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여야” VS “그만 좀 줘”…길고양이는 ‘구조 예외 동물’?

입력 2022.09.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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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먹이 주기 행위’를 놓고 이웃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가여운 생명을 살리기 위한 봉사 활동의 일환”이라는 주장과 “이웃들의 생활에 피해를 주는 민폐 행위”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길고양이 먹이 주기 행위’를 놓고 이웃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가여운 생명을 살리기 위한 봉사 활동의 일환”이라는 주장과 “이웃들의 생활에 피해를 주는 민폐 행위”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지하주차장 차량에 '고양이 사료'가…보닛에는 흠집이?

"오늘도 여지없이 한 그릇 듬뿍 있습니다. 일단 지상에 옮겨 뒀는데, 지하 주차장 차량 아래에 하루하루 사료를 두는 걸 보니까 슬슬 짜증이 납니다. 저도 동물을 좋아해서 고양이도 쓰다듬고 하지만, 저렇게 다른 입주민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을까요? 차에 쪽지를 끼워놔도 괜찮을까요? 남의 차에 손댔다고 난리 칠까봐 아직 적어놓지는 않았네요."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에 올라온 '캣맘·캣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글쓴이는, 누군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아래에 매일같이 고양이 사료 그릇을 놓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앞서 아파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자제를 요청했지만 그 뒤로도 사료 그릇은 계속 놓였고, 결국 본인 차량 보닛에까지 고양이 발자국과 흠집이 났다고 합니다.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에 올라온 이른바 ‘캣맘·캣대디 갈등’ 관련 게시물 사진. 지하 주차장 내 차량 아래에 고양이 사료 그릇이 놓여 있다. (사진 출처=보배드림)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에 올라온 이른바 ‘캣맘·캣대디 갈등’ 관련 게시물 사진. 지하 주차장 내 차량 아래에 고양이 사료 그릇이 놓여 있다. (사진 출처=보배드림)

해당 게시물에 댓글을 단 네티즌들은 "그런 행위를 못하도록 관리사무소에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입주자 회의에서 '캣맘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금을 부과하도록 의결하는 게 정석"이라는 등 글쓴이에게 동조하며 더 강한 대응을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길고양이 먹이 주기 행위'를 놓고 이웃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캣맘·캣대디 갈등'으로도 불리는데요. "가여운 생명을 살리기 위한 봉사 활동의 일환"이라는 캣맘 쪽 주장과, "이웃들의 생활에 피해를 주는 민폐 행위"라는 반대쪽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 "너 판검사 있어?" "칼부림 원하냐"…'길고양이 먹이 주기' 갈등 격화

캣맘·캣대디들은 길고양이 먹이 주기가 "배고픈 이웃 친구들을 돕는 옳은 일"이자 "깨끗하고 이로운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편의를 위해 생태계를 파괴한 책임이 있는 만큼, 힘들게 도시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보호하는 건 인간의 책무"라고 역설하기도 합니다. 칭찬을 바라진 않지만 최소한 비난받을 일은 아니란 주장입니다.

반면 반대편에서는 '일상의 피해'를 우려합니다. 위의 글쓴이는 이전 게시물에서 "고양이들이 지하 주차장을 자주 드나들게 되면 차량 하부나 엔진 룸에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며 "그러면 고양이가 죽거나 다치고, 차주는 사비를 들여 차량을 수리·청소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차량 훼손 외에도 배설물 오염, 쓰레기 봉투 찢김, 소음·알레르기 유발 등 실질적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최근 서로에 대한 조롱과 협박으로 이어질 정도로 ‘길고양이 먹이 주기’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동물권행동 카라)최근 서로에 대한 조롱과 협박으로 이어질 정도로 ‘길고양이 먹이 주기’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동물권행동 카라)

최근 서로에 대한 조롱과 협박으로 이어질 정도로 '길고양이 먹이 주기' 갈등은 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어느 캣맘이 모 대학 인근에 둔 고양이 사료 그릇을 치웠다는 이유로 '대학생 조롱 글'을 남겼고, 지난 1월 동물권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가 공개한 '캣맘 협박 편지'의 내용이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 '야생동물'에 가까운 길고양이…원칙적으로 '구조·보호 대상' 아냐

이처럼 길고양이 먹이 주기가 사회 문제적 쟁점으로 떠오르자, 일각에서는 '길고양이도 유기견처럼 포획을 통해 길거리에서 구조하면 되지 않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전문 구조대가 포획한 뒤 동물보호센터 등에 인계하면 고양이들도 안전한 터전에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고, 지금처럼 '먹이 주기'로 다투던 사람들도 평온한 일상을 보낼 수 있지 않겠냐는 논리인데요.

그러나 길고양이는 개와 달리 법적으로 '유기동물'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구조·보호 조치 대상'이 아닙니다. 동물보호법 제14조 1항에 따르면,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유실·유기동물' 발견 시 구조하고 치료·보호해야 합니다. 단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서,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中性化)해 포획 장소에 방사(放飼)하는 등의 조치 대상이거나 조치가 된 고양이'(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3조 1항)는 그 '유기동물'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동물보호법 제14조 1항에 따르면,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유실·유기동물’ 발견 시 구조하고 치료·보호해야 한다. 단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서,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中性化)해 포획 장소에 방사(放飼)하는 등의 조치 대상이거나 조치가 된 고양이’(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3조 1항)는 유기동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동물보호법 제14조 1항에 따르면,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유실·유기동물’ 발견 시 구조하고 치료·보호해야 한다. 단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서,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中性化)해 포획 장소에 방사(放飼)하는 등의 조치 대상이거나 조치가 된 고양이’(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3조 1항)는 유기동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왜 그럴까요? 해당 법령 소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설명에 따르면, 사람에 의해 목줄이 채워져 길러져온 개와 달리 길고양이는 '영역 동물'로서 일정한 서식지에서 오랜 세월 자생해온 동물입니다. 인간의 곁에서 자연스럽게 스스로 살아온 동물로 인식돼 왔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인위적으로 구조·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길고양이를 유기동물로 보지 않고, 구조·보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길고양이들의 생태적 습성을 존중하는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길고양이는 주인이 없는 '무주물(無主物)'이자, 자연에서 살고 있는 '야생동물' 성격이라고 보면 됩니다. 참새나 비둘기처럼, 집에서 사람의 돌봄을 받지 않고 살면서도 우리가 사는 환경에 있는 동물인 거죠. 구조·보호 대상에서 예외로 한 건, 자연 상태에서 그대로 살아가도록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다만 다치거나 질병에 걸려서, 또는 연령이 너무 어리거나 사람에게 학대를 받아서 '독자적인 생존 능력이 없다고 판단될 때'는 구조 신고가 들어오면 포획합니다. 그렇게 되면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치료 조치를 받을 수 있죠. 치료가 끝나면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방사하는 게 원칙입니다." -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

길고양이에 대한 관리나 처분은 각 기초자치단체 소관입니다. 서울시내로 보자면 관할 구청의 업무인데요. 농식품부 관계자 설명처럼, 길고양이가 '위급 상황에 놓였을 때' 구청에 신고하면 구조 후 동물보호센터로 인계됩니다. 또한 '사람이 위해를 입을 때'도 119 구조대원들이 경찰과 함께 출동, 길고양이 포획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길고양이는 구조·보호 대상이 아니며 '중성화를 통한 개체 수 조절'이 관리의 대원칙입니다. 서울시 동물관리팀 관계자는 "고양이 포획 관련 민원을 제기하는 시민들에게도 이렇게 안내한다"며 "길고양이는 구조 후 동물보호센터로 보내져도 기증·입양되지 않는 이상에는 안락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전문가 "공중 보건에 기여하는 길고양이…서로 타협하며 함께 살아가야"

결과적으로 '길고양이 구조'도 이웃 간 '먹이 주기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셈인데요. 그렇다면 근래 들어 각종 사건 사고로 비화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길고양이의 긍정적 역할을 인정하고, 사람과의 공생(共生)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캣맘·캣대디들도 이웃의 호소를 경청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일정한 규칙을 정해놓고 먹이를 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전문가들은 길고양이의 긍정적 역할을 인정하고, 사람과의 공생(共生)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캣맘·캣대디들도 이웃의 호소를 경청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일정한 규칙을 정해놓고 먹이를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전문가들은 길고양이의 긍정적 역할을 인정하고, 사람과의 공생(共生)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캣맘·캣대디들도 이웃의 호소를 경청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일정한 규칙을 정해놓고 먹이를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김동훈 / 법무법인 로베리 변호사
"캣맘·캣대디가 놓은 물·사료 그릇을 부수거나 없애면 재물손괴죄가 성립될 소지가 있습니다. 길고양이가 어떤 사고를 쳐서 내가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먹이를 준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도 힘들고요. 피해가 예상된다면 먹이 그릇을 다른 곳에 치운 뒤, 메모를 남겨 '이곳에는 두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하는 식으로 해결하는 게 낫습니다. 캣맘·캣대디들도 고의적이라고 오해받지 않으려면 서로 타협해나가는 게 좋겠죠."

조희경 / 동물자유연대 대표
"쥐의 출몰을 억제하는 등 길고양이의 존재는 공중 보건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어요. 사람이 보기 싫다고 고양이를 치워버린들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영역 동물이라서 생존이 더 편한 다른 쪽으로 이주할 뿐이죠. 고양이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결국 개체 수를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캣맘·캣대디들도 일정한 기준에 따라 특정 장소에서만 밥을 주고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전국에 서식하는 길고양이 개체 수는 100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상호 이해와 배려로 해묵은 '먹이 주기 갈등'이 해소되고, 사람과 길고양이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소망합니다.

(취재 지원: 최민주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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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먹여야” VS “그만 좀 줘”…길고양이는 ‘구조 예외 동물’?
    • 입력 2022-09-18 08:01:16
    취재K
‘길고양이 먹이 주기 행위’를 놓고 이웃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가여운 생명을 살리기 위한 봉사 활동의 일환”이라는 주장과 “이웃들의 생활에 피해를 주는 민폐 행위”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지하주차장 차량에 '고양이 사료'가…보닛에는 흠집이?

"오늘도 여지없이 한 그릇 듬뿍 있습니다. 일단 지상에 옮겨 뒀는데, 지하 주차장 차량 아래에 하루하루 사료를 두는 걸 보니까 슬슬 짜증이 납니다. 저도 동물을 좋아해서 고양이도 쓰다듬고 하지만, 저렇게 다른 입주민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을까요? 차에 쪽지를 끼워놔도 괜찮을까요? 남의 차에 손댔다고 난리 칠까봐 아직 적어놓지는 않았네요."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에 올라온 '캣맘·캣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글쓴이는, 누군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아래에 매일같이 고양이 사료 그릇을 놓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앞서 아파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자제를 요청했지만 그 뒤로도 사료 그릇은 계속 놓였고, 결국 본인 차량 보닛에까지 고양이 발자국과 흠집이 났다고 합니다.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에 올라온 이른바 ‘캣맘·캣대디 갈등’ 관련 게시물 사진. 지하 주차장 내 차량 아래에 고양이 사료 그릇이 놓여 있다. (사진 출처=보배드림)
해당 게시물에 댓글을 단 네티즌들은 "그런 행위를 못하도록 관리사무소에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입주자 회의에서 '캣맘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금을 부과하도록 의결하는 게 정석"이라는 등 글쓴이에게 동조하며 더 강한 대응을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길고양이 먹이 주기 행위'를 놓고 이웃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캣맘·캣대디 갈등'으로도 불리는데요. "가여운 생명을 살리기 위한 봉사 활동의 일환"이라는 캣맘 쪽 주장과, "이웃들의 생활에 피해를 주는 민폐 행위"라는 반대쪽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 "너 판검사 있어?" "칼부림 원하냐"…'길고양이 먹이 주기' 갈등 격화

캣맘·캣대디들은 길고양이 먹이 주기가 "배고픈 이웃 친구들을 돕는 옳은 일"이자 "깨끗하고 이로운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편의를 위해 생태계를 파괴한 책임이 있는 만큼, 힘들게 도시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보호하는 건 인간의 책무"라고 역설하기도 합니다. 칭찬을 바라진 않지만 최소한 비난받을 일은 아니란 주장입니다.

반면 반대편에서는 '일상의 피해'를 우려합니다. 위의 글쓴이는 이전 게시물에서 "고양이들이 지하 주차장을 자주 드나들게 되면 차량 하부나 엔진 룸에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며 "그러면 고양이가 죽거나 다치고, 차주는 사비를 들여 차량을 수리·청소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차량 훼손 외에도 배설물 오염, 쓰레기 봉투 찢김, 소음·알레르기 유발 등 실질적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최근 서로에 대한 조롱과 협박으로 이어질 정도로 ‘길고양이 먹이 주기’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동물권행동 카라)
최근 서로에 대한 조롱과 협박으로 이어질 정도로 '길고양이 먹이 주기' 갈등은 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어느 캣맘이 모 대학 인근에 둔 고양이 사료 그릇을 치웠다는 이유로 '대학생 조롱 글'을 남겼고, 지난 1월 동물권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가 공개한 '캣맘 협박 편지'의 내용이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 '야생동물'에 가까운 길고양이…원칙적으로 '구조·보호 대상' 아냐

이처럼 길고양이 먹이 주기가 사회 문제적 쟁점으로 떠오르자, 일각에서는 '길고양이도 유기견처럼 포획을 통해 길거리에서 구조하면 되지 않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전문 구조대가 포획한 뒤 동물보호센터 등에 인계하면 고양이들도 안전한 터전에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고, 지금처럼 '먹이 주기'로 다투던 사람들도 평온한 일상을 보낼 수 있지 않겠냐는 논리인데요.

그러나 길고양이는 개와 달리 법적으로 '유기동물'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구조·보호 조치 대상'이 아닙니다. 동물보호법 제14조 1항에 따르면,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유실·유기동물' 발견 시 구조하고 치료·보호해야 합니다. 단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서,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中性化)해 포획 장소에 방사(放飼)하는 등의 조치 대상이거나 조치가 된 고양이'(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3조 1항)는 그 '유기동물'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동물보호법 제14조 1항에 따르면,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유실·유기동물’ 발견 시 구조하고 치료·보호해야 한다. 단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서,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中性化)해 포획 장소에 방사(放飼)하는 등의 조치 대상이거나 조치가 된 고양이’(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3조 1항)는 유기동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왜 그럴까요? 해당 법령 소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설명에 따르면, 사람에 의해 목줄이 채워져 길러져온 개와 달리 길고양이는 '영역 동물'로서 일정한 서식지에서 오랜 세월 자생해온 동물입니다. 인간의 곁에서 자연스럽게 스스로 살아온 동물로 인식돼 왔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인위적으로 구조·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길고양이를 유기동물로 보지 않고, 구조·보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길고양이들의 생태적 습성을 존중하는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길고양이는 주인이 없는 '무주물(無主物)'이자, 자연에서 살고 있는 '야생동물' 성격이라고 보면 됩니다. 참새나 비둘기처럼, 집에서 사람의 돌봄을 받지 않고 살면서도 우리가 사는 환경에 있는 동물인 거죠. 구조·보호 대상에서 예외로 한 건, 자연 상태에서 그대로 살아가도록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다만 다치거나 질병에 걸려서, 또는 연령이 너무 어리거나 사람에게 학대를 받아서 '독자적인 생존 능력이 없다고 판단될 때'는 구조 신고가 들어오면 포획합니다. 그렇게 되면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치료 조치를 받을 수 있죠. 치료가 끝나면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방사하는 게 원칙입니다." -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

길고양이에 대한 관리나 처분은 각 기초자치단체 소관입니다. 서울시내로 보자면 관할 구청의 업무인데요. 농식품부 관계자 설명처럼, 길고양이가 '위급 상황에 놓였을 때' 구청에 신고하면 구조 후 동물보호센터로 인계됩니다. 또한 '사람이 위해를 입을 때'도 119 구조대원들이 경찰과 함께 출동, 길고양이 포획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길고양이는 구조·보호 대상이 아니며 '중성화를 통한 개체 수 조절'이 관리의 대원칙입니다. 서울시 동물관리팀 관계자는 "고양이 포획 관련 민원을 제기하는 시민들에게도 이렇게 안내한다"며 "길고양이는 구조 후 동물보호센터로 보내져도 기증·입양되지 않는 이상에는 안락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전문가 "공중 보건에 기여하는 길고양이…서로 타협하며 함께 살아가야"

결과적으로 '길고양이 구조'도 이웃 간 '먹이 주기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셈인데요. 그렇다면 근래 들어 각종 사건 사고로 비화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길고양이의 긍정적 역할을 인정하고, 사람과의 공생(共生)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캣맘·캣대디들도 이웃의 호소를 경청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일정한 규칙을 정해놓고 먹이를 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전문가들은 길고양이의 긍정적 역할을 인정하고, 사람과의 공생(共生)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캣맘·캣대디들도 이웃의 호소를 경청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일정한 규칙을 정해놓고 먹이를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김동훈 / 법무법인 로베리 변호사
"캣맘·캣대디가 놓은 물·사료 그릇을 부수거나 없애면 재물손괴죄가 성립될 소지가 있습니다. 길고양이가 어떤 사고를 쳐서 내가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먹이를 준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도 힘들고요. 피해가 예상된다면 먹이 그릇을 다른 곳에 치운 뒤, 메모를 남겨 '이곳에는 두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하는 식으로 해결하는 게 낫습니다. 캣맘·캣대디들도 고의적이라고 오해받지 않으려면 서로 타협해나가는 게 좋겠죠."

조희경 / 동물자유연대 대표
"쥐의 출몰을 억제하는 등 길고양이의 존재는 공중 보건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어요. 사람이 보기 싫다고 고양이를 치워버린들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영역 동물이라서 생존이 더 편한 다른 쪽으로 이주할 뿐이죠. 고양이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결국 개체 수를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캣맘·캣대디들도 일정한 기준에 따라 특정 장소에서만 밥을 주고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전국에 서식하는 길고양이 개체 수는 100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상호 이해와 배려로 해묵은 '먹이 주기 갈등'이 해소되고, 사람과 길고양이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소망합니다.

(취재 지원: 최민주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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