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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정부도 BTS도 ‘문제 없다’는데…사람들은 왜 분노할까
입력 2022.09.23 (07:00) 수정 2022.09.23 (07:02) 취재후·사건후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BTS 콘서트  홍보 포스터의 일부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BTS 콘서트 홍보 포스터의 일부

"비용의 문제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았습니다. 국가에 기여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업의 콘서트 협찬 여부는 하이브와 개별 기업 간 협의를 통해 기업의 자율적 의사로 결정되는 것으로 유치위원회는 이 과정에 전혀 개입하고 있지 않음."

22일,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와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지원단이 밝힌 입장문의 일부입니다. 21일 저녁, KBS가 '박람회 유치지원단이 하이브의 스폰서십 자료를 국내 대기업들에 전달하며 협조를 부탁했다'는 내용의 단독 보도를 내보낸 데 대한 반응입니다.

▶바로 가기 : [단독] BTS 부산 콘서트…정부, 기업에 협찬 요청 ‘확인’ (KBS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61218


산업통상자원부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보낸 유치지원단의 설명자료의 핵심은 콘서트 협찬을 기업에 강제하거나 압박을 행사한 적 없다는 겁니다. 하이브 측의 요청으로 협찬 관련 정보를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민간위원회에 참여 중인 기업들(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 포스코, 한화 , GS, 현대중공업 , 신세계, CJ 등)에 '단순 제공'했을 뿐이라는 내용도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KBS의 기사에도 이미 반영된 주장입니다.

메일 작성자는 '받아들이는 기업체 입장에서는 사실상 후원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지 않으냐'는 제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이미 회의를 통해 기업들도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고, 자신은 내용을 전달하라고 해서 드렸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누가 그런 결정을 한 건지, 메일을 보내게 된 경위 등에 대해서는 자세한 건 하이브 측에 물어보라며 '잘 모른다'는 답을 반복했습니다.

2분짜리 방송 기사에는 미처 담지 못했던 취재 내용을 전합니다.

(메일 작성자) "삼성, SK… 뭐라 그래야 되지, 저희 같이 협력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그 기업들 대상이고요. 정기적으로 조찬 간담회가 됐든, 유치 상황 점검회의가 됐든 자주 모시는 분들, 그런 기업들이거든요."
(기자) "그분들께서 우리도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후원을 좀 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방법을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해서 연결을 해 주신 거란 말씀이세요?"
(메일 작성자) "그거를 제가 잘 몰라요. 그것도 제가 정확하게 잘 모르고 그냥 전달만 해라 해가지고…."
                            - 통화 내용 中

그래서, 메일 본문에 '홍보 세부사항을 논의'하라고 적힌 하이브 담당자와 통화를 해봤습니다.

전화를 건 이유를 설명하는 도중에도 '제가요?'라고 놀라 반문하던 담당자는 '그런 메일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보다는 담당 팀에서 대응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하이브 홍보팀과 연결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저녁 내내 기다렸지만, 다음날 오후 제가 먼저 하이브 측에 전화를 걸기까지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약 일 주일에 걸친 취재 기간 동안, 제대로 된 통화 대신 연거푸 문자 메시지를 통해 대화를 주고 받아야 했던 하이브 홍보팀에서도 상세한 설명은 듣기 힘들었습니다.

유치지원단에서는 하이브 요청으로 후원 제안을 전달했을 뿐이라는데, 이에 대한 하이브의 입장이 뭔지 물었을 때도 문자로 답이 왔습니다. '언급하신 내용은 유치지원단에서 기업들 대상으로 전달한 스폰서 안내 자료'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주어는 분명 '유치지원단'입니다.

취재하는 입장에서 느낀 감정은, 하이브 측과 정부 유치위원회 측이 계속 '잘 모른다', '상대편에 물어보라'며 서로에게 책임이나 설명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엑스포 개최 후보지인 부산시는 연락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부산엑스포 추진단에서 콘서트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는 담당자의 번호를 얻어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로 기자임을 밝히고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된 적은 없었습니다.

왜 유치지원단은 반박 자료까지 내며 '하이브 요청으로 단순 전달'만 했을 뿐이라고 강조하는데, 정작 하이브 담당자는 '그런 메일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던 걸까요? 더구나, 하이브는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요? 기업들에 전달된 유치지원단의 메일은 수신자 명단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대기업들뿐 아니라, 하이브 직원 2명과 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원회 측 인물이 '참조' 명단에 올라 함께 메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알았다', '몰랐다' 같은 공방보다 집중해야 할 본질은 물론 따로 있습니다. 메일 본문에 '10대 기업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적시한 유치지원단의 연락 자체가 적절했느냐입니다. 해명 자료에도 왜 이런 문장을 적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에 전화를 돌려 입장을 물었을 때, 기업들은 메일을 받았는지 아닌지가 확인이 안 된다, 잘 모르겠다는 답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메일 수신 자체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로 인한 강제성을 느꼈는지 캐묻기는 힘들었습니다. (물론, 보낸 사람은 '보냈다'고 인정했습니다.) 메일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협찬에 참여하지 않은 회사도 한 곳 있었습니다.

또, 부산 콘서트에 협찬사로 이름을 올린 회사들의 경우엔 'BTS 콘서트 자체가 한두 번 열리는 것도 아니기에 홍보 효과를 노리고 참여했다'거나, '하이브와 합작 회사가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 등등 각자의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기사에서 기업체나 하이브의 대응보다는 유치지원단의 메일 전송 자체에 집중한 이유입니다.

하이브는 A4용지 두 장 반짜리 입장문을 통해, "행사에 투입되는 비용은 정부 재원으로 충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정부 지원은 세금이 원천이므로 늘 신중하게 접근해 왔다" 등의 설명을 강조했습니다. 요약하면, 우리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비용 문제로 더 논란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핵심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입장문이 나간 뒤에도 이른바 '아미'들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 전달만 했을 뿐'이라는 유치지원단 입장이 이미 담겨 있었음에도, 해당 기사를 보고 뜨거운 분노를 댓글로 남겨 준 많은 시민에게도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해명이 충분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묻고 싶습니다. 하이브가 BTS 콘서트에 후원을 부탁드린다며 개별 기업들에 하나씩 연락을 돌리는 것과 국무총리 산하의 유치위원회가 대기업들을 상대로 '10대 기업의 협찬 참여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적시한 메일을 전송하는 것. 이 둘은 정말 아무 차이도 없는 것일까요?
  • [취재후] 정부도 BTS도 ‘문제 없다’는데…사람들은 왜 분노할까
    • 입력 2022-09-23 07:00:04
    • 수정2022-09-23 07:02:16
    취재후·사건후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BTS 콘서트  홍보 포스터의 일부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BTS 콘서트 홍보 포스터의 일부

"비용의 문제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았습니다. 국가에 기여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업의 콘서트 협찬 여부는 하이브와 개별 기업 간 협의를 통해 기업의 자율적 의사로 결정되는 것으로 유치위원회는 이 과정에 전혀 개입하고 있지 않음."

22일,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와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지원단이 밝힌 입장문의 일부입니다. 21일 저녁, KBS가 '박람회 유치지원단이 하이브의 스폰서십 자료를 국내 대기업들에 전달하며 협조를 부탁했다'는 내용의 단독 보도를 내보낸 데 대한 반응입니다.

▶바로 가기 : [단독] BTS 부산 콘서트…정부, 기업에 협찬 요청 ‘확인’ (KBS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61218


산업통상자원부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보낸 유치지원단의 설명자료의 핵심은 콘서트 협찬을 기업에 강제하거나 압박을 행사한 적 없다는 겁니다. 하이브 측의 요청으로 협찬 관련 정보를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민간위원회에 참여 중인 기업들(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 포스코, 한화 , GS, 현대중공업 , 신세계, CJ 등)에 '단순 제공'했을 뿐이라는 내용도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KBS의 기사에도 이미 반영된 주장입니다.

메일 작성자는 '받아들이는 기업체 입장에서는 사실상 후원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지 않으냐'는 제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이미 회의를 통해 기업들도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고, 자신은 내용을 전달하라고 해서 드렸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누가 그런 결정을 한 건지, 메일을 보내게 된 경위 등에 대해서는 자세한 건 하이브 측에 물어보라며 '잘 모른다'는 답을 반복했습니다.

2분짜리 방송 기사에는 미처 담지 못했던 취재 내용을 전합니다.

(메일 작성자) "삼성, SK… 뭐라 그래야 되지, 저희 같이 협력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그 기업들 대상이고요. 정기적으로 조찬 간담회가 됐든, 유치 상황 점검회의가 됐든 자주 모시는 분들, 그런 기업들이거든요."
(기자) "그분들께서 우리도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후원을 좀 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방법을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해서 연결을 해 주신 거란 말씀이세요?"
(메일 작성자) "그거를 제가 잘 몰라요. 그것도 제가 정확하게 잘 모르고 그냥 전달만 해라 해가지고…."
                            - 통화 내용 中

그래서, 메일 본문에 '홍보 세부사항을 논의'하라고 적힌 하이브 담당자와 통화를 해봤습니다.

전화를 건 이유를 설명하는 도중에도 '제가요?'라고 놀라 반문하던 담당자는 '그런 메일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보다는 담당 팀에서 대응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하이브 홍보팀과 연결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저녁 내내 기다렸지만, 다음날 오후 제가 먼저 하이브 측에 전화를 걸기까지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약 일 주일에 걸친 취재 기간 동안, 제대로 된 통화 대신 연거푸 문자 메시지를 통해 대화를 주고 받아야 했던 하이브 홍보팀에서도 상세한 설명은 듣기 힘들었습니다.

유치지원단에서는 하이브 요청으로 후원 제안을 전달했을 뿐이라는데, 이에 대한 하이브의 입장이 뭔지 물었을 때도 문자로 답이 왔습니다. '언급하신 내용은 유치지원단에서 기업들 대상으로 전달한 스폰서 안내 자료'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주어는 분명 '유치지원단'입니다.

취재하는 입장에서 느낀 감정은, 하이브 측과 정부 유치위원회 측이 계속 '잘 모른다', '상대편에 물어보라'며 서로에게 책임이나 설명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엑스포 개최 후보지인 부산시는 연락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부산엑스포 추진단에서 콘서트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는 담당자의 번호를 얻어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로 기자임을 밝히고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된 적은 없었습니다.

왜 유치지원단은 반박 자료까지 내며 '하이브 요청으로 단순 전달'만 했을 뿐이라고 강조하는데, 정작 하이브 담당자는 '그런 메일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던 걸까요? 더구나, 하이브는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요? 기업들에 전달된 유치지원단의 메일은 수신자 명단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대기업들뿐 아니라, 하이브 직원 2명과 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원회 측 인물이 '참조' 명단에 올라 함께 메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알았다', '몰랐다' 같은 공방보다 집중해야 할 본질은 물론 따로 있습니다. 메일 본문에 '10대 기업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적시한 유치지원단의 연락 자체가 적절했느냐입니다. 해명 자료에도 왜 이런 문장을 적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에 전화를 돌려 입장을 물었을 때, 기업들은 메일을 받았는지 아닌지가 확인이 안 된다, 잘 모르겠다는 답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메일 수신 자체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로 인한 강제성을 느꼈는지 캐묻기는 힘들었습니다. (물론, 보낸 사람은 '보냈다'고 인정했습니다.) 메일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협찬에 참여하지 않은 회사도 한 곳 있었습니다.

또, 부산 콘서트에 협찬사로 이름을 올린 회사들의 경우엔 'BTS 콘서트 자체가 한두 번 열리는 것도 아니기에 홍보 효과를 노리고 참여했다'거나, '하이브와 합작 회사가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 등등 각자의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기사에서 기업체나 하이브의 대응보다는 유치지원단의 메일 전송 자체에 집중한 이유입니다.

하이브는 A4용지 두 장 반짜리 입장문을 통해, "행사에 투입되는 비용은 정부 재원으로 충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정부 지원은 세금이 원천이므로 늘 신중하게 접근해 왔다" 등의 설명을 강조했습니다. 요약하면, 우리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비용 문제로 더 논란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핵심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입장문이 나간 뒤에도 이른바 '아미'들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 전달만 했을 뿐'이라는 유치지원단 입장이 이미 담겨 있었음에도, 해당 기사를 보고 뜨거운 분노를 댓글로 남겨 준 많은 시민에게도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해명이 충분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묻고 싶습니다. 하이브가 BTS 콘서트에 후원을 부탁드린다며 개별 기업들에 하나씩 연락을 돌리는 것과 국무총리 산하의 유치위원회가 대기업들을 상대로 '10대 기업의 협찬 참여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적시한 메일을 전송하는 것. 이 둘은 정말 아무 차이도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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