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식량난에 비명…북중 화물열차 재개로 숨통 틀까?

입력 2022.09.20 (16:33) 수정 2022.09.20 (16:4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을 드나든 북한 선박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의소리(VOA)는 선박 위치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을 통해 이달 12~19일 사이 북한 선박 19척이 중국에 기항했거나 기항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코로나 사태 이후 10척 미만으로 관측돼온 북한 선박이 지난 일주일 평소보다 많아졌으며, 북한을 드나든 중국 선박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북중 교역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교역 경로 중 하나인 북한 신의주~ 중국 단둥 간 화물열차 운행 재개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KBS 취재결과 파악됐습니다. 북·중 화물열차는 올해 초, 약 2년 만에 운행이 재개됐다가 4월 중국 내 코로나 확산으로 다시 중단된 상태입니다.

■ 다음 주 북중 화물열차 재개될 듯

중국 내 한 대북 소식통은 오늘(20일) KBS에 "단둥역에서 북중 화물열차 재운행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르면 26일부터 하루 한 차례씩 정기 운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단둥에는 북한 측 철도 협상 대표가 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경제에서 북중 화물열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큽니다. 지난달 북중 교역액은 9천32만 달러(약 1천252억 원)였습니다. 7천271만 달러였던 7월보다 24%, 2천878만 달러였던 지난해 8월보다 200% 넘게 증가한 규모지만, 대북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6년 8월(6억 2천829만 달러)과 비교하면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북중 화물열차의 운행 중단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을 드나든 선박은 다른 나라 출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 선박들도 1만 톤 급 이상은 북에 들어가지 않고 있어, 선박으로는 물동량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철도 운행이 돼야 정상적으로 갈 수 있는데 이게 안 되니 북한이 아주 다급한 상황"이라며, "최대 무역 거점인 단둥~신의주 간 철도 교역이 재개되지 않으면 북한 물류 체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다만, "중국이 운행 재개를 통보하고 당일 연기한 경우가 몇 번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가봐야 안다"며 북중 화물열차 재개에 대해 조심스러운 전망을 했습니다.

지난 6월경부터 '조만간 될 것 같다'던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는 차일피일 미뤄져 왔습니다.

북한이 코로나 19 종식을 선언한 뒤인 지난달에는 중국 접경에 북한에 보낼 화물이 목격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다음 달 중순 치러질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 북한 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물자 확보·유통이 시급한 북한과 달리 중국은 당 대회를 앞두고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여론 악화를 우려해 운행을 미루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식량난 최악"…교역 재개 목맨 北

장기화된 국경 봉쇄에 최근 수해까지 겹친 북한은 먹을거리를 비롯해 모든 생활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장마당에 주로 중국산 수입품이 많은데 국경 봉쇄로 버팀목이었던 장마당이 무너지니 유통이 안 돼 주민 생계가 곤란해졌다. 인민 경제 자체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현재 북한의 식량난은 최악"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이 올해 121만 톤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통상 추정하는 부족분 80만 톤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로, 북한 인구 10명 중 7명이 식량 부족을 겪을 거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올해는 봄 가뭄에 이어 여름철 비가 많이 와 가을 작황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 식량난의 심각성은 북한 보도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어제 1면 사설에서 "가을걷이보다 더 중요하고 긴박한 과업은 없다"며 농사 결속을 다그쳤고, 오늘은 쌀 도정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까지 기초식품 생산에 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백신 접종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북한의 방역 성공 주장을 불신하는 중국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을 향해, 방역에 최대한 힘쓸테니 교역 재개를 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중 화물열차가 재개된다고 해도 북한이 지금의 식량난 등을 타개할 수 있을까요?

북한이 공세적인 핵태세를 유지하려면 핵무기가 언제든 먼저 사용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기 위해 핵무기를 즉시 운용 가능한 수준으로 상시 대기해야 한다. 북한은 앞으로 높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를 안게 됐다. 핵 능력이 더욱 커지고 핵태세가 공세적으로 전환될수록 북한의 경제는 잠식될 수밖에 없고 체제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지난 8일 핵 포기는 없다며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하자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내놓은 분석입니다. 북한이 지난 1월부터 미사일 발사에 쏟아부은 비용이, 올해 식량 부족분의 3분의 2를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인 8,500억 원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을 향해 "핵 개발은 아집"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중국과의 교역이 풀려 숨통이 트인다 해도 북한이 핵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라 북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해결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단독] 北, 식량난에 비명…북중 화물열차 재개로 숨통 틀까?
    • 입력 2022-09-20 16:33:25
    • 수정2022-09-20 16:43:12
    취재K

최근 중국을 드나든 북한 선박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의소리(VOA)는 선박 위치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을 통해 이달 12~19일 사이 북한 선박 19척이 중국에 기항했거나 기항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코로나 사태 이후 10척 미만으로 관측돼온 북한 선박이 지난 일주일 평소보다 많아졌으며, 북한을 드나든 중국 선박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북중 교역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교역 경로 중 하나인 북한 신의주~ 중국 단둥 간 화물열차 운행 재개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KBS 취재결과 파악됐습니다. 북·중 화물열차는 올해 초, 약 2년 만에 운행이 재개됐다가 4월 중국 내 코로나 확산으로 다시 중단된 상태입니다.

■ 다음 주 북중 화물열차 재개될 듯

중국 내 한 대북 소식통은 오늘(20일) KBS에 "단둥역에서 북중 화물열차 재운행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르면 26일부터 하루 한 차례씩 정기 운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단둥에는 북한 측 철도 협상 대표가 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경제에서 북중 화물열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큽니다. 지난달 북중 교역액은 9천32만 달러(약 1천252억 원)였습니다. 7천271만 달러였던 7월보다 24%, 2천878만 달러였던 지난해 8월보다 200% 넘게 증가한 규모지만, 대북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6년 8월(6억 2천829만 달러)과 비교하면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북중 화물열차의 운행 중단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을 드나든 선박은 다른 나라 출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 선박들도 1만 톤 급 이상은 북에 들어가지 않고 있어, 선박으로는 물동량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철도 운행이 돼야 정상적으로 갈 수 있는데 이게 안 되니 북한이 아주 다급한 상황"이라며, "최대 무역 거점인 단둥~신의주 간 철도 교역이 재개되지 않으면 북한 물류 체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다만, "중국이 운행 재개를 통보하고 당일 연기한 경우가 몇 번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가봐야 안다"며 북중 화물열차 재개에 대해 조심스러운 전망을 했습니다.

지난 6월경부터 '조만간 될 것 같다'던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는 차일피일 미뤄져 왔습니다.

북한이 코로나 19 종식을 선언한 뒤인 지난달에는 중국 접경에 북한에 보낼 화물이 목격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다음 달 중순 치러질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 북한 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물자 확보·유통이 시급한 북한과 달리 중국은 당 대회를 앞두고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여론 악화를 우려해 운행을 미루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식량난 최악"…교역 재개 목맨 北

장기화된 국경 봉쇄에 최근 수해까지 겹친 북한은 먹을거리를 비롯해 모든 생활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장마당에 주로 중국산 수입품이 많은데 국경 봉쇄로 버팀목이었던 장마당이 무너지니 유통이 안 돼 주민 생계가 곤란해졌다. 인민 경제 자체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현재 북한의 식량난은 최악"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이 올해 121만 톤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통상 추정하는 부족분 80만 톤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로, 북한 인구 10명 중 7명이 식량 부족을 겪을 거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올해는 봄 가뭄에 이어 여름철 비가 많이 와 가을 작황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 식량난의 심각성은 북한 보도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어제 1면 사설에서 "가을걷이보다 더 중요하고 긴박한 과업은 없다"며 농사 결속을 다그쳤고, 오늘은 쌀 도정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까지 기초식품 생산에 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백신 접종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북한의 방역 성공 주장을 불신하는 중국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을 향해, 방역에 최대한 힘쓸테니 교역 재개를 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중 화물열차가 재개된다고 해도 북한이 지금의 식량난 등을 타개할 수 있을까요?

북한이 공세적인 핵태세를 유지하려면 핵무기가 언제든 먼저 사용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기 위해 핵무기를 즉시 운용 가능한 수준으로 상시 대기해야 한다. 북한은 앞으로 높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를 안게 됐다. 핵 능력이 더욱 커지고 핵태세가 공세적으로 전환될수록 북한의 경제는 잠식될 수밖에 없고 체제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지난 8일 핵 포기는 없다며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하자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내놓은 분석입니다. 북한이 지난 1월부터 미사일 발사에 쏟아부은 비용이, 올해 식량 부족분의 3분의 2를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인 8,500억 원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을 향해 "핵 개발은 아집"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중국과의 교역이 풀려 숨통이 트인다 해도 북한이 핵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라 북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해결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