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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무력 법제화에 담긴 뜻
입력 2022.09.21 (15:53) 취재K

북한이 핵무기의 사용을 법령에 명시하며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비핵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지만, 이미 한반도가 불가역적인 핵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늘(21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긴급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북한, 핵무력 법제화…'핵 사용 5대 조건' 명시

북한은 이달 7일과 8일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했다.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는 오늘(21일) 토론회에서 "한마디로 요약해서 '고도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핵무력의) 하드웨어가 고도화되면서 그것을 다루는 소프트웨어도 고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러시아 등 다수의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처럼 법과 정책 등 소프트웨어를 갖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법령을 살펴보면, 제3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지휘부가 위험에 처하면 자동적으로 핵타격이 된다고 명시했다. 6조에서는 핵무기의 사용조건을 구체화해 선제적인 핵무력 사용도 가능하게 했다.

제6조 핵무기의 사용조건

· 핵무기 또는 대량살륙무기(대량살상무기) 공격 감행/임박
·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핵 및 비핵공격 감행/임박
· 국가의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 군사적 공격 감행/임박
· 유사시 확전 및 장기화 저지, 전쟁 주도권 장악 위한 작전상 필요
·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 발생

■ "억제력 확보 위한 것" 분석도…"매우 위험" 입 모아

이처럼 북이 핵무력의 선제 사용까지도 명시한 법령을 채택했지만, 그 의도는 공세보다는 억제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보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오늘 토론회에서 "이 법령이 강압을 위해서냐, 억제를 위해서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억제'에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북한이 안보적으로 고립됐다는 심리상태에서, 갈등 초기부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선포함으로써 적국의 공격을 억제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법령이 표면적으로는 공세성을 보이더라도 내적으로는 상당히 방어적인 논리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법령에 새로운 공세적인 내용이 추가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홍 실장은 다만, 북한이 법령의 형태로 핵무력의 사용을 명시했다는 측면에서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법령의 성격과는 별개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이 위험의 징조라고 입을 모은다. 김 보미 부연구위원은 "억제가 되려면 아이러니하게 믿음을 줘야 한다"며, 북한이 법령에 따라 행동하도록 미국이 믿도록 행동할 유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앞으로 다양한 무기를 실험하고 무기 배치 패턴을 공개할 수 있고, 이에 더해 북한이 내세운 핵 무력 사용 조건에 따른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전술핵을 배치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황일도 교수도 "모든 나라는 자기들은 방어적이고 다른 나라는 공세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세와 방어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위험을 감수하는(Risk-taking) 나라와 위험을 통제하는(Risk-controlling) 국가들로 구분하면 북한은 전자로 가고 있다며,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 러·중과 밀착하는 북…"우리 안보는 우리가 지켜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중심으로 국제 정세가 재편되는 가운데 북한의 행보도 주목할 지점이다. 중국 전문가인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향후 북한이 가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은 토론회에서 "국제질서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고 그 다음의 최전선은 타이완과 한반도"라며 "북한은 정확히 이 판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일이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북한 압박이 강해지면 북한은 중국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고 정 위원은 관측했다.

북한은 러시아와도 밀착하고 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관계가 원만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레토릭(수사)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 위원은 "지금 러시아가 가장 필요한 것은 레토릭"이라며 "(푸틴과 김정은의) 정상 간 유대 차원으로 가면 한국으로서는 좋은 메시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한국보다는 북한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질서의 재편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북한은 핵무력을 고도화하고 법제화까지 마무리하며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더욱 엄중해지고 있다. 정재흥 위원은 "전쟁이 과거엔 멀리 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났다"며 "우리의 안보는 우리가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北 핵무력 법제화에 담긴 뜻
    • 입력 2022-09-21 15:53:55
    취재K

북한이 핵무기의 사용을 법령에 명시하며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비핵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지만, 이미 한반도가 불가역적인 핵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늘(21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긴급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북한, 핵무력 법제화…'핵 사용 5대 조건' 명시

북한은 이달 7일과 8일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했다.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는 오늘(21일) 토론회에서 "한마디로 요약해서 '고도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핵무력의) 하드웨어가 고도화되면서 그것을 다루는 소프트웨어도 고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러시아 등 다수의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처럼 법과 정책 등 소프트웨어를 갖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법령을 살펴보면, 제3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지휘부가 위험에 처하면 자동적으로 핵타격이 된다고 명시했다. 6조에서는 핵무기의 사용조건을 구체화해 선제적인 핵무력 사용도 가능하게 했다.

제6조 핵무기의 사용조건

· 핵무기 또는 대량살륙무기(대량살상무기) 공격 감행/임박
·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핵 및 비핵공격 감행/임박
· 국가의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 군사적 공격 감행/임박
· 유사시 확전 및 장기화 저지, 전쟁 주도권 장악 위한 작전상 필요
·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 발생

■ "억제력 확보 위한 것" 분석도…"매우 위험" 입 모아

이처럼 북이 핵무력의 선제 사용까지도 명시한 법령을 채택했지만, 그 의도는 공세보다는 억제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보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오늘 토론회에서 "이 법령이 강압을 위해서냐, 억제를 위해서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억제'에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북한이 안보적으로 고립됐다는 심리상태에서, 갈등 초기부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선포함으로써 적국의 공격을 억제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법령이 표면적으로는 공세성을 보이더라도 내적으로는 상당히 방어적인 논리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법령에 새로운 공세적인 내용이 추가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홍 실장은 다만, 북한이 법령의 형태로 핵무력의 사용을 명시했다는 측면에서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법령의 성격과는 별개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이 위험의 징조라고 입을 모은다. 김 보미 부연구위원은 "억제가 되려면 아이러니하게 믿음을 줘야 한다"며, 북한이 법령에 따라 행동하도록 미국이 믿도록 행동할 유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앞으로 다양한 무기를 실험하고 무기 배치 패턴을 공개할 수 있고, 이에 더해 북한이 내세운 핵 무력 사용 조건에 따른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전술핵을 배치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황일도 교수도 "모든 나라는 자기들은 방어적이고 다른 나라는 공세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세와 방어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위험을 감수하는(Risk-taking) 나라와 위험을 통제하는(Risk-controlling) 국가들로 구분하면 북한은 전자로 가고 있다며,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 러·중과 밀착하는 북…"우리 안보는 우리가 지켜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중심으로 국제 정세가 재편되는 가운데 북한의 행보도 주목할 지점이다. 중국 전문가인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향후 북한이 가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은 토론회에서 "국제질서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고 그 다음의 최전선은 타이완과 한반도"라며 "북한은 정확히 이 판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일이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북한 압박이 강해지면 북한은 중국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고 정 위원은 관측했다.

북한은 러시아와도 밀착하고 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관계가 원만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레토릭(수사)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 위원은 "지금 러시아가 가장 필요한 것은 레토릭"이라며 "(푸틴과 김정은의) 정상 간 유대 차원으로 가면 한국으로서는 좋은 메시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한국보다는 북한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질서의 재편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북한은 핵무력을 고도화하고 법제화까지 마무리하며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더욱 엄중해지고 있다. 정재흥 위원은 "전쟁이 과거엔 멀리 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났다"며 "우리의 안보는 우리가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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