호 아무래도 놀러 가는 게 아니라 계속 거기에서 생활을 해야 되니까요.
◎범기영 그렇죠.
▼이경호 대도시에서만 살다가, 대도시에서 학교 나온 도시 남자가 첫 발령지 곡성을 밟고서 처음 갔을 때 그 경험담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합니다. 그 경험담 한번 들어보시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녹취> 송예준 / 죽곡초등학교 교사 그때 제가 8월 25일이었던 것 같아요. 2014년 8월 25일 그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비가 엄청나게 많이 내렸거든요. 그래서 부산 이런 데 잠기고, 저도 가는데 바지랑 다 젖고, 여기 (학교로) 인사 오는데. 그런 날에 딱 와서 사실 정말 많이 놀랐어요. 제가 외가가 전라남도라고 해도 그 주변을 가본 적도 없고. 그리고 또 정말 본격적인 시골은, 시골 마을은 많이 겪어본 적이 없었던 데다, 그런데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고 버스도 한 시간에 한 대씩 있더라고요. |
▼이경호 8년 전 이야기인데요. 여전히 지금도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씩, 저녁 일찍 끊기고요. 또 영화 한 번 보려고 곡성 읍내까지 차로 20km 정도 운전해서 가야 한다고 합니다. 불편하긴 여전하지만 그래도 만족하고 생활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시골 학교로써 느끼는 그런 보람, 즐거움이 더 크다, 이건데요.
▼이경호 아무래도 그런 불편이 있지만 그런 불편을 갖다가 압도할 만한 장점들이 본인에게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범기영 그게 뭔지 궁금하네요.
▼이경호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송예준 / 죽곡초등학교 교사 지금 6학년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제가 1학년 때부터 봐왔거든요? 그래서 저 아이들도 저를 보는데 되게 어색함이 없고요. 저도 아이들 복도에서 마주치면 되게 반갑게 아이들이랑 장난치고 놀기도 하고. 예전에 미켈란젤로가 그런 말을 했대요, 다비드상을 (조각)하면서. 대리석 속에 있는 천사를 발견해서 그 천사가 날아갈 수 있도록 자기는 조각을 했다고 하는데, 교육이라는 게 단순히 성적을 올린다는 것보다는 저마다의 대리석 속에서 저마다의 다비드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는 조각이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다른 사람이 파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천사가 돼서 날아가야 되는데, 주변의 어른으로서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옆에서 도와주고 알려주고 기다려주는 것, 그게 좋은 교육이 아닐까, 저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우리 학교, 우리 지역, 이런 시골 학교가 교육적인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아요. |
◎범기영 죽곡에는 미켈란젤로가 있네요. 저런 선생님들이 많으면 참 좋을 텐데. 농촌 유학 프로그램들 있잖아요?
▼이경호 지금 도시에 있는 아이들이 농촌에 가서 한 학기 혹은 1~2년, 이렇게 유학 가는 프로그램인데요. 지난해에 서울시교육청이랑 전남교육청이랑 협약을 맺었습니다. 지금 현재 시범 실시 중입니다. 올해는 전북으로 확대가 됐고요. 희망 학생 선발해서 대상자 선발되면 일정 부분의 지원금도 주는 제도인데 지금은 굉장히 적습니다.
◎범기영 그런데 막상 사실 아이들 보내고 싶어도 학부모님들 사교육, 이거 교육 어떻게 하지? 이 걱정 제일 많으실 것 같은데.
▼이경호 아무래도 학업 성적 떨어지는 거 아니냐, 시골 학교 보내면. 이런 걱정이 서로 텐데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선생님 얘기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송예준 / 죽곡초등학교 교사 아이들이 혼자 내려올 수 없기 때문에 부모님이 함께 내려와야 되고 부모님이 함께 내려온다는 것은 생계적 여유가 있지 않은 이상은 그런 대책이 없이는 내려온다는 게 정말 힘든 일이더라고요. 뭐 생계를 어떻게 마련한다고 치더라도 생활 터전을 또 마련해야 되잖아요. 그런 부분을 잘 갖춰놓고 ‘우리가 이렇게 잘 제공해 줄 테니까 한번 와서 해보세요.’라고 한다면 조금 더 확대돼도 괜찮지만 그게 저희 학교도 시행착오를 해봤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대책을 마련하고 좀 숙고한 후에 정책을 좀 확대한다면 좋은 정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범기영 도시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좋을 것 같긴 한데 여전히 학업은 걱정은 되시겠어요, 학부모님들은.
▼이경호 당연히 걱정되는데, 시골 학교만의 또 장점이 있으니까요. 그런 장점들을 살린다면 충분히 시골 학교 한 번 보내볼 만하지 않냐,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범기영 사실 도시 학교들, 한 반에 20명 넘고 대부분 이렇거든요. 그런데 한 학교 전체가 30명쯤 되면 정말 밀접하게 서로 이해하면서 교육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번 고려해 보시죠. 이경호 해설위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사건건, 이번 주 저희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월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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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근 기자 jkcho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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