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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문 대통령 배제하자”…북미정상 친서외교 전말 공개
입력 2022.09.25 (15:54) 수정 2022.09.25 (16:01) 정치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참모진은 물론, 문재인 당시 대통령까지 배제할 것을 요구하며 트럼프와의 직접 담판을 선호했던 사실이 당시 북미 정상끼리 주고 받은 친서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한미클럽이 발행하는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은 오늘(25일) 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4월∼2019년 8월 사이 주고받은 친서 27통(김정은 11통, 트럼프 16통)의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 김정은, 트럼프에 “폼페이오·문 대통령 배제하자”

한미클럽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18년 9월 6일 작성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저로서는 각하의 의중을 충실히 대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어려운 폼페이오 장관과 우리 양측을 갈라놓는 사안에 대해 설전을 벌이기보다는, 탁월한 정치적 감각을 타고난 각하를 직접 만나 비핵화를 포함한 중요 현안들에 관해 심층적으로 의견을 교환함이 더 건설적일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측이 실무협상을 고집하며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던 상황에서 미국의 고위 관료들이 협상에 개입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2018년 9월 21일 자 친서에서는 “저는 향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트럼프) 각하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면서 “지금 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북미 협상에 문 전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중을 표현했습니다.

이 친서를 보낸 시점은 김정은이 문 전 대통령과 평양 남북정상회담(9월 19일)을 한 직후입니다. 당시 남북 정상은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한다는 등의 합의가 담긴 평양 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김정은은 당시 폼페이오 등 고위 관료들과의 협상에 대해 불신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의 협상에 끼어드는 것도 원치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서한을 볼 때 김정은은 담판을 통해 트럼프를 설득해 입장을 관철하기를 원했고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며 친서 곳곳에서 “톱다운(하향식) 방식 협상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트럼프는 대북 관계 개선 의지가 분명했고, 대북 압박을 기조로 한 실무자들의 태도와는 달리 현실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관심이 많았다”고 분석했습니다.

■ 칭찬 세례에, 합의 이행 요구…“해준 게 뭐냐?” 따지기도

북미 정상 간 공식적인 친서는 싱가포르 회담 두 달여 전인 2018년 4월 1일부터 오고 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먼저,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냈는데 “만남 제안에 감사하다.”, “기꺼이 만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북미 대립이 극심했던 당시, 한국 특사단이 그해 3월 전달한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회담 제안을 수락하고 쓴 편지로 추정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쓴 호칭은 ‘김 위원장님’이었습니다.

김 위원장도 4월 1일 당일, 답장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을 ‘존경하는 각하’로 칭하며 “매우 고무돼 있다”, “나는 과거 아무도 성취하지 못했고, 전 세계가 예상치 못하는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진심과 헌신을 다 해 각하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개최에는 합의했지만, 북미 양측이 비핵화 의제 등을 놓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을 위한 정상 간 물밑 접촉이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직전 북한 측 협상 대표였던 김영철이 백악관에 들고 온 친서(2018년 5월 29일 자)에도 김 위원장은 “6월 12일 각하와 중요한 만남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며 1차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기대를 담았습니다.

1차 회담 이후 친서 교환은 더 활발해져, 이듬해 하노이 2차 회담(2019년 2월 27~28일) 전까지 두 사람은 15통의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두 정상은 1차 회담 이후 서로 칭찬 세례를 보내면서도 상대방에게 합의 이행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7월 30일 자 친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각하처럼 강력하고 걸출한 정치인과 좋은 인연을 맺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기대했던 종전선언이 없는 것에 대해 아쉬운 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김정은에게 쓴 2018년 8월 2일 자 편지에서 “위원장님과 제가 이루어낸 합의는 훌륭한 것이었고, 우리가 서명한 공동성명 이행에 진전이 있어 기쁘다”면서도 “이제는 완전한 비핵화를 비롯해 우리가 했던 다른 공약들에 대해서도 진전을 이루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미군 유해 송환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공약을 지켜준데 대해 감사를 표시하면서, 비핵화를 위한 조치에 나서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하노이 2차 회담 결렬 이후 편지 왕래는 눈에 띄게 줄어, 이후 공식적으로 주고받은 편지는 7통에 불과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8월 5일 자 서신에서 “저는 우리(북미 정상)가 만난 이후 무엇이 바뀌었는지에 대해 인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어떠한 조치들이 완화됐다든가 제 국가의 대외 환경이 개선되기라도 했나? 군사 훈련이 중단됐냐”며 “저는 현 단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보다 그 이상을 했다. 하지만 각하께서 해주신 것은 뭐냐”고 따지기도 했습니다. 3차 판문점 회담(2019년 6월 30일) 이후에도 협상에 진척이 없자 참았던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 편지를 끝으로 1년 4개월 동안 이어진 북미 정상 간 공식적인 친서 외교는 막을 내렸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북한 조선중앙통신]
  • “폼페이오·문 대통령 배제하자”…북미정상 친서외교 전말 공개
    • 입력 2022-09-25 15:54:48
    • 수정2022-09-25 16:01:23
    정치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참모진은 물론, 문재인 당시 대통령까지 배제할 것을 요구하며 트럼프와의 직접 담판을 선호했던 사실이 당시 북미 정상끼리 주고 받은 친서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한미클럽이 발행하는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은 오늘(25일) 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4월∼2019년 8월 사이 주고받은 친서 27통(김정은 11통, 트럼프 16통)의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 김정은, 트럼프에 “폼페이오·문 대통령 배제하자”

한미클럽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18년 9월 6일 작성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저로서는 각하의 의중을 충실히 대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어려운 폼페이오 장관과 우리 양측을 갈라놓는 사안에 대해 설전을 벌이기보다는, 탁월한 정치적 감각을 타고난 각하를 직접 만나 비핵화를 포함한 중요 현안들에 관해 심층적으로 의견을 교환함이 더 건설적일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측이 실무협상을 고집하며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던 상황에서 미국의 고위 관료들이 협상에 개입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2018년 9월 21일 자 친서에서는 “저는 향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트럼프) 각하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면서 “지금 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북미 협상에 문 전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중을 표현했습니다.

이 친서를 보낸 시점은 김정은이 문 전 대통령과 평양 남북정상회담(9월 19일)을 한 직후입니다. 당시 남북 정상은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한다는 등의 합의가 담긴 평양 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김정은은 당시 폼페이오 등 고위 관료들과의 협상에 대해 불신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의 협상에 끼어드는 것도 원치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서한을 볼 때 김정은은 담판을 통해 트럼프를 설득해 입장을 관철하기를 원했고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며 친서 곳곳에서 “톱다운(하향식) 방식 협상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트럼프는 대북 관계 개선 의지가 분명했고, 대북 압박을 기조로 한 실무자들의 태도와는 달리 현실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관심이 많았다”고 분석했습니다.

■ 칭찬 세례에, 합의 이행 요구…“해준 게 뭐냐?” 따지기도

북미 정상 간 공식적인 친서는 싱가포르 회담 두 달여 전인 2018년 4월 1일부터 오고 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먼저,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냈는데 “만남 제안에 감사하다.”, “기꺼이 만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북미 대립이 극심했던 당시, 한국 특사단이 그해 3월 전달한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회담 제안을 수락하고 쓴 편지로 추정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쓴 호칭은 ‘김 위원장님’이었습니다.

김 위원장도 4월 1일 당일, 답장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을 ‘존경하는 각하’로 칭하며 “매우 고무돼 있다”, “나는 과거 아무도 성취하지 못했고, 전 세계가 예상치 못하는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진심과 헌신을 다 해 각하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개최에는 합의했지만, 북미 양측이 비핵화 의제 등을 놓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을 위한 정상 간 물밑 접촉이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직전 북한 측 협상 대표였던 김영철이 백악관에 들고 온 친서(2018년 5월 29일 자)에도 김 위원장은 “6월 12일 각하와 중요한 만남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며 1차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기대를 담았습니다.

1차 회담 이후 친서 교환은 더 활발해져, 이듬해 하노이 2차 회담(2019년 2월 27~28일) 전까지 두 사람은 15통의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두 정상은 1차 회담 이후 서로 칭찬 세례를 보내면서도 상대방에게 합의 이행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7월 30일 자 친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각하처럼 강력하고 걸출한 정치인과 좋은 인연을 맺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기대했던 종전선언이 없는 것에 대해 아쉬운 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김정은에게 쓴 2018년 8월 2일 자 편지에서 “위원장님과 제가 이루어낸 합의는 훌륭한 것이었고, 우리가 서명한 공동성명 이행에 진전이 있어 기쁘다”면서도 “이제는 완전한 비핵화를 비롯해 우리가 했던 다른 공약들에 대해서도 진전을 이루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미군 유해 송환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공약을 지켜준데 대해 감사를 표시하면서, 비핵화를 위한 조치에 나서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하노이 2차 회담 결렬 이후 편지 왕래는 눈에 띄게 줄어, 이후 공식적으로 주고받은 편지는 7통에 불과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8월 5일 자 서신에서 “저는 우리(북미 정상)가 만난 이후 무엇이 바뀌었는지에 대해 인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어떠한 조치들이 완화됐다든가 제 국가의 대외 환경이 개선되기라도 했나? 군사 훈련이 중단됐냐”며 “저는 현 단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보다 그 이상을 했다. 하지만 각하께서 해주신 것은 뭐냐”고 따지기도 했습니다. 3차 판문점 회담(2019년 6월 30일) 이후에도 협상에 진척이 없자 참았던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 편지를 끝으로 1년 4개월 동안 이어진 북미 정상 간 공식적인 친서 외교는 막을 내렸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북한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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