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남자가 현관에 휴대전화를 갖다 대는데…“분리 안돼 불안”

입력 2022.09.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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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현관 앞. CCTV에 기묘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밤 깊은 새벽 1시쯤 한 남성이 헤드폰을 쓴 채 휴대전화를 현관문 쪽으로 들이댑니다. 그렇게 5분간 듣다 자리를 뜨는 남성. 며칠 뒤 다시 와 문 쪽에 휴대전화기를 가져다 댑니다.

도대체 뭘 하는 걸까. '수상한' 행동은 하루에도 많으면 5~6번씩 이어졌습니다. 결국, 덜미가 잡혔습니다.

■ 휴대전화로 옆집 소리 녹음

이 남성은 옆집에 사는 이였습니다. 문제의 남성은 A씨가 현관문을 열 때, 문 바로 앞에 서 있다 '들킨 듯' 화들짝 놀랐습니다.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A 씨는 CCTV를 몰래 설치했고, CCTV는 옆집 남성의 충격적 행태를 생생해 포착했습니다.


■ "성적 흥분 때문에…"

그런데 남성이 밝힌 행동의 이유는 더 황당했습니다. A 씨를 떠오르면 '성적 흥분'이 됐다는 것.

A 씨는 "가해 남성에게 미안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였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참다못한 A 씨는 이 남성을 서울 강동경찰서에 15일 고소했고, 어제(19일) 피해자 조사까지 마쳤습니다.


■ 피해자만 '전전긍긍'

경찰 조사 이후에도 여전히 A 씨는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지금도 '옆집'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스마트워치 지급과 함께 출·퇴근길 보호 등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일상을 감시받고 있다는 두려움이 여전합니다. 심지어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보복할까 두렵다고도 전했습니다.

A 씨는 "이사를 하거나 경찰이 제공하는 임시숙소에 머무는 것도 개인 사정상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가해자를 당장 잡아 가두거나 구속할 수도 없습니다. 스토킹으로 신고는 됐지만, 수사가 덜 됐기 때문입니다. 설사 수사가 마무리돼도 지금까지의 잣대로는 영장 발부 자체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임시 조치로 유치장에 보내는 일(스토킹처벌법 상 잠정조치 4호)도 쉽지 않습니다. 경찰의 경고를 어기거나,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접근금지 조치도 실효성이 없습니다. 보통 100미터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데, 옆집이다 보니 애초 100미터 이내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결국, 현행법은 A 씨에게 뭔가 일이 벌어지거나 혹은 그 직전까지 가기 전에는, 강도 높은 조치를 해주지 않는 것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긴급 신고가 아닌 '고소'로 진행되는 사건인데다, 서면 경고 이후 가해자가 이를 어긴 적이 없어 잠정조치 4호를 발령하는 게 쉽진 않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당장의 유일한 해법은 A 씨가 거처를 옮기는 겁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 A 씨의 일상은 크게 흔들리고, 경제적/시간적 비용은 오롯이 A 씨의 부담이 됩니다.

신당역 사건 이후 정부는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분명 수십, 수백 쪽짜리 각종 정책이 쏟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입니다. 각종 대책의 성패는 A 씨와 같은 처지일 숱한 이름 없는 피해자들의 불안과 고통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느냐로 판가름 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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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옆집 남자가 현관에 휴대전화를 갖다 대는데…“분리 안돼 불안”
    • 입력 2022-09-20 07:00:12
    취재K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현관 앞. CCTV에 기묘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밤 깊은 새벽 1시쯤 한 남성이 헤드폰을 쓴 채 휴대전화를 현관문 쪽으로 들이댑니다. 그렇게 5분간 듣다 자리를 뜨는 남성. 며칠 뒤 다시 와 문 쪽에 휴대전화기를 가져다 댑니다.

도대체 뭘 하는 걸까. '수상한' 행동은 하루에도 많으면 5~6번씩 이어졌습니다. 결국, 덜미가 잡혔습니다.

■ 휴대전화로 옆집 소리 녹음

이 남성은 옆집에 사는 이였습니다. 문제의 남성은 A씨가 현관문을 열 때, 문 바로 앞에 서 있다 '들킨 듯' 화들짝 놀랐습니다.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A 씨는 CCTV를 몰래 설치했고, CCTV는 옆집 남성의 충격적 행태를 생생해 포착했습니다.


■ "성적 흥분 때문에…"

그런데 남성이 밝힌 행동의 이유는 더 황당했습니다. A 씨를 떠오르면 '성적 흥분'이 됐다는 것.

A 씨는 "가해 남성에게 미안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였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참다못한 A 씨는 이 남성을 서울 강동경찰서에 15일 고소했고, 어제(19일) 피해자 조사까지 마쳤습니다.


■ 피해자만 '전전긍긍'

경찰 조사 이후에도 여전히 A 씨는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지금도 '옆집'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스마트워치 지급과 함께 출·퇴근길 보호 등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일상을 감시받고 있다는 두려움이 여전합니다. 심지어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보복할까 두렵다고도 전했습니다.

A 씨는 "이사를 하거나 경찰이 제공하는 임시숙소에 머무는 것도 개인 사정상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가해자를 당장 잡아 가두거나 구속할 수도 없습니다. 스토킹으로 신고는 됐지만, 수사가 덜 됐기 때문입니다. 설사 수사가 마무리돼도 지금까지의 잣대로는 영장 발부 자체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임시 조치로 유치장에 보내는 일(스토킹처벌법 상 잠정조치 4호)도 쉽지 않습니다. 경찰의 경고를 어기거나,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접근금지 조치도 실효성이 없습니다. 보통 100미터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데, 옆집이다 보니 애초 100미터 이내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결국, 현행법은 A 씨에게 뭔가 일이 벌어지거나 혹은 그 직전까지 가기 전에는, 강도 높은 조치를 해주지 않는 것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긴급 신고가 아닌 '고소'로 진행되는 사건인데다, 서면 경고 이후 가해자가 이를 어긴 적이 없어 잠정조치 4호를 발령하는 게 쉽진 않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당장의 유일한 해법은 A 씨가 거처를 옮기는 겁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 A 씨의 일상은 크게 흔들리고, 경제적/시간적 비용은 오롯이 A 씨의 부담이 됩니다.

신당역 사건 이후 정부는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분명 수십, 수백 쪽짜리 각종 정책이 쏟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입니다. 각종 대책의 성패는 A 씨와 같은 처지일 숱한 이름 없는 피해자들의 불안과 고통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느냐로 판가름 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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