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복잡한 기시다 총리, 한일 정상회담은?

입력 2022.09.20 (17:59) 수정 2022.09.20 (18:2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늘(20일)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 하는 모습. 최근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결과를 내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NHK 캡처)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늘(20일)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 하는 모습. 최근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결과를 내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NHK 캡처)

기시다 총리 지지율 30% 깨져 … "스가 정권 말기 같아"

최근 일본 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내각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 면서도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진지하게 현안을 처리해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당초 유엔총회 참석차 어제 미국 뉴욕으로 향할 예정이었는데요. 14호 태풍 난마돌이 일본을 종단하면서 피해가 발생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출국 날짜를 하루 미뤄 오늘(20일) 뉴욕으로 출발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오늘(20일) 총리가 이처럼 위기관리대응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정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일본 내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하락 경향이 뚜렷합니다. 마이니치신문이 17, 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각지지율은 이전 조사보다 7%포인트가 빠진 29%로 나타났습니다. 내각지지율 30%가 깨진 것은 2021년 10월 기시다 내각이 출범한 이후 처음입니다. 교도통신과 닛케이(일본경제신문) 조사의 지지율은 각각 40.2%와 은 43%로 조금 나은 상황이지만, 지지율은 이전 조사보다 13% 포인트 이상 떨어졌습니다.

일본 국민들이 기시다 내각에 등을 돌리고 있는 주요 요인은 세계평화가정연합 (구 통일교)를 둘러싼 문제와 27일로 예정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힙니다.

집권 자민당은 지난 8일 당 소속 의원 379명 중 179명이 통일교와 접점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전수조사라던 이 결과 발표 이후 누락이 다수 있었던 점도 밝혀졌습니다. 특히 총리의 측근인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장관도 구 통일교 주최 회의에 참가한 것이 추가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대해서도 설명이 부족하다는 야당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자민당의 한 간부는 "스가 정권 말기와 같은 상황이다. 여기에서 지지율 하락을 멈추지 못하면 (스가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요미우리신문은 전했습니다.


현지시각 19일 미국 뉴욕에서 만남 박진 외교장관(오른쪽)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사진/연합뉴스)현지시각 19일 미국 뉴욕에서 만남 박진 외교장관(오른쪽)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사진/연합뉴스)

■ 한일 외교장관 회담…정상회담 개최여부는 '노코멘트'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외교 수장이 만났습니다. 박진 외교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현지시각 19일 오후 뉴욕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50여 분간 회담했습니다.

박 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면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양측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을 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유엔 총회 기간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 관계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외교 당국자가 전했습니다.

한일 간 무비자 입국 재개에 관해서도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감안해야 하지만, 인적 교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데 양측이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정상회담'을 둘러싼 한-일간 온도 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5일 "유엔총회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놓고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고, 이후 대통령실에서도 '상황 변동 없다'는 인식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김태효 1차장의 발표가 있던 날,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결정된 바 없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 실현이 불투명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18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공식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산케이는 한국의 발표에 대해서도 일본 외무성이 "신뢰 관계와 관련된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발표는 삼가달라"고 항의했다고 전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한국 정부가 개최한다고 발표한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 측이 신중한 자세를 굽히지 않아 실현이 불투명하다"고 보도하면서 유엔총회 때 양국 정상이 만나더라도 짧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2021년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2021년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 결국 불발됐던 문재인 대통령 - 스가 총리 정상회담

지난해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콘월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간단한 인사만 나눈 채 첫 만남을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당초 청와대는 회의장에서 자연스럽게 회동하는 ‘풀어사이드 미팅(pull-aside meeting)’ 형태의 약식 회담을 기대했으나 불발된 것이죠.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하기로 양국 정부가 합의했지만, 일본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측은 회담 취소 사유로 '독도방어훈련'을 내세웠지만, 외교가에서는
코로나 19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 등에 직면해 지지율이 바닥이던 스가 총리가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응하지 않은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구 통일교 문제 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실적을 쌓아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하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정권 당시 4년 7개월간 외무상을 지냈으며 외교 분야에서만은 전문성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필하고자 하는 '기시다 외교' 안에 한일 관계 현안이 포함되어 있을까요? 기시다 총리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끈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국내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일관계의 특성을 고려할때 정상회담이 열릴지, 어떤 형식이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머릿속 복잡한 기시다 총리, 한일 정상회담은?
    • 입력 2022-09-20 17:58:59
    • 수정2022-09-20 18:22:44
    세계는 지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늘(20일)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 하는 모습. 최근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결과를 내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NHK 캡처)
기시다 총리 지지율 30% 깨져 … "스가 정권 말기 같아"

최근 일본 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내각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 면서도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진지하게 현안을 처리해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당초 유엔총회 참석차 어제 미국 뉴욕으로 향할 예정이었는데요. 14호 태풍 난마돌이 일본을 종단하면서 피해가 발생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출국 날짜를 하루 미뤄 오늘(20일) 뉴욕으로 출발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오늘(20일) 총리가 이처럼 위기관리대응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정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일본 내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하락 경향이 뚜렷합니다. 마이니치신문이 17, 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각지지율은 이전 조사보다 7%포인트가 빠진 29%로 나타났습니다. 내각지지율 30%가 깨진 것은 2021년 10월 기시다 내각이 출범한 이후 처음입니다. 교도통신과 닛케이(일본경제신문) 조사의 지지율은 각각 40.2%와 은 43%로 조금 나은 상황이지만, 지지율은 이전 조사보다 13% 포인트 이상 떨어졌습니다.

일본 국민들이 기시다 내각에 등을 돌리고 있는 주요 요인은 세계평화가정연합 (구 통일교)를 둘러싼 문제와 27일로 예정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힙니다.

집권 자민당은 지난 8일 당 소속 의원 379명 중 179명이 통일교와 접점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전수조사라던 이 결과 발표 이후 누락이 다수 있었던 점도 밝혀졌습니다. 특히 총리의 측근인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장관도 구 통일교 주최 회의에 참가한 것이 추가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대해서도 설명이 부족하다는 야당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자민당의 한 간부는 "스가 정권 말기와 같은 상황이다. 여기에서 지지율 하락을 멈추지 못하면 (스가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요미우리신문은 전했습니다.


현지시각 19일 미국 뉴욕에서 만남 박진 외교장관(오른쪽)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사진/연합뉴스)
■ 한일 외교장관 회담…정상회담 개최여부는 '노코멘트'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외교 수장이 만났습니다. 박진 외교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현지시각 19일 오후 뉴욕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50여 분간 회담했습니다.

박 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면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양측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을 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유엔 총회 기간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 관계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외교 당국자가 전했습니다.

한일 간 무비자 입국 재개에 관해서도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감안해야 하지만, 인적 교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데 양측이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정상회담'을 둘러싼 한-일간 온도 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5일 "유엔총회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놓고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고, 이후 대통령실에서도 '상황 변동 없다'는 인식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김태효 1차장의 발표가 있던 날,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결정된 바 없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 실현이 불투명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18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공식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산케이는 한국의 발표에 대해서도 일본 외무성이 "신뢰 관계와 관련된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발표는 삼가달라"고 항의했다고 전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한국 정부가 개최한다고 발표한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 측이 신중한 자세를 굽히지 않아 실현이 불투명하다"고 보도하면서 유엔총회 때 양국 정상이 만나더라도 짧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2021년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 결국 불발됐던 문재인 대통령 - 스가 총리 정상회담

지난해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콘월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간단한 인사만 나눈 채 첫 만남을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당초 청와대는 회의장에서 자연스럽게 회동하는 ‘풀어사이드 미팅(pull-aside meeting)’ 형태의 약식 회담을 기대했으나 불발된 것이죠.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하기로 양국 정부가 합의했지만, 일본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측은 회담 취소 사유로 '독도방어훈련'을 내세웠지만, 외교가에서는
코로나 19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 등에 직면해 지지율이 바닥이던 스가 총리가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응하지 않은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구 통일교 문제 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실적을 쌓아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하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정권 당시 4년 7개월간 외무상을 지냈으며 외교 분야에서만은 전문성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필하고자 하는 '기시다 외교' 안에 한일 관계 현안이 포함되어 있을까요? 기시다 총리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끈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국내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일관계의 특성을 고려할때 정상회담이 열릴지, 어떤 형식이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