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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물 ‘위장 수사’ 이틀에 한 건씩 잡았다
입력 2022.09.23 (16:22) 취재K

"FBI가 와도 난 못 잡는다" … "범죄자한테 너무 좋은 앱" … "계정 폭파하면 그만"

KBS가 보도한 성착취범 '엘'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한 말들입니다. 성착취물 범죄가 일어나는 디지털 공간을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묻어납니다.

그러나 누군가 그들의 범죄행위를 지켜보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죠.
 
■ 숨어서 '악마'들을 지켜본다

영화 ‘신세계’ 공식 캐릭터 포스터영화 ‘신세계’ 공식 캐릭터 포스터

영화 '신세계'는 무려 십수 년을 범죄자로 위장한 경찰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시아권을 장악한 대형 마약 조직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위장수사는 불법입니다. 수사관은 수사라는 공무를 수행 중임을 드러내고 일해야 합니다. 수사란 타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력한 권한이기에 꼭 필요한 제한 장치입니다.

꽁꽁 막혀 있던 위장수사 금지의 빗장은 지난해 9월 24일 처음 열렸습니다. 아동 청소년 성범죄에 한해서만 허용되기 시작했습니다. n번방, 박사방 사건이 남긴 충격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꼭 1년이 지났습니다. 얼마나 잡았을까요. 경찰이 밝힌 성과는 아래 그래프와 같습니다. 261명의 성착취범을 검거했습니다.


■ 위장수사도 '종류'가 있다

그런데 위장수사라고 다 같은 위장수사가 아닙니다. 현행법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합니다.

① 경찰이라고 밝히지 않는 수준의 신분비공개수사  ② 경찰 신분을 숨기는 걸 넘어 범인 행세까지 할 수 있는 신분위장수사

예컨대, 신분비공개수사는 경찰임을 밝히지 않고 단순 구매자로 위장하는 정도입니다. 신분위장수사는 '12세 아동' 인 척 혹은 '사이트 운영자' 인 척 등등 무궁무진합니다.

당연히 신분위장수사가 더 적극적이고 더 위험한 수사 기법입니다. 범인인 척하기 위해 신분증을 위조하고, 가공의 개인정보도 만들어냅니다. 그 자체로는 범죄지만,  법이 허용해줍니다.

목적이 정당해도, 절차가 위법해서는 안 된다는 공권력의 대원칙에 잠시 예외를 둔 거죠. 그만큼 성착취물 범죄의 해악이 크기 때문입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1.3.23 관련 조항 신설 / 21.9.24시행)
 
제25조의2(아동ㆍ청소년대상 디지털 성범죄의 수사 특례)
① ... 신분을 비공개하고 범죄현장(정보통신망을 포함한다) 또는 범인으로 추정되는 자들에게 접근하여 범죄행위의 증거 및 자료 등을 수집(이하 “신분비공개수사”라 한다)할 수 있다. ...
 
② ... 다른 방법으로는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정하여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부득이한 때에는 다음 각 호의 행위(이하 “신분위장수사”라 한다)를 할 수 있다. ...

■ 미국 FBI는 적극 활용

위장수사 제도는 우리는 아직 초보 수준입니다. 미국은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됩니다.

미국 FBI가 신분위장수사를 활용한 대표적 사례는 일명 '플레이펜'(Playpen) 사건입니다. 아동 성착취물사이트을 운영했던  '플레이펜'(Playpen) 관련 범죄자를 일망타진했습니다.

2015년 2월 말 약 2주 동안 실제 사이트를 운영하며 방문 접속자의 IP를 추적해 1,300여 명의 소재를 파악한 뒤, 137명을 범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USA TODAY 보도화면USA TODAY 보도화면

■ 남용 방지는 지속적인 숙제

경찰은 위장수사 1년의 성과가 크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은밀한 성 착취 범죄의 증거 수집에도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범죄 예방 효과도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이여정 / 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계장
"은밀한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인데 이런 부분들을 저희가 확인을 하려면 이 위장 수사 제도가 필요하죠. 범행 심리를 억제한다는 그 효과도 기대하기 때문에..."

현장 수사관 주요 의견 /
"영장으로도 확보하지 못하는 온라인상의 증거를 위장수사를 통해 수집할 수 있고, 특히 수사대상자의 별건 범죄혐의, 공범추적 등에 있어서 상당히 효과적"

문제는 제도의 남용 혹은 부작용입니다.

다시 영화 '신세계'로 돌아가 볼까요. 마약 조직에 침투했던 위장 경찰관은 결국 스스로 범죄자가 돼버립니다. 그런 일이 영화에 그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신분비공개수사는 내부 승인 절차에 따라 개시되지만, 관련 자료를 국가경찰위원회와 국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신분위장수사는 조금 더 엄격해서, 사건별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한국에서 '위장수사'는 아직 기틀을 잡는 단계입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한 다양한 범죄로의 위장수사의 확대가 논의되고 있는 만큼, 현재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한정하여 시행되고 있는 위장수사 제도를 보완하여 ‘한국형 위장수사 제도’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성착취물 ‘위장 수사’ 이틀에 한 건씩 잡았다
    • 입력 2022-09-23 16:22:11
    취재K

"FBI가 와도 난 못 잡는다" … "범죄자한테 너무 좋은 앱" … "계정 폭파하면 그만"

KBS가 보도한 성착취범 '엘'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한 말들입니다. 성착취물 범죄가 일어나는 디지털 공간을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묻어납니다.

그러나 누군가 그들의 범죄행위를 지켜보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죠.
 
■ 숨어서 '악마'들을 지켜본다

영화 ‘신세계’ 공식 캐릭터 포스터영화 ‘신세계’ 공식 캐릭터 포스터

영화 '신세계'는 무려 십수 년을 범죄자로 위장한 경찰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시아권을 장악한 대형 마약 조직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위장수사는 불법입니다. 수사관은 수사라는 공무를 수행 중임을 드러내고 일해야 합니다. 수사란 타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력한 권한이기에 꼭 필요한 제한 장치입니다.

꽁꽁 막혀 있던 위장수사 금지의 빗장은 지난해 9월 24일 처음 열렸습니다. 아동 청소년 성범죄에 한해서만 허용되기 시작했습니다. n번방, 박사방 사건이 남긴 충격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꼭 1년이 지났습니다. 얼마나 잡았을까요. 경찰이 밝힌 성과는 아래 그래프와 같습니다. 261명의 성착취범을 검거했습니다.


■ 위장수사도 '종류'가 있다

그런데 위장수사라고 다 같은 위장수사가 아닙니다. 현행법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합니다.

① 경찰이라고 밝히지 않는 수준의 신분비공개수사  ② 경찰 신분을 숨기는 걸 넘어 범인 행세까지 할 수 있는 신분위장수사

예컨대, 신분비공개수사는 경찰임을 밝히지 않고 단순 구매자로 위장하는 정도입니다. 신분위장수사는 '12세 아동' 인 척 혹은 '사이트 운영자' 인 척 등등 무궁무진합니다.

당연히 신분위장수사가 더 적극적이고 더 위험한 수사 기법입니다. 범인인 척하기 위해 신분증을 위조하고, 가공의 개인정보도 만들어냅니다. 그 자체로는 범죄지만,  법이 허용해줍니다.

목적이 정당해도, 절차가 위법해서는 안 된다는 공권력의 대원칙에 잠시 예외를 둔 거죠. 그만큼 성착취물 범죄의 해악이 크기 때문입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1.3.23 관련 조항 신설 / 21.9.24시행)
 
제25조의2(아동ㆍ청소년대상 디지털 성범죄의 수사 특례)
① ... 신분을 비공개하고 범죄현장(정보통신망을 포함한다) 또는 범인으로 추정되는 자들에게 접근하여 범죄행위의 증거 및 자료 등을 수집(이하 “신분비공개수사”라 한다)할 수 있다. ...
 
② ... 다른 방법으로는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정하여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부득이한 때에는 다음 각 호의 행위(이하 “신분위장수사”라 한다)를 할 수 있다. ...

■ 미국 FBI는 적극 활용

위장수사 제도는 우리는 아직 초보 수준입니다. 미국은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됩니다.

미국 FBI가 신분위장수사를 활용한 대표적 사례는 일명 '플레이펜'(Playpen) 사건입니다. 아동 성착취물사이트을 운영했던  '플레이펜'(Playpen) 관련 범죄자를 일망타진했습니다.

2015년 2월 말 약 2주 동안 실제 사이트를 운영하며 방문 접속자의 IP를 추적해 1,300여 명의 소재를 파악한 뒤, 137명을 범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USA TODAY 보도화면USA TODAY 보도화면

■ 남용 방지는 지속적인 숙제

경찰은 위장수사 1년의 성과가 크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은밀한 성 착취 범죄의 증거 수집에도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범죄 예방 효과도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이여정 / 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계장
"은밀한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인데 이런 부분들을 저희가 확인을 하려면 이 위장 수사 제도가 필요하죠. 범행 심리를 억제한다는 그 효과도 기대하기 때문에..."

현장 수사관 주요 의견 /
"영장으로도 확보하지 못하는 온라인상의 증거를 위장수사를 통해 수집할 수 있고, 특히 수사대상자의 별건 범죄혐의, 공범추적 등에 있어서 상당히 효과적"

문제는 제도의 남용 혹은 부작용입니다.

다시 영화 '신세계'로 돌아가 볼까요. 마약 조직에 침투했던 위장 경찰관은 결국 스스로 범죄자가 돼버립니다. 그런 일이 영화에 그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신분비공개수사는 내부 승인 절차에 따라 개시되지만, 관련 자료를 국가경찰위원회와 국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신분위장수사는 조금 더 엄격해서, 사건별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한국에서 '위장수사'는 아직 기틀을 잡는 단계입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한 다양한 범죄로의 위장수사의 확대가 논의되고 있는 만큼, 현재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한정하여 시행되고 있는 위장수사 제도를 보완하여 ‘한국형 위장수사 제도’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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