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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마약 국가라니” 수리남 반발…한류 열풍 ‘K-콘텐츠’의 숙제
입력 2022.09.24 (08:04) 현장영상

신지혜 / KBS AI 앵커

"우리나라 드라마 '수리남'이 최근 넷플릭스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세계적 인기와는 별개로, 같은 이름의 남미 국가 수리남 정부는 드라마가 '자국을 마약 국가로 묘사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K-콘텐츠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지금, '창작과 표현의 자유'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보도에 신승민 기자입니다."

"코카인은 자연적으로 태어난 주님의 은총이야. 그 은총을 다룰 수 있는 건 나밖에 없고." - 드라마 '수리남' 중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만든 윤종빈 감독의 새 작품 '수리남'. 지난 9일 넷플릭스 시리즈로 공개된 직후부터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하정우, 황정민 등 인기 배우들의 출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 등이 화제가 됐습니다.

드라마의 배경은 인구 약 60만 명의 남미 국가 수리남으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현지에서 '마약 밀매 조직'을 이끈 한국인 마약왕 '조봉행 사건'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조봉행은 남미 최대 마약 카르텔과 손잡고 한국인을 운반책으로 포섭하는 등 범행을 이어오다 2005년 인터폴에 적색 수배됐습니다. 2009년 브라질에서 체포된 조봉행은 국내로 압송돼 징역 10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복역 중이던 지난 2016년, 그는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지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제는 이 드라마에서 수리남 정부와 국민이 '마약과 연관돼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묘사됐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마약왕과 결탁해 비리를 은폐하고, 국민 다수는 마약 산업와 관련돼 있는 나라로 그려진 것입니다.

수리남 정부는 작년 드라마 제작 단계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가 영어 제목에서는 나라 이름을 넣지 않는 것으로 중재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분쟁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지난 12일 알베르트 람딘 수리남 외교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드라마에 나온 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자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야기한다"며 "제작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외교 마찰'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주(駐)베네수엘라 한국 대사관은 교민들에게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공지했고, 우리 외교부도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안은주 / 외교부 부대변인

"방영 이후 수리남 정부의 우리 정부에 대한 입장 표명은 없었으며, 외교부는 수리남과의 우호 관계 유지를 위해 지속 노력 중입니다."

넷플릭스 코리아 측 홍보 관계자는 "관련 이슈는 파악한 상황"이라면서도 "아직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태며 입장이 마련되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희정 / 드라마 평론가

"우려의 눈,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이전 우리가 마약, 폭력과 관련된 영상물에서 보면 중국·일본 이런 나라들의 집단과 연결된, 하지만 그 나라들은 이미 세계에 많이 알려져 있고.

그러나 수리남과 같이 잘 모르는 나라의 국가명을 프로그램 제목으로 썼을 때는 완전한 오해를 하기 쉬운 거죠.

그런 부분에서 덜 섬세했고, 살짝 오만함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너 누구야?" "돈 받으러 왔는데 뭐 그것까지 알아야 되니?"
"이름이 장첸이라고, 독사를 죽이고 조직을 통째로 먹었답니다."
"어떻게 내 돈은 누가 갚을래?" - 영화 '범죄도시' 중


영화·드라마 속 부정적 묘사로 인해 특정 집단이 반발하는 일은 수리남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흥행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는 2007년 가리봉동 차이나타운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연변 출신 폭력 조직 '흑사파'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당시 가리봉동 주민들은 '영화의 주제가 동네 이미지를 왜곡한다'며 반발했고, 결국 영화 가제에 붙었던 '가리봉동' 지명이 빠졌습니다.

지난 봄 '천 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2'도 베트남에서 상영이 금지되는 일을 겪었습니다. 강력반 형사들이 베트남 호찌민에서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이야기로, 베트남 당국은 '영화의 폭력성'을 문제 삼았는데요. 그보다는 호찌민을 범죄가 활개치는 무법지대로 그렸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옵니다.

앞서 '범죄도시1'과 같은 해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도 서울 대림동 조선족, 즉 중국 동포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초보 경찰관들이 대림동 중국 동포 타운에서 조선족 출신 폭력배 검거에 나서는 이야기로, '조선족을 범죄 집단처럼 묘사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후 상영 금지 가처분 소송에까지 휘말렸고, 제작사가 직접 사과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물론 수리남 정부의 반발과 달리,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해당 드라마가 '마약 거래가 횡행하는 자국 사회의 실정을 잘 지적했다'고 호응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실제 조봉행과 친분이 있었다고 알려진 데시 바우테르서 전 수리남 대통령은 1999년 코카인 밀매 혐의로 네덜란드 현지 궐석재판에서 징역 11년을 선고받기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이야기 배경의 실화 여부를 떠나서, 어떤 영화나 드라마가 국가 등 특정 집단을 소재로 삼아 부정적으로 묘사할 때는 보다 '신중한 접근'과 '성찰적 연출'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윤석진 / 드라마 평론가,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드라마 도입부에서 수리남이라는 작은 국가를 명확하게 타깃팅을 하고 들어가거든요. 그러고 나서 엄청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는데, 수리남이라는 나라에 대한 어떤 '이미지 폭행'이라고 할까요.

문화 콘텐츠들이 의도하지 않게 부수적으로 발산, 확산될 수 있는 이미지라는 점에서, 특히 요즘처럼 (문화적) 국경이 없어져버린 'OTT 플랫폼 시대'에는 고민하고 배려해야 할 부분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K-콘텐츠에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는 지금, 보다 섬세한 제작과 연출의 고민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신승민입니다.

(대문사진:원소민)
  • [영상] “마약 국가라니” 수리남 반발…한류 열풍 ‘K-콘텐츠’의 숙제
    • 입력 2022-09-24 08:04:18
    현장영상

신지혜 / KBS AI 앵커

"우리나라 드라마 '수리남'이 최근 넷플릭스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세계적 인기와는 별개로, 같은 이름의 남미 국가 수리남 정부는 드라마가 '자국을 마약 국가로 묘사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K-콘텐츠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지금, '창작과 표현의 자유'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보도에 신승민 기자입니다."

"코카인은 자연적으로 태어난 주님의 은총이야. 그 은총을 다룰 수 있는 건 나밖에 없고." - 드라마 '수리남' 중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만든 윤종빈 감독의 새 작품 '수리남'. 지난 9일 넷플릭스 시리즈로 공개된 직후부터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하정우, 황정민 등 인기 배우들의 출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 등이 화제가 됐습니다.

드라마의 배경은 인구 약 60만 명의 남미 국가 수리남으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현지에서 '마약 밀매 조직'을 이끈 한국인 마약왕 '조봉행 사건'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조봉행은 남미 최대 마약 카르텔과 손잡고 한국인을 운반책으로 포섭하는 등 범행을 이어오다 2005년 인터폴에 적색 수배됐습니다. 2009년 브라질에서 체포된 조봉행은 국내로 압송돼 징역 10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복역 중이던 지난 2016년, 그는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지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제는 이 드라마에서 수리남 정부와 국민이 '마약과 연관돼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묘사됐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마약왕과 결탁해 비리를 은폐하고, 국민 다수는 마약 산업와 관련돼 있는 나라로 그려진 것입니다.

수리남 정부는 작년 드라마 제작 단계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가 영어 제목에서는 나라 이름을 넣지 않는 것으로 중재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분쟁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지난 12일 알베르트 람딘 수리남 외교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드라마에 나온 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자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야기한다"며 "제작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외교 마찰'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주(駐)베네수엘라 한국 대사관은 교민들에게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공지했고, 우리 외교부도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안은주 / 외교부 부대변인

"방영 이후 수리남 정부의 우리 정부에 대한 입장 표명은 없었으며, 외교부는 수리남과의 우호 관계 유지를 위해 지속 노력 중입니다."

넷플릭스 코리아 측 홍보 관계자는 "관련 이슈는 파악한 상황"이라면서도 "아직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태며 입장이 마련되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희정 / 드라마 평론가

"우려의 눈,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이전 우리가 마약, 폭력과 관련된 영상물에서 보면 중국·일본 이런 나라들의 집단과 연결된, 하지만 그 나라들은 이미 세계에 많이 알려져 있고.

그러나 수리남과 같이 잘 모르는 나라의 국가명을 프로그램 제목으로 썼을 때는 완전한 오해를 하기 쉬운 거죠.

그런 부분에서 덜 섬세했고, 살짝 오만함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너 누구야?" "돈 받으러 왔는데 뭐 그것까지 알아야 되니?"
"이름이 장첸이라고, 독사를 죽이고 조직을 통째로 먹었답니다."
"어떻게 내 돈은 누가 갚을래?" - 영화 '범죄도시' 중


영화·드라마 속 부정적 묘사로 인해 특정 집단이 반발하는 일은 수리남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흥행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는 2007년 가리봉동 차이나타운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연변 출신 폭력 조직 '흑사파'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당시 가리봉동 주민들은 '영화의 주제가 동네 이미지를 왜곡한다'며 반발했고, 결국 영화 가제에 붙었던 '가리봉동' 지명이 빠졌습니다.

지난 봄 '천 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2'도 베트남에서 상영이 금지되는 일을 겪었습니다. 강력반 형사들이 베트남 호찌민에서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이야기로, 베트남 당국은 '영화의 폭력성'을 문제 삼았는데요. 그보다는 호찌민을 범죄가 활개치는 무법지대로 그렸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옵니다.

앞서 '범죄도시1'과 같은 해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도 서울 대림동 조선족, 즉 중국 동포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초보 경찰관들이 대림동 중국 동포 타운에서 조선족 출신 폭력배 검거에 나서는 이야기로, '조선족을 범죄 집단처럼 묘사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후 상영 금지 가처분 소송에까지 휘말렸고, 제작사가 직접 사과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물론 수리남 정부의 반발과 달리,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해당 드라마가 '마약 거래가 횡행하는 자국 사회의 실정을 잘 지적했다'고 호응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실제 조봉행과 친분이 있었다고 알려진 데시 바우테르서 전 수리남 대통령은 1999년 코카인 밀매 혐의로 네덜란드 현지 궐석재판에서 징역 11년을 선고받기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이야기 배경의 실화 여부를 떠나서, 어떤 영화나 드라마가 국가 등 특정 집단을 소재로 삼아 부정적으로 묘사할 때는 보다 '신중한 접근'과 '성찰적 연출'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윤석진 / 드라마 평론가,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드라마 도입부에서 수리남이라는 작은 국가를 명확하게 타깃팅을 하고 들어가거든요. 그러고 나서 엄청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는데, 수리남이라는 나라에 대한 어떤 '이미지 폭행'이라고 할까요.

문화 콘텐츠들이 의도하지 않게 부수적으로 발산, 확산될 수 있는 이미지라는 점에서, 특히 요즘처럼 (문화적) 국경이 없어져버린 'OTT 플랫폼 시대'에는 고민하고 배려해야 할 부분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K-콘텐츠에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는 지금, 보다 섬세한 제작과 연출의 고민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신승민입니다.

(대문사진:원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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