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도 안 오는 택시’…호출료 늘리면 올까?

입력 2022.09.24 (09:05) 수정 2022.09.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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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째 잡고 있는데 안 잡혀요. 비싼 요금으로 부르면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니까 많이 부담스럽죠. 바쁘니까 비싸도 타긴 하는데 그것도 요즘은 잘 안 잡혀요." (문OO, 직장인)

밤 늦은 시간, 강남역 거리.

택시 애플리케이션을 켜두고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택시를 불러보니 일반 택시는 물론 호출 요금이 붙는 택시조차 '주위에 없다'는 안내만 뜹니다. 심지어 최대 4배의 요금이 적용되는 고급택시도 잡기 힘듭니다.

"택시 기사님들이 파업을 하나? 왜 아직도 이렇게 택시가 안 잡히는지.." (문OO, 직장인)

■ 아무리 불러도 안 오는 택시…3년 새 법인택시 1/3 줄었다

"출근 시간대가 심해요. 거리에서도 안 잡히고 앱으로 불러도 안 잡히고, 10~20분은 기다렸다가 타요." (유OO, 직장인)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계속된 택시 부족.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늦은 밤뿐 아니라 이제는 낮 시간대에도 택시 잡기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실제 서울 법인택시의 미터기에서 발생한 운행기록을 확인해봤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24일 기준, 밤 9시에서 11시까지 심야시간에 운행한 택시는 9,480여 대로 2019년 6월 28일(1만 4,590대)보다 35% 줄었습니다.

심야에 택시 잡기 어렵다는 것은 사실 새로운 현상은 아닙니다. 그동안 택시 기사들의 고령화 등으로 심야 시간 운행이 줄었다는 분석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심야 할증 시간을 2시간 앞당기고, 할증률도 높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밤늦은 시간에만 택시 운행이 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출근 시간 운행한 택시는 7,445대로 3년 전(1만 1,324대)보다 34% 줄었습니다.

저녁 6시부터 7시, 퇴근 시간대에도 9,500여 대에서 6,500여 대로 31%가 줄었습니다.

특정 시간대 운행을 꺼리는 것이 아닌, 택시 기사들이 업계 자체를 떠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 호출료 인상 검토…"기사들한테 안 돌아가"


취재진이 만난 20년 차 법인택시 기사, 한 달에 20일 동안 야간에 10시간씩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200만 원 남짓입니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 임금은 적으니 상당수 기사가 돈을 더 벌 수 있는 택배나 배송 업무로 떠났습니다.

이렇게 떠난 택시 기사들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요금 인상 방안을 꺼내 들었습니다.

서울시는 내년 2월부터 기본 요금을 1,000원 올리고 기본 거리는 줄이기로 했습니다. 국토부는 현재 3,000원인 호출료를 최대 5,000원으로 올리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한 택시 플랫폼에서 호출 금액에 따른 수락률 증가 조사를 보니, 호출 요금 5,000원을 지급하면 수락률이 72%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문제는 호출 요금이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임봉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서울의 택시 회사 중 기사들과 호출료를 배분하는 곳은 3분의 1도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택시 플랫폼 업체 관계자도 "상당수 택시 회사가 호출료를 배분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호출료를 기사들에게 직접 지급이 가능한지 알아봤는데 '노사 합의'로 정하는 사안이라 어려운 것으로 결론 났다"고 전했습니다.

시민 부담은 늘어나는데, 택시 기사들의 수익은 그대로라 '택시 대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임봉균 처장은 과거 택시 요금이 인상될 때마다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거의 없었다며, "정부에서 노사 문제로 접근하지 말고 택시 요금이 올라가면 어느 몫은 일정 부분 근로자 몫, 어느 정도는 사용자 몫으로 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심야버스 확대·지하철 연장 운행 등 검토해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제(2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달 초까지 택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원희룡 장관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호출 요금 인상을 먼저 시행하지만, 장기적으로 공급 확대와 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 "낡은 규제와 기득권을 다 깨서 제도 혁신과 서비스 혁신 경쟁을 할 수 있는 판으로 바꾸겠다"고 말했습니다.

택시 대책뿐 아니라 대중교통 연장 운행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추상호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심야버스를 늘리고, 지하철 연장 운행 등을 검토가 필요하다. 또 심야에는 전동 킥보드나 따릉이 요금을 할인하는 등 대중교통과 연계한 서비스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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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러도 안 오는 택시’…호출료 늘리면 올까?
    • 입력 2022-09-24 09:05:29
    • 수정2022-09-24 11:43:42
    취재K

"20분째 잡고 있는데 안 잡혀요. 비싼 요금으로 부르면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니까 많이 부담스럽죠. 바쁘니까 비싸도 타긴 하는데 그것도 요즘은 잘 안 잡혀요." (문OO, 직장인)

밤 늦은 시간, 강남역 거리.

택시 애플리케이션을 켜두고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택시를 불러보니 일반 택시는 물론 호출 요금이 붙는 택시조차 '주위에 없다'는 안내만 뜹니다. 심지어 최대 4배의 요금이 적용되는 고급택시도 잡기 힘듭니다.

"택시 기사님들이 파업을 하나? 왜 아직도 이렇게 택시가 안 잡히는지.." (문OO, 직장인)

■ 아무리 불러도 안 오는 택시…3년 새 법인택시 1/3 줄었다

"출근 시간대가 심해요. 거리에서도 안 잡히고 앱으로 불러도 안 잡히고, 10~20분은 기다렸다가 타요." (유OO, 직장인)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계속된 택시 부족.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늦은 밤뿐 아니라 이제는 낮 시간대에도 택시 잡기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실제 서울 법인택시의 미터기에서 발생한 운행기록을 확인해봤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24일 기준, 밤 9시에서 11시까지 심야시간에 운행한 택시는 9,480여 대로 2019년 6월 28일(1만 4,590대)보다 35% 줄었습니다.

심야에 택시 잡기 어렵다는 것은 사실 새로운 현상은 아닙니다. 그동안 택시 기사들의 고령화 등으로 심야 시간 운행이 줄었다는 분석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심야 할증 시간을 2시간 앞당기고, 할증률도 높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밤늦은 시간에만 택시 운행이 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출근 시간 운행한 택시는 7,445대로 3년 전(1만 1,324대)보다 34% 줄었습니다.

저녁 6시부터 7시, 퇴근 시간대에도 9,500여 대에서 6,500여 대로 31%가 줄었습니다.

특정 시간대 운행을 꺼리는 것이 아닌, 택시 기사들이 업계 자체를 떠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 호출료 인상 검토…"기사들한테 안 돌아가"


취재진이 만난 20년 차 법인택시 기사, 한 달에 20일 동안 야간에 10시간씩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200만 원 남짓입니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 임금은 적으니 상당수 기사가 돈을 더 벌 수 있는 택배나 배송 업무로 떠났습니다.

이렇게 떠난 택시 기사들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요금 인상 방안을 꺼내 들었습니다.

서울시는 내년 2월부터 기본 요금을 1,000원 올리고 기본 거리는 줄이기로 했습니다. 국토부는 현재 3,000원인 호출료를 최대 5,000원으로 올리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한 택시 플랫폼에서 호출 금액에 따른 수락률 증가 조사를 보니, 호출 요금 5,000원을 지급하면 수락률이 72%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문제는 호출 요금이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임봉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서울의 택시 회사 중 기사들과 호출료를 배분하는 곳은 3분의 1도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택시 플랫폼 업체 관계자도 "상당수 택시 회사가 호출료를 배분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호출료를 기사들에게 직접 지급이 가능한지 알아봤는데 '노사 합의'로 정하는 사안이라 어려운 것으로 결론 났다"고 전했습니다.

시민 부담은 늘어나는데, 택시 기사들의 수익은 그대로라 '택시 대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임봉균 처장은 과거 택시 요금이 인상될 때마다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거의 없었다며, "정부에서 노사 문제로 접근하지 말고 택시 요금이 올라가면 어느 몫은 일정 부분 근로자 몫, 어느 정도는 사용자 몫으로 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심야버스 확대·지하철 연장 운행 등 검토해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제(2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달 초까지 택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원희룡 장관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호출 요금 인상을 먼저 시행하지만, 장기적으로 공급 확대와 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 "낡은 규제와 기득권을 다 깨서 제도 혁신과 서비스 혁신 경쟁을 할 수 있는 판으로 바꾸겠다"고 말했습니다.

택시 대책뿐 아니라 대중교통 연장 운행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추상호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심야버스를 늘리고, 지하철 연장 운행 등을 검토가 필요하다. 또 심야에는 전동 킥보드나 따릉이 요금을 할인하는 등 대중교통과 연계한 서비스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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