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성매매 여성에 배상해야” 국가 책임 첫 인정

입력 2022.09.29 (11:05) 수정 2022.09.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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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인근 '기지촌'에서 성매매를 했던 여성들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하라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는 오늘(28일) 이모 씨 등 120명이 낸 국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원고에게 모두 각각 300만 원에서 700만 원씩 지급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국가가 '기지촌'을 관리·운영하고 성매매를 조장한 행위는 위법하다"며 "성매매 여성들은 이런 위법행위로 인격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했고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위법한 격리수용치료를 받은 일부 여성들은 이와 별도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며 "과거사정리법에 따르면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해서는 장기 소멸시효의 적용이 배제되므로 국가배상에 대한 소멸시효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 씨 등은 지난 2014년 "정부가 주한미군 기지촌을 조성하고, 해당 지역을 불법행위 단속 예외지역으로 지정해 성매매를 단속하지 않았다"며 "그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1인당 1000만 원씩 지급하라"고 국가를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정부가 기지촌을 설치하고 환경개선정책 등을 실시한 것을 불법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성병에 걸린 여성을 강제 격리 수용한 부분 등만 위법성을 인정해 원고 57명에게만 500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기지촌 정화운동 등은 성매매 관련자들에 대한 성병검진, 치료 등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인의 성매매업 종사를 강요하거나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2심은 "과거 공문과 정부가 운영했던 위안부 등록제 등을 감안하면 국가가 기지촌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조장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성병에 걸린 여성들을 격리 수용한 부분에 대해서 "의사 등의 진단 없이 성병 감염인을 강제 격리 수용하고 항생제를 무차별적으로 투약한 행위는 모두 위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지촌 내 성매매 방치와 묵인을 넘어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정당화했다"며 "여성들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인격을 '외화벌이'라는 국가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이런항소심 판단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집단 성매매 행위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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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지촌 성매매 여성에 배상해야” 국가 책임 첫 인정
    • 입력 2022-09-29 11:05:31
    • 수정2022-09-29 11:07:13
    사회
주한미군 인근 '기지촌'에서 성매매를 했던 여성들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하라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는 오늘(28일) 이모 씨 등 120명이 낸 국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원고에게 모두 각각 300만 원에서 700만 원씩 지급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국가가 '기지촌'을 관리·운영하고 성매매를 조장한 행위는 위법하다"며 "성매매 여성들은 이런 위법행위로 인격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했고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위법한 격리수용치료를 받은 일부 여성들은 이와 별도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며 "과거사정리법에 따르면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해서는 장기 소멸시효의 적용이 배제되므로 국가배상에 대한 소멸시효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 씨 등은 지난 2014년 "정부가 주한미군 기지촌을 조성하고, 해당 지역을 불법행위 단속 예외지역으로 지정해 성매매를 단속하지 않았다"며 "그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1인당 1000만 원씩 지급하라"고 국가를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정부가 기지촌을 설치하고 환경개선정책 등을 실시한 것을 불법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성병에 걸린 여성을 강제 격리 수용한 부분 등만 위법성을 인정해 원고 57명에게만 500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기지촌 정화운동 등은 성매매 관련자들에 대한 성병검진, 치료 등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인의 성매매업 종사를 강요하거나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2심은 "과거 공문과 정부가 운영했던 위안부 등록제 등을 감안하면 국가가 기지촌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조장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성병에 걸린 여성들을 격리 수용한 부분에 대해서 "의사 등의 진단 없이 성병 감염인을 강제 격리 수용하고 항생제를 무차별적으로 투약한 행위는 모두 위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지촌 내 성매매 방치와 묵인을 넘어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정당화했다"며 "여성들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인격을 '외화벌이'라는 국가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이런항소심 판단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집단 성매매 행위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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