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의 비극’ 한달…인구주택총조사 첫 전수분석

입력 2022.09.19 (21:34) 수정 2022.09.2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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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록적 폭우에 서울 신림동 반지하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사고 뒤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했고, 국토부도 이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달 실태 조사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이런 자료가 없었던 게 아닙니다.

5년에 한 번 나오는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400만 가구, 인구 천만 명의 주거 실태를 담고 있습니다.

가장 규모가 크고, 정확한 정부 조사입니다.

KBS는 이 자료를 전수분석해서 오늘(19일)부터 주거 취약 계층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따져봅니다.

먼저, 계현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현재까지 정부가 반지하를 분석할 때 기반이 된 자료는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입니다.

이 조사에 담긴 반지하 표본수는 600가구 정도, 그런데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반지하 가구 표본만 5만 8천여 가구로 100배 가까이 많습니다.

여기엔 현재까지 파악된 반지하 가구 수 외에 몇 명이나 살고 있는지도 담겨 있습니다.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료인데, 반지하 거주 인구는 59만 9천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먼저 반지하에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 역시 서울입니다.

35만 5천 명으로 서울 전체 인구 25명 중 한 명입니다.

자치구별로 보면, 침수 피해가 컸던 관악구가 3만 4천 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또 경기 성남시와 인천 남동구 등에도 반지하 인구가 많습니다.

어떤 이들이 살고 있는지 특징도 살펴봤습니다.

키워드는 크게 세 개입니다.

고령층, 1인 가구, 그리고 장애인입니다.

반지하에 살고 있는 60살 이상 고령층은 17만 6천여 명으로 비율은 29%였습니다.

전체 고령층 인구 비율보다 6%P 높습니다.

1인 가구 비율은 어떨까요.

반지하 56%로 전국 32% 보다 20%P 이상 높습니다.

건강 문제로 홀로 활동이 어려운 구성원이 있는 가구를 추려봤습니다.

이 기준으로 장애인과 함께 반지하에 4만 7천7백 가구가 살고 있는데, 전국 비율 10.7%와 따져보면 4%P 높습니다.

반지하에 홀로 사는 고령층이나 장애인, 재난 재해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는데, 화재가 났을 때 필요한 경보기, 소화기가 없는 곳, 반지하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주거 환경은 어떨까요.

반지하 주택 가운데 80%이상(83.5%)이 90년대 이전에 지은 집입니다.

전체 평균(45.5%)를 훨씬 웃도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기만 합니다.

아무리 급박한 상황에 처해도 반지하를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

고아름 기자가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2년 전 두 자녀와 함께 반지하 주택에 들어온 김 모 씨, 지난달 폭우 때 하수구가 역류해 더러운 물이 온 집안으로 들이찼습니다.

[김○○/반지하 거주민 : "물이 이제 복숭아뼈 있는 데까지 올라온 거죠. 분수가 이렇게 올라오잖아요. 그 물줄기에 머리카락도 보이고."]

환기할 수 있는 구멍이라곤 도로 쪽으로 나 있는 창문뿐, 도로의 먼지가 그대로 들어오다 보니 호흡기 질환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여기 와서 천식하고 비염도 되게 많이 심해져서. 저희 딸 같은 경우는 한 달 중에 20일 정도를 약을 먹고."]

17년째 반지하 방에서 홀로 지내는 70대 박 모 씨, 집 밖에 있는 화장실, 오르내리는 계단도 장애물로 다가옵니다.

종일 선풍기를 돌리고 난방을 해도 옷이 축축해질 정도로 습기가 계속 찹니다.

[박○○/반지하 거주민/음성변조 : "하룻밤에 이 옷을 두서너 벌씩 벗어야 돼요. 도시가스 지금도 틀어놨잖아요? 여기도 습기 차고 수분이 몸에 오는 것 같아요."]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 7명 중 1명꼴로, 기초생활수급비 등 정부 지원금을 받는 취약 계층입니다.

자력으로 반지하에서 벗어나기는 힘든 만큼 공공임대 주택이 유일한 희망이지만, 입주까지는 먼 얘기입니다

지난달 서울과 경기에서 50가구가 폭우 피해를 입고 긴급지원주택을 신청했는데도, 단 17가구만 옮길 수 있었습니다.

[류상희/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사회복지사 : "(임대주택) 몇천 세대, 몇백 세대를 수요만큼 공급하지 못한다면 (반지하)집의 품질 개선에 대한 것들을 강화하고…."]

재난, 재해 위험에서 벗어날 보금자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당장 편히 숨 쉴 공간이라도 마련해 달라고, 반지하 주민들은 요구합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앵커]

내일(20일)은 반지하 주택이 몰려있는 서울 다세대 연립 주택의 보증금을 층과 면적에 따라 분석한 결과 전해드립니다.

또 고시원이나 쪽방처럼 더 열악한 환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정부 대책의 실효성도 취재했습니다.

촬영기자:안용습 송상엽/영상편집:박은주/그래픽:이근희 김지훈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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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지하의 비극’ 한달…인구주택총조사 첫 전수분석
    • 입력 2022-09-19 21:34:01
    • 수정2022-09-20 07:52:50
    뉴스 9
[앵커]

기록적 폭우에 서울 신림동 반지하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사고 뒤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했고, 국토부도 이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달 실태 조사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이런 자료가 없었던 게 아닙니다.

5년에 한 번 나오는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400만 가구, 인구 천만 명의 주거 실태를 담고 있습니다.

가장 규모가 크고, 정확한 정부 조사입니다.

KBS는 이 자료를 전수분석해서 오늘(19일)부터 주거 취약 계층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따져봅니다.

먼저, 계현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현재까지 정부가 반지하를 분석할 때 기반이 된 자료는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입니다.

이 조사에 담긴 반지하 표본수는 600가구 정도, 그런데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반지하 가구 표본만 5만 8천여 가구로 100배 가까이 많습니다.

여기엔 현재까지 파악된 반지하 가구 수 외에 몇 명이나 살고 있는지도 담겨 있습니다.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료인데, 반지하 거주 인구는 59만 9천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먼저 반지하에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 역시 서울입니다.

35만 5천 명으로 서울 전체 인구 25명 중 한 명입니다.

자치구별로 보면, 침수 피해가 컸던 관악구가 3만 4천 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또 경기 성남시와 인천 남동구 등에도 반지하 인구가 많습니다.

어떤 이들이 살고 있는지 특징도 살펴봤습니다.

키워드는 크게 세 개입니다.

고령층, 1인 가구, 그리고 장애인입니다.

반지하에 살고 있는 60살 이상 고령층은 17만 6천여 명으로 비율은 29%였습니다.

전체 고령층 인구 비율보다 6%P 높습니다.

1인 가구 비율은 어떨까요.

반지하 56%로 전국 32% 보다 20%P 이상 높습니다.

건강 문제로 홀로 활동이 어려운 구성원이 있는 가구를 추려봤습니다.

이 기준으로 장애인과 함께 반지하에 4만 7천7백 가구가 살고 있는데, 전국 비율 10.7%와 따져보면 4%P 높습니다.

반지하에 홀로 사는 고령층이나 장애인, 재난 재해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는데, 화재가 났을 때 필요한 경보기, 소화기가 없는 곳, 반지하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주거 환경은 어떨까요.

반지하 주택 가운데 80%이상(83.5%)이 90년대 이전에 지은 집입니다.

전체 평균(45.5%)를 훨씬 웃도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기만 합니다.

아무리 급박한 상황에 처해도 반지하를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

고아름 기자가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2년 전 두 자녀와 함께 반지하 주택에 들어온 김 모 씨, 지난달 폭우 때 하수구가 역류해 더러운 물이 온 집안으로 들이찼습니다.

[김○○/반지하 거주민 : "물이 이제 복숭아뼈 있는 데까지 올라온 거죠. 분수가 이렇게 올라오잖아요. 그 물줄기에 머리카락도 보이고."]

환기할 수 있는 구멍이라곤 도로 쪽으로 나 있는 창문뿐, 도로의 먼지가 그대로 들어오다 보니 호흡기 질환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여기 와서 천식하고 비염도 되게 많이 심해져서. 저희 딸 같은 경우는 한 달 중에 20일 정도를 약을 먹고."]

17년째 반지하 방에서 홀로 지내는 70대 박 모 씨, 집 밖에 있는 화장실, 오르내리는 계단도 장애물로 다가옵니다.

종일 선풍기를 돌리고 난방을 해도 옷이 축축해질 정도로 습기가 계속 찹니다.

[박○○/반지하 거주민/음성변조 : "하룻밤에 이 옷을 두서너 벌씩 벗어야 돼요. 도시가스 지금도 틀어놨잖아요? 여기도 습기 차고 수분이 몸에 오는 것 같아요."]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 7명 중 1명꼴로, 기초생활수급비 등 정부 지원금을 받는 취약 계층입니다.

자력으로 반지하에서 벗어나기는 힘든 만큼 공공임대 주택이 유일한 희망이지만, 입주까지는 먼 얘기입니다

지난달 서울과 경기에서 50가구가 폭우 피해를 입고 긴급지원주택을 신청했는데도, 단 17가구만 옮길 수 있었습니다.

[류상희/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사회복지사 : "(임대주택) 몇천 세대, 몇백 세대를 수요만큼 공급하지 못한다면 (반지하)집의 품질 개선에 대한 것들을 강화하고…."]

재난, 재해 위험에서 벗어날 보금자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당장 편히 숨 쉴 공간이라도 마련해 달라고, 반지하 주민들은 요구합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앵커]

내일(20일)은 반지하 주택이 몰려있는 서울 다세대 연립 주택의 보증금을 층과 면적에 따라 분석한 결과 전해드립니다.

또 고시원이나 쪽방처럼 더 열악한 환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정부 대책의 실효성도 취재했습니다.

촬영기자:안용습 송상엽/영상편집:박은주/그래픽:이근희 김지훈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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