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은행 열매 악취 잡아라”…미리 털고 수나무로 교체

입력 2022.09.29 (12:48) 수정 2022.09.2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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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을이면 노란 잎으로 운치를 더해주는 은행나무.

도심 속 대표적인 가로수지만 열매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골칫거리인데요.

악취를 제거하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기술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도심 속 거리마다 노란 물결을 이루는 은행나무 가로수입니다.

가을이 물씬 느껴지죠.

단풍에 흠뻑 취할때 쯤. 어디서 고~약한 냄새가 풍겨옵니다. 물컹한 뭔가를 밟았습니다.

바로 은행 열맵니다.

악취 때문에 어쩌다 밟으면 참 난감하죠. 자치단체에 민원이 속출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자치구마다 은행나무 열매 민원 월평균 40~50건에 달하고요.

많을 땐 하루 30건 넘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는데요.

대구시의 한 거리입니다. 굴착기에 달린 집게, 이른바 '진동 수확기'가 나무를 잡고 마구 흔듭니다.

떨어진 열매는 자루에 바로 담습니다.

은행 열매가 익어 떨어지기 전에 자치단체가 서둘러 수거에 나선 겁니다.

분당 800회의 진동으로 열매를 떨어뜨리는 방식인데요.

몇 달씩 걸리던 은행 열매 처리 작업이 일주일로 줄고, 악취 민원도 대폭 줄었습니다.

[김나영/대구시 신암동 : "옛날에는 은행 떨어지면 다 밟고 다녀요. 냄새가 엄청 많이 나지. 근데 지금은 털어가니까 냄새가 많이 안 나고 좋아요."]

은행을 수거하는 망을 설치한 곳도 있습니다.

익은 열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대신 수거망 안에 고스란히 담기게 됩니다.

[이사금/대구시 남산동 : "오늘 와서 깨끗해서 들여다보니까 (수거망 안에 은행이) 수북하게 들어있네. 옛날엔 빗자루로 쓸고 이랬는데..."]

약제를 동원하기도 합니다.

나무에 주사를 놓거나 약을 뿌려서 결실을 억제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약제가 주입됐거나, 도심 속에서 오염된 은행 열매들.

섭취가 어렵기 때문에 쓰레기 봉투로 직행합니다.

[광주시 관계자/음성변조 : "(중금속)검사를 할 수 있는 절차는 있어요. 근데 이게 도로에서 나오는 거라서 수요가 있을 때만 하고요. 수요가 없다면 그냥 처분해버리고 있어요."]

하지만, 아깝다는 반응도 나오는데요.

[나봉수/광주시 내방동 : "치우는 것도 좋은데, 재활용 방법을 연구해봐야죠. 우리가 사려면 비싸요. 그것을 낭비하고 버릴 수는 없는 거잖아요."]

중금속 검사를 통해 안전성이 확인되면, 세척작업을 거쳐 주민들에게 열매를 나눠주기도 합니다.

[순천시 관계자/음성변조 : "취약계층이나 나중에 우리 나눔 행사할 때 연말에 반응이 좋기 때문에 저희가 계속하고 있습니다."]

은행나무, 이맘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면서 일부 자치단체는 느티나무 등 다른 가로수로 아예 교체하거나 열매가 열리는 암나무는 뽑아내고 수나무로 대체하기도 하는데요.

10년 전 쯤 은행나무의 성을 감별하는 DNA 분석기술이 개발되면서 암나무와 수나무를 초기에 찾아내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은행나무, 사실 이점도 많습니다.

미세먼지 흡수 능력이 뛰어난데다 공해와 병해충에도 잘 견디는데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의 저항성 물질이 해충 방제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천연 농약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악취 제거 방법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활용법도 새롭게 등장하면서 가을철 골칫거리 은행이 오명을 벗을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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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뉴스K] “은행 열매 악취 잡아라”…미리 털고 수나무로 교체
    • 입력 2022-09-29 12:48:20
    • 수정2022-09-29 13:03:54
    뉴스 12
[앵커]

가을이면 노란 잎으로 운치를 더해주는 은행나무.

도심 속 대표적인 가로수지만 열매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골칫거리인데요.

악취를 제거하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기술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도심 속 거리마다 노란 물결을 이루는 은행나무 가로수입니다.

가을이 물씬 느껴지죠.

단풍에 흠뻑 취할때 쯤. 어디서 고~약한 냄새가 풍겨옵니다. 물컹한 뭔가를 밟았습니다.

바로 은행 열맵니다.

악취 때문에 어쩌다 밟으면 참 난감하죠. 자치단체에 민원이 속출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자치구마다 은행나무 열매 민원 월평균 40~50건에 달하고요.

많을 땐 하루 30건 넘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는데요.

대구시의 한 거리입니다. 굴착기에 달린 집게, 이른바 '진동 수확기'가 나무를 잡고 마구 흔듭니다.

떨어진 열매는 자루에 바로 담습니다.

은행 열매가 익어 떨어지기 전에 자치단체가 서둘러 수거에 나선 겁니다.

분당 800회의 진동으로 열매를 떨어뜨리는 방식인데요.

몇 달씩 걸리던 은행 열매 처리 작업이 일주일로 줄고, 악취 민원도 대폭 줄었습니다.

[김나영/대구시 신암동 : "옛날에는 은행 떨어지면 다 밟고 다녀요. 냄새가 엄청 많이 나지. 근데 지금은 털어가니까 냄새가 많이 안 나고 좋아요."]

은행을 수거하는 망을 설치한 곳도 있습니다.

익은 열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대신 수거망 안에 고스란히 담기게 됩니다.

[이사금/대구시 남산동 : "오늘 와서 깨끗해서 들여다보니까 (수거망 안에 은행이) 수북하게 들어있네. 옛날엔 빗자루로 쓸고 이랬는데..."]

약제를 동원하기도 합니다.

나무에 주사를 놓거나 약을 뿌려서 결실을 억제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약제가 주입됐거나, 도심 속에서 오염된 은행 열매들.

섭취가 어렵기 때문에 쓰레기 봉투로 직행합니다.

[광주시 관계자/음성변조 : "(중금속)검사를 할 수 있는 절차는 있어요. 근데 이게 도로에서 나오는 거라서 수요가 있을 때만 하고요. 수요가 없다면 그냥 처분해버리고 있어요."]

하지만, 아깝다는 반응도 나오는데요.

[나봉수/광주시 내방동 : "치우는 것도 좋은데, 재활용 방법을 연구해봐야죠. 우리가 사려면 비싸요. 그것을 낭비하고 버릴 수는 없는 거잖아요."]

중금속 검사를 통해 안전성이 확인되면, 세척작업을 거쳐 주민들에게 열매를 나눠주기도 합니다.

[순천시 관계자/음성변조 : "취약계층이나 나중에 우리 나눔 행사할 때 연말에 반응이 좋기 때문에 저희가 계속하고 있습니다."]

은행나무, 이맘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면서 일부 자치단체는 느티나무 등 다른 가로수로 아예 교체하거나 열매가 열리는 암나무는 뽑아내고 수나무로 대체하기도 하는데요.

10년 전 쯤 은행나무의 성을 감별하는 DNA 분석기술이 개발되면서 암나무와 수나무를 초기에 찾아내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은행나무, 사실 이점도 많습니다.

미세먼지 흡수 능력이 뛰어난데다 공해와 병해충에도 잘 견디는데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의 저항성 물질이 해충 방제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천연 농약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악취 제거 방법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활용법도 새롭게 등장하면서 가을철 골칫거리 은행이 오명을 벗을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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