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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 권리 보호” vs “불량식당 처벌 먼저”…허위 환불 요구에 논란 확산
입력 2022.09.28 (07:00) 수정 2022.09.28 (08:44) 취재K
인천의 한 식당에서 모녀로 보이는 손님이 음식값을 환불받기 위해 고의로 머리카락을 뽑아 넣는 모습이다. (사진 제공=시청자)인천의 한 식당에서 모녀로 보이는 손님이 음식값을 환불받기 위해 고의로 머리카락을 뽑아 넣는 모습이다. (사진 제공=시청자)

■ "머리카락 나왔어요! 환불해줘요!"

A씨가 운영하는 인천 서구의 한 분식집은 지난 21일 모녀로 보이는 두 여성 손님의 거짓말에 속아 음식값을 환불해줬습니다. 두 손님은 고의로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뽑아 각각의 그릇에 넣고 주방장에게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주방장은 위생모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그릇에 놓인 머리카락을 보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음식값을 돌려줬습니다.

뒤늦게 가게 내부 CCTV 영상을 확인한 A씨는 "손님이 일부러 머리카락을 뽑고 음식에 넣는 모습이 고스란히 잡혔다"라면서 "가뜩이나 힘든 시기다. 이런 일을 겪으니 장사하기가 두렵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CCTV영상이 공개되면서, 이 사건은 곧바로 화제가 됐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모녀의 파렴치한 행동에 대한 비난과, 손님들의 악의적 행위에 대한 음식점주들의 성토가 잇따랐습니다. 이어 논란은 배달음식 쪽으로 확대됐습니다. 배달음식점주들이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배달음식 소비자들의 엉뚱하고 사기적인 행태들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보이스 피싱까지?"...배달 음식으로 옮겨가는 비양심

배달음식 업체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이미 배달된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항의 전화를 받는 경우입니다. 식당처럼 CCTV로 고객의 행동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자신들의 잘못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대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업종 특성상 고객의 리뷰와 평점에 민감하다 보니 묻고 따지기보단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빠르게 사과하고 환불해야 가게 입장에서 뒷탈이 없을 거라 믿습니다. 문제는 배달 음식 문화가 외식문화의 주된 서비스로 확장되면서 이런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얌체 소비자들, 나아가 사기꾼들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10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 음식 환불과 관련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거의 매일 올라옵니다. 한 요식업자는 "배달한 다음 날 '음식에서 속눈썹이 나왔다'며 환불을 요청한 적이 있다"면서 "감정싸움을 하면 리뷰 테러만 돌아오니 의심스러워도 환불해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다른 회원은 "주문받지 않은 지역에서 환불 요구 전화가 왔다. 주소를 물으니 동까지만 애매하게 말하고 환불해달라고 한다. 보이스 피싱 조심하시길 바란다"며 새로운 사기 수법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 "지난해 이물질 발견만 약 7천 건"...업자 탓하는 목소리도

배달업자들의 하소연이 드러나자, 이번에는 소비자들도 배달음식과 관련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과연 배달음식을 온전히 믿을 수 있겠느냐,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 거냐 하는 의구심입니다.

실제 일부 배달업체들의 불량행태는 과거 여러 차례 적발, 폭로된 바 있습니다.

높은 평점을 자랑하던 일부 '배달 맛집'은 원산지 허위 표시, 위생 불량, 유통기한 지난 식자재 활용 등이 적발되며 대중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2020년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살아있는 쥐가 음식에 담긴 채 배달되기도 했고, 지난 8월에는 치킨에 담배꽁초가 함께 배달돼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당시 점주는 "감자튀김 아니냐", "맛있게 드세요" 등의 안일한 대처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습니다.

지난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음식 내 이물질 발견 신고 건수는 6,866건입니다. 2020년(1,557건)에 비해 4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실제로 배달 음식 전문 플랫폼을 보면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후기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KBS사진 출처=KBS

■ "불량 가게 처벌이 먼저" vs "양방향 평가 시스템 도입 필요"

소비자들은 배달 음식 문화가 급격히 확산된 만큼, 배달음식의 식자재, 위생 등과 관련해 보다 강화된 관리감독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관련 법규를 위반할 경우 1차 적발만으로도 바로 영업 허가나 등록 취소 또는 영업소 폐쇄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과태료 처분이나 시정 조치로 끝납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 일부 배달 업체는 한식, 중식 등 여러 업종에 사업자를 내고 운영하기 때문에 한 업종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영업자들의 제도 개선 요구도 있습니다. 배달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에게만 일방적으로 평가 권한을 줘, 업자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냥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호 평가 시스템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환불과 관련해 보다 세밀하고 엄격한 기준 마련과 허위 환불 요구에 대한 처벌법 강화도 요구합니다. 음식값 허위 환불 요구는, 현행법상 기망 행위로 인한 사기죄, 나아가 부당 이득을 취할 시 강요, 공갈죄 그리고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처벌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일부러 자기가 먹은 음식에 자기 머리카락을 넣고 환불을 요구하는 사기행위는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불거진 얌체 소비자, 배달음식 불신 논란은, 배달음식 문화가 확대일로에 있는 한, 진지하게 고려되며 개선 방향을 모색해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인포그래픽:김서린
  • “점주 권리 보호” vs “불량식당 처벌 먼저”…허위 환불 요구에 논란 확산
    • 입력 2022-09-28 07:00:45
    • 수정2022-09-28 08:44:22
    취재K
인천의 한 식당에서 모녀로 보이는 손님이 음식값을 환불받기 위해 고의로 머리카락을 뽑아 넣는 모습이다. (사진 제공=시청자)인천의 한 식당에서 모녀로 보이는 손님이 음식값을 환불받기 위해 고의로 머리카락을 뽑아 넣는 모습이다. (사진 제공=시청자)

■ "머리카락 나왔어요! 환불해줘요!"

A씨가 운영하는 인천 서구의 한 분식집은 지난 21일 모녀로 보이는 두 여성 손님의 거짓말에 속아 음식값을 환불해줬습니다. 두 손님은 고의로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뽑아 각각의 그릇에 넣고 주방장에게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주방장은 위생모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그릇에 놓인 머리카락을 보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음식값을 돌려줬습니다.

뒤늦게 가게 내부 CCTV 영상을 확인한 A씨는 "손님이 일부러 머리카락을 뽑고 음식에 넣는 모습이 고스란히 잡혔다"라면서 "가뜩이나 힘든 시기다. 이런 일을 겪으니 장사하기가 두렵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CCTV영상이 공개되면서, 이 사건은 곧바로 화제가 됐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모녀의 파렴치한 행동에 대한 비난과, 손님들의 악의적 행위에 대한 음식점주들의 성토가 잇따랐습니다. 이어 논란은 배달음식 쪽으로 확대됐습니다. 배달음식점주들이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배달음식 소비자들의 엉뚱하고 사기적인 행태들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보이스 피싱까지?"...배달 음식으로 옮겨가는 비양심

배달음식 업체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이미 배달된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항의 전화를 받는 경우입니다. 식당처럼 CCTV로 고객의 행동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자신들의 잘못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대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업종 특성상 고객의 리뷰와 평점에 민감하다 보니 묻고 따지기보단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빠르게 사과하고 환불해야 가게 입장에서 뒷탈이 없을 거라 믿습니다. 문제는 배달 음식 문화가 외식문화의 주된 서비스로 확장되면서 이런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얌체 소비자들, 나아가 사기꾼들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10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 음식 환불과 관련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거의 매일 올라옵니다. 한 요식업자는 "배달한 다음 날 '음식에서 속눈썹이 나왔다'며 환불을 요청한 적이 있다"면서 "감정싸움을 하면 리뷰 테러만 돌아오니 의심스러워도 환불해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다른 회원은 "주문받지 않은 지역에서 환불 요구 전화가 왔다. 주소를 물으니 동까지만 애매하게 말하고 환불해달라고 한다. 보이스 피싱 조심하시길 바란다"며 새로운 사기 수법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 "지난해 이물질 발견만 약 7천 건"...업자 탓하는 목소리도

배달업자들의 하소연이 드러나자, 이번에는 소비자들도 배달음식과 관련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과연 배달음식을 온전히 믿을 수 있겠느냐,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 거냐 하는 의구심입니다.

실제 일부 배달업체들의 불량행태는 과거 여러 차례 적발, 폭로된 바 있습니다.

높은 평점을 자랑하던 일부 '배달 맛집'은 원산지 허위 표시, 위생 불량, 유통기한 지난 식자재 활용 등이 적발되며 대중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2020년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살아있는 쥐가 음식에 담긴 채 배달되기도 했고, 지난 8월에는 치킨에 담배꽁초가 함께 배달돼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당시 점주는 "감자튀김 아니냐", "맛있게 드세요" 등의 안일한 대처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습니다.

지난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음식 내 이물질 발견 신고 건수는 6,866건입니다. 2020년(1,557건)에 비해 4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실제로 배달 음식 전문 플랫폼을 보면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후기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KBS사진 출처=KBS

■ "불량 가게 처벌이 먼저" vs "양방향 평가 시스템 도입 필요"

소비자들은 배달 음식 문화가 급격히 확산된 만큼, 배달음식의 식자재, 위생 등과 관련해 보다 강화된 관리감독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관련 법규를 위반할 경우 1차 적발만으로도 바로 영업 허가나 등록 취소 또는 영업소 폐쇄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과태료 처분이나 시정 조치로 끝납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 일부 배달 업체는 한식, 중식 등 여러 업종에 사업자를 내고 운영하기 때문에 한 업종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영업자들의 제도 개선 요구도 있습니다. 배달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에게만 일방적으로 평가 권한을 줘, 업자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냥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호 평가 시스템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환불과 관련해 보다 세밀하고 엄격한 기준 마련과 허위 환불 요구에 대한 처벌법 강화도 요구합니다. 음식값 허위 환불 요구는, 현행법상 기망 행위로 인한 사기죄, 나아가 부당 이득을 취할 시 강요, 공갈죄 그리고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처벌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일부러 자기가 먹은 음식에 자기 머리카락을 넣고 환불을 요구하는 사기행위는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불거진 얌체 소비자, 배달음식 불신 논란은, 배달음식 문화가 확대일로에 있는 한, 진지하게 고려되며 개선 방향을 모색해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인포그래픽: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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