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안내견, 은퇴하면 어디로 가나?

입력 2022.09.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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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어제(20일) 8마리의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에게 분양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뒤이어 열린 안내견 은퇴식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6년에서 8년 가량 현역 복무를 마친 노령의 안내견들이 은퇴하는 행사였는데, 안내견이 강아지였던 시절을 함께 보낸 자원봉사자들이 오래 기다렸던 재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현역에서 은퇴해 자원봉사자 가정으로 향하는 안내견들이 꽃 화환을 쓰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현역에서 은퇴해 자원봉사자 가정으로 향하는 안내견들이 꽃 화환을 쓰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 한 마리 강아지가 안내견이 되려면

시각 장애인 안내견은 이런 생애를 겪게 됩니다. 생후 8주가 되면 일단 자원봉사자의 가정으로 분양됩니다. 이 자원봉사자들은 걷는 법을 도와준다는 뜻에서 '퍼피워커(puppy walker)'라고 불리는데요. 강아지들은 자원 봉사자 가정에서 1년여를 지내며 보살핌과 사회화 훈련을 받게 됩니다.

안내견 훈련은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박태진 교장은 "안내견의 성격은 생후 1개월에서 4개월 사이에 주로 형성된다. 어릴 때 자원봉사자와 함께 쇼핑몰처럼 사람이 모인 곳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 나중에 안내견으로 활동하는데 필수적이다"라고 말합니다.

퍼피워커들에게 보살핌을 받은 안내견들은 안내견 학교에서 시각장애인을 도울 수 있도록 다시 본격적인 훈련을 받게 됩니다. 모든 강아지가 안내견이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박 교장에 따르면 35% 가량만 안내견이 될 성격을 가졌다고 합니다. 훈련을 마친 안내견은 6년에서 8년 가량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 최일선에서 활약합니다.

삼성화재안내견 학교에서 안내견 분양행사와 함께 안내견의 은퇴식, 자원봉사자 가정으로의 입양행사가 열렸다. 삼성전자 제공

■은퇴 뒤에는 강아지 시절을 함께한 가정으로

이후 고령이 되어 은퇴한 안내견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우선 함께 동고동락한 시각장애인에게 입양 우선권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안내견과의 관계 등 여러 사정으로 노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안내견도 있습니다. 다음 입양 순위가 바로 '퍼피워커' 들입니다. 강아지 시절을 함께 보낸 가족들과 견생의 마지막을 함께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20일) 은퇴한 6마리의 안내견들 가운데 2마리도 이렇게 자신들의 퍼피워커와 재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강아지들도 자원봉사자의 가정으로 가서 노년을 보내게 됐습니다.


이처럼 한 마리의 안내견을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국내 1천 가정이 퍼피워커로 활동하고 있고 800 가정은 안내견 번식을 돕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나선다 하더라도 안내견을 길러내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대략 1억 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박 교장은 전합니다.

■안내견, 한 해 20마리도 배출 안 돼…"자원봉사자와 훈련 중 안내견 배려 필요"

그러다보니 안내견의 수도 많지 않습니다. 국내 시각장애인은 25만 명인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올해 분양하는 안내견은 15마리입니다. 또 다른 안내견육성기관인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이이삭 훈련사는 2020년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 해 3마리 정도의 안내견을 분양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을 분양 받기까지 심사와 함께 2~3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전체 시각장애인 수에 비해서 대기기간이 생각보다는 짧은 이유는 시각장애인 중 외부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데, 이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입니다.

박 교장은 "안내견 육성은 비용이 많이 들어 외국에서도 주로 기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민간 사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시민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안내견이 훈련 기간에 쇼핑몰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합니다.

안내견이 훈련 과정에서 자원봉사자와 함께 이런 시설을 출입하는 것이 필요한데, '왜 비장애인이 안내견과 개의 출입이 금지된 장소에 오느냐'면서 문제를 삼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년 전 한 대형마트에서 훈련 중인 예비 안내견과 자원봉사자의 출입을 막아 해당 마트는 결국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장애인복지법상으로도 훈련 중인보조견은 자원봉사자와 함께 식품접객업소 등에 출입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2항
"누구든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4항에 따라 지정된 전문훈련기관에 종사하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사회활동을 위해 필요한 동반자입니다. 훈련을 받고 있는 안내견에게는 사회 구성원의 응원과 배려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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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각장애인 안내견, 은퇴하면 어디로 가나?
    • 입력 2022-09-21 07:00:34
    취재K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어제(20일) 8마리의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에게 분양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뒤이어 열린 안내견 은퇴식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6년에서 8년 가량 현역 복무를 마친 노령의 안내견들이 은퇴하는 행사였는데, 안내견이 강아지였던 시절을 함께 보낸 자원봉사자들이 오래 기다렸던 재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현역에서 은퇴해 자원봉사자 가정으로 향하는 안내견들이 꽃 화환을 쓰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 한 마리 강아지가 안내견이 되려면

시각 장애인 안내견은 이런 생애를 겪게 됩니다. 생후 8주가 되면 일단 자원봉사자의 가정으로 분양됩니다. 이 자원봉사자들은 걷는 법을 도와준다는 뜻에서 '퍼피워커(puppy walker)'라고 불리는데요. 강아지들은 자원 봉사자 가정에서 1년여를 지내며 보살핌과 사회화 훈련을 받게 됩니다.

안내견 훈련은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박태진 교장은 "안내견의 성격은 생후 1개월에서 4개월 사이에 주로 형성된다. 어릴 때 자원봉사자와 함께 쇼핑몰처럼 사람이 모인 곳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 나중에 안내견으로 활동하는데 필수적이다"라고 말합니다.

퍼피워커들에게 보살핌을 받은 안내견들은 안내견 학교에서 시각장애인을 도울 수 있도록 다시 본격적인 훈련을 받게 됩니다. 모든 강아지가 안내견이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박 교장에 따르면 35% 가량만 안내견이 될 성격을 가졌다고 합니다. 훈련을 마친 안내견은 6년에서 8년 가량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 최일선에서 활약합니다.

삼성화재안내견 학교에서 안내견 분양행사와 함께 안내견의 은퇴식, 자원봉사자 가정으로의 입양행사가 열렸다. 삼성전자 제공

■은퇴 뒤에는 강아지 시절을 함께한 가정으로

이후 고령이 되어 은퇴한 안내견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우선 함께 동고동락한 시각장애인에게 입양 우선권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안내견과의 관계 등 여러 사정으로 노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안내견도 있습니다. 다음 입양 순위가 바로 '퍼피워커' 들입니다. 강아지 시절을 함께 보낸 가족들과 견생의 마지막을 함께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20일) 은퇴한 6마리의 안내견들 가운데 2마리도 이렇게 자신들의 퍼피워커와 재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강아지들도 자원봉사자의 가정으로 가서 노년을 보내게 됐습니다.


이처럼 한 마리의 안내견을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국내 1천 가정이 퍼피워커로 활동하고 있고 800 가정은 안내견 번식을 돕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나선다 하더라도 안내견을 길러내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대략 1억 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박 교장은 전합니다.

■안내견, 한 해 20마리도 배출 안 돼…"자원봉사자와 훈련 중 안내견 배려 필요"

그러다보니 안내견의 수도 많지 않습니다. 국내 시각장애인은 25만 명인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올해 분양하는 안내견은 15마리입니다. 또 다른 안내견육성기관인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이이삭 훈련사는 2020년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 해 3마리 정도의 안내견을 분양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을 분양 받기까지 심사와 함께 2~3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전체 시각장애인 수에 비해서 대기기간이 생각보다는 짧은 이유는 시각장애인 중 외부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데, 이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입니다.

박 교장은 "안내견 육성은 비용이 많이 들어 외국에서도 주로 기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민간 사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시민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안내견이 훈련 기간에 쇼핑몰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합니다.

안내견이 훈련 과정에서 자원봉사자와 함께 이런 시설을 출입하는 것이 필요한데, '왜 비장애인이 안내견과 개의 출입이 금지된 장소에 오느냐'면서 문제를 삼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년 전 한 대형마트에서 훈련 중인 예비 안내견과 자원봉사자의 출입을 막아 해당 마트는 결국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장애인복지법상으로도 훈련 중인보조견은 자원봉사자와 함께 식품접객업소 등에 출입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2항
"누구든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4항에 따라 지정된 전문훈련기관에 종사하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사회활동을 위해 필요한 동반자입니다. 훈련을 받고 있는 안내견에게는 사회 구성원의 응원과 배려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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