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 얼마일지”…간절함 짙은 이산가족

입력 2022.09.20 (07:33) 수정 2022.09.2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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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우리 정부가 북측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마지막으로 이뤄진 지 벌써 4년이 지났는데요.

이산의 아픔을 겪는 이들의 남은 시간은 이제 많지 않습니다.

오정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1950년 10월 1일, 이모작 밭갈이하던 청년은 인민군에 끌려가 총을 들어야 했습니다.

유엔군의 포로가 돼 거제도로 가면서, 원치 않던 군복은 금세 벗었지만, 3년 만에 수용소 철장이 다시 열렸을 때, 고향 황해도는 이미 더 큰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이배원 할아버지는 그렇게 아내, 세 아들과 헤어졌고, 올해 100살이 됐습니다.

[이배원/황해도 실향민 : "셋째는 마지막 그 해, (잡혀오기 전에) 바로 낳았으니까. 한 달도 못 됐어. 얼굴을 다 잊어버렸다니까. (속상하지 않으세요? 얼굴 잊은 게?) …."]

70년 넘는 세월은 가족의 얼굴마저 희미하게 만듭니다.

이산가족 찾기를 처음 신청한 2000년엔 언제고 헤어진 가족을 다시 품을 것 같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실망을 거듭할수록 할아버지는 포기하는 게 늘어갑니다.

이산의 아픔을 돌보는 이들도 애가 탑니다.

때가 되면 위로금을 들고 찾아가 애써 다독이지만, 이산가족의 서글픔을 풀 길은 없습니다.

만나지 못하면 소식이라도 전하자며 만든 영상편지 2만 4천 통도 북녘에 닿지 못하고 그저 쌓여있습니다.

[권영일/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사무처장 : "남과 북이 어느 정도 협의가 돼야 전달하고 화상 상봉도 할 텐데, 그런 부분이 막혀있는 상황이라서 너무 안타깝고요."]

2018년 이후 끊겨버린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여 명 가운데 이제 4만여 명만 생존해있고, 대부분 80~90대입니다.

남은 세월이 길지 않을 걸 알기에 이산가족의 간절함은 더 짙어져 갑니다.

["황해도가 멀지 않다고요? 안 멀지. 옹진 가면 바로 황해도인데…."]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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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은 시간 얼마일지”…간절함 짙은 이산가족
    • 입력 2022-09-20 07:33:25
    • 수정2022-09-20 09:17:56
    뉴스광장(전주)
[앵커]

최근 우리 정부가 북측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마지막으로 이뤄진 지 벌써 4년이 지났는데요.

이산의 아픔을 겪는 이들의 남은 시간은 이제 많지 않습니다.

오정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1950년 10월 1일, 이모작 밭갈이하던 청년은 인민군에 끌려가 총을 들어야 했습니다.

유엔군의 포로가 돼 거제도로 가면서, 원치 않던 군복은 금세 벗었지만, 3년 만에 수용소 철장이 다시 열렸을 때, 고향 황해도는 이미 더 큰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이배원 할아버지는 그렇게 아내, 세 아들과 헤어졌고, 올해 100살이 됐습니다.

[이배원/황해도 실향민 : "셋째는 마지막 그 해, (잡혀오기 전에) 바로 낳았으니까. 한 달도 못 됐어. 얼굴을 다 잊어버렸다니까. (속상하지 않으세요? 얼굴 잊은 게?) …."]

70년 넘는 세월은 가족의 얼굴마저 희미하게 만듭니다.

이산가족 찾기를 처음 신청한 2000년엔 언제고 헤어진 가족을 다시 품을 것 같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실망을 거듭할수록 할아버지는 포기하는 게 늘어갑니다.

이산의 아픔을 돌보는 이들도 애가 탑니다.

때가 되면 위로금을 들고 찾아가 애써 다독이지만, 이산가족의 서글픔을 풀 길은 없습니다.

만나지 못하면 소식이라도 전하자며 만든 영상편지 2만 4천 통도 북녘에 닿지 못하고 그저 쌓여있습니다.

[권영일/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사무처장 : "남과 북이 어느 정도 협의가 돼야 전달하고 화상 상봉도 할 텐데, 그런 부분이 막혀있는 상황이라서 너무 안타깝고요."]

2018년 이후 끊겨버린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여 명 가운데 이제 4만여 명만 생존해있고, 대부분 80~90대입니다.

남은 세월이 길지 않을 걸 알기에 이산가족의 간절함은 더 짙어져 갑니다.

["황해도가 멀지 않다고요? 안 멀지. 옹진 가면 바로 황해도인데…."]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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