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황동혁, “치열한 현대 사회 반영이 K-콘텐츠 매력”

입력 2022.09.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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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소공동에서 열린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오징어 게임’ 제작진들이 에미상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16일 서울 소공동에서 열린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오징어 게임’ 제작진들이 에미상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 사회가 굉장히 치열하고 역동적이다 보니 창작물의 내용도 정말 빠르게 변합니다. 치열한 현대 사회의 모습과 문제점을 그대로 반영하는 점이 높은 작품성과 더불어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 사랑받는 계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국 방송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에미상 6관왕을 차지한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은 이른바 ‘K-콘텐츠’의 매력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국 콘텐츠만의 차이점이 있다기보다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고품질 작품들이 많아 자연스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었는데요.

오늘(16일),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에미상 수상 기념 기자 간담회를 연 ‘오징어 게임’ 제작진들은 한목소리로 창작자의 ‘자유’와 ‘창의성’을 성공의 비결로 꼽았습니다. 인위적으로 ‘K-콘텐츠’를 정의하거나 조성하려는 노력보다는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제작 환경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내놨습니다.

■ “‘넷플릭스’ 없었다면 ‘오징어 게임’ 영원히 못 만들어”

아직 시차 적응을 못 끝냈다면서도 트로피를 들어 보일 때는 환한 웃음을 되찾았던 황동혁 감독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탄생 없이는 ‘오징어 게임’도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10여 년 전, 원래 영화 대본으로 구상했던 ‘오징어 게임’이 당시에는 이상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국내 투자자와 배우들에게 죄다 퇴짜를 맞은 작품이라는 건 이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요. 황 감독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서비스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오징어 게임’은 영원히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세상이 정말 달라졌구나’ 하는 충격을 받았다는 제작자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도 ‘플랫폼’의 중요성을 짚었습니다. 한국에 살거나 한국어를 아는 사람들만 향유하던 예전과 달리, 전 세계로 나가는 통로가 갖춰지며 수많은 사람이 한국 작품을 이해하고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데요.

■ “육성보다 인내심이 중요…창작자 자유 보장해야”

그러나 김 대표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한국 드라마나 한국 영화, K-POP이라는 음악 장르까지 우리 문화 상품에 전 세계인이 사랑을 보내는 건 단연코 “한국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들의 재능과 창의성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또 이를 위해선 인위적인 육성보다는 ‘기회’, 그리고 ‘인내심’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일부러 ‘K-무언가’를 만들자, 이렇게 의도를 갖고 달려가는 순간 오히려 잘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 있어요. 오히려 작가들이나 창작자들에게 조금 더 많은 기회와 인내심을 주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과 유·무형의 자본을 많이 투자해 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징어 게임’ 이전 영화 ‘남한산성’과 ‘10억’ 등을 제작한 적 있는 김지연 대표의 말입니다.

함께 에미상 수상의 기쁨을 안은 채경선 미술감독도 “우리나라 창작 문화인들에게 ‘자유’가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줬습니다. 황동혁 감독의 믿음과 넷플릭스의 지원 덕분에 무한한 창작 기회와 자율성을 얻었고,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는 설명이었는데요.

채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작업하며 제일 많이 시도했던 건 새로운 걸 한번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며, “한국적인 색감이나 공간을 만들려 했다기보다는 글(대본) 속에 있는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미상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 보이는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에미상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 보이는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 “‘오겜’ 성공해서 마른 오징어 못 먹어…당분간 집필 매진할 것”

회견장을 가득 채운 국내외 취재진에게서는 후속작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습니다.

황동혁 감독은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가 흔들리고 삭신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시즌 1의 큰 성공으로 느낀 가장 큰 변화로 ‘이가 많이 상해 좋아하는 마른 오징어를 못 먹게 됐다’고 답해 좌중을 웃기기도 했는데요.

황 감독은 한창 ‘오징어 게임’ 다음 시즌 대본을 쓰는 중이라며, 내년에 촬영을 시작해 내후년쯤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내다봤습니다. 다음 시즌의 배경도 한국인 만큼, 갑자기 유명 외국 배우가 출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에미상 수상으로 부담이 더 커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부담은 평생 친구처럼 지고 가는 것”이라는 답을 들려줬습니다. “‘오징어 게임 1’도 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부담을 지고 만든 거예요. 때론 큰 동력이 되기에 오히려 스스로 부담을 느끼려 하는 편입니다. 일부러 수상 소감 때에도 이게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길 바란다’고 스스로에게 굉장히 부담스러운 이야기를 했죠.”

황 감독은 이미 시즌2로 에미상은 물론 골든글로브나 미국배우조합(SAG)상 무대에도 서보고 싶다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오징어 게임’을 찍으며 서로 ‘우리 에미상 한번 가보자’며 농담처럼 나누던 말이 현실이 돼 어안이 벙벙하다는 제작진들이 과연 다음 목표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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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게임’ 황동혁, “치열한 현대 사회 반영이 K-콘텐츠 매력”
    • 입력 2022-09-16 17:01:16
    취재K
16일 서울 소공동에서 열린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오징어 게임’ 제작진들이 에미상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한국 사회가 굉장히 치열하고 역동적이다 보니 창작물의 내용도 정말 빠르게 변합니다. 치열한 현대 사회의 모습과 문제점을 그대로 반영하는 점이 높은 작품성과 더불어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 사랑받는 계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국 방송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에미상 6관왕을 차지한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은 이른바 ‘K-콘텐츠’의 매력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국 콘텐츠만의 차이점이 있다기보다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고품질 작품들이 많아 자연스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었는데요.

오늘(16일),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에미상 수상 기념 기자 간담회를 연 ‘오징어 게임’ 제작진들은 한목소리로 창작자의 ‘자유’와 ‘창의성’을 성공의 비결로 꼽았습니다. 인위적으로 ‘K-콘텐츠’를 정의하거나 조성하려는 노력보다는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제작 환경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내놨습니다.

■ “‘넷플릭스’ 없었다면 ‘오징어 게임’ 영원히 못 만들어”

아직 시차 적응을 못 끝냈다면서도 트로피를 들어 보일 때는 환한 웃음을 되찾았던 황동혁 감독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탄생 없이는 ‘오징어 게임’도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10여 년 전, 원래 영화 대본으로 구상했던 ‘오징어 게임’이 당시에는 이상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국내 투자자와 배우들에게 죄다 퇴짜를 맞은 작품이라는 건 이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요. 황 감독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서비스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오징어 게임’은 영원히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세상이 정말 달라졌구나’ 하는 충격을 받았다는 제작자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도 ‘플랫폼’의 중요성을 짚었습니다. 한국에 살거나 한국어를 아는 사람들만 향유하던 예전과 달리, 전 세계로 나가는 통로가 갖춰지며 수많은 사람이 한국 작품을 이해하고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데요.

■ “육성보다 인내심이 중요…창작자 자유 보장해야”

그러나 김 대표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한국 드라마나 한국 영화, K-POP이라는 음악 장르까지 우리 문화 상품에 전 세계인이 사랑을 보내는 건 단연코 “한국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들의 재능과 창의성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또 이를 위해선 인위적인 육성보다는 ‘기회’, 그리고 ‘인내심’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일부러 ‘K-무언가’를 만들자, 이렇게 의도를 갖고 달려가는 순간 오히려 잘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 있어요. 오히려 작가들이나 창작자들에게 조금 더 많은 기회와 인내심을 주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과 유·무형의 자본을 많이 투자해 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징어 게임’ 이전 영화 ‘남한산성’과 ‘10억’ 등을 제작한 적 있는 김지연 대표의 말입니다.

함께 에미상 수상의 기쁨을 안은 채경선 미술감독도 “우리나라 창작 문화인들에게 ‘자유’가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줬습니다. 황동혁 감독의 믿음과 넷플릭스의 지원 덕분에 무한한 창작 기회와 자율성을 얻었고,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는 설명이었는데요.

채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작업하며 제일 많이 시도했던 건 새로운 걸 한번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며, “한국적인 색감이나 공간을 만들려 했다기보다는 글(대본) 속에 있는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미상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 보이는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 “‘오겜’ 성공해서 마른 오징어 못 먹어…당분간 집필 매진할 것”

회견장을 가득 채운 국내외 취재진에게서는 후속작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습니다.

황동혁 감독은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가 흔들리고 삭신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시즌 1의 큰 성공으로 느낀 가장 큰 변화로 ‘이가 많이 상해 좋아하는 마른 오징어를 못 먹게 됐다’고 답해 좌중을 웃기기도 했는데요.

황 감독은 한창 ‘오징어 게임’ 다음 시즌 대본을 쓰는 중이라며, 내년에 촬영을 시작해 내후년쯤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내다봤습니다. 다음 시즌의 배경도 한국인 만큼, 갑자기 유명 외국 배우가 출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에미상 수상으로 부담이 더 커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부담은 평생 친구처럼 지고 가는 것”이라는 답을 들려줬습니다. “‘오징어 게임 1’도 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부담을 지고 만든 거예요. 때론 큰 동력이 되기에 오히려 스스로 부담을 느끼려 하는 편입니다. 일부러 수상 소감 때에도 이게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길 바란다’고 스스로에게 굉장히 부담스러운 이야기를 했죠.”

황 감독은 이미 시즌2로 에미상은 물론 골든글로브나 미국배우조합(SAG)상 무대에도 서보고 싶다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오징어 게임’을 찍으며 서로 ‘우리 에미상 한번 가보자’며 농담처럼 나누던 말이 현실이 돼 어안이 벙벙하다는 제작진들이 과연 다음 목표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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