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이재명도 거든 ‘軍 팬티 예산’ 비판…엉터리 통계였다

입력 2022.09.20 (14:52) 수정 2022.09.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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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군대 보내서 전투화 제대로 신겨야 하는데 군 장병 전투화 310억 원 삭감, 축구화 21억 원 삭감, 추운 겨울에 내복 95억 원 삭감, 팬티 5억 원, 양말 4억 원 삭감… 윤석열 정부의 비정한 예산, 저희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어제(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장한 내용입니다. 서 최고위원은 논란이 된 영빈관 신축 예산 878억 원과 비교해 "일선 군 장병을 위한 피복 예산을 깎았다"며 "윤석열 정부의 비정한 예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회의를 주재한 이재명 대표도 거들었습니다. 이 대표는 "우리 아이들이 청춘을 희생해서 군대에 가 있는 동안에 옷도, 신발도 제대로 못 신게 (예산을) 삭감했다"면서 " 제가 봐도 황당하고 한심하다. 선배 장병이 제대하면 신발을 물려받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 "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서 최고위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어제 오후부터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 첫 질의자로 나서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 우리 아이들이 한겨울에 내의 좀 입겠다는데 이 예산을 깎았다.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가 인구가 줄어서, 군인이 줄어서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런 비정한 예산, 해서 되겠냐"고 질타했습니다.

한 총리는 이에 대해 "이렇게 투명한 나라에서 어떻게 우리 군인들에게 팬티를 제대로 안 입히고 군을 유지하겠냐"고 맞섰습니다.

■ 서영교 주장, 숫자부터 틀렸다…예산안 살펴 보니

서 최고위원의 주장대로라면 군에 자녀를 보낸 부모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일일 겁니다. 나라를 위해 군에 입대했는데 제대로 된 속옷, 신발조차 보급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니까요.

그런데 이 주장, 숫자부터 틀렸습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면 전투화의 경우 올해 본예산 기준 331억 7천만 원에서 내년도 311억 2천만 원으로 20억 5천만 원 감소했습니다. 전투화 예산이 310억 원이 삭감됐다는 서 최고위원의 주장과는 10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겨울 내의도 서 최고위원 주장( 95억 원)과 달리 13억 6천만 원 감소했습니다.

알고 보니 서 최고위원 주장은 지난 5월 20일, 같은 당 김병주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표한 자료를 인용한 거였습니다.

"장병들의 전투화, 축구화, 내의, 팬티, 양말까지 다 삭감했어요? 삭감할 게 없어서 이것까지 합니까? 해도 너무한 거 아니에요?" (김병주 의원, 5월 20일)

문제는 이 인용 자료 역시 잘못됐다는 겁니다. 당시 추경안 숫자를 파악해 자료로 만드는 과정에서 실무자 착오가 있었다는 게 김병주 의원실 설명입니다.

제대로 된 확인도 없이 통계 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것도 문제지만, 당시 김병주 의원이 지적했던 건 정부의 '2차 추경안'으로, 서 최고위원이 지적한 '(내년도) 예산안'과는 대상부터가 다릅니다.

■ 국방부 "단가 하락으로 감액 편성한 것"

군은 서 최고위원의 군 장병 피복비 삭감 주장에 곧바로 반박 입장을 냈습니다.

국방부는 " 장병 의식주 분야는 다른 예산에 우선해 반영함으로써 장병들의 사기와 복지 증진에 매진하고 있다""출처가 불분명한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에 피복비가 삭감된 것은 " 품목별 단가 하락에 따라 예산이 감액 편성된 것 "으로 " 해당 품목은 장병들에게 기준 수량만큼 정상적으로 보급 가능하다 "고도 강조했습니다.

국방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군 장병 피복비 관련 내년도 예산안과 편성단가국방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군 장병 피복비 관련 내년도 예산안과 편성단가

실제로 군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전투화는 4,362원, 동내의는 4,681원, 팬티는 862원 등 올해 대비 품목별 편성 단가가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장병 인력 감소 추이를 반영해 지난해 상황과 적정 수준의 재고를 감안해 예산이 다소 줄어들었다는 게 군의 설명입니다. 결국 장병 피복비 예산을 '삭감'한 게 아니라 단가 하락으로 인해 예산이 '감액'된 거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 서영교 최고위원은 SNS에 "(군 설명은) 제품은 그대로고 단가가 낮아졌다는 답변인데 물가가 대부분이 올랐는데 장병들 물품만 단가가 낮아졌다?"라고 또다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서 최고위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 2차 추경안 통계가 일부 오류가 있었던 건 맞지만, 당시 장병 팬티 예산 감액분은 5억 원이 맞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도 장병 팬티 예산이 16억 7천만 원이나 삭감됐다"고 강조했습니다.


■ 권성동 "거짓선동….팬티업체 유착이나 말하라"

'장병 팬티 예산 삭감' 주장 근거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국민의힘은 "거짓 선동"이라며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권성동 의원은 어제와 오늘, SNS를 통해 "잘못된 자료를 서영교 의원과 이재명 대표가 또다시 인용하면서 여론을 선동했다""민주당은 4개월 동안 자신의 오류를 인지하지도 못했다. 실무자의 단순 실수가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평균 미달 집단이라는 자백"이라고 질타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선 " '팬티 예산'이 아니라 '팬티업체(쌍방울)'와 유착이나 설명하길 바란다 "며 "변호사비 대납과 측근의 법인카드, 경기도 행사 후원 등 범죄 의혹 중 단 하나도 해명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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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이재명도 거든 ‘軍 팬티 예산’ 비판…엉터리 통계였다
    • 입력 2022-09-20 14:52:01
    • 수정2022-09-20 16:22:43
    여심야심

"우리 아이 군대 보내서 전투화 제대로 신겨야 하는데 군 장병 전투화 310억 원 삭감, 축구화 21억 원 삭감, 추운 겨울에 내복 95억 원 삭감, 팬티 5억 원, 양말 4억 원 삭감… 윤석열 정부의 비정한 예산, 저희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어제(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장한 내용입니다. 서 최고위원은 논란이 된 영빈관 신축 예산 878억 원과 비교해 "일선 군 장병을 위한 피복 예산을 깎았다"며 "윤석열 정부의 비정한 예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회의를 주재한 이재명 대표도 거들었습니다. 이 대표는 "우리 아이들이 청춘을 희생해서 군대에 가 있는 동안에 옷도, 신발도 제대로 못 신게 (예산을) 삭감했다"면서 " 제가 봐도 황당하고 한심하다. 선배 장병이 제대하면 신발을 물려받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 "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서 최고위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어제 오후부터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 첫 질의자로 나서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 우리 아이들이 한겨울에 내의 좀 입겠다는데 이 예산을 깎았다.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가 인구가 줄어서, 군인이 줄어서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런 비정한 예산, 해서 되겠냐"고 질타했습니다.

한 총리는 이에 대해 "이렇게 투명한 나라에서 어떻게 우리 군인들에게 팬티를 제대로 안 입히고 군을 유지하겠냐"고 맞섰습니다.

■ 서영교 주장, 숫자부터 틀렸다…예산안 살펴 보니

서 최고위원의 주장대로라면 군에 자녀를 보낸 부모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일일 겁니다. 나라를 위해 군에 입대했는데 제대로 된 속옷, 신발조차 보급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니까요.

그런데 이 주장, 숫자부터 틀렸습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면 전투화의 경우 올해 본예산 기준 331억 7천만 원에서 내년도 311억 2천만 원으로 20억 5천만 원 감소했습니다. 전투화 예산이 310억 원이 삭감됐다는 서 최고위원의 주장과는 10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겨울 내의도 서 최고위원 주장( 95억 원)과 달리 13억 6천만 원 감소했습니다.

알고 보니 서 최고위원 주장은 지난 5월 20일, 같은 당 김병주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표한 자료를 인용한 거였습니다.

"장병들의 전투화, 축구화, 내의, 팬티, 양말까지 다 삭감했어요? 삭감할 게 없어서 이것까지 합니까? 해도 너무한 거 아니에요?" (김병주 의원, 5월 20일)

문제는 이 인용 자료 역시 잘못됐다는 겁니다. 당시 추경안 숫자를 파악해 자료로 만드는 과정에서 실무자 착오가 있었다는 게 김병주 의원실 설명입니다.

제대로 된 확인도 없이 통계 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것도 문제지만, 당시 김병주 의원이 지적했던 건 정부의 '2차 추경안'으로, 서 최고위원이 지적한 '(내년도) 예산안'과는 대상부터가 다릅니다.

■ 국방부 "단가 하락으로 감액 편성한 것"

군은 서 최고위원의 군 장병 피복비 삭감 주장에 곧바로 반박 입장을 냈습니다.

국방부는 " 장병 의식주 분야는 다른 예산에 우선해 반영함으로써 장병들의 사기와 복지 증진에 매진하고 있다""출처가 불분명한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에 피복비가 삭감된 것은 " 품목별 단가 하락에 따라 예산이 감액 편성된 것 "으로 " 해당 품목은 장병들에게 기준 수량만큼 정상적으로 보급 가능하다 "고도 강조했습니다.

국방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군 장병 피복비 관련 내년도 예산안과 편성단가
실제로 군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전투화는 4,362원, 동내의는 4,681원, 팬티는 862원 등 올해 대비 품목별 편성 단가가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장병 인력 감소 추이를 반영해 지난해 상황과 적정 수준의 재고를 감안해 예산이 다소 줄어들었다는 게 군의 설명입니다. 결국 장병 피복비 예산을 '삭감'한 게 아니라 단가 하락으로 인해 예산이 '감액'된 거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 서영교 최고위원은 SNS에 "(군 설명은) 제품은 그대로고 단가가 낮아졌다는 답변인데 물가가 대부분이 올랐는데 장병들 물품만 단가가 낮아졌다?"라고 또다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서 최고위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 2차 추경안 통계가 일부 오류가 있었던 건 맞지만, 당시 장병 팬티 예산 감액분은 5억 원이 맞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도 장병 팬티 예산이 16억 7천만 원이나 삭감됐다"고 강조했습니다.


■ 권성동 "거짓선동….팬티업체 유착이나 말하라"

'장병 팬티 예산 삭감' 주장 근거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국민의힘은 "거짓 선동"이라며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권성동 의원은 어제와 오늘, SNS를 통해 "잘못된 자료를 서영교 의원과 이재명 대표가 또다시 인용하면서 여론을 선동했다""민주당은 4개월 동안 자신의 오류를 인지하지도 못했다. 실무자의 단순 실수가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평균 미달 집단이라는 자백"이라고 질타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선 " '팬티 예산'이 아니라 '팬티업체(쌍방울)'와 유착이나 설명하길 바란다 "며 "변호사비 대납과 측근의 법인카드, 경기도 행사 후원 등 범죄 의혹 중 단 하나도 해명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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