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강조하며 ‘북한’ 언급 안 한 이유는?

입력 2022.09.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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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자유' 강조하며 '가치 동맹' 기조 확인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유엔 '데뷔' 연설을 했습니다. 핵심 단어는 '자유'였습니다. 국내 연설 때마다 '자유'란 가치를 중심에 두고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혀 왔듯, 외교 정책에서도 '자유'가 중심축이 될 것임을 전 세계 정상들 앞에서 공식화한 겁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 팬데믹, 탈탄소, 디지털 격차 문제 해결에 대한민국이 적극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각종 국제 기구에 지원도 늘려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시스템과 보편적 규범 체계를 지지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11분 가량 이어진 연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자유'를 중심으로 한 세계 시민의 '연대'를 위해 기여하겠다"라는 겁니다.

■ "유엔총회에 맞는 연설" VS "원론적 얘기만 나열"

평가는 엇갈립니다.

먼저, 지역적 사고에서 벗어나 유엔총회라는 취지에 맞는 연설이었단 시각이 있습니다.

황태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적으로 한정될 수 있는 '북한과의 대립'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유엔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며 중요한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알맹이 없이 원론적 얘기만 나열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김영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통 한 나라 수장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할 땐 그 나라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알리거나 구체적인 이슈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대통령의 연설에선 너무 원론적인 얘기만 나열돼 있어 '세계 인권 선언'같은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북한' 언급 한 번도 안 해

이번 윤 대통령의 연설에선 북한이란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대통령들이 유엔 무대에 설 때마다 강조했던 '한반도 평화' 관련 표현도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을 향한 '담대한 구상'을 밝힌 뒤인데다, 북한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 하며 노골적으로 대남 핵 위협을 펼친 지 십여 일 만에 선 자리였습니다. 북핵에 대한 단호한 대응 의지,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거란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대신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또 다시 세계 시민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무력으로 타이완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핵 능력을 발전시키며 대남 위협을 서슴지 않는 북한을 통틀어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위협은 보편적 국제 규범 체계를 지지하고 연대해" 극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인권 같은 보편적 국제 규범과 가치를 강조했는데, 이런 걸 못 누리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오히려 한 걸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 "전략적 계산이었을 것"

대한민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한 번도 언급 안 한 건 '의도적 계산'이었을 거란 시각도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대북 정책을 설명할 때마다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겠다"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담대한 구상에서 북한을 향해 '대화하자'는 의지를 이미 밝힌 상황에서, 국제 무대에서 또 대화를 제안하는 건 '저자세'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한이 '북한'만 보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자유라는 '가치 동맹'으로 움직이겠다는 것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오히려 북한을 초조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겁니다.

■ "전 정부와의 차별성 부각"

북한이나 한반도 문제를 직접 언급 안 한 건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모든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는데, 북한 관련 메시지가 핵심이었습니다. 75차 총회(2020년)와 76차 총회(2021년)에선 2년 연속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제제를 위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문 전 대통령을 "특정 친구(북한)에게만 집착하는 학생"이라며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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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 강조하며 ‘북한’ 언급 안 한 이유는?
    • 입력 2022-09-21 18: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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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자유' 강조하며 '가치 동맹' 기조 확인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유엔 '데뷔' 연설을 했습니다. 핵심 단어는 '자유'였습니다. 국내 연설 때마다 '자유'란 가치를 중심에 두고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혀 왔듯, 외교 정책에서도 '자유'가 중심축이 될 것임을 전 세계 정상들 앞에서 공식화한 겁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 팬데믹, 탈탄소, 디지털 격차 문제 해결에 대한민국이 적극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각종 국제 기구에 지원도 늘려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시스템과 보편적 규범 체계를 지지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11분 가량 이어진 연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자유'를 중심으로 한 세계 시민의 '연대'를 위해 기여하겠다"라는 겁니다.

■ "유엔총회에 맞는 연설" VS "원론적 얘기만 나열"

평가는 엇갈립니다.

먼저, 지역적 사고에서 벗어나 유엔총회라는 취지에 맞는 연설이었단 시각이 있습니다.

황태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적으로 한정될 수 있는 '북한과의 대립'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유엔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며 중요한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알맹이 없이 원론적 얘기만 나열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김영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통 한 나라 수장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할 땐 그 나라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알리거나 구체적인 이슈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대통령의 연설에선 너무 원론적인 얘기만 나열돼 있어 '세계 인권 선언'같은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북한' 언급 한 번도 안 해

이번 윤 대통령의 연설에선 북한이란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대통령들이 유엔 무대에 설 때마다 강조했던 '한반도 평화' 관련 표현도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을 향한 '담대한 구상'을 밝힌 뒤인데다, 북한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 하며 노골적으로 대남 핵 위협을 펼친 지 십여 일 만에 선 자리였습니다. 북핵에 대한 단호한 대응 의지,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거란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대신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또 다시 세계 시민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무력으로 타이완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핵 능력을 발전시키며 대남 위협을 서슴지 않는 북한을 통틀어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위협은 보편적 국제 규범 체계를 지지하고 연대해" 극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인권 같은 보편적 국제 규범과 가치를 강조했는데, 이런 걸 못 누리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오히려 한 걸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 "전략적 계산이었을 것"

대한민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한 번도 언급 안 한 건 '의도적 계산'이었을 거란 시각도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대북 정책을 설명할 때마다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겠다"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담대한 구상에서 북한을 향해 '대화하자'는 의지를 이미 밝힌 상황에서, 국제 무대에서 또 대화를 제안하는 건 '저자세'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한이 '북한'만 보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자유라는 '가치 동맹'으로 움직이겠다는 것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오히려 북한을 초조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겁니다.

■ "전 정부와의 차별성 부각"

북한이나 한반도 문제를 직접 언급 안 한 건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모든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는데, 북한 관련 메시지가 핵심이었습니다. 75차 총회(2020년)와 76차 총회(2021년)에선 2년 연속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제제를 위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문 전 대통령을 "특정 친구(북한)에게만 집착하는 학생"이라며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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