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론스타ISDS]⑥ ‘정부 상충 의견’ 낸 변호사, 정부 대리 참여

입력 2022.09.19 (13:53) 수정 2022.09.2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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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한국정부 간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정부를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이 정부를 대리하기 전인 2011년 3월 론스타와 사실상 같은 견해를 담은 의견서를 작성했던 사실이 드러나 대리인 선임 등 정부 대응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의견서를 작성한 태평양의 변호사가 ISDS 정부 대리팀에도 직접 참여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의견서 작성 변호사 3명 가운데 1명, ISDS 정부 대리 참여

KBS탐사보도부가 입수한 태평양의 법률의견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 이 의견서를 작성한 변호사는 양 모, 황 모, 강 모 변호사 3명입니다.


이들은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 환송한 상황에서 ▲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는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금융위가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승인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지만 관계 법령과 현실에 부합하지 않고 공익적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다 ▲ 파기환송심에서 론스타에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금융위가 승인을 지연할 경우 국부유출을 심화시키는 결과가 초래된다 ▲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돼 금융위가 매각명령을 내리더라도 매각명령과 매각승인이 같은 결과 라는 법률 의견을 냈습니다.

지난 8월 31일 ISDS 판정 후 태평양이 언론에 직접 밝힌 ISDS 대리팀은 중재 분야 2명, 금융 분야 4명, 조세 분야 3명, 국제통상분야 2명 등 변호사 10명과 세무사 1명 등 11명입니다. 이 가운데 금융 분야의 양 모 변호사가 2011년 3월 해당 법률의견서를 쓴 당사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는 이후 ISDS에서 정부를 대리했습니다.

이 의견서에 대해 태평양 측은 “금융지주회사법은 재량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성 당시는 하나금융 대리인으로서 하나금융의 이해에 맞춰 작성한 것”이라며 ISDS에서 정부 대리를 맡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 태평양, 금융당국 동향 담은 이메일…'정부 개입' 뒷받침

태평양이 2011년 외환은행 매각 협상 당시 금융당국의 동향을 담은 이메일을 론스타에 보낸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이 이메일은 론스타-하나금융 간 국제상공회의소(ICC) 분쟁에서 정부 개입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채택됐고, ICC 판정문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출됐습니다.

ICC 중재판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협상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면서 그 근거로 본 정황은 판정문에 여럿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 부분입니다.

120. 하나은행 변호인인 법무법인 태평양도 한국 금융당국이 정치 압력에 의해 외환은행 주가에 관련해 우려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 론스타-하나금융 ICC 중재판정문

태평양이 하나금융 대리인으로서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가격에 우려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강조해 론스타에 이메일을 보냈다는 겁니다.

이 이메일은 태평양의 Steve Kim 변호사가 2011년 7월 5일 외환은행 매매계약 수정을 론스타에 제안하면서 하나금융, 크레딧 스위스 은행 등에 함께 보낸 것으로 판정문에서 확인됩니다. 이 이메일은 론스타가 판정부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이메일 원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태평양이 론스타에 보낸 이 계약 수정 제안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론스타가 1차 계약 후에 배당금을 받은 사실에 대해 부정적인 정치 여론이 형성됐다, 이 배당이 최종 매매가에 반영이 됐는지를 금융위가 확인할 거라는 게 하나금융의 예상이라며 매매가 수정을 제안합니다.

이 제안 이후 외환은행 계약 가격은 당초( 2010년 11월 25일) 주당 14,250원에서 주당 13, 390원(2011년 7월 8일)으로 수정되고, 최종 매각 가격은 다시 주당 11,900원(2011.12.3)으로 내려갑니다.

판정부는 이 이메일에 있는 금융당국 동향과 관련한 태평양의 언급을 정부가 가격협상에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여러 정황 가운데 하나로 봤습니다.

취재 최문호 기자 bird@kbs.co.kr 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촬영 김성현 기자 neptune@kbs.co.kr 허용석 기자 godup@kbs.co.kr
자료조사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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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론스타ISDS]⑥ ‘정부 상충 의견’ 낸 변호사, 정부 대리 참여
    • 입력 2022-09-19 13:53:55
    • 수정2022-09-20 19:47:42
    탐사K

론스타-한국정부 간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정부를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이 정부를 대리하기 전인 2011년 3월 론스타와 사실상 같은 견해를 담은 의견서를 작성했던 사실이 드러나 대리인 선임 등 정부 대응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의견서를 작성한 태평양의 변호사가 ISDS 정부 대리팀에도 직접 참여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의견서 작성 변호사 3명 가운데 1명, ISDS 정부 대리 참여

KBS탐사보도부가 입수한 태평양의 법률의견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 이 의견서를 작성한 변호사는 양 모, 황 모, 강 모 변호사 3명입니다.


이들은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 환송한 상황에서 ▲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는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금융위가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승인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지만 관계 법령과 현실에 부합하지 않고 공익적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다 ▲ 파기환송심에서 론스타에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금융위가 승인을 지연할 경우 국부유출을 심화시키는 결과가 초래된다 ▲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돼 금융위가 매각명령을 내리더라도 매각명령과 매각승인이 같은 결과 라는 법률 의견을 냈습니다.

지난 8월 31일 ISDS 판정 후 태평양이 언론에 직접 밝힌 ISDS 대리팀은 중재 분야 2명, 금융 분야 4명, 조세 분야 3명, 국제통상분야 2명 등 변호사 10명과 세무사 1명 등 11명입니다. 이 가운데 금융 분야의 양 모 변호사가 2011년 3월 해당 법률의견서를 쓴 당사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는 이후 ISDS에서 정부를 대리했습니다.

이 의견서에 대해 태평양 측은 “금융지주회사법은 재량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성 당시는 하나금융 대리인으로서 하나금융의 이해에 맞춰 작성한 것”이라며 ISDS에서 정부 대리를 맡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 태평양, 금융당국 동향 담은 이메일…'정부 개입' 뒷받침

태평양이 2011년 외환은행 매각 협상 당시 금융당국의 동향을 담은 이메일을 론스타에 보낸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이 이메일은 론스타-하나금융 간 국제상공회의소(ICC) 분쟁에서 정부 개입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채택됐고, ICC 판정문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출됐습니다.

ICC 중재판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협상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면서 그 근거로 본 정황은 판정문에 여럿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 부분입니다.

120. 하나은행 변호인인 법무법인 태평양도 한국 금융당국이 정치 압력에 의해 외환은행 주가에 관련해 우려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 론스타-하나금융 ICC 중재판정문

태평양이 하나금융 대리인으로서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가격에 우려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강조해 론스타에 이메일을 보냈다는 겁니다.

이 이메일은 태평양의 Steve Kim 변호사가 2011년 7월 5일 외환은행 매매계약 수정을 론스타에 제안하면서 하나금융, 크레딧 스위스 은행 등에 함께 보낸 것으로 판정문에서 확인됩니다. 이 이메일은 론스타가 판정부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이메일 원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태평양이 론스타에 보낸 이 계약 수정 제안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론스타가 1차 계약 후에 배당금을 받은 사실에 대해 부정적인 정치 여론이 형성됐다, 이 배당이 최종 매매가에 반영이 됐는지를 금융위가 확인할 거라는 게 하나금융의 예상이라며 매매가 수정을 제안합니다.

이 제안 이후 외환은행 계약 가격은 당초( 2010년 11월 25일) 주당 14,250원에서 주당 13, 390원(2011년 7월 8일)으로 수정되고, 최종 매각 가격은 다시 주당 11,900원(2011.12.3)으로 내려갑니다.

판정부는 이 이메일에 있는 금융당국 동향과 관련한 태평양의 언급을 정부가 가격협상에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여러 정황 가운데 하나로 봤습니다.

취재 최문호 기자 bird@kbs.co.kr 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촬영 김성현 기자 neptune@kbs.co.kr 허용석 기자 god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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