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여름 보낸 중국, 가을엔 경제 불 붙을까?

입력 2022.09.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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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쓰촨성 강타한 지진…폭염·가뭄으로 전력난까지

지난 5일 규모 6.8의 강진이 중국 쓰촨성을 강타했습니다. 언론에선 17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남성이 집중 조명됐는데요. 이 남성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이번 지진으로 무려 93명이 숨지고 24명이 실종됐습니다. 이재민도 11만 명이나 돼 앞으로 쓰러진 주택과 도로 등을 보수·재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9월 5일 쓰촨성 지진 발생 현장 구조 장면9월 5일 쓰촨성 지진 발생 현장 구조 장면

그런데, 중국 쓰촨성이 최근 자주 거론된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그것도 안 좋은 소식으로 말이죠.

지진에 앞서 쓰촨성이 집중조명을 받은 이유는 폭염과 가뭄 때문입니다. 쓰촨성 당국은 8월 15일부터 20일까지로 정했던 산업시설에 대한 정전기간을 25일까지로 연장하며 폭염, 가뭄에 따른 전력난에 맞서 싸워야했습니다. 이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염을 생산하는 공장과 관련 재료 공장이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전력난에 따른 공급부족은 리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7월 톤당 47만 5000위안 대에서 거래되던 중국산 리튬 가격은 쓰촨성 당국이 산업시설에 대해 전기공급을 중단했던 8월 15일 이후 급격히 오르기 시작해 정전기간 49만 2500위안까지 올랐고, 그 이후에도 계속 올라 23일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인 50만 1500위안으로 치솟았습니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전기공급 중단으로 배터리 생산 차질도 우려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쓰촨성은 중국 리튬배터리 산업의 중심지로 중국 전체 리튬염 생산량의 27.9%를 차지하고, 음극재는 11.8%, 양극재는 17%를 생산합니다.

8월 폭염과 가뭄으로 강물이 말라 강바닥이 드러난 모습8월 폭염과 가뭄으로 강물이 말라 강바닥이 드러난 모습

앞서 8월 1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은 '국민에게 전기를 공급하라'는 공지를 통해 8월 폭염과 가뭄 절정기간에 쓰촨성 내 모든 산업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직원들은 폭염 휴가를 실시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폭염으로 전기 생산량이 모자란다는 겁니다.

실제로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가뭄으로 강물이 말라 전력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과 패널 메이커 BOE, 애플 워치 생산업체 폭스콘 청두공장, 일본 자동차 도요타 등이 여름철 생산라인을 멈춰야 했습니다.

헬싱키에 있는 에너지 및 청정 환경 연구 센터(CREA)가 분석한 결과 가뭄이 절정에 달했을 때 쓰촨성의 수력 발전은 50% 이상 급감했습니다. 문제는 폭염과 가뭄에 따른 전력 위기가 쓰촨성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쓰촨성은 중국에서 가장 큰 수력 발전 생산 지역으로 중국 수력 발전의 30%를 차지하며 다른 지방에서도 이곳의 에너지 공급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상하이, 저장성, 장쑤성 등이 포함되고, 모두 중국 산업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다행히 8월 말 기온이 떨어지고 강우량이 회복되면서 전력 공급량이 대부분 정상화되고 있지만, 올여름 가뭄과 폭염은 중국 중부의 전력 시스템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고 이 기간 차질을 빚은 생산은 개별 기업을 넘어 갈길 바쁜 중국에 부담을 안겨줬습니다.

■ 코로나19 봉쇄, 중국 경제에 가장 큰 타격

쓰촨성의 또 다른 악재는 바로 코로나19 봉쇄였습니다. 인구 2,100만 명의 중국 쓰촨성 청두시는 지난 1일 오후 6시부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에 나섰습니다. 청두시는 바로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입니다. 봉쇄 첫날 볼보 자동차가 일시적으로 공장을 폐쇄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 위해 중국 청두시가 봉쇄된 모습코로나 19 확산 방지 위해 중국 청두시가 봉쇄된 모습

청두시는 7일 봉쇄 해제 예정이었지만 7일 확진자수가 줄지 않자 일부 지역의 봉쇄 기간을 연장했고, 19일이 돼서야 모든 봉쇄를 해제했습니다. 봉쇄는 해제됐지만 주민들은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동안에도 봉쇄 지역의 주민들은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감염 위험이 높은 지역 주민들은 외출이 금지됐습니다. 청두를 떠나서도 안됐습니다. 이렇다보니 정상적인 소비생활이 불가능하고 이는 곧바로 민간소비에 악영향을 줬습니다.

청두시만 이런 게 아닙니다. VOA에 따르면 중국 내 33개 도시가 봉쇄된 상태입니다.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방역 규제를 완화하고 코로나19와의 공존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지만, 중국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정상적인 생산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다음달 16일 개막하는 당대회 이후에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대신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논의는 내년 상반기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물론 이 보고서의 분석이 틀릴 수도 있지만, 만일 이렇게 될 경우 지역 봉쇄에 따른 생산 차질로 인해 중국 경제가 올해 뿐 아니라 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 갈 길 바쁜 중국, 경제 발목 잡히나?

시진핑 국가주석은 3연임을 위해 올해 5.5% 경제성장을 실현하겠다고 했었죠. 하지만, 4월 상하이 봉쇄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습니다. 2분기 성장률은 0.4%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목표로 한 성장률은 불투명해지고 있고, 일부 경제분석기관에선 성장률 3%도 어렵다며 저마다 낮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3·4분기 성장률을 크게 올려야 하는데, 중국 정부가 목표한 대로 나올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모든 면에서 놀라운 실적이 나와야 합니다.

16일 중국국가통계국은 8월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2%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4월 상하이 봉쇄 때 -2.9%로 폭락했다가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지난해 2월 이전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랍니다.

제조업 현장의 분위기를 알수 있는 제조업 PMI는 더 나쁩니다. 제조업 분야 구매관리자들에게 신규주문, 재고, 고용 등 모든 면을 봤을 때 지금 일하고 있는 기업 상황이 좋은지 나쁜지를 물어보는 겁니다. 50 이상이면 경기가 확장 국면이고 이하이면 수축 국면인 거죠. 그런데, 8월 코로나19 봉쇄와 가뭄에 따른 전력난 등으로 제조업 PMI는 49.4를 기록해 2달 연속 기준점 5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소비를 볼까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지난 4월 기준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11.1%, 5월에도 -6.7%를 기록했다가 6월 3.1%, 7월 2.7%, 8월 5.4%를 나타냈습니다. 소매판매는 연초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와 베이징동계올림픽 열기 등으로 회복했으나 상하이 등 도시에서 코로나19 봉쇄 충격으로 크게 꺾였다 다시 조금씩 나아지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꺾였던 소비를 감안했을 때 상승 추세가 더 가팔라야 한다는 게 대체적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 금리 내리고 부양책 쓰는데 왜?

중국 정부가 경기를 살리려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금리를 내려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고 자금의 실물 경제 투입을 유도하겠다는 겁니다. 물론 저금리를 통해 부실해진 부동산 기업의 연쇄도산을 막고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노리는 셈법도 있습니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8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7%에서 3.65%로 0.05%p 인하한 뒤 9월엔 3.65% 그대로 동결했습니다. 그나마 8월 금리 인하가 7개월 만의 금리인하인데, 금리인하폭이 너무 작아서 과연 경기부양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중국 정부가 경기를 살리려는 두번째 방법은 경기부양책이죠. 지난달 중국 정부는 인프라 투자안을 포함해 19개의 경기부양책을 내놨습니다. 앞서 지난 6월 3000억 위안, 우리돈 58조 원의 인프라 투자금을 풀겠다고 발표한 중국 정부는 1조 위안, 우리돈 195조 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정부의 계획대로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고 있느냐입니다. 삼성증권 9월 분석을 보면 인프라 투자관련 정책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 3월 인프라투자 금액은 전년대비 10.5% 증가했지만, 발표 후인 7월 누적기준 9.6%로 오히려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삼성증권 ECONOMIC FOCUS 〈중국 인프라투자 점검〉출처: 삼성증권 ECONOMIC FOCUS 〈중국 인프라투자 점검〉

삼성증권 정성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프라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세수와 토지판매 감소로 인프라투자 여력이 줄어 지방특수채권 외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늘면서 지방특수채권 사용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상하이를 뺀 30곳이 올해 7월까지 적자를 기록한 상황입니다. 지방정부가 적자 재정 속에서 인프라 투자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방정부에 인프라 건설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코로나 봉쇄와 가뭄에 따른 전력난, 여기에 지진까지 악재가 쌓이고 있는 와중에 시진핑 3연임을 위한 적자 재정 인프라 투자가 중국 정부의 기대만큼 올 가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의문입니다. 이러는 사이 한편에선 중국 주택 가격이 12개월 연속 하락하며 중국 경제의 또 다른 뇌관으로 커가고 있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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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4 0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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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쓰촨성 강타한 지진…폭염·가뭄으로 전력난까지

지난 5일 규모 6.8의 강진이 중국 쓰촨성을 강타했습니다. 언론에선 17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남성이 집중 조명됐는데요. 이 남성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이번 지진으로 무려 93명이 숨지고 24명이 실종됐습니다. 이재민도 11만 명이나 돼 앞으로 쓰러진 주택과 도로 등을 보수·재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9월 5일 쓰촨성 지진 발생 현장 구조 장면
그런데, 중국 쓰촨성이 최근 자주 거론된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그것도 안 좋은 소식으로 말이죠.

지진에 앞서 쓰촨성이 집중조명을 받은 이유는 폭염과 가뭄 때문입니다. 쓰촨성 당국은 8월 15일부터 20일까지로 정했던 산업시설에 대한 정전기간을 25일까지로 연장하며 폭염, 가뭄에 따른 전력난에 맞서 싸워야했습니다. 이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염을 생산하는 공장과 관련 재료 공장이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전력난에 따른 공급부족은 리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7월 톤당 47만 5000위안 대에서 거래되던 중국산 리튬 가격은 쓰촨성 당국이 산업시설에 대해 전기공급을 중단했던 8월 15일 이후 급격히 오르기 시작해 정전기간 49만 2500위안까지 올랐고, 그 이후에도 계속 올라 23일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인 50만 1500위안으로 치솟았습니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전기공급 중단으로 배터리 생산 차질도 우려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쓰촨성은 중국 리튬배터리 산업의 중심지로 중국 전체 리튬염 생산량의 27.9%를 차지하고, 음극재는 11.8%, 양극재는 17%를 생산합니다.

8월 폭염과 가뭄으로 강물이 말라 강바닥이 드러난 모습
앞서 8월 1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은 '국민에게 전기를 공급하라'는 공지를 통해 8월 폭염과 가뭄 절정기간에 쓰촨성 내 모든 산업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직원들은 폭염 휴가를 실시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폭염으로 전기 생산량이 모자란다는 겁니다.

실제로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가뭄으로 강물이 말라 전력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과 패널 메이커 BOE, 애플 워치 생산업체 폭스콘 청두공장, 일본 자동차 도요타 등이 여름철 생산라인을 멈춰야 했습니다.

헬싱키에 있는 에너지 및 청정 환경 연구 센터(CREA)가 분석한 결과 가뭄이 절정에 달했을 때 쓰촨성의 수력 발전은 50% 이상 급감했습니다. 문제는 폭염과 가뭄에 따른 전력 위기가 쓰촨성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쓰촨성은 중국에서 가장 큰 수력 발전 생산 지역으로 중국 수력 발전의 30%를 차지하며 다른 지방에서도 이곳의 에너지 공급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상하이, 저장성, 장쑤성 등이 포함되고, 모두 중국 산업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다행히 8월 말 기온이 떨어지고 강우량이 회복되면서 전력 공급량이 대부분 정상화되고 있지만, 올여름 가뭄과 폭염은 중국 중부의 전력 시스템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고 이 기간 차질을 빚은 생산은 개별 기업을 넘어 갈길 바쁜 중국에 부담을 안겨줬습니다.

■ 코로나19 봉쇄, 중국 경제에 가장 큰 타격

쓰촨성의 또 다른 악재는 바로 코로나19 봉쇄였습니다. 인구 2,100만 명의 중국 쓰촨성 청두시는 지난 1일 오후 6시부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에 나섰습니다. 청두시는 바로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입니다. 봉쇄 첫날 볼보 자동차가 일시적으로 공장을 폐쇄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 위해 중국 청두시가 봉쇄된 모습
청두시는 7일 봉쇄 해제 예정이었지만 7일 확진자수가 줄지 않자 일부 지역의 봉쇄 기간을 연장했고, 19일이 돼서야 모든 봉쇄를 해제했습니다. 봉쇄는 해제됐지만 주민들은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동안에도 봉쇄 지역의 주민들은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감염 위험이 높은 지역 주민들은 외출이 금지됐습니다. 청두를 떠나서도 안됐습니다. 이렇다보니 정상적인 소비생활이 불가능하고 이는 곧바로 민간소비에 악영향을 줬습니다.

청두시만 이런 게 아닙니다. VOA에 따르면 중국 내 33개 도시가 봉쇄된 상태입니다.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방역 규제를 완화하고 코로나19와의 공존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지만, 중국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정상적인 생산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다음달 16일 개막하는 당대회 이후에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대신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논의는 내년 상반기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물론 이 보고서의 분석이 틀릴 수도 있지만, 만일 이렇게 될 경우 지역 봉쇄에 따른 생산 차질로 인해 중국 경제가 올해 뿐 아니라 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 갈 길 바쁜 중국, 경제 발목 잡히나?

시진핑 국가주석은 3연임을 위해 올해 5.5% 경제성장을 실현하겠다고 했었죠. 하지만, 4월 상하이 봉쇄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습니다. 2분기 성장률은 0.4%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목표로 한 성장률은 불투명해지고 있고, 일부 경제분석기관에선 성장률 3%도 어렵다며 저마다 낮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3·4분기 성장률을 크게 올려야 하는데, 중국 정부가 목표한 대로 나올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모든 면에서 놀라운 실적이 나와야 합니다.

16일 중국국가통계국은 8월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2%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4월 상하이 봉쇄 때 -2.9%로 폭락했다가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지난해 2월 이전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랍니다.

제조업 현장의 분위기를 알수 있는 제조업 PMI는 더 나쁩니다. 제조업 분야 구매관리자들에게 신규주문, 재고, 고용 등 모든 면을 봤을 때 지금 일하고 있는 기업 상황이 좋은지 나쁜지를 물어보는 겁니다. 50 이상이면 경기가 확장 국면이고 이하이면 수축 국면인 거죠. 그런데, 8월 코로나19 봉쇄와 가뭄에 따른 전력난 등으로 제조업 PMI는 49.4를 기록해 2달 연속 기준점 5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소비를 볼까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지난 4월 기준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11.1%, 5월에도 -6.7%를 기록했다가 6월 3.1%, 7월 2.7%, 8월 5.4%를 나타냈습니다. 소매판매는 연초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와 베이징동계올림픽 열기 등으로 회복했으나 상하이 등 도시에서 코로나19 봉쇄 충격으로 크게 꺾였다 다시 조금씩 나아지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꺾였던 소비를 감안했을 때 상승 추세가 더 가팔라야 한다는 게 대체적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 금리 내리고 부양책 쓰는데 왜?

중국 정부가 경기를 살리려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금리를 내려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고 자금의 실물 경제 투입을 유도하겠다는 겁니다. 물론 저금리를 통해 부실해진 부동산 기업의 연쇄도산을 막고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노리는 셈법도 있습니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8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7%에서 3.65%로 0.05%p 인하한 뒤 9월엔 3.65% 그대로 동결했습니다. 그나마 8월 금리 인하가 7개월 만의 금리인하인데, 금리인하폭이 너무 작아서 과연 경기부양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중국 정부가 경기를 살리려는 두번째 방법은 경기부양책이죠. 지난달 중국 정부는 인프라 투자안을 포함해 19개의 경기부양책을 내놨습니다. 앞서 지난 6월 3000억 위안, 우리돈 58조 원의 인프라 투자금을 풀겠다고 발표한 중국 정부는 1조 위안, 우리돈 195조 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정부의 계획대로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고 있느냐입니다. 삼성증권 9월 분석을 보면 인프라 투자관련 정책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 3월 인프라투자 금액은 전년대비 10.5% 증가했지만, 발표 후인 7월 누적기준 9.6%로 오히려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삼성증권 ECONOMIC FOCUS 〈중국 인프라투자 점검〉
삼성증권 정성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프라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세수와 토지판매 감소로 인프라투자 여력이 줄어 지방특수채권 외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늘면서 지방특수채권 사용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상하이를 뺀 30곳이 올해 7월까지 적자를 기록한 상황입니다. 지방정부가 적자 재정 속에서 인프라 투자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방정부에 인프라 건설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코로나 봉쇄와 가뭄에 따른 전력난, 여기에 지진까지 악재가 쌓이고 있는 와중에 시진핑 3연임을 위한 적자 재정 인프라 투자가 중국 정부의 기대만큼 올 가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의문입니다. 이러는 사이 한편에선 중국 주택 가격이 12개월 연속 하락하며 중국 경제의 또 다른 뇌관으로 커가고 있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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