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폭염에 올해 알프스 빙하 최대로 소멸

입력 2022.09.17 (22:23) 수정 2022.09.1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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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여름 유럽은 최악의 폭염과 가뭄을 겪었는데요.

이로 인해 알프스산맥의 빙하가 올해 최대로 녹아내렸다고 합니다.

지금 속도라면 2100년에는 알프스 빙하가 거의 사라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합쳐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인데요.

알프스 빙하 소멸의 현장을 파리 유원중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유럽의 최고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가던 7월 3일, 북부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맥에서 빙하가 붕괴되면서 얼음과 바위가 등산로를 덮쳤습니다.

이 사고로 모두 11명이 사망했습니다.

사고 여파로 알프스 산맥의 몽블랑과 마터호른, 융프라우 등 유명 등반로가 한때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여름이 끝나가는 지난 9월 초 몽블랑 등산로를 취재했습니다.

약 2주간 금지됐었던 정상 등반은 다시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빙하가 녹고 뜨거워진 바위산에서 예년보다 훨씬 자주 낙석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빙하 곳곳에 크레바스로 불리는 얼음 틈이 생겨, 등반팀은 평지 같은 길도 로프로 서로를 연결해 안전을 확보해야 합니다.

몽블랑산에서 내려오는 보송빙하의 끝자락엔 약 70년 전 추락했던 헬기의 잔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산악열차를 타고 빙하 얼음동굴로 유명한 몽탕베르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얼음의 바다'란 뜻의 메르 드 글라스 빙하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입니다.

100년 전에는 열차 종점에서부터 정말 바다처럼 펼쳐졌던 빙하, 그러나 지금은 케이블카와 계단을 따라 수백 미터를 걸어 내려가야 빙하를 볼 수 있습니다.

[뤽 모로/빙하 연구원 : "25년 안에 빙하는 저기 굽어지는 지점으로 올라가고 50년 후엔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고 2100년에는 불행하지만 몽블랑 정상까지 올라 갈 겁니다."]

빙하를 보러 내려가는 길, 곳곳에 과거 빙하가 차 있던 높이에 연도 표시를 해놨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 지점이 '얼음의 바다'라고 불리는 빙하의 맨 끝 지점입니다.

그러나 약 50년 전만 해도 저기 보이는 케이블카까지 빙하가 차 있었다고 합니다.

빙하 관광을 위해 만든 이 철계단도 그래서 해마다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산의 어머니'로 불리는 마터호른이 유명한 스위스 체르마트, 빙하 주변으로 여러 갈래의 폭포가 만들어졌습니다.

빙하 위에 지어진 스키 리프트 기둥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커다란 흰 천이 덮여 있습니다.

빙하가 더 이상 녹지 못하도록 한 조칩니다.

4천미터에서부터 펼쳐지는 빙하는 사시사철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유명 스키장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일반인들의 스키가 금지됐습니다.

체르마트 리조트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스키장 운영을 중단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빙하가 너무 빨리 녹고, 보시는 것처럼 수많은 크레바스, 얼음 절벽이 생기면서 스키장 운영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빙하 끝자락은 올 여름에만 약 10미터 정도 산쪽으로 후퇴했습니다.

대신 그 자리엔 예전에 없던 여러 호수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블레즈 버리앙/알프스 전문 가이드 : "얼음이 매우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이 지역에 물이 많이 유입돼 새로운 호수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유럽 대륙의 평균기온이 올라가면서 와인 농가들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체르마트 주변의 와인 산지 역시 과거보다 덮고 건조해진 여름 날씨 때문에 포도 품종을 바꾸는 농가가 생기고 있습니다.

[알렉상드르/소믈리에 : "이곳은 피노누아 포도를 재배하는데 기온이 올라가면 와인의 당도가 높아져서 다른 품종으로 바꾸는 겁니다."]

빙하 학자들은 올해 알프스 빙하가 60년 만에 가장 크게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탄소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2100년쯤에는 알프스 산맥에서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마티아스/빙하학자 : "지난 10년 동안 빙하 녹는 속도가 극단적입니다. 저희가 연구한 이후 가장 많이 소멸된 거 같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 세계가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지금,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신냉전으로 불리는 세계 질서의 변화는 탄소중립을 위한 각국의 단결된 대응을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샤모니-몽블랑에서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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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폭염에 올해 알프스 빙하 최대로 소멸
    • 입력 2022-09-17 22:23:25
    • 수정2022-09-17 22:47:25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올 여름 유럽은 최악의 폭염과 가뭄을 겪었는데요.

이로 인해 알프스산맥의 빙하가 올해 최대로 녹아내렸다고 합니다.

지금 속도라면 2100년에는 알프스 빙하가 거의 사라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합쳐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인데요.

알프스 빙하 소멸의 현장을 파리 유원중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유럽의 최고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가던 7월 3일, 북부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맥에서 빙하가 붕괴되면서 얼음과 바위가 등산로를 덮쳤습니다.

이 사고로 모두 11명이 사망했습니다.

사고 여파로 알프스 산맥의 몽블랑과 마터호른, 융프라우 등 유명 등반로가 한때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여름이 끝나가는 지난 9월 초 몽블랑 등산로를 취재했습니다.

약 2주간 금지됐었던 정상 등반은 다시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빙하가 녹고 뜨거워진 바위산에서 예년보다 훨씬 자주 낙석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빙하 곳곳에 크레바스로 불리는 얼음 틈이 생겨, 등반팀은 평지 같은 길도 로프로 서로를 연결해 안전을 확보해야 합니다.

몽블랑산에서 내려오는 보송빙하의 끝자락엔 약 70년 전 추락했던 헬기의 잔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산악열차를 타고 빙하 얼음동굴로 유명한 몽탕베르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얼음의 바다'란 뜻의 메르 드 글라스 빙하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입니다.

100년 전에는 열차 종점에서부터 정말 바다처럼 펼쳐졌던 빙하, 그러나 지금은 케이블카와 계단을 따라 수백 미터를 걸어 내려가야 빙하를 볼 수 있습니다.

[뤽 모로/빙하 연구원 : "25년 안에 빙하는 저기 굽어지는 지점으로 올라가고 50년 후엔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고 2100년에는 불행하지만 몽블랑 정상까지 올라 갈 겁니다."]

빙하를 보러 내려가는 길, 곳곳에 과거 빙하가 차 있던 높이에 연도 표시를 해놨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 지점이 '얼음의 바다'라고 불리는 빙하의 맨 끝 지점입니다.

그러나 약 50년 전만 해도 저기 보이는 케이블카까지 빙하가 차 있었다고 합니다.

빙하 관광을 위해 만든 이 철계단도 그래서 해마다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산의 어머니'로 불리는 마터호른이 유명한 스위스 체르마트, 빙하 주변으로 여러 갈래의 폭포가 만들어졌습니다.

빙하 위에 지어진 스키 리프트 기둥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커다란 흰 천이 덮여 있습니다.

빙하가 더 이상 녹지 못하도록 한 조칩니다.

4천미터에서부터 펼쳐지는 빙하는 사시사철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유명 스키장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일반인들의 스키가 금지됐습니다.

체르마트 리조트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스키장 운영을 중단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빙하가 너무 빨리 녹고, 보시는 것처럼 수많은 크레바스, 얼음 절벽이 생기면서 스키장 운영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빙하 끝자락은 올 여름에만 약 10미터 정도 산쪽으로 후퇴했습니다.

대신 그 자리엔 예전에 없던 여러 호수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블레즈 버리앙/알프스 전문 가이드 : "얼음이 매우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이 지역에 물이 많이 유입돼 새로운 호수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유럽 대륙의 평균기온이 올라가면서 와인 농가들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체르마트 주변의 와인 산지 역시 과거보다 덮고 건조해진 여름 날씨 때문에 포도 품종을 바꾸는 농가가 생기고 있습니다.

[알렉상드르/소믈리에 : "이곳은 피노누아 포도를 재배하는데 기온이 올라가면 와인의 당도가 높아져서 다른 품종으로 바꾸는 겁니다."]

빙하 학자들은 올해 알프스 빙하가 60년 만에 가장 크게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탄소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2100년쯤에는 알프스 산맥에서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마티아스/빙하학자 : "지난 10년 동안 빙하 녹는 속도가 극단적입니다. 저희가 연구한 이후 가장 많이 소멸된 거 같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 세계가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지금,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신냉전으로 불리는 세계 질서의 변화는 탄소중립을 위한 각국의 단결된 대응을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샤모니-몽블랑에서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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