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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윤 대통령, 펠로시 만났다면 현대·기아차는 보조금을 받았을까?
입력 2022.09.21 (11:22) 특파원 리포트
현지시각 8월 12일. 미 하원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킨 뒤 기념촬영하는 펠로시 의장현지시각 8월 12일. 미 하원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킨 뒤 기념촬영하는 펠로시 의장

"미국을 다시금 재건하자"(Build Back Better)의 구호를 달고 전격적으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축하하는 행사가 지난 14일 백악관 앞마당에서 열렸습니다. 수백 명의 초대 손님들(상하원 의원들, 산업계, 민주당원 등)을 앞에 두고 연설에 나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성과를 크게 치하하며 "지금 박수를 쳐 줘야 합니다"라고 청중들에게 환호와 박수를 유도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전기차, 배터리 등 특정 분야에서 독소조항을 담고 있어 정부에서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반대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통과된 의미를 높이 평가한 겁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축하 잔치에서 발언자는 바이든 미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었습니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서열이 실질적으로 바이든 대통령 바로 다음(해리스 부통령이 있지만)이기도 한 만큼, 정치적 영향력은 압도적입니다. 그런 펠로시 의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외교 참사라는 공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7월 방한했던 펠로시를 만났다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내용은 달라졌을까요? 현대와 기아차는 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1. 펠로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내용을 알고 있었다?

지난달 펠로시 의장의 동아시아 방문에서 핵심은 '타이완'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전략적으로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그곳, 타이완 방문을 미국 하원의장이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펠로시는 정치력을 집중시키고 있었습니다. 중국에선 '타죽을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말까지 쓰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현했고, 결국 미중 간 군사적 대치까지 이르는 상황을 알면서도 펠로시의 정치력은 타이완 방문에 집중됐습니다. 정통한 의회 관계자들은 펠로시 의장이 한국을 방문했던 8월 4일 경, 펠로시 의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미 상원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전격적으로 통과시킨 것은 현지시간 7일 일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철저하게 50:50으로 갈려진 상원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 찬성은 51표, 반대는 49표. 철저하게 정치공학적으로 민주당 표를 모아, 전격적으로 처리했다는 평갑니다. 이후 펠로시 의장이 귀국한 직후인 현지시각 12일 이 법은 하원에서도 찬성 220표, 반대 207표(현재 하원은 민주당 다수)로 통과됩니다. 이때 펠로시 의장의 역할은 말 그대로 하원의장으로서 회의를 소집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의회 관계자들은 전했습니다. 물론 법안의 큰 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이 법은 지난해 초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발표한 더 나은 재건을 위한 법의 수정안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문제는 몰랐을 것이라는 겁니다.

때문에 펠로시를 8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만났다 하더라도, 이 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논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리 측에서 의제를 제안했거나, 펠로시 의장이 말을 꺼냈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몰랐고, 펠로시 의장도 몰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구체적인 의제가 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2. 비밀리에 전격 처리된 인플레이션 감축법, 누가 키맨인가?

펠로시를 '만났었다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면, 과연 누가 키맨이었나 하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미국 현지에서 더 나은 재건법(build back better)은 민주당 소속의 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 조 맨친이 키를 쥐고 있었습니다. 민주당이지만 이 법을 반대해온(웨스트 버지니아는 석탄 주산지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석탄산업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법안에 당연히 반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조 맨친, 그를 설득한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 의원, 그리고 백악관이 이 법을 주도했다는 것이 현지 분석입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회부된 날 바쁘게 통화하는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현지시각 8월 6일    출처:워싱턴포스트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회부된 날 바쁘게 통화하는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현지시각 8월 6일 출처:워싱턴포스트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은 매우 소수의 사람들만 아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통과됐습니다. 현지시각 8월 6일 토요일에 미 상원이 갑자기 소집됐습니다.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 토론을 위한 의회가 소집된 겁니다. 통상 법안 토론은 법안 통과 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토요일 상원 소집은 극히 이례적인 상황인 동시에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확실한 징표였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당일 미 상원의 풍경을 일일이 사진으로 담으며, 법안이 전격적으로 처리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사진에 등장하는 대표 선수들은 조 맨친, 척 슈머, 엘리자베스 워렌, 버니 샌더스(이상 민주당), 그리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미치 매코널, 테드 크루즈(이상 공화당)입니다. 이들은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가지고 협상(혹은 거래)을 한 당사자들입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 축하연을 주도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 9.14(현지시각). 출처 워싱턴포스트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 축하연을 주도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 9.14(현지시각). 출처 워싱턴포스트

3. 우리 정부와 기업은 당연히 몰랐을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더 나은 재건법의 수정 버전입니다. 광범위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예산을 담고 있는 이 법안에 대해서는 1년이 넘도록 업계 로비가 진행돼 왔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차 뿐 아니라 도요타, 테슬라 등 전기차를 생산하는 모든 완성차 업계가 다방면의 로비를 진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몰랐다면 어디에서 실기를 한 걸까요? (후속 기사에서 계속됩니다)

이 법을 어떻게든 되돌려보겠다고 정부에선 외교에 전력을 쏟고 있습니다. 주미 대사관을 비롯해 외교부, 산업자원부, 통상교섭본부, 기획재정부 등 주요 정부 부처의 고위급부터 실무급까지 워싱턴 디시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돌이켜보면, 아쉬운 순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이 그런 순간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났다면 상황은 바뀌었을까요? 정답은 '아니오' 입니다.
  • [특파원 리포트] 윤 대통령, 펠로시 만났다면 현대·기아차는 보조금을 받았을까?
    • 입력 2022-09-21 11:22:19
    특파원 리포트
현지시각 8월 12일. 미 하원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킨 뒤 기념촬영하는 펠로시 의장현지시각 8월 12일. 미 하원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킨 뒤 기념촬영하는 펠로시 의장

"미국을 다시금 재건하자"(Build Back Better)의 구호를 달고 전격적으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축하하는 행사가 지난 14일 백악관 앞마당에서 열렸습니다. 수백 명의 초대 손님들(상하원 의원들, 산업계, 민주당원 등)을 앞에 두고 연설에 나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성과를 크게 치하하며 "지금 박수를 쳐 줘야 합니다"라고 청중들에게 환호와 박수를 유도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전기차, 배터리 등 특정 분야에서 독소조항을 담고 있어 정부에서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반대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통과된 의미를 높이 평가한 겁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축하 잔치에서 발언자는 바이든 미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었습니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서열이 실질적으로 바이든 대통령 바로 다음(해리스 부통령이 있지만)이기도 한 만큼, 정치적 영향력은 압도적입니다. 그런 펠로시 의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외교 참사라는 공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7월 방한했던 펠로시를 만났다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내용은 달라졌을까요? 현대와 기아차는 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1. 펠로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내용을 알고 있었다?

지난달 펠로시 의장의 동아시아 방문에서 핵심은 '타이완'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전략적으로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그곳, 타이완 방문을 미국 하원의장이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펠로시는 정치력을 집중시키고 있었습니다. 중국에선 '타죽을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말까지 쓰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현했고, 결국 미중 간 군사적 대치까지 이르는 상황을 알면서도 펠로시의 정치력은 타이완 방문에 집중됐습니다. 정통한 의회 관계자들은 펠로시 의장이 한국을 방문했던 8월 4일 경, 펠로시 의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미 상원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전격적으로 통과시킨 것은 현지시간 7일 일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철저하게 50:50으로 갈려진 상원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 찬성은 51표, 반대는 49표. 철저하게 정치공학적으로 민주당 표를 모아, 전격적으로 처리했다는 평갑니다. 이후 펠로시 의장이 귀국한 직후인 현지시각 12일 이 법은 하원에서도 찬성 220표, 반대 207표(현재 하원은 민주당 다수)로 통과됩니다. 이때 펠로시 의장의 역할은 말 그대로 하원의장으로서 회의를 소집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의회 관계자들은 전했습니다. 물론 법안의 큰 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이 법은 지난해 초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발표한 더 나은 재건을 위한 법의 수정안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문제는 몰랐을 것이라는 겁니다.

때문에 펠로시를 8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만났다 하더라도, 이 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논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리 측에서 의제를 제안했거나, 펠로시 의장이 말을 꺼냈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몰랐고, 펠로시 의장도 몰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구체적인 의제가 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2. 비밀리에 전격 처리된 인플레이션 감축법, 누가 키맨인가?

펠로시를 '만났었다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면, 과연 누가 키맨이었나 하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미국 현지에서 더 나은 재건법(build back better)은 민주당 소속의 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 조 맨친이 키를 쥐고 있었습니다. 민주당이지만 이 법을 반대해온(웨스트 버지니아는 석탄 주산지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석탄산업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법안에 당연히 반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조 맨친, 그를 설득한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 의원, 그리고 백악관이 이 법을 주도했다는 것이 현지 분석입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회부된 날 바쁘게 통화하는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현지시각 8월 6일    출처:워싱턴포스트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회부된 날 바쁘게 통화하는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현지시각 8월 6일 출처:워싱턴포스트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은 매우 소수의 사람들만 아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통과됐습니다. 현지시각 8월 6일 토요일에 미 상원이 갑자기 소집됐습니다.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 토론을 위한 의회가 소집된 겁니다. 통상 법안 토론은 법안 통과 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토요일 상원 소집은 극히 이례적인 상황인 동시에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확실한 징표였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당일 미 상원의 풍경을 일일이 사진으로 담으며, 법안이 전격적으로 처리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사진에 등장하는 대표 선수들은 조 맨친, 척 슈머, 엘리자베스 워렌, 버니 샌더스(이상 민주당), 그리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미치 매코널, 테드 크루즈(이상 공화당)입니다. 이들은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가지고 협상(혹은 거래)을 한 당사자들입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 축하연을 주도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 9.14(현지시각). 출처 워싱턴포스트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 축하연을 주도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 9.14(현지시각). 출처 워싱턴포스트

3. 우리 정부와 기업은 당연히 몰랐을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더 나은 재건법의 수정 버전입니다. 광범위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예산을 담고 있는 이 법안에 대해서는 1년이 넘도록 업계 로비가 진행돼 왔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차 뿐 아니라 도요타, 테슬라 등 전기차를 생산하는 모든 완성차 업계가 다방면의 로비를 진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몰랐다면 어디에서 실기를 한 걸까요? (후속 기사에서 계속됩니다)

이 법을 어떻게든 되돌려보겠다고 정부에선 외교에 전력을 쏟고 있습니다. 주미 대사관을 비롯해 외교부, 산업자원부, 통상교섭본부, 기획재정부 등 주요 정부 부처의 고위급부터 실무급까지 워싱턴 디시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돌이켜보면, 아쉬운 순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이 그런 순간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났다면 상황은 바뀌었을까요? 정답은 '아니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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