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품은 K-택소노미…환경단체 “국제 기준 미달” 반발

입력 2022.09.20 (16:46) 수정 2022.09.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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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공식적으로 포함시켰습니다.

환경부는 오늘(20일) 원전 신규 건설과 원자력 핵심기술 개발 등의 내용을 담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원자력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실증 영역은 '녹색부문'에, 원전의 신규건설과 계속운전 영역은 '전환부문'에 포함됐는데요.

정부는 추후 전문가와 산업계, 시민사회 등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정부는 ‘녹색분류체계 지침서’를 발표하면서 그 안에 '원전'을 포함시키지 않았는데요. 불과 9개월 만에 바뀐 결정을 두고 논란이 일자, 정부는 국제적 흐름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7월, 유럽연합(EU)은 원전을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전력원이라고 규정한 뒤 '유럽연합 녹색분류체계(EU Taxonomy)'에 포함시켰는데, 이를 참고했다는 겁니다.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오늘(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원전을 포함하는 K-택소노미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오늘(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원전을 포함하는 K-택소노미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 '원전' 품은 K-택소노미…무슨 내용 담겼나?

먼저, 정부는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고 국가 원자력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장기적 연구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안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차세대 원전, 핵융합 같은 미래 원자력 기술을 포함해, 사고저항성핵연료(ATF) 사용과 방사성폐기물관리 등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원전의 '신규건설'이나 '계속운전'은 2045년까지 허가를 받은 설비를 대상으로 하되, 환경피해 방지와 안전성 확보를 조건으로 내세웠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원전을 신규 건설하거나 계속 운영하기 위해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저장과 처분을 위한 문서화된 세부 계획이 존재해야 하고, 계획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이 제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러면서도 이번 초안에 구체적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확보 연도'를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확정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이미 존재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사고저항성핵연료 사용과 관련한 조건도 명시했습니다.

원전을 신규로 건설할 때 원자력안전법 등에 명시된 최신기술기준에 맞추고, 사고저항성핵연료도 적용해야 합니다. 계속운전의 경우에도, 2031년부터는 사고저항성핵연료를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초안을 발표하면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경제활동을 포함함으로써 원전의 안전성과 환경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환경단체 "국제 기준 미달…미래세대에 부담 전가"

이번 발표와 관련해 에너지·환경 전문가 단체인 에너지전환포럼은 논평을 내고, "환경부가 이번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발표하면서 국제적 수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면서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먼저, 정부가 사고저항성 핵연료 적용 연도를 2031년으로 둔 것과 관련해서는, "적용 시점을 EU보다 6년 뒤인 2031년으로 지연하게 되면,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원전(신한울 3·4호기)과 수명연장을 추진 중인 노후원전 10기는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원전들은 향후 9년간 사고저항성 핵연료 조건에 대한 유예를 받으면서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돼, 관련 조항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사용후핵연료 등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인 '고준위 방폐장'의 확보 시점이 정확히 제시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고준위 방폐장의 부지확보 및 건설에 37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기술되어있을 뿐, 언제, 어느 부지에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두고 "명확한 계획 없이 건설과 운영에만 관심을 둠으로써 미래세대에 필요 비용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규정했습니다.

국제 기후·환경단체인 그린피스도 입장문을 내고, "원전은 지속가능한 녹색 기술이 아니다"라며 "2030년까지 조속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데 원전은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린피스 장다울 위원은 "원전 건설에는 최대 15년에 달하는 긴 시간과 값비싼 비용이 든다"면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키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더욱 정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서 지난 7월 유럽연합(EU)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포함된 사실에 대해서는, "지난 8일 그린피스는 EU 집행위원회에 가스와 원자력을 포함시킨 것을 재검토 요청했으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유럽사법재판소에 이 문제를 정식 제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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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 품은 K-택소노미…환경단체 “국제 기준 미달” 반발
    • 입력 2022-09-20 16:46:22
    • 수정2022-09-20 16:46:29
    취재K

정부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공식적으로 포함시켰습니다.

환경부는 오늘(20일) 원전 신규 건설과 원자력 핵심기술 개발 등의 내용을 담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원자력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실증 영역은 '녹색부문'에, 원전의 신규건설과 계속운전 영역은 '전환부문'에 포함됐는데요.

정부는 추후 전문가와 산업계, 시민사회 등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정부는 ‘녹색분류체계 지침서’를 발표하면서 그 안에 '원전'을 포함시키지 않았는데요. 불과 9개월 만에 바뀐 결정을 두고 논란이 일자, 정부는 국제적 흐름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7월, 유럽연합(EU)은 원전을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전력원이라고 규정한 뒤 '유럽연합 녹색분류체계(EU Taxonomy)'에 포함시켰는데, 이를 참고했다는 겁니다.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오늘(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원전을 포함하는 K-택소노미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 '원전' 품은 K-택소노미…무슨 내용 담겼나?

먼저, 정부는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고 국가 원자력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장기적 연구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안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차세대 원전, 핵융합 같은 미래 원자력 기술을 포함해, 사고저항성핵연료(ATF) 사용과 방사성폐기물관리 등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원전의 '신규건설'이나 '계속운전'은 2045년까지 허가를 받은 설비를 대상으로 하되, 환경피해 방지와 안전성 확보를 조건으로 내세웠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원전을 신규 건설하거나 계속 운영하기 위해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저장과 처분을 위한 문서화된 세부 계획이 존재해야 하고, 계획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이 제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러면서도 이번 초안에 구체적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확보 연도'를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확정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이미 존재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사고저항성핵연료 사용과 관련한 조건도 명시했습니다.

원전을 신규로 건설할 때 원자력안전법 등에 명시된 최신기술기준에 맞추고, 사고저항성핵연료도 적용해야 합니다. 계속운전의 경우에도, 2031년부터는 사고저항성핵연료를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초안을 발표하면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경제활동을 포함함으로써 원전의 안전성과 환경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환경단체 "국제 기준 미달…미래세대에 부담 전가"

이번 발표와 관련해 에너지·환경 전문가 단체인 에너지전환포럼은 논평을 내고, "환경부가 이번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발표하면서 국제적 수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면서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먼저, 정부가 사고저항성 핵연료 적용 연도를 2031년으로 둔 것과 관련해서는, "적용 시점을 EU보다 6년 뒤인 2031년으로 지연하게 되면,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원전(신한울 3·4호기)과 수명연장을 추진 중인 노후원전 10기는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원전들은 향후 9년간 사고저항성 핵연료 조건에 대한 유예를 받으면서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돼, 관련 조항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사용후핵연료 등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인 '고준위 방폐장'의 확보 시점이 정확히 제시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고준위 방폐장의 부지확보 및 건설에 37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기술되어있을 뿐, 언제, 어느 부지에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두고 "명확한 계획 없이 건설과 운영에만 관심을 둠으로써 미래세대에 필요 비용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규정했습니다.

국제 기후·환경단체인 그린피스도 입장문을 내고, "원전은 지속가능한 녹색 기술이 아니다"라며 "2030년까지 조속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데 원전은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린피스 장다울 위원은 "원전 건설에는 최대 15년에 달하는 긴 시간과 값비싼 비용이 든다"면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키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더욱 정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서 지난 7월 유럽연합(EU)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포함된 사실에 대해서는, "지난 8일 그린피스는 EU 집행위원회에 가스와 원자력을 포함시킨 것을 재검토 요청했으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유럽사법재판소에 이 문제를 정식 제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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