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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닮은 비극의 반복…위기 가구 발굴은 왜 실패할까?
입력 2022.09.29 (07:00) 취재K

■ 송파 세 모녀, 방배동 모자 그리고 수원 세 모녀

2014년 생활고를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시 송파구 세 모녀 사건.
2020년 60대 어머니는 숨진 채 7개월이나 방치됐고 30대 지적 장애인 아들은 노숙을 하다 구조된 서울시 방배동 모자 사건.
그리고 지난달 생활고와 질병에 시름 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경기 수원시 세 모녀 사건.

‘수원 세 모녀’ 공영 장례 추모식, 8월 25일‘수원 세 모녀’ 공영 장례 추모식, 8월 25일

비극은 너무도 닮은 모습을 한 채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위기 가구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사회안전망 안으로 보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되풀이되는 비극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 위기 가구를 가장 먼저 마주하는 복지 공무원들

단전, 단수, 건보료 체납 등 위기를 겪는 가구들은 신호를 보내옵니다. 이 징후를 빨리 포착하고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는 것, 해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이 같은 위기 가구를 가장 처음 만나고, 위기를 진단하고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공무원들이 있습니다. 전국 지자체의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공무원들입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복지 사각지대를 앞서 찾아내는 '발굴주의' 정책이 도입됐고, 특히 2015년 말부턴 위기 가구를 발굴하는 전산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선별한 행정 정보로 통계적 예측 모형을 만들어 고위험 가구를 가려내는 전산 시스템인데, 18개 기관의 34종 정보가 활용됩니다. 수원 세 모녀의 위기 상황을 예측한 '건보료 체납' 정보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보건복지부는 2개월마다 이 전산 시스템에서 추출한 고위험 가구 명단을 지자체에 제공합니다.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의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은 이 자료를 근거로 현장 방문 상담을 통해 복지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 망치 들고 협박까지, 복지 공무원들의 무너진 일상

생계의 위기를 겪는 가구들은 저마다 한계 상황에 노출된 사람들입니다.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공무원들은 현장 방문을 통해 이들의 위기 신호를 적극적으로 읽어내야 하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적극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업무이지만, 이들은 현장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고 말합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6월 서울 양천구의 한 주민센터에 찾아가 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쇠망치를 들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기초생활수급 지원과 관련해 불만을 품고 담당 공무원에게 폭언 등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업무 현장에서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제출받은 '보건복지서비스 방문인력 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복지 공무원이 민원인으로부터 폭력·폭언·위협을 당한 사례가 1만 6,377건에 달했습니다. 연도별로는 2019년 4,011건, 2020년 5,519건, 2021년 4,277건, 올해 들어선 7월까지 벌써 2,570건이 발생하는 등 해마다 수천 건의 피해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폭언이 1만 4,068건으로 85.9%, 물리적인 폭력 2.19%(360건), 성적 폭력 1.45%(239건) 등이었습니다. 반려견 공격이나 자살 협박 등 기타로 분류된 사고는 9.98%(1,636건)로 집계됐습니다.


■ "혼자서 300명의 생계 확인"…위기 가구 제대로 찾을 수 있나?

현장 조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공무원 한 명이 방문해야 할 위기 가구는 더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사회 복지 공무원의 수는 그만큼 늘고 있지 않습니다. 공무원 혼자서 많게는 300명의 생계를 확인하고 위기 가구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지자체도 있습니다.

전국의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전담 공무원 수는 2019년 9,548명, 2020년 1만 1,674명, 2021년 1만 1,813명, 올해 6월 기준 1만 1,882명입니다. 이들이 관리하는 위기 가구는 2019년 63만 3,075가구, 2020년 109만 8,134가구, 2021년 133만 9,909가구로 늘었습니다.

전담 공무원 한 명이 담당한 위기 가구 사례는 지난해 기준 평균 113.4건으로, 2018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담 공무원 한 명이 담당하는 사례가 많은 지자체 5곳을 보면, 혼자서 많게는 300건 가까이 처리하는 곳도 있습니다. 얼마나 꼼꼼한 현장 조사가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보더라도, 자택 방문은 세 모녀가 건보료를 체납하기 시작한 지 1년여 만에야 이뤄졌고 이들이 주소지에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복지 서비스 제공 절차는 중단됐습니다.

■ 위기 가구 발굴은 왜 실패할까?

정부는 위기 가구 발굴을 위해 여러 정보를 모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보들만으로 빈곤의 상황을 '충분히'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4월 서울시 창신동에서 숨진 지 한 달이 지나서 발견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 이들은 쓰러져 가는 집 한 채를 소유했단 이유로, 그 낡은 집이 주변의 재개발 바람을 타고 공시가격이 상승했단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 대상에서 탈락한 뒤 생활고를 겪어왔습니다. 송파 세 모녀도 공과금을 체납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빈곤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더 꼼꼼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의 부족한 인력으로, 그리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현장 상황에서는 한계에 다다른 소외계층이 보내는 위기 신호를 제대로 읽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빈곤의 모양은 더 다양하다.
몇 개의 체납정보 합이 '누구의 빈곤이 더 심각한가' 밝히는 기제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은 가려진다.
복지수급자에 대한 냉랭한 시선, 까다로운 제도 운영 방식은 복지수급자의 자율성과 역능을 침범하고
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사회가 함께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신뢰와 연대의식을 파괴한다.
빈곤층 복지제도가 '최소한'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역량 안에서 '가능한 최대로' 발휘되어야 한다는 목표의 전환이 없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수원 세 모녀를 추모하며' 빈곤사회연대 논평 중에서, 2022년 8월 24일)

(인포그래픽: 김서린, 대문사진: 원소민)
  • 너무도 닮은 비극의 반복…위기 가구 발굴은 왜 실패할까?
    • 입력 2022-09-29 07:00:28
    취재K

■ 송파 세 모녀, 방배동 모자 그리고 수원 세 모녀

2014년 생활고를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시 송파구 세 모녀 사건.
2020년 60대 어머니는 숨진 채 7개월이나 방치됐고 30대 지적 장애인 아들은 노숙을 하다 구조된 서울시 방배동 모자 사건.
그리고 지난달 생활고와 질병에 시름 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경기 수원시 세 모녀 사건.

‘수원 세 모녀’ 공영 장례 추모식, 8월 25일‘수원 세 모녀’ 공영 장례 추모식, 8월 25일

비극은 너무도 닮은 모습을 한 채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위기 가구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사회안전망 안으로 보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되풀이되는 비극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 위기 가구를 가장 먼저 마주하는 복지 공무원들

단전, 단수, 건보료 체납 등 위기를 겪는 가구들은 신호를 보내옵니다. 이 징후를 빨리 포착하고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는 것, 해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이 같은 위기 가구를 가장 처음 만나고, 위기를 진단하고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공무원들이 있습니다. 전국 지자체의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공무원들입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복지 사각지대를 앞서 찾아내는 '발굴주의' 정책이 도입됐고, 특히 2015년 말부턴 위기 가구를 발굴하는 전산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선별한 행정 정보로 통계적 예측 모형을 만들어 고위험 가구를 가려내는 전산 시스템인데, 18개 기관의 34종 정보가 활용됩니다. 수원 세 모녀의 위기 상황을 예측한 '건보료 체납' 정보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보건복지부는 2개월마다 이 전산 시스템에서 추출한 고위험 가구 명단을 지자체에 제공합니다.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의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은 이 자료를 근거로 현장 방문 상담을 통해 복지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 망치 들고 협박까지, 복지 공무원들의 무너진 일상

생계의 위기를 겪는 가구들은 저마다 한계 상황에 노출된 사람들입니다.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공무원들은 현장 방문을 통해 이들의 위기 신호를 적극적으로 읽어내야 하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적극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업무이지만, 이들은 현장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고 말합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6월 서울 양천구의 한 주민센터에 찾아가 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쇠망치를 들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기초생활수급 지원과 관련해 불만을 품고 담당 공무원에게 폭언 등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업무 현장에서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제출받은 '보건복지서비스 방문인력 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복지 공무원이 민원인으로부터 폭력·폭언·위협을 당한 사례가 1만 6,377건에 달했습니다. 연도별로는 2019년 4,011건, 2020년 5,519건, 2021년 4,277건, 올해 들어선 7월까지 벌써 2,570건이 발생하는 등 해마다 수천 건의 피해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폭언이 1만 4,068건으로 85.9%, 물리적인 폭력 2.19%(360건), 성적 폭력 1.45%(239건) 등이었습니다. 반려견 공격이나 자살 협박 등 기타로 분류된 사고는 9.98%(1,636건)로 집계됐습니다.


■ "혼자서 300명의 생계 확인"…위기 가구 제대로 찾을 수 있나?

현장 조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공무원 한 명이 방문해야 할 위기 가구는 더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사회 복지 공무원의 수는 그만큼 늘고 있지 않습니다. 공무원 혼자서 많게는 300명의 생계를 확인하고 위기 가구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지자체도 있습니다.

전국의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전담 공무원 수는 2019년 9,548명, 2020년 1만 1,674명, 2021년 1만 1,813명, 올해 6월 기준 1만 1,882명입니다. 이들이 관리하는 위기 가구는 2019년 63만 3,075가구, 2020년 109만 8,134가구, 2021년 133만 9,909가구로 늘었습니다.

전담 공무원 한 명이 담당한 위기 가구 사례는 지난해 기준 평균 113.4건으로, 2018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담 공무원 한 명이 담당하는 사례가 많은 지자체 5곳을 보면, 혼자서 많게는 300건 가까이 처리하는 곳도 있습니다. 얼마나 꼼꼼한 현장 조사가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보더라도, 자택 방문은 세 모녀가 건보료를 체납하기 시작한 지 1년여 만에야 이뤄졌고 이들이 주소지에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복지 서비스 제공 절차는 중단됐습니다.

■ 위기 가구 발굴은 왜 실패할까?

정부는 위기 가구 발굴을 위해 여러 정보를 모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보들만으로 빈곤의 상황을 '충분히'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4월 서울시 창신동에서 숨진 지 한 달이 지나서 발견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 이들은 쓰러져 가는 집 한 채를 소유했단 이유로, 그 낡은 집이 주변의 재개발 바람을 타고 공시가격이 상승했단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 대상에서 탈락한 뒤 생활고를 겪어왔습니다. 송파 세 모녀도 공과금을 체납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빈곤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더 꼼꼼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의 부족한 인력으로, 그리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현장 상황에서는 한계에 다다른 소외계층이 보내는 위기 신호를 제대로 읽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빈곤의 모양은 더 다양하다.
몇 개의 체납정보 합이 '누구의 빈곤이 더 심각한가' 밝히는 기제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은 가려진다.
복지수급자에 대한 냉랭한 시선, 까다로운 제도 운영 방식은 복지수급자의 자율성과 역능을 침범하고
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사회가 함께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신뢰와 연대의식을 파괴한다.
빈곤층 복지제도가 '최소한'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역량 안에서 '가능한 최대로' 발휘되어야 한다는 목표의 전환이 없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수원 세 모녀를 추모하며' 빈곤사회연대 논평 중에서, 2022년 8월 24일)

(인포그래픽: 김서린, 대문사진: 원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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