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대용품’ 된 다이어트약…“1년 만에 10년치 처방”

입력 2022.09.22 (06:39) 수정 2022.09.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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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비만 치료를 목적으로 처방되는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만큼 처방과 사용에 주의를 다해야 합니다.

그런데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1년 동안 10년치가 처방될 만큼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일각에서는 '마약 대용품'으로까지 사용되고 있다는데요.

원동희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약 중독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26살 김 모 씨.

식욕 억제제를 마약 대신 사용한 경험이 있습니다.

[김 모 씨/가명/마약 중독 경험 : "구치소 갔다 와서 경각심 때문에 필로폰에는 다시 손을 못 대고 '그럼 대체 약물이라도 사용해보자' 해서..."]

체질량지수 30 이상인 경우 등 '비만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만 처방할 수 있지만, 기준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김 모 씨/가명/마약 중독 경험 : "(체질량지수(BMI) 측정 안 하고 그냥 다이어트 필요하다고 하니까 주던가요?) 네. 그냥 이름만 딱 대면 처방해주는 그런 방식이었어요. 처방된 개수만 먹는 것이 아니고 기분이 좋을 때까지 (먹었습니다)."]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뇌를 흥분시켜 과다 복용하면 환청이나 망상, 불면증과 공황 증상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는 건 얼마나 쉬울까요?

직접 처방받아보겠습니다.

체질량지수 확인 없이 간단한 상담 후 한 달 치를 처방합니다.

["일단 한 알씩 28일 치고요, 조절을 처음에는 조금 해보세요."]

연달아 근처 병원에서도 같은 양을 처방받았고,

["고객님 정도는 사실은 살이 찐 게 아니에요. 이것만 좀 드셔보시는 거로 하고."]

심지어 의사 진료 전에 카운터에서 결제를 하기도 합니다.

["4주까지 처방 가능한데 몇 주로 처방해드릴까요? 결제 바로 도와드릴게요."]

이렇게 한 시간 만에 병원 네 곳에서 14주 치의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처방이 쉽다 보니 1년 동안 다이어트약 10년 치를 타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 병원은 1년 동안 3만 2천여 명에게 알약 1,200만 정을 처방했습니다.

마약류 오남용 의료기관이 마약류 취급을 못 하도록 하는 기준이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취급 금지 조치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최종윤/국회 보건복지위 위원 : "1년 동안 한 사람이 10년 치가 넘는 처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식약처의 관리 감독 제도가 허술하기 때문인데요. 규정에 어긋난 처방을 받을 수 없도록 실시간 관리 체계를..."]

국회에는 마약류 의약품 처방 시 의사나 약사가 투약내역을 의무적으로 조회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의 중입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김종우 류재현 황종원/영상편집:조완기/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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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 대용품’ 된 다이어트약…“1년 만에 10년치 처방”
    • 입력 2022-09-22 06:39:39
    • 수정2022-09-22 08:33:58
    뉴스광장 1부
[앵커]

비만 치료를 목적으로 처방되는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만큼 처방과 사용에 주의를 다해야 합니다.

그런데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1년 동안 10년치가 처방될 만큼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일각에서는 '마약 대용품'으로까지 사용되고 있다는데요.

원동희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약 중독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26살 김 모 씨.

식욕 억제제를 마약 대신 사용한 경험이 있습니다.

[김 모 씨/가명/마약 중독 경험 : "구치소 갔다 와서 경각심 때문에 필로폰에는 다시 손을 못 대고 '그럼 대체 약물이라도 사용해보자' 해서..."]

체질량지수 30 이상인 경우 등 '비만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만 처방할 수 있지만, 기준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김 모 씨/가명/마약 중독 경험 : "(체질량지수(BMI) 측정 안 하고 그냥 다이어트 필요하다고 하니까 주던가요?) 네. 그냥 이름만 딱 대면 처방해주는 그런 방식이었어요. 처방된 개수만 먹는 것이 아니고 기분이 좋을 때까지 (먹었습니다)."]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뇌를 흥분시켜 과다 복용하면 환청이나 망상, 불면증과 공황 증상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는 건 얼마나 쉬울까요?

직접 처방받아보겠습니다.

체질량지수 확인 없이 간단한 상담 후 한 달 치를 처방합니다.

["일단 한 알씩 28일 치고요, 조절을 처음에는 조금 해보세요."]

연달아 근처 병원에서도 같은 양을 처방받았고,

["고객님 정도는 사실은 살이 찐 게 아니에요. 이것만 좀 드셔보시는 거로 하고."]

심지어 의사 진료 전에 카운터에서 결제를 하기도 합니다.

["4주까지 처방 가능한데 몇 주로 처방해드릴까요? 결제 바로 도와드릴게요."]

이렇게 한 시간 만에 병원 네 곳에서 14주 치의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처방이 쉽다 보니 1년 동안 다이어트약 10년 치를 타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 병원은 1년 동안 3만 2천여 명에게 알약 1,200만 정을 처방했습니다.

마약류 오남용 의료기관이 마약류 취급을 못 하도록 하는 기준이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취급 금지 조치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최종윤/국회 보건복지위 위원 : "1년 동안 한 사람이 10년 치가 넘는 처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식약처의 관리 감독 제도가 허술하기 때문인데요. 규정에 어긋난 처방을 받을 수 없도록 실시간 관리 체계를..."]

국회에는 마약류 의약품 처방 시 의사나 약사가 투약내역을 의무적으로 조회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의 중입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김종우 류재현 황종원/영상편집:조완기/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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