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집값 18% 떨어졌다…집값 하락 전세계 동조화, 한국은?

입력 2022.09.29 (18:12) 수정 2022.09.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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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락은 2008년보다 더 심각할 수 있어요. 이번 집값 하락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게 문젭니다. 하지만 모든 도시가 그런 건 아닙니다. 이 와중에도 승리할 수 있는 지역이 있단 말입니다. 앞으로 이 지역을 보세요"

데이터 분석 부동산 컨설턴트인 니콜라스 걸리 씨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도 투자 유망지가 있다며 오늘도 유튜브를 켜고 집값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강조점은 두 가지입니다. ①"2008년 때보다 더 폭락할 수 있다" ②"하지만 여러분은 꼭 승리하시라~"는 거죠.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2008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이런 걱정의 목소리는 비단 걸리 씨만의 것은 아닙니다.

"주택시장이 빠르고 강력하게 냉각되고 있습니다"

이 말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 나온 말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금리를 선도적으로 올리고 있는 미국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앰허스트 피어폰트 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각종 신호를 보고 언론에 이 같은 우려의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전망을 하는 건 경제 상황에 대한 각종 지표를 근거로 합니다.

■ 미국 시애틀 17.7%, 산호세 17.6% 집값 떨어졌습니다

파랑색 선이 미국 전체 주택가격지수파랑색 선이 미국 전체 주택가격지수

실제로 주택가격 하락 조짐을 보여왔던 미국에서 드디어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전국 주택가격 지수인 케이스-쉴러지수는 지난 7월 기준으로 전달보다 0.3% 하락했습니다. 위 그래프의 파랑색이 미국 전체 주택가격지수인데, 오른쪽 끝을 보면 우상향하다가 아래로 꺾인 게 보이죠?

케이스-쉴러 지수는 미국의 대표적 주택가격 지수인데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특히 미국 서부 지역의 낙폭이 컸는데, 샌프란시스코의 집값이 한 달 전보다 3.6% 떨어졌고, 시애틀은 2.5% 하락했습니다.

실제 부동산 회사에서 집계하는 기존주택 판매가격은 서부지역 대도시를 중심으로 급락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 부동산 중개 회사 레드핀 조사 결과 시애틀의 경우 중위 집값이 77만 5,000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17.7%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역의 경우 137만 5,000달러로 17.6%, 샌디에이고는 80만 달러로 15.8% 하락했습니다.

미국 주택 모기지 금리가 크게 오르고 이에 따라 주택거래가 급격히 줄면서 향후 집값은 계속 내리막 길을 걸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동안 0%대 초저금리에 기대서 미국민들은 싼값에 돈을 빌려 집을 살 수 있었죠. 하지만 1년 전 2.86%, 올해 초 3%였던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9월 들어 6.25%로 오르면서 이제는 2배 이상 많은 이자를 내야만 집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이자를 더 내더라도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만 있으면 빚을 져서라도 집을 사겠지만 이젠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가 더 커졌습니다. 주택 가격 하락 이전에 나타나는 현상인 주택거래 자체가 크게 줄었습니다. 전미부동산협회(NAR) 조사 결과 8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0.4%,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9% 감소했고, 판매 규모는 연율기준으로 2년 3개월 만에 가장 작은 규모였습니다.


팬턴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판매 감소가 계속되면서 가격이 하락해 2023년 중반까지 미국 주택 가격이 20% 가까이 폭락할 것이다"고 전망했습니다.

강력한 금리 인상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도 2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그동안 저금리로 주택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시기를 보냈다"며 "금리가 계속 인상돼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집값 하락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 "주택 거품 가장 심한 국가, 뉴질랜드 집값 하락 중"

전 세계 언론을 통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주택가격 하락 국가 중 두 나라가 뉴질랜드와 호주입니다. 골드만삭스는 9월 초 뉴질랜드와 호주 전역에서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두 국가의 주택경기 침체가 경제에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주택시장에 대한 충격으로 내년 말까지 뉴질랜드 집값은 -21%, 호주 -18%, 캐나다 -13%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의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연구원들은 "주택 가격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전망과 주택 투자·주택 자산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뉴질랜드, 호주, 그리고 캐나다에서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키는 큰 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집값 하락이 경기침체 국면에서 성장률을 깎아 먹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먼저 주택거래량을 보면 코로나19 정점을 기준으로 현재 뉴질랜드에서 45%, 캐나다와 영국에서 40%, 미국에서 30%, 호주와 스웨덴에서 25% 정도 떨어졌습니다. 특히 뉴질랜드와 미국, 캐나다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이전 때보다도 주택판매량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거래량이 급감한 이후 집값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프에서 숫자 100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월을 주택가격 기준점 100으로 삼은 겁니다. 2019년 이후 주택가격의 움직임을 보면 뉴질랜드가 가장 먼저 집값이 꺾였고 집값 하락 폭도 가장 큽니다. 반면 집값이 많이 꺾인 주요국 중 호주는 가장 늦게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하락 속도는 캐나다와 비슷한 걸 알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발표한 '2021년 주택거품이 가장 심한 곳'으로 꼽힌 나라이기도 합니다. 2021년 한해 뉴질랜드 주택 중위 가격은 전년보다 30% 가까이 오르며 매일같이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왜 이렇게 올랐을까요?

2020년부터 연 0.25% 초저금리로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졌고, 여기에 더해 정부가 2020년 주택담보대출비율을 완화한 게 영향을 줬습니다. 많은 돈을 쉽게 빌려서 집을 살 수 있게 해줬다는 얘깁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주택구입자(투자자)들 편의를 봐준다는 이유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을 완화하면 왜 안 되는지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연 0.25%였던 기준금리는 어느새 연 3%로 10배 이상 올랐고, 시장은 금세 대출이자 부담에 가격하락으로 돌아서고 말았습니다. 뉴질랜드 부동산 연구소(REINZ)의 주택 시장 보고서를 보면 뉴질랜드 주택 가격 지수는 7월 -2.9%에서 8월 -5.8%로 하락 폭을 더 키웠습니다. 주택 중간가격은 지난 6개월간 -9.6%를 기록하며 199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 뉴질랜드 쫓아가는 나라, 호주

이번엔 호주를 볼까요? 8월 호주 집값은 1983년 이후 가장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동산 분석 회사인 코어로직의 주택가격지수는 전달보다 1.6% 떨어졌는데 특히 시드니가 2.3%로 가장 많이 하락했습니다. 그동안 호주 집값 상승의 주요인도 코로나 재택근무로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큰 집을 원해온 데다, 연 0.1%의 낮은 기준금리가 계속되자 싼값에 돈을 빌려 많은 사람이 집을 사들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만 21% 급등했고, 중산층 이하에서도 주택구입 붐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죠. 호주 중앙은행은 고물가에 대응해 지난 4월 연 0.1%였던 기준금리를 쉼 없이 인상해 연 2.35%까지 올리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그동안 올랐던 만큼 집값을 토해내고, 이보다 더 떨어지는 것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입니다.

AMP 캐피털의 쉐인 올리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집값 하락이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주택 가격 붐의 끝을 맺을 것이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어 "높은 수준의 가계 부채, 소득 수준보다 높은 주택 가격, 그리고 장기 금리 하락 추세의 끝이 결합돼서 부동산 침체 주기가 더 깊어지고 회복하는 데 더 오래 걸릴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쉐인 올리버의 경고가 마치 우리나라를 빗대어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 집값 거품 2위 지목 국가 캐나다도...그렇다면 한국은?

집값 상승에 폭락 위험을 갖고 있는 나라는 이 외에도 너무 많습니다. 뉴질랜드와 집값 거품 1·2위를 다퉜던 캐나다, 여기에 스웨덴·노르웨이, 요즘엔 영국까지 가세해 금리 상승기 전 세계 집값 하락 동조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쯤 해서 이 질문이 나와야겠죠?… "그래서 한국은?"

그래서 한국은 어떻게 될까? 요즘 많은 경제전문가, 부동산전문가들이 저마다의 의견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그동안 수요보다 공급을 강조해왔던 부동산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요즘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주택공급이 충분하지 않아서 집값이 올라왔고 앞으로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지난해 가을부터 서울·수도권 집값에 변화가 생기면서 공급론자들의 목소리가 힘을 잃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서울과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지수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지수는 전달보다 무려 3.14%나 하락했습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12월 이후 13년 7개월 만에 최대폭의 하락입니다.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는 실제 신고된 거래 사례만 집계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통계로 평가받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29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도 9월 넷째 주 아파트값 변동률은 전주 -0.19%에서 -0.20%로 낙폭이 커졌고 이는 부동산원이 통계를 작성한 2012년 이후 최대 낙폭입니다.

금리 인상 기조에 놀라 집을 팔겠다는 사람들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사겠다는 사람들은 나중에 집값이 충분히 내려간 다음에 사겠다며 뒤로 물러서고 있는 게 요즘 부동산시장의 모습입니다.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가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얘기죠.

실제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 신규대출 금리는 최고 7%에 근접하고 있고 올해 안에 8%를 넘어설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연초 2%대였던 걸 감안하면 요즘 대출로 집을 산다는 건 무모한 모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토연구원 분석 결과 우리나라 금리 1%p 인상의 충격은 15개월 뒤 아파트 매매가격을 최대 5.2%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지난해 7월 연 0.5%였던 기준금리가 1년 조금 넘은 기간 연 2.5%까지 1.5%p 인상됐고 앞으로 빅스텝 인상까지 예견된 상황에서 상당 기간 집값 하락이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언제까지 집값이 떨어질 것인가? 분명한 건 집값은 올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현재의 금리 인상 기조를 봤을 때 다시 반등의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겁니다. 그리고 부동산 정책의 방향은 집값을 하향 안정시키는 것이지 집값을 올리는 쪽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픽: 김서린, 리서치: 김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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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애틀 집값 18% 떨어졌다…집값 하락 전세계 동조화, 한국은?
    • 입력 2022-09-29 18:12:31
    • 수정2022-09-29 18:12:43
    취재K

"집값 폭락은 2008년보다 더 심각할 수 있어요. 이번 집값 하락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게 문젭니다. 하지만 모든 도시가 그런 건 아닙니다. 이 와중에도 승리할 수 있는 지역이 있단 말입니다. 앞으로 이 지역을 보세요"

데이터 분석 부동산 컨설턴트인 니콜라스 걸리 씨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도 투자 유망지가 있다며 오늘도 유튜브를 켜고 집값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강조점은 두 가지입니다. ①"2008년 때보다 더 폭락할 수 있다" ②"하지만 여러분은 꼭 승리하시라~"는 거죠.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2008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이런 걱정의 목소리는 비단 걸리 씨만의 것은 아닙니다.

"주택시장이 빠르고 강력하게 냉각되고 있습니다"

이 말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 나온 말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금리를 선도적으로 올리고 있는 미국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앰허스트 피어폰트 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각종 신호를 보고 언론에 이 같은 우려의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전망을 하는 건 경제 상황에 대한 각종 지표를 근거로 합니다.

■ 미국 시애틀 17.7%, 산호세 17.6% 집값 떨어졌습니다

파랑색 선이 미국 전체 주택가격지수
실제로 주택가격 하락 조짐을 보여왔던 미국에서 드디어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전국 주택가격 지수인 케이스-쉴러지수는 지난 7월 기준으로 전달보다 0.3% 하락했습니다. 위 그래프의 파랑색이 미국 전체 주택가격지수인데, 오른쪽 끝을 보면 우상향하다가 아래로 꺾인 게 보이죠?

케이스-쉴러 지수는 미국의 대표적 주택가격 지수인데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특히 미국 서부 지역의 낙폭이 컸는데, 샌프란시스코의 집값이 한 달 전보다 3.6% 떨어졌고, 시애틀은 2.5% 하락했습니다.

실제 부동산 회사에서 집계하는 기존주택 판매가격은 서부지역 대도시를 중심으로 급락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 부동산 중개 회사 레드핀 조사 결과 시애틀의 경우 중위 집값이 77만 5,000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17.7%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역의 경우 137만 5,000달러로 17.6%, 샌디에이고는 80만 달러로 15.8% 하락했습니다.

미국 주택 모기지 금리가 크게 오르고 이에 따라 주택거래가 급격히 줄면서 향후 집값은 계속 내리막 길을 걸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동안 0%대 초저금리에 기대서 미국민들은 싼값에 돈을 빌려 집을 살 수 있었죠. 하지만 1년 전 2.86%, 올해 초 3%였던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9월 들어 6.25%로 오르면서 이제는 2배 이상 많은 이자를 내야만 집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이자를 더 내더라도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만 있으면 빚을 져서라도 집을 사겠지만 이젠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가 더 커졌습니다. 주택 가격 하락 이전에 나타나는 현상인 주택거래 자체가 크게 줄었습니다. 전미부동산협회(NAR) 조사 결과 8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0.4%,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9% 감소했고, 판매 규모는 연율기준으로 2년 3개월 만에 가장 작은 규모였습니다.


팬턴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판매 감소가 계속되면서 가격이 하락해 2023년 중반까지 미국 주택 가격이 20% 가까이 폭락할 것이다"고 전망했습니다.

강력한 금리 인상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도 2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그동안 저금리로 주택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시기를 보냈다"며 "금리가 계속 인상돼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집값 하락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 "주택 거품 가장 심한 국가, 뉴질랜드 집값 하락 중"

전 세계 언론을 통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주택가격 하락 국가 중 두 나라가 뉴질랜드와 호주입니다. 골드만삭스는 9월 초 뉴질랜드와 호주 전역에서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두 국가의 주택경기 침체가 경제에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주택시장에 대한 충격으로 내년 말까지 뉴질랜드 집값은 -21%, 호주 -18%, 캐나다 -13%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의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연구원들은 "주택 가격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전망과 주택 투자·주택 자산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뉴질랜드, 호주, 그리고 캐나다에서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키는 큰 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집값 하락이 경기침체 국면에서 성장률을 깎아 먹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먼저 주택거래량을 보면 코로나19 정점을 기준으로 현재 뉴질랜드에서 45%, 캐나다와 영국에서 40%, 미국에서 30%, 호주와 스웨덴에서 25% 정도 떨어졌습니다. 특히 뉴질랜드와 미국, 캐나다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이전 때보다도 주택판매량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거래량이 급감한 이후 집값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프에서 숫자 100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월을 주택가격 기준점 100으로 삼은 겁니다. 2019년 이후 주택가격의 움직임을 보면 뉴질랜드가 가장 먼저 집값이 꺾였고 집값 하락 폭도 가장 큽니다. 반면 집값이 많이 꺾인 주요국 중 호주는 가장 늦게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하락 속도는 캐나다와 비슷한 걸 알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발표한 '2021년 주택거품이 가장 심한 곳'으로 꼽힌 나라이기도 합니다. 2021년 한해 뉴질랜드 주택 중위 가격은 전년보다 30% 가까이 오르며 매일같이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왜 이렇게 올랐을까요?

2020년부터 연 0.25% 초저금리로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졌고, 여기에 더해 정부가 2020년 주택담보대출비율을 완화한 게 영향을 줬습니다. 많은 돈을 쉽게 빌려서 집을 살 수 있게 해줬다는 얘깁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주택구입자(투자자)들 편의를 봐준다는 이유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을 완화하면 왜 안 되는지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연 0.25%였던 기준금리는 어느새 연 3%로 10배 이상 올랐고, 시장은 금세 대출이자 부담에 가격하락으로 돌아서고 말았습니다. 뉴질랜드 부동산 연구소(REINZ)의 주택 시장 보고서를 보면 뉴질랜드 주택 가격 지수는 7월 -2.9%에서 8월 -5.8%로 하락 폭을 더 키웠습니다. 주택 중간가격은 지난 6개월간 -9.6%를 기록하며 199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 뉴질랜드 쫓아가는 나라, 호주

이번엔 호주를 볼까요? 8월 호주 집값은 1983년 이후 가장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동산 분석 회사인 코어로직의 주택가격지수는 전달보다 1.6% 떨어졌는데 특히 시드니가 2.3%로 가장 많이 하락했습니다. 그동안 호주 집값 상승의 주요인도 코로나 재택근무로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큰 집을 원해온 데다, 연 0.1%의 낮은 기준금리가 계속되자 싼값에 돈을 빌려 많은 사람이 집을 사들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만 21% 급등했고, 중산층 이하에서도 주택구입 붐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죠. 호주 중앙은행은 고물가에 대응해 지난 4월 연 0.1%였던 기준금리를 쉼 없이 인상해 연 2.35%까지 올리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그동안 올랐던 만큼 집값을 토해내고, 이보다 더 떨어지는 것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입니다.

AMP 캐피털의 쉐인 올리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집값 하락이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주택 가격 붐의 끝을 맺을 것이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어 "높은 수준의 가계 부채, 소득 수준보다 높은 주택 가격, 그리고 장기 금리 하락 추세의 끝이 결합돼서 부동산 침체 주기가 더 깊어지고 회복하는 데 더 오래 걸릴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쉐인 올리버의 경고가 마치 우리나라를 빗대어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 집값 거품 2위 지목 국가 캐나다도...그렇다면 한국은?

집값 상승에 폭락 위험을 갖고 있는 나라는 이 외에도 너무 많습니다. 뉴질랜드와 집값 거품 1·2위를 다퉜던 캐나다, 여기에 스웨덴·노르웨이, 요즘엔 영국까지 가세해 금리 상승기 전 세계 집값 하락 동조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쯤 해서 이 질문이 나와야겠죠?… "그래서 한국은?"

그래서 한국은 어떻게 될까? 요즘 많은 경제전문가, 부동산전문가들이 저마다의 의견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그동안 수요보다 공급을 강조해왔던 부동산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요즘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주택공급이 충분하지 않아서 집값이 올라왔고 앞으로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지난해 가을부터 서울·수도권 집값에 변화가 생기면서 공급론자들의 목소리가 힘을 잃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서울과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지수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지수는 전달보다 무려 3.14%나 하락했습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12월 이후 13년 7개월 만에 최대폭의 하락입니다.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는 실제 신고된 거래 사례만 집계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통계로 평가받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29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도 9월 넷째 주 아파트값 변동률은 전주 -0.19%에서 -0.20%로 낙폭이 커졌고 이는 부동산원이 통계를 작성한 2012년 이후 최대 낙폭입니다.

금리 인상 기조에 놀라 집을 팔겠다는 사람들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사겠다는 사람들은 나중에 집값이 충분히 내려간 다음에 사겠다며 뒤로 물러서고 있는 게 요즘 부동산시장의 모습입니다.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가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얘기죠.

실제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 신규대출 금리는 최고 7%에 근접하고 있고 올해 안에 8%를 넘어설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연초 2%대였던 걸 감안하면 요즘 대출로 집을 산다는 건 무모한 모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토연구원 분석 결과 우리나라 금리 1%p 인상의 충격은 15개월 뒤 아파트 매매가격을 최대 5.2%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지난해 7월 연 0.5%였던 기준금리가 1년 조금 넘은 기간 연 2.5%까지 1.5%p 인상됐고 앞으로 빅스텝 인상까지 예견된 상황에서 상당 기간 집값 하락이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언제까지 집값이 떨어질 것인가? 분명한 건 집값은 올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현재의 금리 인상 기조를 봤을 때 다시 반등의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겁니다. 그리고 부동산 정책의 방향은 집값을 하향 안정시키는 것이지 집값을 올리는 쪽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픽: 김서린, 리서치: 김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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