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은 부부만?…인권위·의료계 ‘충돌’

입력 2022.09.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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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연합뉴스·게티이미지)(사진 출처: 연합뉴스·게티이미지)

방송인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 이후, 우리 사회에서도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 '종교적·윤리적 관점에서 부당하다' 의견이 팽팽합니다.

이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는데,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면서 양측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 윤리지침 "시험관시술 등은 법률상 부부만 가능"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시험관 시술과 체외 수정 등을 포함하는 보조생식술에 관한 윤리지침을 두고 있습니다.

윤리지침에 따르면 난자나 정자를 공여받아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법률적 혼인 관계상 '부부'뿐입니다.

유전적 질환이 있거나, 불임 등의 이유로 임신·출산이 어려운 부부가 아이를 원하는 경우에만 다른 사람의 정자나 난자를 공여받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 지침 때문에 비혼 상태의 진정인들은 병원에서 보조생식술 시술을 받지 못했고, 인권위에 차별이라며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 인권위 "윤리지침 개정하라" 권고

인권위는 지난 5월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을 개정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개인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비혼 출산을 하게 되면 양육 과정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자기 삶의 형태를 설계하고 추진하는 경우가 비자발적인 경우보다 양육 의지와 책임감이 상대적으로 강할 가능성이 크다"며 근거 없는 우려라고 판단했습니다.

보건복지부 역시 인권위에 "비혼자 보조생식술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령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동조했습니다.

■ 대한산부인과학회,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권고 불수용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기관은 수용이나 불수용 의사를 밝히게 돼 있는데, 대한산부인과학회는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윤리지침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비혼 여성이 보조생식술로 출산하는 것은 정자 기증자와 아이의 권리 보호를 포함해 논의해야 하니 사회적 합의와 관련 법률 개정이 우선이라는 이유입니다.

또 비혼 여성의 보조생식술을 허용하는 국가들은 동성 커플의 보조생식술도 허용하고 있어, 비혼뿐만 아니라 동성 커플의 보조생식술 허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는 덴마크와 프랑스 등에서는 여성의 성적 지향도 묻지 않습니다.

■ 인권위 "권고 불수용 유감"

인권위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비혼 여성의 출산에 대한 자기 결정권 등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사회적 합의의 여부 등은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임의로 단정하여 판단할 사안은 아니라면서 불수용 결정에 유감을 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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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험관 시술은 부부만?…인권위·의료계 ‘충돌’
    • 입력 2022-09-30 12:00:29
    취재K
(사진 출처: 연합뉴스·게티이미지)
방송인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 이후, 우리 사회에서도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 '종교적·윤리적 관점에서 부당하다' 의견이 팽팽합니다.

이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는데,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면서 양측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 윤리지침 "시험관시술 등은 법률상 부부만 가능"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시험관 시술과 체외 수정 등을 포함하는 보조생식술에 관한 윤리지침을 두고 있습니다.

윤리지침에 따르면 난자나 정자를 공여받아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법률적 혼인 관계상 '부부'뿐입니다.

유전적 질환이 있거나, 불임 등의 이유로 임신·출산이 어려운 부부가 아이를 원하는 경우에만 다른 사람의 정자나 난자를 공여받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 지침 때문에 비혼 상태의 진정인들은 병원에서 보조생식술 시술을 받지 못했고, 인권위에 차별이라며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 인권위 "윤리지침 개정하라" 권고

인권위는 지난 5월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을 개정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개인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비혼 출산을 하게 되면 양육 과정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자기 삶의 형태를 설계하고 추진하는 경우가 비자발적인 경우보다 양육 의지와 책임감이 상대적으로 강할 가능성이 크다"며 근거 없는 우려라고 판단했습니다.

보건복지부 역시 인권위에 "비혼자 보조생식술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령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동조했습니다.

■ 대한산부인과학회,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권고 불수용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기관은 수용이나 불수용 의사를 밝히게 돼 있는데, 대한산부인과학회는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윤리지침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비혼 여성이 보조생식술로 출산하는 것은 정자 기증자와 아이의 권리 보호를 포함해 논의해야 하니 사회적 합의와 관련 법률 개정이 우선이라는 이유입니다.

또 비혼 여성의 보조생식술을 허용하는 국가들은 동성 커플의 보조생식술도 허용하고 있어, 비혼뿐만 아니라 동성 커플의 보조생식술 허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는 덴마크와 프랑스 등에서는 여성의 성적 지향도 묻지 않습니다.

■ 인권위 "권고 불수용 유감"

인권위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비혼 여성의 출산에 대한 자기 결정권 등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사회적 합의의 여부 등은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임의로 단정하여 판단할 사안은 아니라면서 불수용 결정에 유감을 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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