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한 여성 어머니 살해, 보복 아니다?”…이석준, 2심 시작

입력 2022.09.22 (18:22) 수정 2022.09.2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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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석준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부장판사 문광섭 박영욱 황성미)는 오늘(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살인미수, 감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석준에 대한 첫 번째 항소심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 이석준 불출석…"심리적 문제인 듯"

이석준은 오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당초 항소심 첫 공판은 지난 6일 예정돼 있었지만, 이석준이 불출석 사유서를 내면서 한 차례 밀렸습니다. 재판장이 변호인에게 "(이석준의) 상태가 많이 안 좋으냐?"고 묻자 변호인은 "그런 건 아닌데 원심 판결에 대한 부당함과 여러가지 후회 등 심리적인 문제인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재판장은 "누구나 재판을 받으면 마음이 좋지 않은 건 당연한데, 그 정도 갖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면 어떡하느냐"며 "이석준이 다음 기일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절차상 피고인에게 불리하더라도 피고인이 없는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구치소 측에도 의견을 내달라며 "속된 말로 얘기해 '꾀병'인 거 같으면 '꾀병인 거 같다'고 의견을 내면,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 "스토킹한 여성 어머니 살해, 보복 아니다?"

이석준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재판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변호인이 항소심에서 법리를 다투겠다고 한 만큼 주요 쟁점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이석준은 1심에서 보복살인 혐의가 인정됐는데, 변호인은 "딸(신변보호 여성)에 대해선 보복 목적이 있었지만 그 어머니에 대해선 없었다"며 이석준이 가족에 대한 보복 목적은 없었다는 취지로 항소심에서 다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재판장은 "보복 목적과 실제 피해자가 반드시 일치해야 범죄인가?"라고 되물었습니다.

재판장 : 하나 생각해보세요. 딸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목적은 딸인데 실제 죽인 건 가족이다, 제가 변호사님에 대한 악감정 갖고 변호사님 자제를 해쳤다면 죄가 됩니까? 안 됩니까?

변호인 : 죄가 됩니다.

재판장 : 보복 목적과 실제 피해자가 반드시 일치해야 범죄입니까?

변호인 : 그 부분 다투고 싶은 거고…

재판장 : A와 B가 일반적으로 관련성 없는 남남이면 문제 안 되지만 A, B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의 가족관계, 또 그 사람이 해쳐짐으로 인해서 내가 얼마나 슬프겠습니까. 그럼 앙갚음이 되는 거죠. 결과가 어떻게 일어날 것인지 이런 걸 종합해보면 이건 그 사람에 대한 보복 목적이라고 총체적으로 인정되는 게 법리가 아닌가요? 생각해 보세요. 목적과 행위를 세분화해 다 속된 말로 찢어서 이거 따로, 저거 따로 연관성 없는 거처럼 주장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는 건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상식적으로. 제가 어려운 법리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저도 결론을 내린 게 아니라, 이게 상식에 맞는가…

■ "피해자 주소지,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인지 몰라"

변호인은 이 밖에 이석준이 흥신소를 통해 불법 취득한 피해자 주소지에 대해서도 이번 재판에서 쟁점으로 다투겠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이석준이 해당 정보를 얻을 때, 그 정보가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어떻게 취득된 건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흥신소를 통해 피해자의 주소를 알아낼 때 개인정보 침해 사실을 알고 취득한 게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재판장 : 자신의 개인정보를 뿌리는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핸드폰이든 은행이든 어디선가 정보 제공에 동의해서, 아니면 동사무서 관공서에서 처음에 관리할 땐 동의받아서 적법하게 하겠죠. 근데 이 정보를 갖고 있던 사람이 누군가가 동의없이 배포해서 동의 없이 유포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해서 취득한 정보지, 그러지 않고 적법하게 취득했다고 할 수 있어요?

변호인 : 적법 취득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재판장 : 난센스(nonsense)가 되지 않을까요? 개인정보가 함부로 유출돼서 배포되는 거에 대한, 막 뿌려지는 걸 규제하겠다고 만든 게 이 법(개인정보보호법)인데 '어디서 유포됐는지 모르니까 처벌은 못 한다'고 하면 그런 법은 왜 만듭니까? 불법을 저질러놓고 '나도 모르게 유포된 거니까 나는 책임 없다' 이게 맞는 건지 법리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이석준 측은 1심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었는데, 1심 재판부 역시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 주체의 동의 받지 않고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제공받은 자는 모두 처벌하도록 규정하는데, 피해자 주소지를 받는 과정에서 정보 주체인 피해자로부터 동의가 없었던 것은 쉽게 알 수 있었으므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취득한 건지 알 수 없어도 법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이석준의 불출석으로 공판이 한 차례 더 연기되면서, 다음 재판은 29일 열릴 예정입니다.

이석준은 지난해 12월,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 A 씨의 집에 찾아가 여성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하고 10대 남동생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석준은 범행 나흘 전 A 씨를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이에 A 씨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자 앙심을 품고 흥신소를 통해 거주지를 알아낸 뒤 A 씨의 집에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검찰은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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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킹한 여성 어머니 살해, 보복 아니다?”…이석준, 2심 시작
    • 입력 2022-09-22 18:22:08
    • 수정2022-09-22 18:36:44
    취재K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석준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부장판사 문광섭 박영욱 황성미)는 오늘(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살인미수, 감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석준에 대한 첫 번째 항소심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 이석준 불출석…"심리적 문제인 듯"

이석준은 오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당초 항소심 첫 공판은 지난 6일 예정돼 있었지만, 이석준이 불출석 사유서를 내면서 한 차례 밀렸습니다. 재판장이 변호인에게 "(이석준의) 상태가 많이 안 좋으냐?"고 묻자 변호인은 "그런 건 아닌데 원심 판결에 대한 부당함과 여러가지 후회 등 심리적인 문제인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재판장은 "누구나 재판을 받으면 마음이 좋지 않은 건 당연한데, 그 정도 갖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면 어떡하느냐"며 "이석준이 다음 기일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절차상 피고인에게 불리하더라도 피고인이 없는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구치소 측에도 의견을 내달라며 "속된 말로 얘기해 '꾀병'인 거 같으면 '꾀병인 거 같다'고 의견을 내면,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 "스토킹한 여성 어머니 살해, 보복 아니다?"

이석준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재판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변호인이 항소심에서 법리를 다투겠다고 한 만큼 주요 쟁점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이석준은 1심에서 보복살인 혐의가 인정됐는데, 변호인은 "딸(신변보호 여성)에 대해선 보복 목적이 있었지만 그 어머니에 대해선 없었다"며 이석준이 가족에 대한 보복 목적은 없었다는 취지로 항소심에서 다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재판장은 "보복 목적과 실제 피해자가 반드시 일치해야 범죄인가?"라고 되물었습니다.

재판장 : 하나 생각해보세요. 딸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목적은 딸인데 실제 죽인 건 가족이다, 제가 변호사님에 대한 악감정 갖고 변호사님 자제를 해쳤다면 죄가 됩니까? 안 됩니까?

변호인 : 죄가 됩니다.

재판장 : 보복 목적과 실제 피해자가 반드시 일치해야 범죄입니까?

변호인 : 그 부분 다투고 싶은 거고…

재판장 : A와 B가 일반적으로 관련성 없는 남남이면 문제 안 되지만 A, B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의 가족관계, 또 그 사람이 해쳐짐으로 인해서 내가 얼마나 슬프겠습니까. 그럼 앙갚음이 되는 거죠. 결과가 어떻게 일어날 것인지 이런 걸 종합해보면 이건 그 사람에 대한 보복 목적이라고 총체적으로 인정되는 게 법리가 아닌가요? 생각해 보세요. 목적과 행위를 세분화해 다 속된 말로 찢어서 이거 따로, 저거 따로 연관성 없는 거처럼 주장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는 건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상식적으로. 제가 어려운 법리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저도 결론을 내린 게 아니라, 이게 상식에 맞는가…

■ "피해자 주소지,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인지 몰라"

변호인은 이 밖에 이석준이 흥신소를 통해 불법 취득한 피해자 주소지에 대해서도 이번 재판에서 쟁점으로 다투겠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이석준이 해당 정보를 얻을 때, 그 정보가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어떻게 취득된 건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흥신소를 통해 피해자의 주소를 알아낼 때 개인정보 침해 사실을 알고 취득한 게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재판장 : 자신의 개인정보를 뿌리는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핸드폰이든 은행이든 어디선가 정보 제공에 동의해서, 아니면 동사무서 관공서에서 처음에 관리할 땐 동의받아서 적법하게 하겠죠. 근데 이 정보를 갖고 있던 사람이 누군가가 동의없이 배포해서 동의 없이 유포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해서 취득한 정보지, 그러지 않고 적법하게 취득했다고 할 수 있어요?

변호인 : 적법 취득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재판장 : 난센스(nonsense)가 되지 않을까요? 개인정보가 함부로 유출돼서 배포되는 거에 대한, 막 뿌려지는 걸 규제하겠다고 만든 게 이 법(개인정보보호법)인데 '어디서 유포됐는지 모르니까 처벌은 못 한다'고 하면 그런 법은 왜 만듭니까? 불법을 저질러놓고 '나도 모르게 유포된 거니까 나는 책임 없다' 이게 맞는 건지 법리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이석준 측은 1심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었는데, 1심 재판부 역시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 주체의 동의 받지 않고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제공받은 자는 모두 처벌하도록 규정하는데, 피해자 주소지를 받는 과정에서 정보 주체인 피해자로부터 동의가 없었던 것은 쉽게 알 수 있었으므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취득한 건지 알 수 없어도 법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이석준의 불출석으로 공판이 한 차례 더 연기되면서, 다음 재판은 29일 열릴 예정입니다.

이석준은 지난해 12월,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 A 씨의 집에 찾아가 여성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하고 10대 남동생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석준은 범행 나흘 전 A 씨를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이에 A 씨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자 앙심을 품고 흥신소를 통해 거주지를 알아낸 뒤 A 씨의 집에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검찰은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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