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0%’ 우크라이나 통제 밖으로…러시아의 ‘2라운드 전략’은?

입력 2022.09.30 (08:00) 수정 2022.09.3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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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일사천리'로 병합절차 마무리 가능성

우리 시각으로 9월 28일을 기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4개 주에서의 영토 병합을 위한 주민 투표가 종료됐습니다. 러시아는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87%, 동부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동남부 자포리자 등 3곳은 90%대 찬성률을 보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이 '가짜 투표'라며 선거결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러시아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일 뿐이라는 비판적 입장이 국제사회의 중론인데도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형식적으로 점령지역 주민들이 러시아와의 합병을 원한다는 투표를 마쳤으니, 이제 러시아 의회가 비준하고 푸틴 대통령이 승인하는 절차들을 거치면 " 러시아 영토로의 편입절차가 끝났다"고 러시아 정부가 발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까지 합병 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지만,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면 다음 달에도 완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들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겠지만 러시아의 거침없는 현상 변경 시도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일부 지역을 탈환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모든 지역에서 패퇴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지만, 상황은 서방의 기대와 달리 우크라이나에 점점 불리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무기 지원을 받아 사력을 다해 싸운 결과,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던 동북부 지역 일부를 탈환했다.  러시아의 점령지역 합병 관련 투표를 전후해 전선은 일시적인 교착상태에 놓였지만, 조만간 치열한 전투가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우크라이나군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무기 지원을 받아 사력을 다해 싸운 결과,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던 동북부 지역 일부를 탈환했다. 러시아의 점령지역 합병 관련 투표를 전후해 전선은 일시적인 교착상태에 놓였지만, 조만간 치열한 전투가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의 부실한 군 개혁, 미진한 무기 시스템 등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압도할 수 없는 군사력을 갖고 있는 상탭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미국과 유럽연합의 무기 지원을 받아 정말 사력을 다해 싸우면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기는 했지만, 전쟁 발발 뒤 7개월이 지난 현 상황에서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우크라이나의 피해는 그야말로 막심합니다. 러시아 국민들이 부분 동원령으로 이제 서야 전시상황을 체감하기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정말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온몸으로 전쟁의 참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 890만 명 러시아에 빼앗길 '위기'

무엇보다 이번 합병 투표결과만을 놓고 보면, 우크라이나는 890만 명의 국민을 러시아에 빼앗길 위기에 놓였습니다. 러시아의 침공 이전부터 우크라이나 정부의 통치권을 인정하지 않고 정부군과 교전을 벌여왔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제외하더라도 자포리자와 헤르손 지역이 러시아로 넘어가는 것은 우크라이나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9월 28일 종료된 러시아 점령지역에 대한 합병 찬반 투표에 이어, 합병절차가 마무리되면 러시아 정부는  4개 지역 주민 890만 명이 새로이 러시아 국민이 됐다고 공표하고 이 지역에 러시아의 주권이 미친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커졌다.9월 28일 종료된 러시아 점령지역에 대한 합병 찬반 투표에 이어, 합병절차가 마무리되면 러시아 정부는 4개 지역 주민 890만 명이 새로이 러시아 국민이 됐다고 공표하고 이 지역에 러시아의 주권이 미친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지금도 우크라이나 동쪽 바다인 아조프해로 진출이 막혀 있는 상태인데, 이렇게 되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선박의 진출입에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됩니다. 오데사 항구까지 러시아군에 함락된다면 그야말로 바다로의 출구를 모두 잃고 내륙국가로 전락할 위기를 맞게 되니까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사력을 다해 오데사 일대를 지키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전쟁을 피해 인접국으로 몰려드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계속 증가하는 것도 우크라이나로서는 부담되고 있습니다. 한 국가를 구성하는 요소는 국민, 영토, 주권이라고 볼 때 국민이 없어지는 상황은 그야말로 나라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유엔난민기구 "유럽 전역의 우크라이나 난민 753만 명"...독일 인구 올해 84만 명 늘어

유엔난민기구(UNHCR)는 9월 27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국민 735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월 키이우 외각 부차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적십자사의 음식 보급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유엔난민기구(UNHCR)는 9월 27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국민 735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월 키이우 외각 부차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적십자사의 음식 보급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유엔 난민기구인 UNHCR이 지난 9월 27일 집계한 유럽 전역의 우크라이나 난민 수는 753만 명입니다. 이웃한 폴란드로 12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몰려들었고 독일과 체코 등 유럽 전역으로 난민들이 몰리면서 유럽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독일 연방 통계청이 지난 9월 27일 독일 인구가 2021년 대비 1 퍼센트가 늘어난 8천4백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는데요, 한 해 동안 인구 84만 명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2021년에 전년도 대비 0.1 %인 8만여 명 증가에 비하면 열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인데요, 바로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이 유입된데 따른 것입니다.

반면 4천3백만 명이 넘었던 우크라이나 영토 내의 인구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공식 집계된 난민 753만 명을 포함해 러시아가 점령해서 합병 투표가 진행된 4개 주 국민에 대해서 우크라이나의 통치권이 미치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인구가 2,650만 명 정도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난민들이야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를 지탱할 국민들이 이렇게 줄어들었다면 타격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러시아 병합지역서 군대 차출 가능성"... 동족상잔 내전 심화 가능성

더 큰 우려는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군대를 차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러시아에서 부분 동원령으로 모집된 군인들은 이미 오래전 제대했다가 다시 소집된 예비군들입니다. 이들이 적응 훈련을 마칠 때까지는 전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러시아 군부는 이들을 바로 전선에 배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동원되는 러시아 병력들이 우랄산맥 동쪽 지역, 심지어 극동지역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차출되면서 자신들의 고향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싸우게 되면 현지 적응력이 떨어지고 전투력도 발휘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합니다.

9월 25일 동원령을 받은 러시아 예비역들이 크라스노다르의 소집 센터 주변에 모여 있는 모습. 러시아는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동원령을 내리고 30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연합뉴스)9월 25일 동원령을 받은 러시아 예비역들이 크라스노다르의 소집 센터 주변에 모여 있는 모습. 러시아는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동원령을 내리고 30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연합뉴스)

동원 반대 시위 참가자가 러시아 경찰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 러시아 정부의 부분 동원령 발표 이후 동원에 반대하는 시위가 러시아 주요 도시 곳곳에서 벌어졌다.   (사진 연합뉴스)동원 반대 시위 참가자가 러시아 경찰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 러시아 정부의 부분 동원령 발표 이후 동원에 반대하는 시위가 러시아 주요 도시 곳곳에서 벌어졌다. (사진 연합뉴스)

그래서 합병작업 이후 주목되는 러시아의 '2라운드 전략'이 어떻게 짜여지고 있는지 주목해 볼 일입니다. 러시아 전문가이기도 한 조민 전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3가지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첫쩨, 러시아가 강력히 반격하면서 동부 전선에서 서쪽으로 진격하며 확전 양상으로 가는 경우. 둘째, 현상을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와의 협정을 통해 병합한 영토를 인정받으려 하는 경우. 세째,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강력한 공세에 러시아의 점령지역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자국민과 영토 보호를 명분으로 핵 사용 위협을 가하는 경우, 이렇게 3가지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2라운드 전략'은?

핵 사용 위협 시나리오는 자국 영토 방어와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핵보유국으로서 '방어용'으로 사용한다는 논리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바로 병합 지역(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본다면 불법 점령지역) 에서 병력을 강제 동원해 사실상의 '내전' 양상으로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야말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동족상잔의 비극이 심화 되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동원령을 통한 전투를 치를 때 점령지역에서 병력을 동원하는 방식을 선호해 왔습니다. 2차대전 당시 소련 군부는 점령지에서 동원한 병력들이 싸우지 않고 후퇴할 경우, 뒤에서 감시하던 병력들을 통해 가차 없이 사살해 악명을 떨쳤었죠. 앞으로 전개될 '우크라이나 침공 2라운드 전투'에서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소위 '독전대'들이 투입될지 여부도 두고 볼 일입니다.

역사학자인 티모시 스나이더 교수가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지정학적으로 독일과 소련 사이에 놓여 있던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발트 3국에 이르는 이른바 '블러드랜드(Blood Land)' 지역민 1,400만 명이 목숨을 잃는 과정을 생생히 파헤쳐 유럽사회에 경종을 울린 적이 있었습니다.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어선 안 된다'는 유럽 지식인 사회의 다짐을 이끌어 내기도 했었죠. 그런데 이런 불행과 비극은 또다시 되풀이되는 것일까요. 이 '블러드랜드' 한복판에 있던 우크라이나가 이제 겨우 과거의 상흔을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즈음에 새로운 시련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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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 20%’ 우크라이나 통제 밖으로…러시아의 ‘2라운드 전략’은?
    • 입력 2022-09-30 08:00:17
    • 수정2022-09-30 08:01:11
    세계는 지금

■러시아, '일사천리'로 병합절차 마무리 가능성

우리 시각으로 9월 28일을 기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4개 주에서의 영토 병합을 위한 주민 투표가 종료됐습니다. 러시아는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87%, 동부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동남부 자포리자 등 3곳은 90%대 찬성률을 보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이 '가짜 투표'라며 선거결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러시아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일 뿐이라는 비판적 입장이 국제사회의 중론인데도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형식적으로 점령지역 주민들이 러시아와의 합병을 원한다는 투표를 마쳤으니, 이제 러시아 의회가 비준하고 푸틴 대통령이 승인하는 절차들을 거치면 " 러시아 영토로의 편입절차가 끝났다"고 러시아 정부가 발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까지 합병 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지만,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면 다음 달에도 완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들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겠지만 러시아의 거침없는 현상 변경 시도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일부 지역을 탈환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모든 지역에서 패퇴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지만, 상황은 서방의 기대와 달리 우크라이나에 점점 불리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무기 지원을 받아 사력을 다해 싸운 결과,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던 동북부 지역 일부를 탈환했다.  러시아의 점령지역 합병 관련 투표를 전후해 전선은 일시적인 교착상태에 놓였지만, 조만간 치열한 전투가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의 부실한 군 개혁, 미진한 무기 시스템 등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압도할 수 없는 군사력을 갖고 있는 상탭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미국과 유럽연합의 무기 지원을 받아 정말 사력을 다해 싸우면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기는 했지만, 전쟁 발발 뒤 7개월이 지난 현 상황에서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우크라이나의 피해는 그야말로 막심합니다. 러시아 국민들이 부분 동원령으로 이제 서야 전시상황을 체감하기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정말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온몸으로 전쟁의 참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 890만 명 러시아에 빼앗길 '위기'

무엇보다 이번 합병 투표결과만을 놓고 보면, 우크라이나는 890만 명의 국민을 러시아에 빼앗길 위기에 놓였습니다. 러시아의 침공 이전부터 우크라이나 정부의 통치권을 인정하지 않고 정부군과 교전을 벌여왔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제외하더라도 자포리자와 헤르손 지역이 러시아로 넘어가는 것은 우크라이나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9월 28일 종료된 러시아 점령지역에 대한 합병 찬반 투표에 이어, 합병절차가 마무리되면 러시아 정부는  4개 지역 주민 890만 명이 새로이 러시아 국민이 됐다고 공표하고 이 지역에 러시아의 주권이 미친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지금도 우크라이나 동쪽 바다인 아조프해로 진출이 막혀 있는 상태인데, 이렇게 되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선박의 진출입에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됩니다. 오데사 항구까지 러시아군에 함락된다면 그야말로 바다로의 출구를 모두 잃고 내륙국가로 전락할 위기를 맞게 되니까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사력을 다해 오데사 일대를 지키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전쟁을 피해 인접국으로 몰려드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계속 증가하는 것도 우크라이나로서는 부담되고 있습니다. 한 국가를 구성하는 요소는 국민, 영토, 주권이라고 볼 때 국민이 없어지는 상황은 그야말로 나라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유엔난민기구 "유럽 전역의 우크라이나 난민 753만 명"...독일 인구 올해 84만 명 늘어

유엔난민기구(UNHCR)는 9월 27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국민 735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월 키이우 외각 부차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적십자사의 음식 보급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유엔 난민기구인 UNHCR이 지난 9월 27일 집계한 유럽 전역의 우크라이나 난민 수는 753만 명입니다. 이웃한 폴란드로 12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몰려들었고 독일과 체코 등 유럽 전역으로 난민들이 몰리면서 유럽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독일 연방 통계청이 지난 9월 27일 독일 인구가 2021년 대비 1 퍼센트가 늘어난 8천4백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는데요, 한 해 동안 인구 84만 명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2021년에 전년도 대비 0.1 %인 8만여 명 증가에 비하면 열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인데요, 바로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이 유입된데 따른 것입니다.

반면 4천3백만 명이 넘었던 우크라이나 영토 내의 인구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공식 집계된 난민 753만 명을 포함해 러시아가 점령해서 합병 투표가 진행된 4개 주 국민에 대해서 우크라이나의 통치권이 미치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인구가 2,650만 명 정도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난민들이야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를 지탱할 국민들이 이렇게 줄어들었다면 타격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러시아 병합지역서 군대 차출 가능성"... 동족상잔 내전 심화 가능성

더 큰 우려는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군대를 차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러시아에서 부분 동원령으로 모집된 군인들은 이미 오래전 제대했다가 다시 소집된 예비군들입니다. 이들이 적응 훈련을 마칠 때까지는 전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러시아 군부는 이들을 바로 전선에 배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동원되는 러시아 병력들이 우랄산맥 동쪽 지역, 심지어 극동지역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차출되면서 자신들의 고향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싸우게 되면 현지 적응력이 떨어지고 전투력도 발휘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합니다.

9월 25일 동원령을 받은 러시아 예비역들이 크라스노다르의 소집 센터 주변에 모여 있는 모습. 러시아는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동원령을 내리고 30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연합뉴스)
동원 반대 시위 참가자가 러시아 경찰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 러시아 정부의 부분 동원령 발표 이후 동원에 반대하는 시위가 러시아 주요 도시 곳곳에서 벌어졌다.   (사진 연합뉴스)
그래서 합병작업 이후 주목되는 러시아의 '2라운드 전략'이 어떻게 짜여지고 있는지 주목해 볼 일입니다. 러시아 전문가이기도 한 조민 전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3가지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첫쩨, 러시아가 강력히 반격하면서 동부 전선에서 서쪽으로 진격하며 확전 양상으로 가는 경우. 둘째, 현상을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와의 협정을 통해 병합한 영토를 인정받으려 하는 경우. 세째,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강력한 공세에 러시아의 점령지역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자국민과 영토 보호를 명분으로 핵 사용 위협을 가하는 경우, 이렇게 3가지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2라운드 전략'은?

핵 사용 위협 시나리오는 자국 영토 방어와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핵보유국으로서 '방어용'으로 사용한다는 논리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바로 병합 지역(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본다면 불법 점령지역) 에서 병력을 강제 동원해 사실상의 '내전' 양상으로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야말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동족상잔의 비극이 심화 되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동원령을 통한 전투를 치를 때 점령지역에서 병력을 동원하는 방식을 선호해 왔습니다. 2차대전 당시 소련 군부는 점령지에서 동원한 병력들이 싸우지 않고 후퇴할 경우, 뒤에서 감시하던 병력들을 통해 가차 없이 사살해 악명을 떨쳤었죠. 앞으로 전개될 '우크라이나 침공 2라운드 전투'에서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소위 '독전대'들이 투입될지 여부도 두고 볼 일입니다.

역사학자인 티모시 스나이더 교수가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지정학적으로 독일과 소련 사이에 놓여 있던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발트 3국에 이르는 이른바 '블러드랜드(Blood Land)' 지역민 1,400만 명이 목숨을 잃는 과정을 생생히 파헤쳐 유럽사회에 경종을 울린 적이 있었습니다.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어선 안 된다'는 유럽 지식인 사회의 다짐을 이끌어 내기도 했었죠. 그런데 이런 불행과 비극은 또다시 되풀이되는 것일까요. 이 '블러드랜드' 한복판에 있던 우크라이나가 이제 겨우 과거의 상흔을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즈음에 새로운 시련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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