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서 아버지 무릎 썩도록 방치”…“사실과 달라”

입력 2022.09.2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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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에 공립 치매 전담 요양원이 문을 열었는데요.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돼 있는 동안, 치매 노인의 무릎이 썩어가는데도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는데, 요양원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 "파킨슨병·치매 80대 아버지, 무릎 썩는데도 요양원이 방치"

제주에 사는 강미현 씨는 파킨슨병으로 몸이 굳고 치매까지 걸린 85살 아버지를 2년 전 '서귀포 공립 요양원'에 모셨습니다. 서귀포시에서 설립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국내 첫 공립 치매 전담 노인요양시설'이라는 점에서 믿음이 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아버지 건강이 악화돼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끔찍한 상처를 발견했습니다.

지난 9일 서귀포의료원 응급실에서 병원 간호사가 촬영한 강 씨 아버지 다리. 앙상하게 마른 다리의 무릎이 새까맣게 썩어가고 있다. 피와 진물이 나오고 악취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지난 9일 서귀포의료원 응급실에서 병원 간호사가 촬영한 강 씨 아버지 다리. 앙상하게 마른 다리의 무릎이 새까맣게 썩어가고 있다. 피와 진물이 나오고 악취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오른쪽 무릎이 새까맣게 썩어가면서 피와 진물이 나오고 있었던 겁니다. 뼈가 보일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는데, 악취까지 진동했습니다. 상태를 진찰한 의료진도 처음 보는 상태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면회를 하지 못했던 강 씨는 이 지경이 되도록 요양원 측이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강 씨는 "다리 상태가 이 지경이라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든가, 말이라도 해주는 게 맞지 않냐"며 "말 못하는 아버지가 얼마나 아프셨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요양원 측에 항의했지만 사과는커녕 입소자들을 일일이 돌보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합니다. 강 씨는 "'원장님은 이 정도로 될 때까지 몰랐습니까' 했더니 40명이나 되는 입소자를 일일이 관리할 수 없다고 하더라"며 "이게 원장이 할 소리냐"고 따져 물었다고 합니다.

이어 "간호사에게 따져봐도 일한 지 한 달밖에 안 돼서 모르겠다는 말만 했다"며 "되려 '보호자들이 방관하는 어르신인 줄 알았다'는 말이 돌아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강 씨는 "아버지의 건강이 호전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요양원에 계시다 돌아가셔도 괜찮다'는 서약서를 쓰긴 했지만, 병원에 갈 때마다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위해 요양원에서 최선을 다해달라는 의미였다"며 "무릎이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방치하라는 얘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 요양원 측 "사실과 달라…보호자에게 알리고 치료 지속"

KBS 취재진은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인지 묻기 위해 요양원을 찾아갔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요양원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요양원 측 관계자에 따르면, 무릎 상처는 지난해 3월 요양원에서 핫팩으로 치료를 받다가 난 것으로, 당시 보호자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고 합니다.

이 관계자는 "어르신 건강이 좋지 않아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요양원에 간호사 3명이 있어서 매일 소독하고 상처를 관리했다"고 말했습니다. 간호사가 보호자에게 '모르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소자들을 다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다른 간호사 2명이 챙겼다"고 설명했습니다.

KBS가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자료를 내고 더욱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초 치료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무릎 상처에 관해 설명했기 때문에 보호자도 어르신 상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공단 측은 이어 "여러 차례 병원에 간 적도 있다"며 "드레싱(소독) 처치만 할 것을 권유받아 기본적인 처치를 계속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서귀포시 노인보호전문기관은 간호일지 등을 확보해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서귀포경찰서도 해당 요양원을 노인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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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원서 아버지 무릎 썩도록 방치”…“사실과 달라”
    • 입력 2022-09-23 14:59:07
    취재K

2년 전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에 공립 치매 전담 요양원이 문을 열었는데요.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돼 있는 동안, 치매 노인의 무릎이 썩어가는데도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는데, 요양원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 "파킨슨병·치매 80대 아버지, 무릎 썩는데도 요양원이 방치"

제주에 사는 강미현 씨는 파킨슨병으로 몸이 굳고 치매까지 걸린 85살 아버지를 2년 전 '서귀포 공립 요양원'에 모셨습니다. 서귀포시에서 설립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국내 첫 공립 치매 전담 노인요양시설'이라는 점에서 믿음이 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아버지 건강이 악화돼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끔찍한 상처를 발견했습니다.

지난 9일 서귀포의료원 응급실에서 병원 간호사가 촬영한 강 씨 아버지 다리. 앙상하게 마른 다리의 무릎이 새까맣게 썩어가고 있다. 피와 진물이 나오고 악취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오른쪽 무릎이 새까맣게 썩어가면서 피와 진물이 나오고 있었던 겁니다. 뼈가 보일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는데, 악취까지 진동했습니다. 상태를 진찰한 의료진도 처음 보는 상태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면회를 하지 못했던 강 씨는 이 지경이 되도록 요양원 측이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강 씨는 "다리 상태가 이 지경이라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든가, 말이라도 해주는 게 맞지 않냐"며 "말 못하는 아버지가 얼마나 아프셨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요양원 측에 항의했지만 사과는커녕 입소자들을 일일이 돌보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합니다. 강 씨는 "'원장님은 이 정도로 될 때까지 몰랐습니까' 했더니 40명이나 되는 입소자를 일일이 관리할 수 없다고 하더라"며 "이게 원장이 할 소리냐"고 따져 물었다고 합니다.

이어 "간호사에게 따져봐도 일한 지 한 달밖에 안 돼서 모르겠다는 말만 했다"며 "되려 '보호자들이 방관하는 어르신인 줄 알았다'는 말이 돌아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강 씨는 "아버지의 건강이 호전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요양원에 계시다 돌아가셔도 괜찮다'는 서약서를 쓰긴 했지만, 병원에 갈 때마다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위해 요양원에서 최선을 다해달라는 의미였다"며 "무릎이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방치하라는 얘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 요양원 측 "사실과 달라…보호자에게 알리고 치료 지속"

KBS 취재진은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인지 묻기 위해 요양원을 찾아갔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요양원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요양원 측 관계자에 따르면, 무릎 상처는 지난해 3월 요양원에서 핫팩으로 치료를 받다가 난 것으로, 당시 보호자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고 합니다.

이 관계자는 "어르신 건강이 좋지 않아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요양원에 간호사 3명이 있어서 매일 소독하고 상처를 관리했다"고 말했습니다. 간호사가 보호자에게 '모르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소자들을 다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다른 간호사 2명이 챙겼다"고 설명했습니다.

KBS가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자료를 내고 더욱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초 치료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무릎 상처에 관해 설명했기 때문에 보호자도 어르신 상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공단 측은 이어 "여러 차례 병원에 간 적도 있다"며 "드레싱(소독) 처치만 할 것을 권유받아 기본적인 처치를 계속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서귀포시 노인보호전문기관은 간호일지 등을 확보해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서귀포경찰서도 해당 요양원을 노인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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