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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핀 “팝·힙합은 사운드혁명…록 떼고 진짜 위로 드려요”
입력 2022.09.21 (14:29) 연합뉴스
"이솝우화에서 길 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려 했던 건 바람과 햇살이었죠. 예전 허클베리핀 음악이 강한 바람을 사람에게 몰아쳐 줬다면 이번엔 햇살 같은 팝의 장점을 깨닫게 됐죠." (이기용)

밴드 허클베리핀은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작업실에서 정규 7집 '더 라이트 오브 레인'(The Light Of Rain) 발매를 기념해 기자들을 만나 "힘든 시간을 겪는 사람들에게 '여러분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먹구름 위의 햇빛이 여러분을 적시고 있다'는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음반의 색깔을 소개했다.

1998년 1집 '18일의 수요일'로 데뷔한 허클베리핀은 시적인 서정성과 깊이, 단단한 음악적 완성도로 20년 이상 음악 팬들의 공고한 지지를 받아온 밴드다. 1집과 3집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7집은 2018년 6집 '오로라피플' 이후 무려 4년 만의 정규음반이다.

이소영의 중성적이고 호소력 있는 보컬로 다소 거칠고 어두운 음악 세계를 펼쳐온 이들은 '빛'을 소재로 한 음반명에서 알 수 있듯 음악적 변신을 통해 청자에게 따듯한 위로를 건넸다.

음반에는 '적도 검은 새', '눈', '템페스트'(Tempest) 등 '트리플 타이틀'을 비롯해 2015년 싱글로 먼저 선보인 '사랑하는 친구들아 안녕' 등 총 10곡이 담겼다.

음반을 준비하는 지난 4년의 과정은 데뷔 24년을 맞은 장수 밴드답게 음악적 방향성을 두고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밴드 음악을 사반세기 동안 이어왔지만 의외로 영감을 준 것은 팝과 힙합 음악이란다.

이기용은 "이제는 팝 음악과 힙합에서 시작된 놀라운 '사운드 혁명'이 있다"며 "사람들이 그 맛을 이미 봤고, 음악으로 생존하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과정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체성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희가 이제는 '록밴드'라고 하지 않고 '밴드' 허클베리핀이라고 하고 있죠. 예전에는 각자 맡은 악기만 연주했다면 지금은 각자가 노래에 필요한 모든 악기를 연주한 다음에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이기용)

이기용은 이 같은 창작 방식을 두고 "이게 오래된 밴드가 현재를 버텨내는 방법"이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물론 이 같은 방식은 담당 악기에 따라 분업화된 전통적인 작업 패턴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나가기에 갈등의 소지는 되레 적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작업 과정 즐겨 들은 팝 아티스트로 두아 리파, 빌리 아일리시, 테일러 스위프트, 위켄드 등 장르를 넘나드는 유명 스타들을 줄줄이 읊었다.

이기용은 그러면서 "진짜 위로를 주고 싶은 게 이번 앨범의 큰 포인트"라고 힘주어 말했다.

허클베리핀의 음악이 어두움을 덜어내고 팝적인 풍부한 사운드를 가미하면서 보컬 이소영도 목소리에 변화를 줬다. 소위 '록밴드 보컬'에 요구되는 '힘'을 쳐내고 또 쳐냈다는 이야기.

이소영은 "(창법 변화는) 내게는 큰 숙제 같은 부분이었다"며 "5집까지는 록을 기반으로 한 음악이 많았다가 6집부터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요소가 더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니 창법 자체가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숙제처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저도 20년 넘게 음악을 하다 보니 샤우팅·그로울링 등 록 보컬의 창법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 6집부터 힘을 빼는 보컬로 방향성을 잡았죠. 저는 힘 있게 부르는 것보다 힘을 빼는 작업이 너무나 어려웠어요." (이소영)

허클베리핀은 1번 트랙 '적도 검은 새'에서 새의 형상처럼 팔에 난 검은 상처를 따라 적도로 상상의 여행을 안내한다. '안개가 걷히고 난 후 모래 위에 누워 있는 그녀에게로 다가가서 팔에 키스했어'라며 상처를 어루만진다.

2번 트랙 '눈'에서는 따뜻한 멜로디와 메시지로 위로의 진폭을 더한다. 이들은 '네 곁에 있을게 혼자라는 외로움을 더 이상 느끼지 않게'라며 연대를 강조한다.

3번 트랙 '템페스트'는 '폭풍'이라는 그 의미처럼 강렬한 드럼과 북소리가 노래 사이를 휘젓는다. 노래 속 화자는 '먼지를 털듯이 내 과거를 버렸어'라며 상처를 딛고 일어나 폭풍에 정면으로 맞선다.

성장규는 "사실 나는 '템페스트'에서 드럼 사운드가 더 컸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형(이기용)이 사람이 (가사를) 들을 수는 있어야 한다고 해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허클베리핀이 전하는 이 같은 연대와 극복의 메시지는 비단 '나' 자신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의 시선은 미세먼지가 일상이 된 요즘을 노래한 '비처럼'과 기후변화를 직설적으로 경고한 '금성'을 통해 지구 전체로 확장된다. 나와 너의 위로를 넘어 우리가 사는 이 세계 전체를 토닥여주는 것이다.

이기용은 "우리 사이에서 이소영의 별명이 '환경부 장관'"이라며 "이소영 덕분에 막걸리 마시고서 라벨을 떼서 따로 버리고, 우유도 마시면 씻어서 버리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에게 가장 큰 선물은 (누군가가)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고 늘 함께하리라는 믿음을 주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눈'은 우리가 지금까지 작업한 곡 가운데 가장 따뜻한 노래에요. 격려의 의미로 작게 북도 쳤답니다." (이기용)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허클베리핀 제공]
  • 허클베리핀 “팝·힙합은 사운드혁명…록 떼고 진짜 위로 드려요”
    • 입력 2022-09-21 14:29:35
    연합뉴스
"이솝우화에서 길 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려 했던 건 바람과 햇살이었죠. 예전 허클베리핀 음악이 강한 바람을 사람에게 몰아쳐 줬다면 이번엔 햇살 같은 팝의 장점을 깨닫게 됐죠." (이기용)

밴드 허클베리핀은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작업실에서 정규 7집 '더 라이트 오브 레인'(The Light Of Rain) 발매를 기념해 기자들을 만나 "힘든 시간을 겪는 사람들에게 '여러분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먹구름 위의 햇빛이 여러분을 적시고 있다'는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음반의 색깔을 소개했다.

1998년 1집 '18일의 수요일'로 데뷔한 허클베리핀은 시적인 서정성과 깊이, 단단한 음악적 완성도로 20년 이상 음악 팬들의 공고한 지지를 받아온 밴드다. 1집과 3집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7집은 2018년 6집 '오로라피플' 이후 무려 4년 만의 정규음반이다.

이소영의 중성적이고 호소력 있는 보컬로 다소 거칠고 어두운 음악 세계를 펼쳐온 이들은 '빛'을 소재로 한 음반명에서 알 수 있듯 음악적 변신을 통해 청자에게 따듯한 위로를 건넸다.

음반에는 '적도 검은 새', '눈', '템페스트'(Tempest) 등 '트리플 타이틀'을 비롯해 2015년 싱글로 먼저 선보인 '사랑하는 친구들아 안녕' 등 총 10곡이 담겼다.

음반을 준비하는 지난 4년의 과정은 데뷔 24년을 맞은 장수 밴드답게 음악적 방향성을 두고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밴드 음악을 사반세기 동안 이어왔지만 의외로 영감을 준 것은 팝과 힙합 음악이란다.

이기용은 "이제는 팝 음악과 힙합에서 시작된 놀라운 '사운드 혁명'이 있다"며 "사람들이 그 맛을 이미 봤고, 음악으로 생존하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과정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체성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희가 이제는 '록밴드'라고 하지 않고 '밴드' 허클베리핀이라고 하고 있죠. 예전에는 각자 맡은 악기만 연주했다면 지금은 각자가 노래에 필요한 모든 악기를 연주한 다음에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이기용)

이기용은 이 같은 창작 방식을 두고 "이게 오래된 밴드가 현재를 버텨내는 방법"이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물론 이 같은 방식은 담당 악기에 따라 분업화된 전통적인 작업 패턴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나가기에 갈등의 소지는 되레 적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작업 과정 즐겨 들은 팝 아티스트로 두아 리파, 빌리 아일리시, 테일러 스위프트, 위켄드 등 장르를 넘나드는 유명 스타들을 줄줄이 읊었다.

이기용은 그러면서 "진짜 위로를 주고 싶은 게 이번 앨범의 큰 포인트"라고 힘주어 말했다.

허클베리핀의 음악이 어두움을 덜어내고 팝적인 풍부한 사운드를 가미하면서 보컬 이소영도 목소리에 변화를 줬다. 소위 '록밴드 보컬'에 요구되는 '힘'을 쳐내고 또 쳐냈다는 이야기.

이소영은 "(창법 변화는) 내게는 큰 숙제 같은 부분이었다"며 "5집까지는 록을 기반으로 한 음악이 많았다가 6집부터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요소가 더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니 창법 자체가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숙제처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저도 20년 넘게 음악을 하다 보니 샤우팅·그로울링 등 록 보컬의 창법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 6집부터 힘을 빼는 보컬로 방향성을 잡았죠. 저는 힘 있게 부르는 것보다 힘을 빼는 작업이 너무나 어려웠어요." (이소영)

허클베리핀은 1번 트랙 '적도 검은 새'에서 새의 형상처럼 팔에 난 검은 상처를 따라 적도로 상상의 여행을 안내한다. '안개가 걷히고 난 후 모래 위에 누워 있는 그녀에게로 다가가서 팔에 키스했어'라며 상처를 어루만진다.

2번 트랙 '눈'에서는 따뜻한 멜로디와 메시지로 위로의 진폭을 더한다. 이들은 '네 곁에 있을게 혼자라는 외로움을 더 이상 느끼지 않게'라며 연대를 강조한다.

3번 트랙 '템페스트'는 '폭풍'이라는 그 의미처럼 강렬한 드럼과 북소리가 노래 사이를 휘젓는다. 노래 속 화자는 '먼지를 털듯이 내 과거를 버렸어'라며 상처를 딛고 일어나 폭풍에 정면으로 맞선다.

성장규는 "사실 나는 '템페스트'에서 드럼 사운드가 더 컸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형(이기용)이 사람이 (가사를) 들을 수는 있어야 한다고 해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허클베리핀이 전하는 이 같은 연대와 극복의 메시지는 비단 '나' 자신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의 시선은 미세먼지가 일상이 된 요즘을 노래한 '비처럼'과 기후변화를 직설적으로 경고한 '금성'을 통해 지구 전체로 확장된다. 나와 너의 위로를 넘어 우리가 사는 이 세계 전체를 토닥여주는 것이다.

이기용은 "우리 사이에서 이소영의 별명이 '환경부 장관'"이라며 "이소영 덕분에 막걸리 마시고서 라벨을 떼서 따로 버리고, 우유도 마시면 씻어서 버리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에게 가장 큰 선물은 (누군가가)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고 늘 함께하리라는 믿음을 주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눈'은 우리가 지금까지 작업한 곡 가운데 가장 따뜻한 노래에요. 격려의 의미로 작게 북도 쳤답니다." (이기용)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허클베리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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